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행자의 생존법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울프21
그림/삽화
E-soul
작품등록일 :
2024.08.02 11:20
최근연재일 :
2024.08.28 11:10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68,967
추천수 :
2,539
글자수 :
121,980

작성
24.08.07 12:35
조회
3,025
추천
97
글자
9쪽

타임 009. 후드티 그녀. (삽화)

DUMMY

“여기까지는 어찌어찌해 왔지만, 서비스가 시작되면 노인네 둘이선 턱도 없지 않나. 운영진을 꾸려야지.”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하루살이처럼 살았는데···.


직원을 뽑는단 말에 입에 침이 고였다.


“그러니까, 게임을 정식으로 런칭하기 전에, RS 소프트 직원을 뽑겠다는 말이군요.”


“그렇지. 정직원을 뽑을 생각이네.”


그냥 직원도 아니고 정직원!


“그러면, 베타 테스트 기간은 어느 정도로 잡고 있으신지.”


“길어야 한 달? 그 정도 생각 중이네.”


한 달 뒤에 정직원.


“그 전에 테스트 조건이 충족되면 더 빠르게 끝날 수도 있고.”


조건 충족? 이건 처음 듣는 이야긴데.


“테스트 프로그램은 한 달짜리네.”


한 달짜리?

테스트를 한 달간 진행하다는 것과는 살짝 맥락이 달라 보이는 말이다.


설명이 필요하다는 눈빛에 대머리 노인이 부연했다.


“게임 시간으로 한 달을 버티면 테스트를 종료한다는 말이지.”


분 단위로 사망 테크가 펼쳐지는데, 거기서 한 달을 버티라고?


반복해서 테스트하니 시간을 들이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겠지만, 그 한 달 동안 얼마나 죽어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수십 번? 아니지. 수백 번은 죽어야 할 것 같은데···.


아우,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


“그리고 테스터를 모두 정직원으로 뽑을 수는 없네.”


응? 죽음의 고통을 수백 번이나 경험해야 하는데, 그 안에서 또 골라 뽑겠다고?

이거 너무 양아치스러운데?


“그래서 몇 명이나 생각하시는지.”


“정직원은 하나. 인턴은 둘 정도?”


정직원은 하나. 말인즉 한 달 살기를 먼저 끝낸 사람은 정직원. 아쉽지만 그에 미치지 못한 두 명은 인턴이란 말이네.


“참여 인원은 몇 명인가요?”


“상진 군을 포함해서 모두 일곱이네.”


일곱 중 둘은 인턴. 하나는 정직원. 나머지는 넷은 짤 없이 탈락이구나.


테스트 기간 최소 3위 안에는 들어야 직장이 생긴다는 뜻이다.


성공만 한다면 하루살이 인생에서 탈출할 수 있기는 한데···.


테스트 아르바이트비가 고액이긴 하지만, 이건 기간 한정이고 언제 어떻게 끝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당장 내일이라도 ‘테스트가 끝났어.’ 이럴 수도 있는 일이고.


안정적인 직장, 고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다면 바랄 게 없긴 한데.


“어떤가? 상진 군도 참여를 해 보겠나?”


당연히 참가를!


아니, 아니. 잠깐만!


가까스로 ‘네! 참여하겠습니다~!’라는 말을 집어삼켰다.


정직원만 된다면 바랄 게 없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선 베타 테스트의 껍데기를 쓴 사망유희를 계속해서 접속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뿐이 아니다.


그렇게 존나게 뒤져가며 겨우겨우 정직원이 됐는데 RS 소프트가 기다렸다는 듯 망해버리기라도 하면···.


쓰읍- 고민되네.


회당 백만 포인트라는 돈을 턱턱 내놓는 걸 보면 자본금이 없진 않아 보이지만, 왜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회광반조!


망하기 전에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다가 마지막을 화려하게 불태우는 부나방 같은 놈들.


겉보기엔 대단해 보이지만, 실속이라곤 쥐뿔도 없는 그런 놈들···.


나를 빚구덩이에 던져버리고 저세상으로 ‘런’ 해버린 아버지가 딱 그런 유형이었다.


RS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 없다.


“저기, 이런 말씀을 드려서 좀 그렇긴 한데···.”


“?”


“RS 소프트. 자본은 튼실한지···.”


“아아, 자본.”


대머리 노인은 낡아 빠진 소파에 등을 기대며 거만하게 입을 열었다.


“아르바이트비 주는 것 보면 딱 감이 오지 않나?”


뭐, 회당 백만 포인트. 보너스 삼백만 포인트를 생각하면 그렇긴 한데, 현실은 시궁창일 수도 있는 거잖소.


사기꾼들도 먹잇감을 잡아먹기 전까진, 그렇게 잘해 준다던데. RS가 그러지 말라는 법도 없고.


당장, 여기 회사 공간만 해도 그래.


그렇게 돈이 많으면.

누가 봐도 회사 같은 공간에 자리를 잡아야지. 왜 오래된 벙커에서 이러고 있는 건데?


노인장이 거만하게 등을 기대고 있는 그 소파도 낡아 빠진 골동품 수준이잖소.


정직원 한번 해 보겠다고, 충성을 바쳐서 죽어줬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회사가 망해버리면 나만 병신 되는 거잖아.


모호한 표정을 짓자, 대머리 노인이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쳤다.


“이것 참, 내가 가슴을 까서 보여 줄 수도 없고.”


깔려면 통장 계좌를 까야지.

노인네가 흉한 가슴. 그걸 누가 본다고.


“뭐, 그렇게 불안하면 그냥 아르바이트만 하면 되네. 강요할 생각은 없다는 말이지.”


애초에 딱 세 번만 죽으려고 찾아온 거라.

그게 맞긴 한데···.


문제는!


내가 삼백만 포인트를 벌 때, 다른 놈들은 그보다 더 많이 번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단 말이지.


이게 접속 횟수만큼 돈을 주는 구조니까.


수백만은 기본이고 수천만 포인트를 가져갈 수도 있는 거잖아.


내 돈 나가는 것도 아니고, 그게 전부 내 돈도 아니지만, 뭔가 엄청 손해 보는 느낌이랄까?


미치겠네.

딱 세 번만 죽고 연 끊으려 했는데···.


대머리 노인이 빤히 바라보는 느낌이 든다.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쳤는데.


‘잔머리 적당히 굴려.’


딱, 이런 눈빛이다.


머쓱한 기분에 고개를 돌렸는데, 이번엔 후드티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어젠 어두운 계단에서 만났기도 했고, 모자에 후드티, 통 넓은 츄리링까지 입고 있어서 몰랐는데.

삽화4-시간 여행자의 생존법.jpg

진짜, 이쁘다. 그냥 이쁜게 아니라, 더럽게 이쁘다.


샤방샤방 곱고 선한 얼굴. 크고 맑은 눈. 뽀얀 피부, 소고기라도 씹어 삼킨 듯 반짝거리는 기름진 핑크 입술.


대충 풀어 흩트린 머리칼이지만, 고성능 린스에 정성껏 행군 듯 비단처럼 찰랑거렸다.


그뿐인가?


몸매는 두말할 나위 없이 착하게 생겼다.


아직 이름을 모르는 후드티 그녀는... 인간의 탈을 쓴 천사지 않을까.


그야 말로 딱 내 타입이었다.


아니지. 저 정도 스타일이면 모두의 워너비려나.


거기다 오늘은 통 넓은 하의가 아니라 하의 실종 상태. 후드티 밑으로 길게 뻗은 다리가 아찔한 매력을 발산했다.


여기 오기 전에 라면을 세 봉이나 끓여 먹었는데, 배가 고픈 것도 아닌데. 자꾸만 입에 침이 고인다.


후드티 그녀가 손으로 턱을 괴고 나를 빤히 바라보길래, 친절하게 웃어줬다.


앞으로 함께 일할 직장 동료인데. 첫 인상이 중요하잖아.


그런데···.


친절하게 웃어준 나와 달리 후드티 그녀는 가소롭다는 듯 ‘피식’ 웃음을 흘렸다.


피식? 지금 나보고 피식거린 거야?


내가 어이없는 표정을 짓자, 후드티 그녀가 입을 열었다.


“쫄리면 뒤져. 어영부영 끼어서 방해 떨지 말고.”


“뭐?”


“하는 짓이 딱 쫄보잖아. 돈은 벌고 싶고, 고통은 당하기 싫고. 직장은 가지고 싶지만, 자신감은 X도 없는. 그냥 그런 쩌리 새끼.”


“뭐?”


“할 줄 아는 말이 그거 하나냐? 하긴, 대가리가 삐리한데, 단어를 많이 아는 것도 웃기는 일이긴 하네.”


“......뭐?”


“남의 귀한 시간 그만 까 쳐드시고. 조용히 꺼지라고.”


“......”


후드티 지껄이는 소리가 하도 어이가 없어서, 나도 모르게 또 ‘뭐?’하고 반문 할 뻔했다.

하지만, 대가리 삐리 하다는 말을 또 들을 수는 없어서 꾹 참았다.


“귓구멍에 말뚝을 박았어? 사람 말 못 알아들어? 너 때문에 접속 못 하고 소파에 처 앉아서 세월 좀 먹고 있잖아.”


“.....”


허! 뭐 이런···.


이쁘다고 친절하게 웃어주니까. 내가 빙다리핫바지로 보였나?


"새꺄. 어떻게 할 거냐고 묻잖아. 병신처럼 눈깔만 굴리지 말고 대답을 하라고!"


주둥이에 걸레를 물었나. 입만 열면 욕이네.


게임의 껍데기를 쓴 사망유희가 나를 어지럽히더니, 이젠 여자 껍데기를 쓴 주둥이 시궁창이 나의 귀를 더럽히는 건가?


어이, 노인장. 아무리 테스트가 중하다지만, 이런 미친년을 회사에 들이면 안 되는 거 아냐?


황당한 표정으로 대머리 노인을 바라봤다.


“크흠.”


대머리 노인이 불편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노인의 불편함은 후드티 미친년에 대한 불편함이 아니라, 이거 어떻게 좀 해 보라는 내 눈빛에 대한 불편함이었다.


아!


순간, 눈치를 챘다.


후드티···.

접속 시간이···.

상위권이구나!


어중이떠중이를 데려다가 한 달 내내 아르바이트비를 쏟아내는 것보다, 하루라도 빨리 베타 테스트를 끝내고 런칭하는 게 회사로서는 이익.


대머리 노인이 돈까지 줘 가면서 눈치 보는 건, 다 그런 이유 때문이겠지.


그래서 후드티에게 물었다.


“게임 시간이 몇 분?”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9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시간 여행자의 생존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후원 감사합니다. 24.09.03 148 0 -
공지 시간 여행자의 가이드북 +3 24.08.02 2,082 0 -
29 타임 029. 세상 밖으로 +12 24.08.28 844 63 12쪽
28 타임 028. 정신 줄 꽉 잡고, 원 모어! +2 24.08.27 830 45 11쪽
27 타임 027. 라디듐 +6 24.08.26 891 61 14쪽
26 타임 026. 총독 이철환 +3 24.08.26 900 61 8쪽
25 타임 025. 롤백(roll back) +7 24.08.25 974 70 8쪽
24 타임 024. 2%가 부족할 때 (삽화) +11 24.08.23 1,164 71 10쪽
23 타임 023. 생각보다 정상이라서 (삽화) +8 24.08.22 1,251 77 11쪽
22 타임 022. 주고 가면 안될까? +9 24.08.21 1,274 72 13쪽
21 타임 021. 뒷구멍 +5 24.08.20 1,383 80 11쪽
20 타임 020. 너희들 미쳤구나? (삽화) +10 24.08.19 1,587 72 10쪽
19 타임 019. 왜 하필 오늘이냐고! +11 24.08.17 1,759 89 12쪽
18 타임 018. 방금 진아가 보여준 그 기술 (삽화) +4 24.08.17 1,873 75 11쪽
17 타임 017. 능력자가 되는 겁니다. +4 24.08.17 1,804 70 9쪽
16 타임 016. 머리도 잘 쓰는 남자 +4 24.08.16 1,874 70 8쪽
15 타임 015. 우리 사이? +2 24.08.15 1,998 79 11쪽
14 타임 014. 그때 그 사람 +7 24.08.14 2,132 84 9쪽
13 타임 013. 질문은 내가 한다! (삽화) +8 24.08.13 2,343 89 11쪽
12 타임 012. AD 2179 (삽화) +6 24.08.12 2,548 92 10쪽
11 타임 011. 깊숙한 곳 오래된 자료 (삽화) +8 24.08.08 2,729 93 9쪽
10 타임 010. 분 단위는 상대 안 해. +11 24.08.08 2,746 90 8쪽
» 타임 009. 후드티 그녀. (삽화) +9 24.08.07 3,026 97 9쪽
8 타임 008. 죽는 맛도 경쟁이 필요하다고? (삽화) +12 24.08.06 3,158 110 8쪽
7 타임 007. 꿀맛 공기 마렵다. +8 24.08.06 3,206 100 7쪽
6 타임 006. 적응하면 안돼! +10 24.08.05 3,369 105 8쪽
5 타임 005. 배리 낫 오케이 +7 24.08.05 3,478 113 7쪽
4 타임 004. 입금 했네. (삽화) +16 24.08.03 3,886 119 10쪽
3 타임 003. 리셋 라이프 (삽화) +9 24.08.03 4,268 123 10쪽
2 타임 002. 돈이 필요해! (삽화) +17 24.08.02 5,322 129 7쪽
1 타임 001. <프롤로그> +23 24.08.02 6,262 140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