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급 컨셉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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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로.
작품등록일 :
2024.08.02 13:56
최근연재일 :
2024.08.2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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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2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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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 (1)

DUMMY

1만 시간의 법칙이란 말이 있다.


무슨 어떤 일을 하던 1만 시간의 경험을 쌓으면 그 분야에 대해선 전문가가 된다고.


그건 나에게도 해당하는 사항이었다.


타다닥.


전장의 헌터가 날카로운 검을 휘두르는 것처럼, 내 예리한 손가락이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었다.


-무극검진의 스킬을 가진 딜러라면 라인 중간에 배치해서 후반에 있을 한타를 대비해야지 왜 앞에 세움?


그런 채팅을 보내기도 잠시.


[강퇴되었습니다.]


“아니, 씨발...”


나는 어이가 없어 이마를 손으로 짚었다.


“헌터라는 새끼들이 대체 왜 이걸 이해 못 하는 거야?”


10년 전, 세상엔 느닷없이 탑이 생겨났다.

탑은 게이트를 발생시켰으며, 게이트는 폭약이 먹히지 않는 괴물을 뱉어냈다.


그리고 인류는 각성을 시작했다. 그들을 헌터라고 부른다. 탑을 오르고 게이트를 닫는 초인들.


나는 그들의 수많은 클리어 영상을 분석했다.


F등급부터 S등급까지. 헌터의 영상이라면 인기와 실력을 불문하고 탐방하여 그들의 세세한 정보를 써 내려갔다.


그 탓에 내 메모장은 어느덧 수 만 명의 헌터가 적혀 있었고, 그들의 스킬과 신체 스텟 지어 자잘한 습관까지 모두 외우는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이번 레이드가 어떤 파멸을 예고할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아오, 저 미친것들이 진짜! 왜 말을 안 듣는 거야?”


탑의 붕괴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현재 인류 최후의 결사대가 99층 등반에 도전중이었다.


이들이 공략에 실패하면 이대로 인류는 끝.


나는 서둘러 67번째 계정으로 다시 방송에 들어갔다.


wlsgur67 - 아니, 배치 그딴식으로 하면 못 깬다고!! 포지션 좀 바꿔 제발!


화면 속 남자, 이번 레이드의 공대장이 인상을 찌푸렸다.


[와, 이 악질 끝까지 분탕이네. 저기요. 응원도 못 해줄망정 분위기나 흐리지 맙시다. 그쪽이 저보다 탑에 대해서 잘 아는 게 아니잖아요? 꼭 헌터가 아닌 탑알못들이 훈수를 이렇게 둔다니까.]


–훈수 ㅈ되네

–마지막까지 어그로 지린다 진짜 ㅋㅋ

-쟤 악질로 유명한 네임드잖아 ㅋㅋ

-wlsgur67아 꼬우면 네가 탑 등반 해라.


그래, 차라리 내가 탑을 등반하는 게 낫겠다.

그랬으면 화면 너머로 답답함만 느끼진 않았을 테니까.


하지만 각성하지 않은 일반인은 결코 탑에 입장할 수 없었다.


쿠웅!


그때였다.


화면이 흔들림과 동시 뿌연 연기 너머로 거대한 용이 등장했다.


[모두, 돌겨어억!]


시작 되는 레이드에 나는 깊은 절망을 느꼈다.


빌어먹게도 공대의 배치는 그대로였기에.


검을 뽑은 공대장과 딜러들이 일제히 용을 향해 달려들었고.


콰직.


[어, 어...?]


딜러가 거룡에게 순식간에 씹어 먹히는 장면을 끝으로 방송이 종료됐다.


나는 들고 있던 휴대폰을 떨어 뜨리고 고개를 올려보았다. 도심 속 전광판엔 호기롭게 인류의 승리를 예상하는 이상론자들이 패널과 떠들고 있었다.


“좆됐네.”


하늘이 우중충한 게 죽기 딱 좋은 날씨였다.


<99층 공략이 실패했습니다. 현 시간부로 세계는 멸망합니다.>


한 시간 뒤,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들어맞았다.


씨발.


*


나는 수많은 헌터의 방송을 시청하며 ‘차라리 내가 헌터를 하는 게 낫겠네’라며 매일같이 불평을 쏟았다.


물론 이는 진심이 아니었다.


솔직히 누가 목숨을 걸고 탑에 올라가.


집구석에서 프리미어 리그를 보면서 닭다리를 뜯고는 ‘와, 쟤 손으로 축구 하냐?’라는 말을 내뱉는 일종의 푸념이었다.


하지만 탑의 공략엔 진심이었다.

이건 내 목숨과 연결되어 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흥미로 시청하게 된 헌터의 방송은 어느덧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겐 그들의 단점이 명확하게 보였다.


[윈드 커터를 가진 몬스터한테 파이어볼을 날리면 어떡합니까?]

[아이고, 검을 휘두르는 자세부터 안 되어 있네. 먼저 다리의 중심부터 잡으시고...]

[아니 힐러는 후방에 있어야지. 님아 포지션 제대로 안 잡아요?]


나는 그들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능력은 물론 사소한 습관까지 분석했고, 어떻게 하면 능력을 극대화 할 수 있을지 매일같이 고민하여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그 콧대 높은 헌터들이 내 말을 들은 적은 거의 없었지만.


‘그 탓에 강퇴가 5,000번이 넘었지.’


나, 어째서 눈물이?

뺨에 드리우는 촉촉함에 문득 의문이 들었다.


“응?”


왜 감각이 있지?


스르르.


눈꺼풀을 올리자 천장이 보였다.


“뭐야?”


나는 지금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분명 인류는 멸망했다. 탑의 공략을 실패했기에. 건물 잔해 아래서 마물에게 씹어 먹히던 그 섬찟한 느낌이 아직도 생생했다.


그런데 멸망한 세계가 눈 앞에 펼쳐지기는커녕, 새의 지저귐이 들려올 정도로 평화로운 아침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씹어 먹혔던 몸도 멀쩡하고.


볼을 꼬집었다.

통증이 있는 걸 보면...


“꿈은 아니고.”


천국은?


“더더욱 아니지.”


그 정도로 심성 좋은 놈은 아니었으니까.


마른세수와 함께 주변을 살폈다. 낯설면서도 익숙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여긴, 내가 자취하던 곳인데?”


누런 벽지와 햇빛 하나 들지 않는 방.

그리고 반지하 특유의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이 냄새는 장마에 나는 냄새였다.


툭, 투둑.


“앗, 차가!”


고개를 올리니 천장에서 흘러내린 물이 얼굴을 적시고 있었다.


장마철이 확실했다.


*

나는 회귀했다.


이것이 내가 3시간을 걸레질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끄응...”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 퀴퀴한 반지하는 한창 취준생일 때인 25살이었던 내가 자취하던 방이었다.


나는 차오르는 의문을 토해냈다.


“왜 하필이면 회귀한 게 나야?”


만약 누군가가 세상을 구하기 위해 회귀라는 기회를 준 것이라면, 그 대상은 내가 아닌 탑을 등반하는 헌터야 했다. 그것도 랭커급으로.


그런데 뜬금없이 단 한 번도 탑에 오른 적이 없는 나에게 기회를 준 것이다.


이게 대체 뭔 개떡같은 경우일까.


어이없는 사실은 이 뿐만이 아니다.


나는 휴대폰 속 날짜를 확인했다.


[2025-04-05]


“이 애매한 회귀는 뭐야?


지금의 시점은 정확히 멸망 5년 전의 시점이다.


한마디로 지금의 나는 명성을 쌓기엔 이미 늦어버린 후발주자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만약 탑이 등장하기 이전의 시기였다면,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미래의 랭커들과 미리 친분을 쌓아 그것을 기반으로 탑의 공략을 진행 시킬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그 조차 이미 물 건너간 상황.


“이거 머리 아프네...”


어쨌든 멸망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선 변화가 필요했다.


그렇지만 나라는 개인이 세상을 변화시키기엔 너무나도 무력하다.


내가 당장 길거리에 나가 곧 지구가 멸망할테니 내 말 좀 들어달라고 소리쳐봤자 귓등으로 듣지 않을 게 분명했다.


‘돌이나 안 맞으면 다행이지.’


적어도 그런 말을 내뱉는 인물이 대통령이나 헌터 협회장은 되어야 반응이 있을 것이다.


“이를 어찌해야 하나...”


그런 고민이 깊게 이어지던 와중 눈앞이 번쩍였다.


[축하합니다! 각성되었습니다!]


그건 다름 아닌 시스템 창.


“가, 가, 각성?”


전생에 헌터와 연이 없던 나였기에 이 상황이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다.


내가 각성이라니?

세상이 이렇게 개변해도 되는 건가?


이내 고개를 털었다.

애초에 회귀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말이 되지 않았으니까.


어쨌건 이는 매우 긍정적인 상황이었다.


'탑을 오를 수 있다면 가능성이 열린다.'


아직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미래의 지식은 내 머릿 속에 있으니까.


미래의 지식을 기반으로 탑을 공략한다면, 수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 수 있을 터.


그를 바탕으로 영향력을 확대해 랭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체급을 갖추게 된다면, 그 콧대 높은 헌터들마저 내 말에 귀 기울이기 시작할 것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순간 내 머리 속에 존재하는 1만 페이지가 넘는 목록에서 특정의 헌터들이 떠올랐다.


그들은 ‘좀 만 더 성장하면 어지간한 랭커는 씹어먹을 텐데’에 내가 분류해 놓은 헌터.


만약 그들을 직접 내 손으로 교정한다면...


‘탑의 클리어 또한 가능하다.’


나는 찬란한 미래에 대한 희망과 동시, 또 다른 희망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각성이라면... 직업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헌터는 직업에 귀천이있다.

F급 게이트를 뺑뺑이 도는 헌터가 될 건지, S급 게이트를 클리어하여 부와 명예를 거머쥐는 헌터가 될 건지가 이 직업 하나로 결정 되니까.


한 마디로 직업 좆망겜.


손에 번개나 얼음을 두르는 검사나 거대한 화염구를 던지는 마법사는 이 직업에 의해 탄생한 결과였다.


만약 내가 높은 티어의 직업을 얻게 된다면 탑 공략에 큰 도움이 될 터.


나는 두 손을 꽉 붙잡고 지구의 신에게 기도를 드렸다.


“하느님, 나무미타불, 하느님, 나무아미타불.”


[직업이 결정되었습니다!]


뭔데?


[당신의 직업은...]


핏발 선 눈이 시스템 창을 바라보았다.


[스트리머 입니다!]


“응?”


나는 무심코 맥빠진 소리를 내었다.

스트리머? 내가 아는 그게 맞는 건가?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마법의 단어를 외쳤다.


“상태창!”


부디 그것이 아니기를 바라며.


▶이름 : 강진혁

▶나이 : 25

▶클리어 층 : 0

▶직업 : < 스트리머 >


처음 보는 광경에 놀랐지만 이것에 정신이 팔릴때는 아니었다.


내 다급한 손이 직업란을 터치했다.


▶직업 < 스트리머 >

-수많은 사람들을 웃고 울게 하는 프로 방송인. 탑에서 방송을 시작하여 시청자들을 끌어모아 보자구요!


내 눈이 진실을 목도하고 있음에도 믿기지가 않았다. 진짜 직업이 스트리머네?


수많은 헌터의 직업과 스킬을 달달 외운 나였지만, 스트리머란 직업을 보는 건 난생 처음이었다.


더군다나...


“스킬은 왜 이 모양이야?”


▶스킬

[LIVE ON]

-언제 어디서든 제약 없이 방송을 킬 수 있습니다.


[방송인의 자질]

-어떠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침착함이 유지됩니다.


[커스텀 마이징]

-원하는 모습으로 커스텀 마이징이 가능한 분신을 생성합니다.

*1회 한정


[모두 주목하시오]

-당신의 말에 경청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나는 이마를 짚었다.


“좆됐네, 개똥직업이잖아.”


도무지 전투에 쓸모가 있는 스킬이 없었다.

이건 보조직으로도 써먹을 수 없을 수준.


이어 시야에 수상쩍은 문구가 들어왔다.


▶직업 퀘스트

[임무 : 탑의 방송으로 100명의 구독자를 달성하세요!]

보상 : [뽑기 상점 오픈]


“직업 퀘스트?”


헌터에게 직업 퀘스트가 존재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도 없었다. 더군다나 100명의 구독자를 달성하면 보상을 준다니...?


내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름 없는 하꼬가 100명의 구독자를 만드는 건 꽤나 어려운 일이다. 괜히 대기업 유튜버들이 1만에서 10만 구독자를 달성하는 것 보다 0명에서 100명을 쌓는 게 더 어렵다고 한 게 아니다.


이내 피식 웃었다.


“나를 뭘로 보고?”


이래 봬도 인방 시청시간이 1만 시간이 넘는 고인물.


트렌드와 메타파악, 방송인이 가지는 매력, 종합 스탯, 어그로, 시청자의 니즈, 심지어 요즘 핫한 버츄얼 방송까지.


그 모든 것을 섭렵했던 나다.


1층의 난이도를 생각하자면 목숨을 걸 필요도 없었다.


지금 시점에서 나만이 아는 공략이 있기도 하고.


이런 지식을 통합하면 그깟 시청자 100명을 매료시키는 건 일도 아니다.


뿐만 아니다.


“커스텀 마이징 그리고 말에 힘이 깃드는 스킬이라니?”


완전 나를 위한 스킬이 아닌가?

벌써 컨셉은 잡혔다.


“이건 무조건 먹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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