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행자의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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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21
그림/삽화
E-soul
작품등록일 :
2024.08.02 11:20
최근연재일 :
2024.08.28 11:10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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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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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9
글자수 :
121,980

작성
24.08.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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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글자
11쪽

타임 023. 생각보다 정상이라서 (삽화)

DUMMY

나만 빼고 촉박하게 돌아가던 시간이, 이젠 나까지 촉박해졌다.


“이게 그러니까, 뭐냐면은.”


“설명은 됐으니까, 빨리 시술부터 합시다. 시술하면서 설명하면 되지 않습니까.”


“그래. 그래.”


권 박사는 핀셋으로 상진의 눈을 까뒤집었다.


“으윽.”


권 박사는 까 뒤집은 상진 눈 사이로 주사 바늘을 찔러 넣었다.


“아악! 뭐···. 뭡니까. 아아악!”

상태창2.jpg

“미안하네. 마취하고 말고 할 시간이 없지 않나.”


“이거 굳이···. 억! 해야 하는... 크윽!”


“아파도 조금만 참게. 시신경에 생체 데이터를 로드할 수 있는 state(스테이트)를 연결해 놓아야 몸도 복구하고 상태를 확인 할 수 있으니까.”


"아아악! 누..눈! 내 눈!"


“오케이. 됐네. 자, 이제 균열 섹터를 이식할 차례네.”


눈꺼플을 잡고 있던 핀셋을 떼어내자 피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설마, 그것도 아픕니까?”


“어쩌겠나. 마취하고 기다리고 그럴 시간이 없으니 무조건 참게.”


“젠장.”


“위치나 결정하게. 어디에 박아 줄까? 다른 사람들처럼 허리?”


“그냥 궁금해서 그런데, 왜 다들 허리에 인벤을 박았답니까?”


“그거야 꺼내기 편해서 그렇지 않을까? 진아만 해도 칼을 꺼낼 때 허리에서 빼는 게 빠르다더라고. 뭘 그렇게 고민을 하나. 그냥 자네도 허리에 박자고.”


“아니. 아니요. 나는 팔목입니다.”


“팔목?”


권 박사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불편하지 않을까? 허리 쪽이면 넣고 빼는 게 자연스럽고 남들 눈에도 띄지 않고.”


“아니요. 팔목에 해주면 됩니다.”


“뭐, 알았네. 오른손?”


“왼손입니다.”


“자, 이거 물게.”


권 박사는 헝겊 뭉치를 상진 입에 가져다 댔다.


“이걸 물어야 할 정도로 아픕니까?”


“생살을 째야 하니까. 다른 사람들은 마취도 했었고, 또 허리 쪽은 살이 많아서 큰 부담이 없었지만, 자네는 팔목 아닌가. 혈관도 많고. 살도 없고 뼈도 바로 붙어 있고. 고통이 상당할 거야. 빨리 물게. 괜히 허세 부리다가 이 부러져.”


"사용법도 알려주셔야죠."


"이건 말 몇 마디로 설명하기가 애매해. 그러니 저쪽에 가서 배우게. 시간 없어."


"아니 그래도. 웁!"


권 박사는 상진이 입에 헝겊을 밀어 넣었다, 그리고 곧바로 메스를 들고 상진의 팔목 살을 쭉 잘라냈다.


그리고 특이하게 생긴 캡슐을 이리저리 찔러 넣는데, 그때마다 치밀어 오르는 고통 때문에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으으으으!(뭐 하는 겁니까?) 으으으으으!(빨리 좀 해요!)”


“나도 그러고 싶은데, 공간이 안 나와!”


권 박사는 ‘에잉!’하고 짜증을 내더니, 드릴을 가져와 팔목 뼈에 구멍을 냈다.


위이잉- 드르르르르륵!


“으아으아아악!”


“참아! 뼈에 박아 넣으면 살에 박는 것보다 더 튼튼하게 고정이 될 거야.”


권 박사는 구멍 난 뼈에 캡슐을 박아 넣었다.


“살점 좀 떨어져 나가도 균열 섹터가 망가질 일은 없겠네.”


“......”


정신이 혼미해서 대답도 안 나왔다.


“잘 참았네.”


권 박사는 대충 붕대를 감아 임시 지혈을 했다.


“으···.”


“꿰매는 거? 그냥 대충 넘어가세. 과거로 전이되면 전부 재구성되면서 멀쩡해질 테니까. 자, 이제 자네 신체 정보를 확인할 거니까 분광기 앞에 서게.”


침상에서 내려온 상진이 비틀비틀 걸음을 양자 분광기 쪽으로 발을 들이는데, 권 박사가 급히 상진의 어깨를 잡았다.


“왜···. 요.”


“옷은 벗어야지. 저쪽 세상에서 옷이랑 합체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옷이랑 합체라니. 벌레랑 합체하는 것만큼 끔찍할 일이다.


속옷까지 모두 벗고 다시 들어가려 하는데, 또다시 어깨를 잡혔다.


“붕대도 풀어야지! 붕대 인간으로 재조합되고 싶나?”


미치겠네. 이럴 거면 처음부터 붕대를 감지 말던가!

압박 붕대를 풀어내자, 팔목에서 피가 주르륵, 콸콸 흘러내렸다.


“총독부 놈들이 접속기를 발견했다는군. 30분 내로 모두 끝내 보세.”


이 상태로 30분?

저 세상 가기 전에 과다 출혈로 죽는 거 아냐?


다행히 분광기 작업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급히 다시 지혈을 하는데, 이번엔 전혀 예상치 못한 문제가 튀어나왔다.


“군에서 다친 부분을 금속으로 보강했다고? 어디 한 번 보세. 응? 이게 뭐야. 여기서 라디듐이 왜 나와.”


권 박사의 말에 상진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라디듐이 뭡니까?”


“뭐라는 건가? 자기 몸속에 뭐가 들어있는지도 모른다고?”


“그냥, 여기저기 부러지고 잘려 나간 부분을 보철 작업했다는 말만 들었습니다만.”


“미치겠군. 갈비뼈에다가 정강이, 어깨, 어쭈 머리뼈에도?”


“보철로 사용했다는 라디듐이 뭐냔 말입니다.”


권 박사는 시공간 접속기를 가리켰다.


“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효과가 있어서 접속기 뇌파 조절용으로 일부 사용하곤 하네. 사용처가 많은 금속이 아니기도 하고 우리 세상에선 나오지 않는 금속이라 유통되는 양도 적고 구하기가 힘든 금속이네.”


“우리 세상에서 나오지 않아요?”


“그래. 이거 운석에서 추출되는 성분이야.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라디듐 합금을 보철물로 쓴 건가. 합금이라도 이 정도 양이면 3억 포인트는 들어갔겠네.”


젠장, 3억은커녕, 백만 포인트도 없어서 빌빌거리는 인생인데. 내가 무슨 수로 라디듐인가 하는 금속을 3억 포인트나 주고 내 몸에 박아 넣는단 말인가.


“정보가 잘못된 거 아닙니까? 내가 무슨 돈이 있다고 라디듐인가 하는 그걸 몸에 박아 넣습니까.”


“내 말이 그 말일세. 그런데 이거 어디서 수술을 한 건가? 일반 병원에선 아예 다루지도 않는 금속인데.”


“그거야 당연히 군 병원에서.”


“이상하네.”


왠지 다음에 나올 말이 꽤 비극적일 듯싶다.


권주일은 머리를 쓸어 올리며 말을 이었다.


“이거 사람에겐 그다지 이로운 금속이 아니거든.”


“이롭지 않다는 말은···.”


“무기력증이 나타날 수도 있고. 때로는 우울증이나 조현병 현상을 일으키는 일도 있어서. 그래서 사람에겐 쓰질 않아.”


“네?”


“이거 아무래도 착각을 한 것 같네.”


“착각이요?”


“그래. 치료를 위해 사용했다면, 라디듐이 아니라 라리륨을 써야 하거든. 그건 신체 복원력을 높여주고 심신을 안정시키니까. 담당의가 엄청난 돌파리였거나, 라디듐이 뭔지도 모르는 얼간이었을 가능성이 높군."


"허!"


"이런 일이 처음 있는 것도 아니고, 딱히 새삼스러울 것도 없네. 군 병원에서 물품 빼돌리는 게 하루 이틀인가? 의료용 라리륨은 내다 팔아버리고 군 창고에서 대충 비슷한 걸 찾아다가 땜빵해 버린 것일 수도 있네."


"....."


"왜? 내 말이 틀린 것 같나? 그게 아니라면 3억이 넘는 물건을 포인트 청구도 없이 자네 몸에 박아 넣을 이유가 없지 않나."


“.....”


“그런데, 자네 밖에서 잘 지낸 거 맞나? 이정도 양이면···.”


이 박사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다시 말을 이었다.


“피로감도 높았을 거고 판단력도 흐릿해지고, 결정 장애가 생겨서 갈팡질팡하면서 지냈을 거 같은데. 때때로 멍한 느낌도 있었을 거고. 일상 생활이 꽤 힘들었을텐데.”


권 박사 말대로다. 제대 후 몸 상태도 엉망이고 하루하루 피로감 때문에 만사가 귀찮았으니까.


그런데, 이게 다 라디늄인가 뭔가 때문이었다고?


“그런데 이건 이것대로 또 이상하네.”


“뭐가 말입니까.”


“자네 말이야. 생각보다 정상이라서.”


아니요. 정상이라뇨.

영감님이 말한 그 증상들. 그거 내가 몸에 주렁주렁 달고 살았는데!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권 박사 말대로 확실히 이상하긴 했다.


머리가 돌아가지 않아 멍한 느낌이 일상인데, 여기 와선 그런 느낌이 꽤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유가 뭐지?


밖과 달리 여기 와서 딱히 머리가 돌아갈 일이.


설마, 그거 몇 번 접속했다고?


“일단 데이터는 모두 정리됐네. 마음 같아선 병원에 가서 정밀 진단이라도 받아 보라고 하고 싶은데, 우리가 또 그럴 상황은 아니지 않나. 가서 마무리하세. 다들 너무 오래 기다렸어.”


"우리가 떠나고 나면, 영감님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이 나이 먹도록 꼼수 하나 만들어 놓지 못했을까 봐? 남 걱정하지 말고 자네 걱정이나 해."


꼼수 운운하며 걱정하지 말라고 말은 했지만, 딱 봐도. 여기까지다.


더 물어 본다고 뾰족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괜히 분위기만 이상해질까 싶어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권 박사 손에 끌려 수조처럼 생긴 탱크에 들어가자 연구원들은 기다렸다는 듯 작업을 시작했다.

수조2.jpg

“잠시 정신을 잃을 거야. 양자 단위로 분해가 되면. 그냥 정보만 남을 뿐, 인간으로서 효용은 전무한 상태가 되니. 다시 정신을 차리는 건 저쪽 세상일 테니. 이게 마지막 인사가 되겠군.”


권 박사는 그 말을 끝으로 연구원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상 번호 7번. 양자 데이터 추출 시작합니다!”


연구원들이 장치를 작동 시키자, 수조 내부에 엄청난 빛이 쏟아졌다.

양자이동.jpg

"양자 데이터 추출 안정적으로 진행됩니다."


"96, 97, 99...."


"100퍼센트! 데이터 추출 완료!"


그때 꽝! 소리와 함께 바닥이 흔들렸다.


놈들이 엘리베이터를 작동시키자, 케이블이 끊어지며 추락을 한 모양이다.


“시간이 얼마 없네. 위치 데이터도 빨리 입력하게!”


연구원은 다급한 표정으로 콘솔을 두들겼지만, 작업을 마치기도 전에 폭음과 괴성, 비명이 흘러들었다.


권 박사와 이 박사는 깜짝 놀란 표정이 됐다.


“설마, 비간까지 들어 온 건가?”


바깥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사태가 심각해 보였다.


“젠장, 어디까지 됐나?”


“1번 좌표는 방금 고정됐습니다!”


"빈 터 맞지?"


"네. 카피된 공간에서 재확인했습니다."


“나머지도 빨리, 빨리!”


권 박사가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는데, 치이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전송실 입구 철문이 불꽃을 뿜었다.


플라스마 절단기다.


“안돼···. 너무 빨라!”


엘리베이터가 추락하면 추가로 시간을 벌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뭔가 일이 틀어진 모양이다.


“다른 데이터 좌표는?”


“아직입니다.”


“지금 당장 보내야 해!”


“네? 한 곳에 떨어트리면 시간선이 엄청나게 흉포해질 텐데요. 서로 최대한 떨어트려서 보내야지 않습니까.”


꽈드득! 치이이익!


전송실 입구가 반쯤 찢겨나가며 놈들이 내부를 들여다봤다.


“안타깝게도 그럴 여유가 없군. 총독부 사냥개들이 입구까지 진입했네. 자칫하면 전송 자체도 못 하게 될 거야. 1번 좌표값에 나머지도 고정하게.”


“아.... 젠장.”


연구원은 입술을 꽉 깨물더니, 시간 여행팀의 명복과 건투를 빌었다.


"좌표 고정 됐습니다."


"전송 시작해!"


"전송 시작합니다!"


연구원이 버튼을 누르자, 균열 접속이 시작되며 양자 데이터가 시공을 넘어가기 시작했다.


전송 그래프가 쭉 치솟으며 완료 메시지가 뜨는 순간, 철문이 꽈드득 찢겨나가며 입구가 완전히 열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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