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행자의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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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21
그림/삽화
E-soul
작품등록일 :
2024.08.02 11:20
최근연재일 :
2024.08.28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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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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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타임 019. 왜 하필 오늘이냐고!

DUMMY

게임도 아닌 게 게임인척했는데, 게임에서나 가능한 인벤토리를 현실에 만들어버렸다니. 이건 다른 의미에서 어마어마하네.


아니지. 애초에 시간 여행 운운하는 것부터 이미 현실 붕괴 상태로군.


“그럼···. 그 균열 속 섹터. 그냥 지금부터는 인벤토리로 부릅시다. 다른 말은 어려워서.”


“그럼. 뭐라 부르든 상관없네. 쓰기 편하면 그만이니까.”


“인벤토리에 물질을 담아 보관할 수 있게 됐다는 그런 의미 입니까?”


“아, 그건 아니고.”


뭐라는 거야. 방금 허공에서 칼을 뽑아 휘둘렀잖소!


“진아가 빼 든 검도 일종의 데이터네. 그러니까,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어지럽다. 누가 알아듣기 쉽게 설명 좀 해주면 안 되나? 내가 왜 이런 이론적인 것까지 다 들어야 하냐고.


상진의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정진아가 나섰다.


“균열을 지나 다른 시공간에 들어가는 건. 우리가 육체를 가지고 넘어가는 게 아니에요.”


“.....”


내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권 박사가 나섰다.


“물론, 육체를 가지고 갈 수도 있네만, 균열 자체를 통과하지 못해 소멸해 버리거나, 만에 하나 정말 운 좋게 통과를 했다 해도 도착과 동시에 소멸해 버릴 거야. 총량의 법칙에 어긋나거든.”


“총량의 법칙은 또 뭡니까?”


“그러니까. 아, 혹시, 질량은 변치 않는다는 말 들어봤나?”


“대충···. 그런 것도 같고.”


“여기 그릇이 있다고 치세.”


“네.”


“이 안에 물이 가득 차 있는데 여기에 물을 추가하면 어떻게 되겠나."


"넘치겠죠?"


"그래. 미세한 질량 증가만으로도 물은 넘치는 거네.”


"....."


“그러니까. 인간의 육체는 탄소와 유기물로 이뤄져 있지 않나. 그리고 그 만큼 질량을 가지고 있고. 그런데 이걸 가지고 저쪽에 넘어가면, 그릇에 넘치는 물처럼. 저쪽 세상의 총량에 변화가 생기는 거네. 멀쩡히 완벽하게 유지되고 있던 세상이 그 작은 차이로 망가져 버릴 수도 있다는 말이지.”


이동하는 것 만으로 반대편 세상을 날려 버리다니.

시간 여행이 아니라, 그냥 차원 폭탄을 날리는 거였나?


“아, 그런 표정을 지을 건 없네. 진짜로 망한다는 건 아니고. 총량을 보전하기 위해 애초에 접근 자체를 불허 할 테니까. 그런데 그렇게 되면 균열 사이에 갇혀서 영영 미아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아, 이걸 어떻게 설명하지?”


권 박사가 난감한 표정을 짓자, 이서연이 나섰다.


“양자 데이터는 총량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질량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저쪽 세상에 넘어가도 문제가 없어. 수치화된 육체 정보를 그렇게 넘기고. 재조합은 저쪽 세상에 있는 재료를 이용해 몸을 새롭게 구축하는 거야.”


“아···. 그래? 그러니까, 지금 내 몸이 아니라, 내 몸의 정보를 기반으로 새로운 육체를 가지게 된다는 뭐 이런 이야기인가?”


"대충 그런 셈이지. 자세히 설명을 하자면..."


"아니. 대충 그런 셈 치자."


여기서 계속 듣는다고 내가 이 따위 걸 이해 할 리가 없잖아.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이쯤에서 넘어가자고.


궁금증을 보여봤자, 더 알아듣기 어려운 말로 점철될 가능성이 농후했다.


“그럼, 후드티가 꺼낸 검도.”


“맞아. 균열 사이에 검에 대한 데이터를 넣어 둔 거야. 그걸 밖으로 꺼내는 순간, 현실의 물질을 조합해 입력된 데이터대로 사물을 조합하는 거지. 반대로 검을 사라지게 한 것도 조합된 사물을 데이터 상태로 되돌린 거고.”


“어···. 그래. 대충 요약하자면, 저쪽 세상에 맨몸으로 넘어가는 건 기존과 같은데, 카피 된 세상과 달리 인벤토리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정도로 이해하면 되는 건가?”


“그렇지.”


“이론적인 건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다고 치자고. 그래서 저쪽 세상에 가서 뭘 하려는 건데?”


“쇼크웨이브를 막는 게 목적이야.”


과거를 바꿔, 현재를 바꾸겠다는 게. 그날을 막는 거였어?


“그게 언제, 어떻게 일어났는지는 알고는 있고?”


“아니, 몰라.”


뭐라는 거야!

문제를 알지도 못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이걸 용감하다고 해야 하는 거야, 아니면 무식하다고 해야 하는 거야?


어지간하면 모르는 척 해 버리고 싶은데, 한 마디 안 할 수가 없다.


“너도 고대 문명이 하루아침에 무너졌다는 건 알고 있지?”


“.....”


“우리완 비교도 되지 않을 고도화된 문명이 눈 깜짝할 새 사라졌는데, 그걸 우리 몇이 넘어가서 막겠다고?”


“.....”


“시간선이 툭하면 죽이려 드는 그 세상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는 것도 될지 말지 모르는 판국인데, 그 와중에 세상의 멸망까지 막겠다고?”


“.....”


"좋아. 정말 운이 넘치도록 좋아서. 막아냈다고 하자. 그럼 이 세상은 어떻게 되는 건데?"


"달라지겠지. 새로운 역사가 써질 테니까."


이서연은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 했지만, 상진이 보기엔 어림도 없는 이야기였다.


"바뀐 세상이 지금보다 더 엿 같은 세상이 될 가능은 1%도 없는 거고?"


"....."


이것 봐. 대답 못할 줄 알았다.


고대 자료만 봐도 시간을 건드린 작자들의 최후는 비참 그 자체였다.

건드리면 건드릴 수록 감당할 수 없는 미래를 맞이할 뿐.


물론, 개인적인 미래를 바꾸는 게 아니라, 목표한 대로 쇼크웨이브를 막고 세상을 구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시간선 자체가 틀어져 버리기 때문에 최소 지금보단 나은 세상이 될 것 같기는 한데.


아니, 이건 아니야.


가능성 희박한 미지수에 기대서 운빨 터지기만 바라야 하는데, 이게 되겠어?


“자살 여행은 너희들끼리 해라. 난 여기서 대충대충 살다가 대충대충 20년 뒤에 죽을 테니까.”


“상진 씨. 그러지 말고.”


이서연이 상진을 잡으려는데, 삐비비빗- 삐비비빗! 타이머 종료 알림이 떴다.


“어이쿠,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어디 가서 미주알고주알 떠들고 다니진 않을게.”


“진짜 간다고?”


“그럼? 가짜로 가냐?”


상진은 더 이상 볼일 없다는 듯 회의실을 나가버렸다.



*



계단을 타고 올라가 막 건물을 벗어나려는데, 사이렌이 맹렬하게 울려 퍼졌다.


-스카이 돔 117지구 주민 여러분! 긴급 상황입니다. 비간 무리가 경계를 뚫고 돔 내부로 침입했습니다. 다시 한번 알려드립니다. 비간 무리가 경계를 뚫고···.


다급한 목소리로 경고 방송이 울려 퍼지는데, 이게 장난이 아니라는 듯, 곳곳에서 비명이 터지기 시작했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인간이라고 부를 수 없는 존재들.


쇼크웨이브에 가장 근접한 사건 아닐까 생각해 몇 번이고 돌려봤던 28일, 28주가 떠올랐다.


고대엔 저걸 보고 우리가 쓰는 용어 '비간'이 아닌 ‘좀비’라고 칭했던가.


"젠장. 경계 근무를 어떻게 섰길래!"


인간의 살을 파 먹고, 파 먹힌 인간을 다시 비간으로 만들어버리는 괴물들이 도시 곳곳을 뛰어다니며 피의 파티를 벌이기 시작했다.


유물 자료 28일, 28주에 나오는 1형 비간들 사이로 2형 비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1형보다 두 배는 거대한 덩치, 강력한 표피를 지닌 괴물 놈들이 건물을 들이받으며 거칠게 질주를 시작하자, 거점 포인트를 방어하고 있던 자경대가 순식간에 갈려 버렸다.


칼질이 통하는 1형과 달리 2형은 둔기, 도끼는 기본으로 장착해야 조금이나마 데미지를 먹일 수 있고 제대로 상대하려면 에어 캐논 정도는 동원해야 한다.


“빌어먹을···.”


밖으로 나가지도 벙커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주변을 살피는데, 다시 방송이 울려 퍼졌다.


-총독부 산하, 특수 타격팀이 비간 제거를 위해 긴급 투입됐다는 소식입니다···.


“총독부 산하, 특수 타격팀?”


처음 들어보는 부서다.

아니, 그런 부서가 있다 치더라도 117지구 스카이 돔은 중심부에서 벗어난 외곽 지역에 있다.


평소 지원 병력을 요청해도 돔 지구별로 알아서 해결하라는 말만 반복하던 총독부가 지원 병력을 그것도 특수 타격팀을 보내왔다니.


똥을 약으로 쓴다는 말보다 현실성 없는 말이다.


“총독부 놈들이 갑자기 머리가 이상해져서 지원을 결정했다고 해도, 거리상으로 이렇게 빨리 병력을 보낼 수가 없잖아.”


믿기지 않는 상황에 의구심이 스멀스멀 피어나는데, 타이밍 기가 막히게 총독부 특수전 차량이 RS 건물 쪽으로 달려오는 게 눈에 보였다.


“하, 제기랄. 이거였냐. 미친 새끼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민간 지구에 비간을 처 넣어?”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멈춰 선 특수전 차량에서 전신 전투복을 입은 서른 남짓의 병력이 모습을 드러냈다.


“서른쯤이라. 정말 재수 없는 숫자네.”


이서연의 설명을 듣지 못했다면, 어서 도와 달라고 손을 흔들었겠지만, 딱 봐도 뭐 하는 놈들인지 감이 잡힌다.


접속기로 양성했다는 총독부 산하 초인 부대가 분명했다.


경계 근무 가는 날이 비간 터지는 날이라더니, 하필이면 오늘이냐고.


그때 지하 입구에 설치된 인터폰에서 이서연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한상진 뭐 하는 거야! 빨리 안으로 들어와!


“젠장!”


발을 돌려 계단을 타고 내려가는데, 지하 입구가 덜컹 흔들리며 육중한 철문을 내려왔다.


계단을 타고 층을 내려 갈 때마다 연달아 철문이 내려 왔고, 통로 중간엔 방화벽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하로 통하는 입구를 완전히 차단해 버린 것이다.


아듀, 이서연을 외치며 떠난 지, 10분 만에 지하 벙커로 돌아온 상진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이서연을 바라봤다.


"아무래도, 우리가 모일 때를 노리고 있었던 것 같아."


당연한 소리하고 앉아 있네!


기분이 찝찝한 게, 이럴 거 같아서 내가 1분이라도 빨리 튀려고 한 건데.

네가 자꾸 타임 스톱 시키는 바람에 이 꼴 난 거잖아!


"내가 말 했지! 총독부가 바보도 아니고. 당장이라도 개 서른 마리가 치고 들어 올 수도 있으니까, 난 빼 달라고!"


“미안해···.”


이서연이 잔뜩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말 해. 총독부 놈들 올 거 알고 있었지? 그래서 급하게 튀어와서 나 잡고 늘어 진 거지?”


“아니야, 내가 설마 그랬을까."


웃기고 있네. 내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


"정말이야..."


사기 그만 치라는 듯 눈을 부라리자, 이서연은 변명을 이어갔다.


"조만간 공격이 있을 건 알고 있었는데, 그게 오늘이라곤 생각지 못했어.”


“까고 있네!”


"....."


“아오, 미치겠네. 그러니까, 왜 그날이 하필이면 오늘이냐고!”


“미안.”


“이런 썅. 미안이면 다야? 이제 어쩔 거야!”


이서연은 접속기가 설치된 철문을 가리켰다.


“여기서 버티다가 총독부 개에 물려 죽거나, 아니면 나랑 같이···. 떠나야지.”


돌아버리겠네.


“좋아. 상황이 급하니, 이건 어쩔 수 없었다고 치자. 그런데, 나는 접속기 훈련도 안 했고. 그 능력인가 뭔가도 키운 적이 없는 생초짜잖아, 너나 후드티나 다른 놈들은 그럭저럭 훈련이라도 해 왔겠지만, 나는 전혀 아니라고.”


“그래도 지금은 방법이 없잖아.”


“아니! 내 말은. 개떼 피하겠다고 그쪽으로 넘어갔는데, 시간선에 눌려서 찍! 하고 한 방에 엔딩나는 거 아니냐고!”


“......”


뭐야. 왜 갑자기 입을 다무는데?


어이, 시선 피하지 말고!


야! 말하다 말고 어디가?


이게 피한다고 끝날 일이야?


야! 이-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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