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행자의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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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21
그림/삽화
E-soul
작품등록일 :
2024.08.02 11:20
최근연재일 :
2024.08.28 11:10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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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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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1,980

작성
24.08.14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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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글자
9쪽

타임 014. 그때 그 사람

DUMMY

“얼굴이 엉망이네. 군 나가면 고생길이라니까. 굳이 전역을 해서는.”


여전히 뻔뻔하네. 내 전역의 30%는 너 때문인데, 그런 소리가 잘도 나온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표정 좀 좋게 쓰자.”


“너 때문에 풀리던 얼굴이 다시 구겨지는 중이다.”


내 까칠한 말투에도 이서연은 아랑곳하지 않고 웃음을 보였다.


“웃지 마라. 한 대 치고 싶어지니까.”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헤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전(前) 여친인데. 면상에 주먹 박고 싶다는 말은 좀 심하잖아.”


“됐다. 보아하니, 여기 RS랑 짝짜꿍하는 사인 것 같은데. 나는 이만 가볼 테니까. 알아서들 잘 놀아봐.”


굳은 얼굴로 몸을 일으키는데, 이서연이 따라 일어서며 팔을 잡았다.


“그러지 말고···.”


“놔라.”


“한상진.”


“놓으라고!”


이서연 손을 털어내려고 몸을 비트는데, 머리가 띵! 하며 현기증이 일었다.


“어···. 나 왜 이러지?”


자세를 잡으려 힘을 주는데, 무릎이 비틀 흔들리면서 다리에 힘이 빠졌다.


“뭐야···. 왜···. 이래.”


이서연이 놀란 얼굴로 나를 부축했다.


"괜찮아? 갑자기 왜 이래. 너 설마, 아직도 몸이...."


“이거... 놔.”


말도 흐릿해지고 발음도 한쪽으로 새는 느낌이다.


“손···. 떼에···. 라···. 고.”


아, 느낌이 아니고 진짜로 발음이 새는구나.


현기증이 심해지며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 밝아지기를 반복했다.


머리가 띵하고 의식이 오락가락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었다.


“권 박사님. 상진이 왜 이러는 겁니까!”


내가 대머리 노인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어어. 그게 그러니까.’ 하면서 말을 버벅거렸다.


“권주일 박사! 한상진 왜 이러냐니까!”


권주일···. 대머리 노인네 이름이 권주일이구나-까지 생각이 이어지다가 그대로 의식이 끊겨버렸다.


몸에 힘이 풀리면서 축 늘어져 버리자, 이서연은 상진을 거의 끌어안다시피 했다.


"내가 묻잖아! 한상진 상태가 왜 이러냐고!"


“그게. 자료실에서 일주일간 물만 먹고···.”


“그게 무슨!”


이서연이 눈을 부라리자, 권 박사는 급히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놨다.


“우리도 이것저것 할 것이 많아서 잠시 신경을 끄고 있었던 터라, 집에 갔나 했지. 그런데 연락도 안 되고 집에도 없고 해서 찾아봤더니. 여태껏 자료실에 있었더라고.”


“당장 회복 주사 준비하세요. 뭘 보고만 있습니까! 당장!”


이서연이 살벌한 눈으로 주변을 노려보자, 권주일 박사와 이영환 박사, RS 소프트 사장 정진아까지 화들짝 놀라 뛰어나갔다.


“정 사장.”


“네? 네.”


“여기 주방 어디야?”


이서연이 갑자기 주방을 찾자 정진아는 어리둥절한 표정이 됐다.


“회복제는 임시방편이고, 뭐라도 먹여야지!”


“아. 네. 이쪽으로···. 아, 그 사람 때문에 안되겠구나. 내가 준비할게요. 뭘 가져오면 될까요?”


“죽. 곡기는 느낌만 있게.”


“느낌만 있게가 어느 정도인지···.”


“물 70% 이상.”


정진아는 모호한 표정으로 이서연을 바라봤다.


“아니야. 내가 하지. 이 사람 눕힐 수 있게 도와줘.”


“네.”



*



회복제 주사를 꽂고 몸 상태를 확인한 이서연은 주방으로 가 직접 미음을 만들었다.


그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던 정진아는 불만 섞인 표정으로 투덜거렸다.


“제대로 된 사람을 데려올 것이지. 저런 허약한 놈을 추천해서는.”


진아의 말에 권주일이 큰일 날 소리 하고 있다며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댔다.


“왜요. 내가 틀린 말 한 것도 아닌데.”


“알아. 나도 아는데, 그래도 이 소령이 추천까지 한 사람이잖아. 몸이 좀 허약하긴 해도 테스트 점수는 최상이었어.”


“테스트 점수가 높으면 뭐 해요. 능력을 개발하려면 최소 수십 회는 접속해야 하는데, 상태를 보라고요. 총독부 놈들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상황인데. 저래서 프로젝트에 합류는 하겠어요?”


“끙. 그건 그렇다마는···. 그래도 입조심. 아까 너도 봤잖아. 겉으론 별 감정 없는 것처럼 행동하더니만, 한상진 쓰러지니까. 급발진하는 거.”


“세상이 망할 판인데, 이런 중대한 프로젝트에 사감이나 섞고. 애초에 저 사람 추천한 것도 개인적인 감정 때문인 게 분명해요. 전 여자 친구? 다시 생각해도 어이가 없네.”


권주일은 조용히 좀 하라는 듯 다시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댔다.


“그래도 이서연 소령 덕분에 RS가 여태껏 버틴 거야. 사감 좀 섞이면 어떠냐. 그냥 모르는 척 넘어가자.”


“그냥 내가 부탁한 사람 찾아서 보내줬으면 이럴 일도 없었겠죠.”


“2년 전 웨이브 때 너 구해줬다는 사람?”


“네.”


“도대체 얼마나 대단했기에 그러냐? 잊을만하면 그 사람. 그 사람. 이러니.”


정진아는 그때 기억을 떠올리는 듯 잠시 시선을 올렸다. 그리고 싸늘하기만 하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도끼로 막 이렇게. 이렇게!”


정진아는 그 사람의 동작을 흉내 내면서 당시 상황을 그리듯 이야기했다.


“네 말대로라면 대단하기는 하다만, 지금은 너도 그 정도는 할 수 있잖냐.”


“저야, 능력을 개발해서 이제 겨우 따라잡은 정도죠. 그 사람은 그런 것 없이 순수 육체 능력만으로 나와 비슷한 수준이었다니까요.”


“능력 개발도 없이, 네츄럴 상태로 그 정도라면.”


“우리 프로젝트에 들어왔으면 지금쯤 엄청난 존재가 되었을 거예요. 아, 진짜. 다시 생각해도 열 받네. 이 소령 그 사람은 찾아 달라는 사람은 내팽개치고 어떻게 전 남친을 태우냐!”


정진아가 다시 폭발하려 하자, 권주일은 그만 좀 하라는 듯 손을 흔들었다.


“말도 못 해요?”


“어허. 그러다 이 소령 듣겠다.”


“흥. 들을 테면 들으라지. 내가 틀린 말 한 것도 아닌데.”


“야야. 이 소령 나온다. 쉿.”


듣든 말든 상관없다며 연신 투덜거리던 정진아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권주일은 ‘하여간 면전에선 덤비지도 못하면서 꼭 저러더라.’ 하는 표정을 짓더니, 이서연에게 다가갔다.


“아니, 옷이···.”


입고 있는 군복 여기저기에 희멀건 액체가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옷 좀 갈아입고 오죠. 아, 정 사장은 잠시 기다려. 이야기 좀 하자.”


“무슨 이야기를.”


“일전에 부탁한 거 있었잖아.”


“아! 네.”


정진아가 고개를 끄덕이자, 이서연은 무표정한 얼굴로 옆을 스쳐 지나갔다.


이서연 온다는 말에 조개처럼 입을 다물었던 정진아는 그새를 못 참고 다시 주절거렸다.


“저거. 그거죠?”


“저거는 뭐고. 그거는 뭐냐?”


“왜 있잖아요. 죽 싸대기.”


정진아가 죽그릇 휘두르는 동작을 취했다.


“쯧. 진아 너는 그 입 때문에 언제고 후회할 날이 있을 거다.”


“내가 없는 말한 것도 아닌데, 꼭 그러시더라.”


권 박사는 정말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젓더니, 연구실 쪽으로 가 버렸다.


잠시 뒤, 사복으로 옷을 갈아입은 이서연이 돌아왔다.


“어디서 이야기할까?”


“제 방으로 가죠.”


정진아는 이서연을 자신의 방으로 안내했다.


이서연은 정진아의 방을 잠시 둘러봤다.


“깔끔하네.”


그래도 사장 방이라고 다른 공간보다 안락한 분위기다.


“커피 드릴까요?”


“아니, 구정물은 사절.”


정진아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급한 눈빛으로 질문을 던지려는데, 이서연이 먼저 말을 꺼냈다.


“한상진 테스트 결과는 어떻게 나왔지?”


“뭐, 결과는 나쁘지 않다고 하는데. 일주일이나 연락이 끊기는 바람에 접속 횟수도 기껏 3회뿐이고.”


“테스트 결과가 나쁘지 않다고?”


“네. 권 박사님이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이상하네.”


이서연은 뭔가 맘에 안 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가요?”


“테스트 결과 정확한 거 맞아? 그냥 나쁘지 않다. 이 정도뿐이라고?”


이서연이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물었다.


“권 박사나 이 박사가 다른 말은 안 해?”


“아니요. 딱히.”


이서연은 짧게 한숨을 쉬었다.


“그때 이후로 회복이 전혀 안 된 건가.”


“뭐가요?”


“어? 아니야.”


“이제 제 차롑니다.”


“그래. 말해.”


“그 사람은 어떻게 됐어요? 찾았어요?”


“그 사람?”


“네. 2년 전 웨이브 때. 양손에 도끼 들고 다니던 사람이요.”


정진아 질문에 이서연 표정이 아리송해졌다.


“아직 못 찾았어요? 아니, 소령씩이나 되시는 분이. 왜 아직도 못 찾아요. 그때 보니까, 도끼든 그 남자. 누가 봐도 군인이던데.”


“정 사장.”


“네.”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네?”


“이미 만났잖아.”


“.....?”


정진아는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이 됐다.


“한상진이라고.”


“......?”


“한상진 중위. 아니 한 병장이 네가 찾던 그 사람이라니까.”


“....에? 에? 에에?”


“내가 당신 부탁 들어주려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한상진 그 사람 내가 한 짓을 알면. 아니다. 아까 보니까. 대충 눈치를 챈 것 같더라.”


“그···. 그럴 리가. 그 사람은. 그 남자는 쌍도기를 막 휘두르고 건물 사이도 휙휙 뛰어다니고···.”


“그래. 맞아. 한상진이 그땐 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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