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행자의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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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21
그림/삽화
E-soul
작품등록일 :
2024.08.02 11:20
최근연재일 :
2024.08.28 11:10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68,936
추천수 :
2,539
글자수 :
121,980

작성
24.08.06 14:30
조회
3,205
추천
100
글자
7쪽

타임 007. 꿀맛 공기 마렵다.

DUMMY

모니터에 출력되는 숫자를 바라보며, 두 노인은 적잖게. 아니 꽤 놀란 표정이 됐다.


“대단하군.”


“그래. 대단해.”


“지금까지 테스터 중에 최단기간이지?”


“그렇지. 보통 1회 접속 때 영영 깨어나지 못하고 죽어버리거나, 연속 접속 때 반쯤 정신이 나가서 미쳐버리니까.”


“이거 이놈. 물건이네. 접속 때마다 정신을 차리는 것도 모자라서, 접속 시간마저 늘려?”


“후보군이 늘어 나는 건 좋은 현상이지. 총독부 놈들 감시가 갈수록 촘촘해지는데, 그 전에 결과를 내야지 않겠어?”


“그래. 그래야지. 한상진까지 이제 일곱이 됐으니, 슬슬 다음 단계를 준비해도 되겠어.”


삐쩍 노인이 오래간만에 제대로 된 물건을 찾았다는 듯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데이터를 쏟아내고 있던 장비에서 삐삐- 버저가 울리며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돌아오는 군.”


대머리 노인이 급히 콘솔을 조작하자, 주변이 어수선해졌다.


드르륵, 드르륵 뭔가를 잡아끄는 소리.

윙윙거리는 모터음.

츄익-하고 김빠지는 소리.

그 외 잡다한 소음이 공간을 울렸다.


그리고 언제 소란스러웠냐는 듯 다시 조용해졌다.


대머리는 스톱워치와 라이트펜을 들고 상진 옆에 섰고 삐쩍이는 시그널 모니터 앞에 자리를 잡았다.


“이봐, 주사 놔야지!”


“아! 큰일 날뻔했네.”


“안전제일! 또 코 부러지고 싶어?”


“나이가 드니, 자꾸 깜빡깜빡하네.”


삐쩍이는 약품이 든 주사기를 가져와 상진의 팔다리에 푹 찔러 넣었다.


그리고 3분 뒤 정도 지났을까?


의식이 끊긴 듯 의자에 누워있던 상진이 눈을 떴다.


“끄으···.”


대머리는 상진의 눈에 라이트를 비췄다.


“동공 반응 정상.”


“심박수도 정상이네.”


깨어날 때마다 매번 듣는 뻔한 이야기들이 귓가에 흘러들었다.


“상진 군. 대단하네. 무려 7분을 버텼어. 우리 테스터들 중에 최고 기록일세!”


대머리 노인은 신이 난 목소리로 상진의 어깨를 두들겼다.


젠장, 7분이고 뭐고. 이젠 좀 풀어주라고!


“제가 잘한···. 겁니까?”


“그럼, 그럼!”


“결과가 좋다니, 다행입니다. 끙.”


설마, 이번에도 입금, 출발을 외치진 않겠지?


“화장실을 좀 쓸 수 있겠습니까? 제가 좀 지릴 것 같은데.”


“아아! 그럼, 그래야지.”


대머리와 삐쩍이가 활짝 웃는 얼굴로 벨크로를 풀기 시작했다.


그래, 어서 풀어라.

로우킥 한 방, 어퍼컷 한 방. 사이 좋게 먹여주고. 바로 튄다!


밸크로에서 해방되자, 팔다리에서 찌릿찌릿 마비통이 올라왔다.


뭐지?


이 느낌···.


손들고 무릎 꿇고 열 시간은 벌이라도 선 느낌이다.


“으···.”


그나마 팔을 그럭저럭 움직이는데, 다리가 통 말을 듣지 않았다.


바닥에 내려서는데, 힘이 풀리면서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아닛!? 내 다리가 왜 이래?


이러면 안 되는데.


대머리와 삐쩍이에게 로우킥, 어퍼컷을 넣고 지상으로 튀겠다던 원대한 계획이 시작부터 어그러졌다.


내가 당황한 표정을 보이자, 삐쩍이 노인이 히죽히죽 웃음을 보였다.


“다리가 저리지? 걱정하지 말게 금방 괜찮아질 테니까.”


젠장, 자기들 몸 아니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것 봐라. 다리에 힘만 돌아오면!


잠시 바닥에 주저앉아 다리를 주무르는데, 빨갛게 긁히고 멍까지 든 팔목이 눈에 들어왔다.


연이은 사망 충격에 몸부림친 흔적이다.


현실의 통증. 쓰라림이 느껴졌다.


지금 느끼는 쓰라림이나, 게임 속에서 바닥에 쓸려 느꼈던 쓰라림이나 별반 차이를 못 느끼겠다.


게임이 거지 같은 것은 둘째치더라도 감각 지수 하나는 진짜 미치도록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차 마비 증상이 사라지고 다리에 힘이 돌아왔다.


접속기인지 생체실험용 체어인지 모를 것을 붙잡고 느릿느릿 몸을 일으키는데, 데이터폰에서 띵동! 알림이 떴다.


“히익!”


알림 메시지와 함께 게임 속에 처박혔던 기억이 PTSD가 된 모양이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나도 모르게 움찔거렸다.


미치겠다. 그 짧은 시간에 PTSD라니!


로우킥 마려운 눈빛으로 대머리와 삐쩍이를 노려보는데, 예상치 못한 말이 흘러들었다.


“상진 군이 일을 너무 잘해 줘서. 보너스를 좀 넣었네.”


입금 후, 접속스러운 벼랑 끝 걷어차기가 아니라···.


“보너스···. 요?”


“그래! 우리가 거래는 확실한 성격이야. 성과를 냈을 땐 보상을 주는 것도 당연한 일이니까. 우린 쩨쩨하게 푼 돈 떼먹는 악덕 업자가 아니라고.”


보너스 이야기에 존나 마렵던 로우킥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 보너스는 얼마나?”


“직접 확인해 보게.”


“크흠. 그럴까요?”


데이터폰을 꺼내 곧바로 메시지를 확인했다.


-입금자 : RS 소프트 / 300만 포인트

-잔액 : 600만 포인트


“엇!”


죽는 맛 게임 접속이 100만 포인트인데 보너스로 300만 포인트를 넣었다고?


“어때? 맘에 드나?”


“어우. 뭐, 네···.”


당연히 맘에는 들지.

꽁돈 생기는 걸 누가 마다하겠어.


그런데 이거 아무리 봐도 떡밥에 미끼 상품 같단 말이지.


“자자, 오늘은 여기까지네. 보통 1회 많아 봐야 2회 접속인데. 자네 능력이 너무 좋다 보니 3회까지 접속하지 않았나.”


그쪽이 말하는 그 능력이 뭔 능력인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세 번이나 죽고 살아났지.


몇 번을 생각해도 아주 엿같은 기분이라고!


“익숙해지면 하루 5회까지 접속할 수 있긴 한데, 아직은 시간이 좀 필요하니.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고.”


죽고 사는 걸 하루에 다섯 번이나 반복한다고?

이 양반 말하는 꼬락서니가, 내가 계속 접속할 것처럼 당연하다는 듯 이야기를 하네.


하루 5회? 다섯 번이나 연달아 죽어보라고?

이보쇼! 그게 제정신으로 할 소리야?

보자 보자 하니까, 못 하는 소리가 없네.


“저는 아직도 얼떨떨합니다.”


“그래, 처음엔 다들 그런 표정들이지. 하지만 이 맛을 잊지 못해서 결국엔 다시 접속한다니까. 내가 이미 말했지 않나. 일단 한번 해 보면 이해될 거라고.”


맛? 무슨 맛? 죽는 맛?


맛 좋은 게 얼마나 많은데, 죽는 맛을 즐기겠다고 다시 접속하는 놈들이 있다고?


그리고 이해가 돼?


그래. 틀린 말은 아니네.


생각해 보니, 이해가 되긴 됐어. 아주 절실하게!


여길 나가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에 갈 거야. 그리고 이쪽으론 오줌도 누지 않을 거야.


나는 접속기 껍데기를 쓴 생체실험용 체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현기증이 나는데.


이걸 다시 접속하겠다고 찾아오는 놈이 있다니.


세상엔 진짜 미친놈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나는 여기까지야.

나는 노말하고 노말하고 노말한 지극히 정상인 평범한 사람이니까.


서로 감정 상하고 분위기 험악해지기 전에 이쯤에서 아듀합시다.


“어르신, 화장실은 어디···.”


“아, 이런. 화장실 급할 텐데. 내 이야기만 늘어놨네. 이쪽으로 오게.”


대머리 노인을 따라 철문 밖으로 나갔다.


어우야, 겨우 벽 하나 차인데, 공기 맛이 달라지네.


쾌쾌한 지하 공기마저 이런데, 여길 탈출해 밖으로 나가면 진짜 공기 맛이 꿀맛일 듯.


600만 포인트짜리 꿀맛 공기는 어떤 맛일까나.

아~. 빨리 나가서 경험해 보고 싶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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