시간 여행자의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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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21
그림/삽화
E-soul
작품등록일 :
2024.08.02 11:20
최근연재일 :
2024.08.28 11:10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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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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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1,980

작성
24.08.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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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타임 021. 뒷구멍

DUMMY

권 박사가 놀란 표정을 짓자, 비릿하게 웃어줬다.


“내가 아무 생각도 없이 여길 내려온 것 같습니까?”


“상진 군···. 지금 이게 무슨···.”


이게 무슨?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까짓거. 콩팥 하나 정도는 떼여도 그럭저럭 살면 그만이지만, 이건 목숨이 날아가는 일이라고.


“어떻게 하면 여기서 살아 나갈 수 있을지. 여기 내려오기 전에 몇 가지 경우의 수를 찾아봤다는 이야깁니다.”


“지금 우릴 배신하겠단 말인가?”


“애초에 같은 편인 적도 없었는데, 배신이라니. 말이 되는 소리를 합시다.”


“아니. 뭐 이런···.”


“선택하시죠. 자료를 주고 진도를 나가던지. 아니면 여기서 나한테 인질로 잡혀서 프로젝트 캔슬 내고 총독부에 전리품으로 납품 될지.”


권 박사는 이런 상황은 전혀 예상을 못 했는지, 말을 잇지 못하고 버벅거렸다.


“어디 보자, 방화벽 내려오고 10분 정도 지났으니. 대충 남은 시간이···. 철문 통과하는데 길면 10분에서 15분. 이곳에 내려오는 길을 찾는데 30분 정도 소모한다 치면 얼추 45분 정도 남았네. 운이 나쁘면 그보다 더 빠를 수도 있고.”


권 박사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상진은 시간 계속 가고 있다며 ‘똑딱. 똑딱.’ 소리를 냈다.


“아. 알았네. 알았어!”


권 박사는 접속자 사망 리스트를 찾아 상진에게 넘겼다.


내용을 확인하던 상진은 기록과 권 박사를 번갈아 바라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황당해 죽겠네.”


“또 왜!”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죽음은 들어 본 적이 없어서 말입니다.”


상진은 기록을 톡톡 두들기며 내용을 소리 내 읽었다.


“화분, 벽돌, 기타 낙하물에 의한 사망 23회? 이거 걸어 다닐 수는 있는 겁니까? 머리에 뭐 떨어지면 어쩌나 하루 종일 위만 보면서 다녀야 할 것 같은데. 이건 또 뭐야. 비 오는 날은 외부 활동 불가? 아이고, 미치겠다. 비만 오면 벼락을 맞아 죽었다고?”


그냥 살얼음판 걷는 정도가 아니다.

어떻게든, 작은 틈 하나만 생겨도 기어이 죽이고 말겠다 뜻이다.


“처음에만 그랬어. 나중에는 경험치가 쌓여서 다들 잘 피해 다녔다고.”


“음식 섭취 시, 덩어리 음식은 주의? 아니, 밥 먹다가 기도가 막혀서 죽은 적도 있어요?”


“말했잖나. 처음에. 처음에만 그랬다니까.”


권 박사는 처음을 강조하며 이젠 별것 아닌 문제라고 했지만, 사망 기록지에 적힌 사망 사유를 보고 있노라니, 역시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면 물 마시다 사래 걸려서 죽을 수도 있겠는데요.”


“무슨 소리야. 물 마시다가 죽은 경우는 아직 없었는데. "


“말이! 말이 그렇다는 겁니다. 아니, 막말로 비만 오면 벼락 맞아 죽는 것부터가 정상이 아니지 않습니까!”


"오해라니까. 그리고 그 기록은 어디까지나 카피 된 시공간에서.... 원본 시공간은 규모가 달라서...”


"됐고요. 나는 안 합니다."


뭔가 대단한 사유로 죽음을 맞이했다면 계획이라도 세워서 어찌어찌 피해 보겠지만, 이건 그냥 숨만 쉬고 있어도 억! 하고 죽는 상황이다.


날고 기는 능력이 있어도 죽음이 이런 식으로 찾아오면 무슨 수로 이걸 피하냐고!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이쪽은 아니다.


타임머신 타고 저쪽에 가서 어찌어찌 비벼보는 건 아무래도 안 되겠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영감님.”


“....”


“갑자기 궁금해서 그러는데. 이쪽에서 저쪽으로 넘어갈 때. 데이터만 넘어간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지.”


“그리고 그 데이터로 저쪽에서 다시 육체를 조합하고.”


“맞네.”


“그러면, 이쪽에 남은 육체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양자 단위로 분해했던 거 다시 조합해서 원상 복구하는 겁니까? 그게 된다면, 이쪽은 이쪽대로 움직이고 저쪽 세상에 복사본을 무한대로 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불가하네.”


“왜요?”


“자네가 생각한 것을 우리라고 못 했겠는가.”


“그러니까요.”


“정국영 박사는 어디 있냐고 물어봤었지?”


“나중에 이야기해 준다고 하셨죠.”


“정 박사가 바로 그 지점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실험을 자청했네.”


“.....”


“표정을 보니, 결과가 최악이었나 봅니다.”


권 박사는 이마를 한 차례 쓸어 넘기며 당시 상황을 이야기했다.


“정국영 박사의 양자 데이터를 저쪽 세상으로 보내는 데 성공하자, 우리는 곧바로 이쪽에 남은 정 박사를 원상 복구하려고 했네. 하지만, 그대로 흩어져 버리더군.”


“아니···. 왜요?”


“솔직히 우리도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지 정확하게 이해하진 못했네. 나름대로 유추해 보자면.”


“.....”


“자네 혹시, 자료실에서 양자 이론이라는 유물을 확인해 봤나?”


“보긴 했지만, 무슨 소린지 영 감을 못 잡겠던데요.”


“그럴 수밖에 없지. 우리도 처음엔 이게 무슨 소린가 했으니까. 거기 보면 정보는 양측에 모두 존재할 수 있지만, 정보를 확인하는 순간. 정보는 한 곳에 고정된다는 말이 있네.”


음. 뭔 말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계속 들어는 보자.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아니, 이게 정리가 되는 내용이 아니니, 그냥 이해하기 쉽게 상식적 단어로 표현하겠네.”


“네.”


“우리는 이 현상을 원판 불변의 법칙이라고 부르고 있네. "


"아아아...."


"양자 데이터 상태에선 어디든 존재할 수 있지만, 값이 고정되면 데이터는 그 전 상태가 어찌 됐든 고정된 값만 인정이 되는 거네. 다른 공간에 존재하던 자료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는 거지."


"아아..."


"결론만 놓고 본다면. 자료실에 있는 ‘더 플라이’의 공간 이동이나, 우리가 만든 시공간 이동장치 역시. 이 현상 때문에 가능했다고 보네. 여기에 있다가 저기에 갔는데. 여기에 그대로 있으면 그건 이동이 아니라 복사가 되니까.”


“아···.”


"역시, 자료실 중독자라 그런지, 바로 이해하는 눈치군."


오해하지 말자. 내가 뭘 이해해서 '아...' 한 게 아니라.

이게 뭔 소리냐 싶어서 그냥 '아...'한 거다.


이건 내가 문과라서 그런 게 아니다.

이과 놈들이 들어도 뭔 소린지 모르겠다며 항복할 거라는데, 이서연 손모가지도 걸 수 있다.


복잡하게 법칙 따지고 할 필요 없다.

그냥, 저쪽에 가면 이쪽에선 양자 단위로 분해 돼서 먼지가 된다는 소리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플랜 A는 답이 없는 것 같으니. 아웃.

그냥, 플랜 B로 가자.


“여기 비상구가 어딥니까?”


“무슨 소리야. 여기에 비상구가 어디 있다고.”


“이거 왜 이러실까. 총독부가 공격해 올 걸 알고 있었다는 분들이 딱히 방어 시설이랄 것도없는 곳에 모여 있었던 건 따로 믿는 구석이 있으니 그런 것 아닙니까.”


“.....”


“이럴 땐 이유가 딱 하나뿐이죠. 뒷구멍이 준비되어 있음.”


“아니야. 그런 거 없어.”


“그런 거 없다라. 그 말을 지금 믿으라고 하는 소립니까? 저기 수조 안에 들어 있는 애들이 저쪽 세상에 넘어간다고 끝이 아닐 텐데요.”


“수조가 아니라, 양자 데이터 변환 장치...”


“지금 그게 중요합니까? 누가 봐도 성공 확률 제로에 가까운 미션인데. 여기서 끝! 이런다고요?”


“....”


“그리고. 10년 넘게 연구한 것은 둘째치더라도. 여기 장비들 한눈에 봐도 엄청나게 비싸 보이는데. 이게 일회용일 리 없지 않습니까.”


“이보게. 상진 군.”


“마저 들으세요.”


“....”


“영감님이랑 다른 연구자들이 얼마나 엄청난 사명감을 가지고 이 일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성공할지 실패할지 모르는. 아니, 백 퍼센트 확률로 실패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뒷일은 생각도 안 해놨다고요? 농담도 그렇게 하면 욕먹습니다.”


“아니야. 뒷구멍 같은 거. 정말···. 없어.”


“그럼, 접속자들 떠나고 나면 영감님 일행은 여기서 다 죽기로 했다는 겁니까?”


“....”


“뭐, 두 사람은 살 만큼 살았으니,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쳐도. 밖에 있는 연구원들은 꽤 젊어 보이던데. 영감님들 목적 이루겠다고 핏덩이들까지 다 죽여버린다고요?”


“.....”


“보통 연구도 아니고 시공간···. 거 뭐냐. 무려 타임머신을 만들 정도로 고오-급 인력들인데? 그냥 이렇게 다 죽여요? 와, 이제보니 영감님. 총독부 놈들보다 더 잔인하시네.”


“....”


“그러니까, 서로 다 아는 이야기 뻔하게 주고받지 맙시다. 말 길어져봤자 피곤하니까, 이쯤에서 자수 합시다.”


“.....”


“뒷구멍 어딥니까?”


“정말 이래야 겠나?”


“내가 할 소리를 영감님이 하시면 섭섭하죠. 내가 RS 직원도 아니고. 세상을 구하겠다는 뭔가 대단한 사명감을 가진 것도 아니고. 그냥 대충 살다가 대충 가겠다는데.”


“하아.... 진짜.”


“진짜 뭐요?”


“이 소령 말이 떠올라서 그랬네.”


“무슨 소릴 했는지 알고 싶지 않으니까, 괜히 시간 끌지 맙시다. 뒷구멍!”


“쯧.”


권주일은 머리칼 없는 머리를 쓱쓱 문지르더니, 몸을 일으켰다.


“그렇게 하기 싫다는데, 어쩌겠나. 따라오게.”


권 박사를 따라 밖으로 이동을 하는데, 이서연과 딱 마주쳤다.


“어? 권 박사님. 어디 가시는 겁니까. 지금 총독부 놈들이 악을 쓰고 내려오고 있는데.”


“여기, 상진 군은 안하겠다는군.”


“그게 무슨. 지금 위에 올라가면···.”


“워워, 거기까지. 나는 내 인생 살 테니까. 너는 네 인생 살자. 갈길 바쁘니까, 길 막지 말고 가서 수조에 몸이나 담가.”


이서연은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권 박사 등을 쳤다.


“영감님. 뭐 합니까.”


“그래. 가세.”


30m 쯤 이동했을까. 대머리 권 영감이 벽에 쌓여 있던 박스를 한쪽으로 치웠다. 그러자 작은 문이 하나 나타났다.


“이쪽으로 가면 되네.”


이야, 바로 옆에 뒷구멍을 만들어 놓으셨구만.


“여기로 가면 어디로 나오는지 알려주셔야죠.”


“건물 옥상까지 이어진 계단이네. 꼭대기에 도착하면 옆 건물로 넘어갈 수 있어.”


여기가 지하 10층이니, 옥상까지면 13층은 걸어 올라가야 한다는 소리다.


“엘리베이터나 이런 건 없습니까?”


“없네.”


내내 서글서글했던 권 박사는 뉘 집 개가 짖냐는 듯 고개를 돌렸다.


거참, 서운해 할 사람은 그쪽이 아니라. 나요.

애초에 될 일을 가지고 사람을 꼬셨어야지.


“뭐, 없으면 걸어서 가면 되니까. 그럼 저는 이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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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5

  • 작성자
    Lv.92 그정돈가
    작성일
    24.08.20 17:16
    No. 1

    상황이 잘 이해가 안가서 그러는데... 지금 총독부가 공격해 오는 상황이고 점령당하는데 40여분 남은 상황인데 왜 타임머신에 들어가는 거죠?
    제일 오래 버틴게 일주일 인가 그랬다는거 같은데, 어쨌든 복귀하게 되면 현장은 이미 총독부에 점령당한 상태일 거고 복귀 후 잡히거나 처형당할 텐데, 뭘 어쩌겠다는 계획으로 이 급박한 시점에 타임머신에 들어가는 건지?
    기왕 이렇게 된거 청와대로 간다는 심정으로 타임머신에 접속한 걸로 이해해야 될 지?

    찬성: 0 | 반대: 3

  • 작성자
    Lv.42 kj****
    작성일
    24.08.20 18:27
    No. 2

    다시 읽어요 복귀라 ㅉ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58 geeho
    작성일
    24.08.20 20:08
    No. 3

    너무 진행이 느려요 ㅜㅡ 우엉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99 夢行者
    작성일
    24.08.21 00:17
    No. 4

    자살특공하러 과거 가서 싹다 뒤집어 엎어야 한다 그거 아님? 복귀가 왜 나옴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78 태란
    작성일
    24.08.21 06:27
    No. 5

    인제 계속 신경 쓰이네
    자동 맞춤법 교정기면 규칙에
    이제 도 맞는 말로 교정하면 안되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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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타임 017. 능력자가 되는 겁니다. +4 24.08.17 1,803 70 9쪽
16 타임 016. 머리도 잘 쓰는 남자 +4 24.08.16 1,873 7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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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타임 014. 그때 그 사람 +7 24.08.14 2,130 8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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