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행자의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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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21
그림/삽화
E-soul
작품등록일 :
2024.08.02 11:20
최근연재일 :
2024.08.28 11:10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68,945
추천수 :
2,539
글자수 :
121,980

작성
24.08.26 06:00
조회
899
추천
61
글자
8쪽

타임 026. 총독 이철환

DUMMY

빌어먹을. 여길 나갈 수 있긴 한 건가?

몇 번을 더 죽어야 하는 건데!

아니, 애초에 왜 이런 위험한 장소로 전송을 한 거야!


상진은 말도 안 되는 장소에 전송했다며 분통을 터트렸지만, 사실 전송실 연구원들은 실수를 하지 않았다.


카피 된 부분을 조사한 결과 이곳 좌표가 가장 안전하다는 결론을 냈고 그에 맞춰 전송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까.

이는 시간차 때문이다.

조사 과정에선 이곳이 공터에 수풀만 가득한 곳이었지만, 조사 시점과 시공간 이동 지점에 시간차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그땐 공터였지만 지금은 대규모 산업 공단이 들어선 전혀 다른 공간이 돼버린 것이다.


*


의도치 않은 반복 작업, 아니 죽음을 통해.

지금 벌어지는 현상에 몇 가지 규칙(가설)을 정리했다.


1. 설치 프로그램은 '죽음'을 치명적 오류로 인식하고 있다.(정상적인 설치 완료가 아니어서?)

2. 롤백 후 새롭게 저장되는 복구 시점은 전 시점보다 5초 전이다.(이는 오류 해결을 위한 솔루션인가? 아니면 또 다른 오류인가? 정확한 측정 기기가 없기에 일단은 느낌적인 5초다.)

3. 문제의 2%가 어떤 오류인지. 원인은 여전히 알 수 없다.(다른 이들과 차이점을 생각한다면. 역시, 라디듐?)

4. 대체된 임시 파일의 정체도 알 수 없다.(라디듐이 원인이라는 가정하에, 유사성 또는 대체 가능한 이곳의 금속?)


*


# 오류 수정을 위해 롤백(roll back)을 시작합니다.


빌어먹을, 벌써 10회차다.

정신 차려! 집중하라고!


'이번엔 꼭 탈출하고 만다!'


무슨 놈의 공장이 이리 거대한지.


몇 번에 걸쳐, 죽음을 대가로 확인한 최적화 된 탈출로를 머리 속에 빼곡히 그려 넣었다.


# 설치를 완료했습니다. 균열과 분리되었습니다. 배리어를 해제합니다.


배리어가 사라지고 발이 바닥에 닿는 순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었다.


주어진 시간은 대략, 50초!


전력으로 질주하면 400m 정도는 거뜬히 이동할 시간이지만, 이곳은 탄탄히 닦여진 도로도 아니고 길게 뻥 뚫린 일방로도 아니다.


언제든 흉기로 전용될 수 있는 온갖 기계 뭉치가 곳곳에 굴러다닌다.


초반 몇 회는 이걸 무시하고 달렸다가 발목이 날아가고 목이 잘리는 끔찍한 경험을 해야 했다.


무너지는 지붕과 별개로 공장 전체가 시간선이 깔아 놓은 부비트랩 코스라고 봐도 무방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기필코 공장을 벗어난다!


뒤에 도착하는 사람들은 어쩌냐고?


지금 나에게 최우선 목표는 구조가 아니라 생존이다.


초반엔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고자 꼼지락거렸지만, 결국엔 동반자살로 끝났다.


안되면 될 때까지!

엿같은 구호지만, 죽어도 다시 살아나니 끝까지 해 봐야지 않겠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안되는 건, 안되는 거다.

남겨진 이들에겐 미안하지만, 살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야지 않겠나.


복구 시점과 롤백 덕분에 시간을 돌려 살아나고는 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오류에 의한 예상치 못한 결과일 뿐.


이 오류가 영원히 계속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이때까지만 해도 전혀 예상을 못했다.


살기 위해서 죽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



117지구 스카이 돔.




쿵! 쿵!


에어 캐논이 낮고 뭉툭하고 저음을 쏟아내자, 거리를 배회하고 있던 2형 비간의 몸이 푹푹 패이며 연신 뒤로 물러났다.


“마무리해.”


전투 요원들이 비틀거리는 2형 비간을 향해 워엑스와 해머를 미친 듯이 내리쳤다.


퍽퍽! 슈악! 빠각!


워엑스와 해머가 허공을 가를 때마다 시커먼 살점과 체액이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관절이 부서지고 근육이 찢긴 2형 비간이 바닥에 길게 눕자, 송곳처럼 뾰족한 스피어를 든 요원이 훌쩍 몸을 날려 눈 부위를 쑤셔버렸다.


두개골 깊숙이 파고 들어간 스피어가 뇌를 휘젓자, 꾸물꾸물 몸을 일으키고 있던 2형 비간의 움직임이 그대로 멈췄다.


스피어에 묻은 뇌수를 신경질적으로 털어낸 요원이 뒤로 손짓을 하자, 체액 추출 장비를 든 병사들이 개미떼처럼 비간에 달라붙었다.


두툼한 장갑차에 둘러싸인 지휘 차량.

스피어를 든 요원이 다가오자, 검게 처리된 차창이 스르륵 내려갔다.


“주변 정리는 마쳤습니다.”


쉰 중반쯤 되었을까.

구레나룻 끝이 하얗게 세기 시작한 차가운 인상의 남자.

총독 이철환이 입을 열었다.


“수고했다. 소장은?”


“호출했습니다. 지금쯤 일을 마쳤을테니, 곧 도착할 겁니다.”


고개를 끄덕인 총독은 담배를 꺼내 물었다.


차량 내부에 연기가 가득해 질쯤, 방사능 차폐용 전신 방호복을 입은 남자가 차량 쪽으로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결과는?”


연구 소장이 입을 열었다.


“예상이 맞았습니다. 권 박사 팀도 균열을 넘어갈 방법을 알아낸 것 같습니다.”


“흠.”


“주변 흔적도 그렇고. 무엇보다도.”


연구소장은 방사능 포집기처럼 생긴 뭉툭한 장치를 들어 보였다.


“균열 수치가 37%나 감지됐습니다. 이 정도면 접속하는 정도가 아니라 다른 시간대로 이동했다고 봐야 합니다.”


총독은 스피어를 든 전투 요원에게 고개를 돌렸다.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다더니. 오히려 일을 키웠군.”


초인부대 대장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면목이 없습니다. 총독 각하."


서늘한 눈빛으로 초인부대장을 바라보던 총독은 연구소장에게 시선을 돌렸다.


“놈들이 역사를 바꿀 가능성은?”


“솔직히 미지수입니다만···.”


“1%라도 좋으니. 가능성만 이야기해.”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습니다.”


“정국영 박사가 가지고 있다던 고대 유물을 말하는 건가?”


연구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거기 있던 유물 정보에 따르면, 작은 움직임만으로도 예기치 못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귀찮게 됐군. 우리 쪽 장비는 어디까지 작업이 됐지?”


“이론적으론 저희도 준비를 마쳤습니다.”


“이론적? 정국영 박사의 수제자 입에서 나온 말이라기엔 꽤 실망스럽군.”


“장비를 완성하는데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합니다.”


“쯧.”


총독은 맘에 들지 않는 듯 혀를 찼다.


“준비만 되면 우리도 저쪽으로 갈 수 있다는 건가?”


방호복에 가려져 얼굴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소장은 총독의 질문에 식은땀이 줄줄 났다.


‘젠장, 넘어가는 것까지야 어떻게 해보겠지만. 잘 넘어갔는지는 그걸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시공간 점프가 끝나고 나면, 결과를 물어 올텐데 거기에 대해서 답할 내용이 궁했다.


“소장?”


연구 소장은 어설프게 대답했다가, 체액 실험체로 전락하느니. 그냥 솔직하게 이야기로 하기로 했다.


“그게, 보내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다시 돌아오는 건···. 놈들을 잡거나 죽이려면 이쪽도 능력자를 보내야 하는데. 고급 자원이라서.”


어렵게 길러낸 초인들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설명하는데, 총독은 그게 무슨 문제냐는 반응을 보였다.


“지금까지 제작 완료된 접속기가 몇 대지?”


“현재까지 제작된 접속기는 70기입니다만, 라디듐 양도 그렇고 이게 운석에서 추출하는 물질이다보니. 최대 100기까지가 한계일 듯 싶습니다.”


“그 정도면 나쁘지 않군. 거기서 더 많으면 희소성이 없어지니.”


총독은 부대장에게 시선을 돌렸다.


“부대장.”


“네. 총독 각하.”


“여섯이라고 했나? 저쪽으로 넘어간 자들이.”


“총 6명이 훈련을 받아왔다고 했습니다.”


“그 중에 내가 참고할 만한 사람이 있나?”


“정국영 박사의 딸 정진아와...”


부대장은 총독의 눈치를 보며 말을 덧붙였다.


“이서연 소령이 있습니다.”


“그래. 이서연이 있었지.”


총독은 큰 반응 없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부대장과 연구 소장은 그의 눈치를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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