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행자의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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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21
그림/삽화
E-soul
작품등록일 :
2024.08.02 11:20
최근연재일 :
2024.08.28 11:10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68,952
추천수 :
2,539
글자수 :
121,980

작성
24.08.16 06:00
조회
1,873
추천
70
글자
8쪽

타임 016. 머리도 잘 쓰는 남자

DUMMY

이서연은 정국영 박사가 어떤 일을 해냈는지, 설명을 시작했다.


시공간 간섭 이론 정립.

시공간 균열을 발견하고 자신의 이론을 증명.

균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관찰경 개발.


“관찰경? 시간과 공간이 다른 무언가를 들여다 볼 수 있게 됐다는 말인가?”


혼자 중얼거린 말이었지만, 다른 사람들 귀에도 충분히 들릴 만큼의 소리였던 모양이다.


이서연이 잠시 발표를 멈추자, 사람들 시선이 상진에게 몰렸다.


“아, 미안. 계속 이야기해. 그냥 혼잣말이니까.”


“아니요. 궁금하면 물어봐야죠. 그저 히스토리나 나열하려고 만든 자리는 아니니까.”


나름 공적인 자리라 생각했는지 상진과 달리 이서연은 존칭을 사용했다.


“흠. 그래?”


“궁금한 점이 뭡니까?”


“시공간이라고 표현했는데, 이게 모호해서.”


“어떤 점이 모호하다는 건지?”


“시공간 틈새. 아, 여기선 그쪽 말대로 균열이라고 하자. 아무튼, 균열 사이로 보이는 다른 시점의 시간, 공간 개념이.”


상진은 손가락을 빙빙 돌리며 말을 이었다.


“우리가 사는 세계와 완전히 다른 세계를 말하는 건지. 아니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과거 또는 미래를 들여다보는 건지. 그게 궁금해서.”


이서연은 상진의 질문에 미세하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시간이 흘렀음에도 변함이 없네.’


상진은 과거에도 그랬다.


그저 임무 지시를 받듯 그저 묵묵히 듣고 있는 다른 군인들과 달리, 의문이 들면 해소가 될 때까지 질문을 했고. 그 질문 속에서 어떻게든 답을 찾아냈다.


그리고 그가 찾아낸 답은 패배가 확실시되는 작전마저 성공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서연은 내심 흡족한 마음이 들었지만, 겉으론 티를 내지 않고 질문에 답을 했다.


“맞습니다. 균열 속 시공간은 다른 세상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 또는 과거였습니다.”


상진은 별로 놀랍지도 않다는 듯, ‘역시 그런 거였나’ 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함께 앉아 있던 군바리 후보들은 꽤 놀란 얼굴이다.


표정을 살펴보니, ‘그걸 단번에 알아차렸다고?’라던가. 아니면 ‘뭐야, 이게 그런 거였어?’ 등의 감정이 복합적으로 느껴졌다.


이서연이 다시 말을 이었다.


“정국영 박사는 이에 멈추지 않고 계속 연구를 이어 나갔고 균열 내부에 접속, 과거 시점의 한 단락을 카피하는 데 성공합니다.”


카피(copy)?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설마, 시공간을 복사해 냈다는 말인가?


“저기···.”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다시 손을 들었다.


이서연은 얼마든지 물어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뭐냐. 관찰경으로 미래 또는 과거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고 하는데. 사실 이게 말이 되나 싶기도 하지만, 일단 그걸 성공했다고 하니까.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상진은 숙이고 있던 몸을 바로 세우며 말을 이었다.


“그게 사실이라면. 이미 그것만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았을 것 같은데···.”


“우리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관찰경을 통해 미래를 바라보고 앞으로 일어날 상황을 대비한다. 비간들의 습격 일시를 정확하게 알 수도 있을 것이고, 사건 사고를 사전에 확인해 대비할 수 있으니까요.”


“내 말이.”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흠. 미래 정보의 불확실성. 뭐 이런 거? 아, 그 뿐이 아니겠군. 정확한 미래, 과거를 꼬집듯이 들여다볼 수 있다면 어떻게든 대응할 수 있었겠지만. 균열을 들여다볼 수는 있어도 관찰자가 원하는 특정 시간, 공간만 들여다보는 건 꽤 어려웠나 봐?”


상진의 말에 권주일 박사와 이영환 박사가 ‘오오’ 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저 나열된 정보만으로 어떻게 정보 불확실성이라는 결론을 어떻게 유출해 냈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이서연은 정진아를 보며 ‘어때. 내 말이 맞지?’ 하는 눈빛을 날렸고, 정진아는 ‘아. 네···.’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육체적 능력은 잃어버렸지만, 그가 프로젝트에 합류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이득이라는 이서연의 말이 단번에 이해가 된 것이다.


‘도끼만 잘 쓰는 게 아니라, 머리도 잘 쓰는 남자였구나.’


정진아가 한상진에게 느낀 첫인상은···.


뭐랄까.


멀쩡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진지함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는 태도에다가 고생 없이 그저 돈이나 만졌으면 하는 그저 그런 흔해 빠진 하류 타입의 인생이었다.


“한상진 씨 말이 맞습니다. 미래 정보는 일견 정해진 듯 보이면서도 완벽히 가변적이었으니까요.”


“작은 행동 하나에도 큰 문제를 일으킨다. 나비 효과군.”


상진이 나비 효과를 들먹이자, 권주일 박사가 평생에 동지라도 만난 것처럼 활짝 웃는 얼굴이 됐다.


이영환 박사도 상진의 답변이 반가웠는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상진 군 말이 맞네. 나비 효과. 또는 카오스 이론이라고 부르기도 하지.”


이영환 박사 말에 상진과 권주일 박사가 동시에 같은 말을 뱉었다.


“The Butterfly Effect(나비효과-2004).”


“The Butterfly Effect(나비효과-2004).”


상진과 권주일 박사는 서로 통하는 게 있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맞췄다.


‘일주일간 물만 먹다가 죽을 뻔했는데, 이 정도는 기본이죠.’


‘자네처럼 나도 딱 그렇게 아사할뻔했지. 고대 유물에 담긴 정보는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으니까.’


이서연은 톡톡 탁자를 두들겨 시선을 끌어모았다.


“가변적 미래 정보. 이것만이 문제였다면 우리가 이곳에 모일 일은 없었을 겁니다. 그저 참고 사항 정도로만 생각하고 그에 맞춰 움직이면 그만이니까요.”


“그런데 그게 아닌 정보도 있었지?”


이번에도 상진이 질문을 던졌다.


“네. 가변적이지만, 가까운 미래는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는 변수를 포함하고 있었지만.”


“먼 미래의 정보는 변수를 무시하는 확정적 결과만 기다리고 있었나 보군. 흠. 어디 보자, 나비 효과를 무시할 만큼 확정적 결과라면···. 멸망 쪽인가??”


“.....”


“그것도 원인에 따른 결과가 아닌, 나비 효과를 벗어난 것을 보면.”


상진을 손가락으로 천장을 가리켰다.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자잘한 변수 따위는 완전히 무시해 버릴 수 있는 확정된 미래라면. 아마도 하늘이 문제겠군.”


이서연은 짧게 신음을 흘리더니 상진에게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그런 결론을 낸 건지 들어볼 수 있겠습니까?”


“네가 말했잖아. 스카이 돔의 현 상황에 관해 이야기하겠다고.”


이서연은 짧게 ‘아!’ 하는 소리를 냈다.


설명을 시작하기 전에 자신이 서두로 꺼낸 말이 기억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해가 안 되긴 마찬가지였다.


그 말을 상진 혼자만 들은 것도 아니고, 다른 후보들도 모두 함께 들었는데. 오직 상진만이 ‘멸망’이라는 결론을, 답을 확신하고 있었다.


균열 속 시공간이 미래와 과거라는 점.

정보를 활용하고자 해도 나비 효과, 카오스 이론에 따라 변동이 발생한다는 점.

확정적 미래. 변수에 영향을 받지 않는 가혹한 결과가 정해져 있고. 그것이 지상이 아닌 하늘에서 시작된다는 것까지.


정진아 뿐 아니라, 다른 후보들 역시 처음과는 완전히 다른 눈빛으로 상진을 바라봤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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