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행자의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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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21
그림/삽화
E-soul
작품등록일 :
2024.08.02 11:20
최근연재일 :
2024.08.28 11:10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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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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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1,980

작성
24.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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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3
추천
71
글자
10쪽

타임 024. 2%가 부족할 때 (삽화)

DUMMY

권주일과 이영환 그리고 연구원들은 최후를 직감한 듯 착잡한 표정이 됐다.


권주일이 자폭 코드를 입력하고 스위치 박스에 열쇠를 꽂는데, 뭔가 분위기가 이상했다.


전송실 안으로 들어온 자가 연구팀 쪽이 아니라, 자신이 거쳐온 공간을 노려보며 고함을 질렀기 때문이다.


“막아! 뭐든 가져다 다시 붙이라고!”


남자의 지시에 함께 들어온 전투복 차림의 요원들이 급하게 뛰어다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꽝! 하는 소리와 함께 이어 붙이던 문이 찢겨나갔다.


“아악!”


봉쇄 작업을 하던 총독부 요원들이 비명을 지르며 튕겨 나갔다.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입구 쪽을 바라보는데, 찢어진 철문 사이로 흉측한 뭔가가 어른거렸다.


“저···. 저게 뭐야.”


인간 형태를 완전히 벗어난,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형태의 비간이었다.


이영환 박사가 기겁한 표정을 지으며, 총독부 지휘관으로 보이는 자를 잡아챘다.


“저거 뭐냐고!”


“초인 감염자.... 놈이 다 잡아 먹었다. 비간은 물론이고 부대원들까지. 모두!”


영환은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단숨에 눈치를 챘다.


“미친!”


일반 감염자도 비간이 되고나면 인간의 몇 배에 달하는 힘을 낸다. 그런데 그냥 일반인도 아니고 초인이 감염됐다고?


총독부 지휘관이 한 마디 덧붙였다.


“빌어먹을! 재수가 없으려니까. 하필이면 마인드 컨트롤러가 감염됐다. 눈을 마주치면 그걸로 끝이야. 멍청하게 서 있다가 잡아 먹힌다고."


마인드 컨트롤러?!


"여기 나가는 길이 어디지? 여기서 미적거릴 때가 아니니 당장 길을...”


이 새끼 봐라, 이 상황을 만들어 놓고 도망을 치겠다고?

나갈 구멍? 그딴 거 있어도 없다!


“권 박사. 입구 보지 마! 그냥, 자폭! 자폭 장치 눌러!”


이영환 박사가 다급한 표정으로 소리를 질렀지만, 권주일은 물론이고 불안한 눈빛으로 입구를 보고 있던 연구원들까지. 멍한 눈빛으로 허공만 바라봤다.


“망할!”


이영환은 급히 눈을 가리고 자폭 장치로 달려갔다.

저 괴물을 이대로 뒀다간 117 돔 뿐 아니라 다른 돔까지 지옥이 펼쳐질 것이다.


전송실 안으로 파고들던 괴물은 영환을 발견하고 촉수를 뻗었다.


날아든 촉수는 총독부 지휘관의 등을 뚫고 이영환의 허리까지 파고 들었다.


"악!"


옆구리를 파고든 촉수가 이영환의 몸을 좌우로 흔들자, 살이 길게 찢어지며 핏물이 솟구쳤다.


"아아악!"


콘솔 장치 옆에 떨어져 내린 이영환은 자폭 버튼 쪽으로 사력을 다해 기어 갔다.


놈은 재차 촉수를 날렸지만, 거리가 닿지 않자, 본격적으로 문을 부수더니 전송실 안으로 흉측한 몸체를 밀어 넣었다.


거칠게 숨을 몰아쉬던 이영환은 남은 힘을 다해 자폭 버튼을 내리쳤다.


우우우우우웅!


시공간 전송기에 과부하가 걸리자, 전송실 전체가 부르르 떨림을 일으켰다.


전송기에서 점차 강한 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전송실 내부를 가득 채웠다.


웅웅웅!


임계점을 넘어선 전송기가 눈이 멀 듯 맹렬한 빛을 뿜어냈다.


번쩍!


지하 벙커를 단숨에 녹여버린 빛줄기는 지상을 뚫고 건물을 가루로 만들더니, 스카이 돔까지 치고 올라 천장 구조물을 날려버렸다.



*



2020년 대한민국.


공단 외곽 폐쇄된 공장 내부에 작은 스파크가 튀어 올랐다.


점멸하듯 깜빡이는 푸른 점 일곱 개가 나타나더니, 순식간에 크기를 키웠다.

차원스피어2.jpg

푸른 구체 내부에 흐릿한 그림자가 생겨나더니, 조금씩 형체를 키우기 시작했다.


수조에 들어간 뒤, 의식을 잃었던 상진은 조금씩 정신이 들기 시작했다.


입 밖으로 소리를 내려 했지만, 마치 의식만 있고 몸은 없는 듯 아무런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때 특이한 현상이 펼쳐졌다.


# 설치 환경이 준비되었습니다. 원본 데이터를 다운로드합니다.

# 설치 프로그램을 시작합니다.


설치 프로그램? 이게 무슨 소리야....


아! 생체 데이터를 로드할 수 있는 스테이트(state)를 이식한다는 게 이걸 말하는 거였나?


# ...... 28%


퍼센트지가 올라갈수록 몸에 감각이 돌기 시작했고, 50%를 넘기자 의식적 이미지가 아닌 육체적 시력이 돌아왔다.


‘여긴... 전자기 배리어 속이구나.’


신체 복구 과정에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장치.


상진은 시선을 돌려 배리어 내부를 확인했다.


‘억!’


핏줄과 장기가 그대로 드러난 몸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아니 뜨려고 했는데, 아직 눈꺼풀이 만들어지지 않아 그냥 있는 그대로 모든 게 눈에 들어왔다.


# ......................... 75%


75%를 넘기자, 근육이 생성되고 말단까지 신경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몸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게 되니 기분이 굉장히 이상했다.


하지만, 아직 표피가 없어 몸이 온통 빨갛게 보였다.


다행히 큰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고 약간 따끔거리는 느낌만 전해졌다.


그때 퍼센트 표시 앞으로 경고 메시지가 떴다.


# ............................. 98%

# 설치 중 오류가 발견되었습니다. 프로그램을 취소하시겠습니까.


‘뭐?’


# 설치를 취소하면 초기화하고 처음부터 다시 설치를 시작합니다.


‘잠깐만. 이게 지금 무슨 소리지?’


육체를 복구하는데, 오류가 생겼다니!


‘빌어먹을. 뭘 하기도 전에 도착과 함께 아웃이냐?’


# 오류를 무시하고 계속 설치하겠습니까?


‘미치겠네. 이런 상황엔 뭘 어떻게 해야....’


상진은 자신의 몸을 내려다봤다.


여전히 표피가 덮히지 않아, 근육과 혈관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오류를 무시하고 계속 진행하면... 핏덩이 상태로 완료되는 건가? 아니면, 무시된 부분은 제외하고 완성이 되는 건가?’


왜 이런 메시지가 뜨는 거냐고!

빌어먹을. 좀 알아듣게 이야기를 해 주던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머뭇거리는데, 추가 메시지가 떴다.


# 재설치합니다.


‘아니! 아직 선택 안 했다고! 야! 어어... 어!’


만들어지다 만 육체가 거꾸로 되감기며 소멸되기 시작했다.


‘뭐 이런... 개 같은...’


사라졌던 의식이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처음 봤던 메시지가 다시 나타났다.


# 설치 프로그램을 시작합니다.


퍼센트지가 올라가고 다시 아까 그 상태에 도달했다.


# ............................. 98%

# 설치 중 오류가 발견되었습니다. 프로그램을 취소하시겠습니까.

# 설치를 취소하면 초기화하고 처음부터 다시 설치를 시작합니다.


‘아니 왜!’


# 오류를 무시하고 계속 설치하겠습니까?


‘어쩌지? 무시하고 그냥 설치를 완료해? 아니, 그러다가 진짜 핏덩이 상태로 배리어가 해제되면? 아니야. 그건 너무 위험해.’


여긴 카피된 세상이 아니라, 오리지널 세계다.

여기서 죽으면 접속기에서 깨어나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그냥 끝이다.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다시 시간이 흐르자, 이번에도 자동으로 재설치가 시작했다.


구성된 몸이 사라지고 의식이 사라지고, 다시 정신을 차렸다.


# 설치 프로그램을 시작합니다.

# ............................. 98%

# 설치 중 오류가 발견되었습니다. 프로그램을 취소하시겠습니까.


‘돌아버리겠네!’


이번에도 이대로 시간이 흐른다면 또 재설치를 시작할 것이다.


‘망할, 이러다가 영원히 몸만 만들다 끝나는 거 아냐?’


이건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영원히 고통 받는 무간지옥이다.


# 오류를 무시하고 계속 설치하겠습니까?


‘젠장. 그냥 설치해 버려?’


# 오류를 무시하고 계속 설치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계속 하시겠습니까?


‘.......’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망설이는데, 이번엔 자동 재설치가 아니라, '그래도 계속 설치'로 넘어가 버렸다.


'아.. 안돼!'


아직 선택을 하지 않았다고 외쳤지만, 설치 프로그램은 알게 뭐냐는 듯 다음 단계로 진입했다.


표피가 생겨나며 핏덩이 같은 모습은 사라졌다. 그런데 다시 문제가 발생했다.


# .................................. 98.1%

# .................................. 98.11%

# .................................. 98.111%


'이건 또 뭐냐...'


# .................................. 98.1111%

# .................................. 98.11111%

# .................................. 98.111111%


‘미치겠네. 무시하고 설치하기로 했으면 어떻게든 끝까지 가야지!'


무한대로 계속 늘어나던 소수점이 어느 순간 딱 멈춰 섰다.


# 심각한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프로그램의 안정을 위해 복구 시점을 저장합니다.


‘복구 시점? 설마, 몸을 여기까지만 만들겠다고? 이게 다 무슨 소리야!’


# 복구 시점이 저장되었습니다. 잠시 후, 설치가 마무리됩니다.


추가 메시지가 뜨고 다시 설치 환경으로 돌아가더니, 소수점 단위로 늘어나던 퍼센트지가 순식간에 완료가 됐다.


# 임시 파일로 오류를 대체합니다.

# .................................. 100%

# 설치를 완료했습니다. 균열과 분리되었습니다. 배리어를 해제합니다.


‘뭐가 완료라는 거냐! 2%나 부족하잖아!’


몸을 보호하고 있던 배리어가 사라지자, 복구된 신체가 바닥에 툭 떨어졌다.


작가의말

주말 잘 보내세요.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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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타임 025. 롤백(roll back) +7 24.08.25 973 70 8쪽
» 타임 024. 2%가 부족할 때 (삽화) +11 24.08.23 1,164 71 10쪽
23 타임 023. 생각보다 정상이라서 (삽화) +8 24.08.22 1,250 7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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