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급 컨셉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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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로.
작품등록일 :
2024.08.02 13:56
최근연재일 :
2024.08.2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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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3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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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갈라졌다. (수정)

DUMMY

김우석이 차량을 탑승하고 진입한 도로엔 이미 많은 경찰들과 헌터가 대기하고 있었다.


“이곳입니까?”

“예.”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백예린 헌터가 언노운과 함께 갇혀 있다는 서울 강북구의 게이트.


협회를 통해 소식을 전해 들은 김우석은 즉시 이곳으로 출동한 것이었다.


덜컥.


운전대에서 내린 협회 직원이 걸음을 옮기며 브리핑했다.


“상대는 도적계열이라고 합니다. 아무래도 협회 직원에게 정신 조작 스킬을 사용하고 절차 없이 진입한 모양입니다.”


도적직은 정신조작 스킬을 배울 수 없다는 건 자명한 사실.


“그렇다는 건, 누군가의 조력이 있었다는 이야기군요.”

“예, 저희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최근 들어서 언노운에 대한 횡보가 점점 대담해지고 있었다.


최근엔 이미 조직을 결성했다는 구설수가 돌 정도.


이는 결코 좋은 흐름이 아니었다.


“진입한 이들의 정보는 어떻게 됩니까?”

“언노운을 제외하면 오늘 첫 등급을 측정한 F급 헌터, D급 헌터, 마지막으로 백예린인 C급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협회 직원이 마른침을 삼킨 뒤 말을 이었다.


“범인은 후에 뒷일을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계획 된 범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


김우석은 굳게 닫힌 게이트를 올려다 보았다.


궁지에 몰린 쥐는 공격적인 성향을 띈다.

그렇다면 자신을 고의로 궁지에 몰아넣은 인간은 얼마나 위험한 성향을 띌까?


“게이트가 다시 열릴 시간까진 얼마나 남았습니까?”

“...11시간입니다.”


게이트 내에 있는 시간 동안 이어질 범인의 끔찍한 범행에 김우석은 입을 다물게했다.


“후우, 그렇군요.”


김우석이 주먹을 쥐었다.


“조력자가 근처에 있을 수 있으니 감지 스킬을 보유한 헌터를 곳곳에 배치해 주세요. 그리고 후에 나올 언노운을 잡아야 하니, 미리 결계 스킬을 보유한 헌터를 준비해주시고요.”

“알겠습니다...!”


직원이 서둘러 이야기한 과정을 옮기려던 찰나였다.


부우웅.


그때 고급 세단이 도로에 멈춰 서자, 협회 직원이 크게 두 눈을 떴다.


“엇, 저 분이 어째서...?”


무테 안경 너머로 날카로운 눈빛이 돋보이는 차가운 인상의 남성이 차량에서 내렸다.


“안녕하십니까, 본부장님!”

“마, 만나게 돼서 영광입니다!”


또각, 또각.


세상이 대격변을 맞이하고, 인류는 게이트에서 나오는 마물 뿐만이 아니라 각성한 초인 또한 경계 해야했다.


초인적인 힘을 얻은 그들을 법이라는 테두리에 가두기에는 너무나도 빈약했으니까.


그들을 견제할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S급 헌터 곽두호를 필두로 그를 따르는 이들이 모여 현재의 협회가 세워졌다.


자신의 힘을 믿고 날뛰는 헌터들을 제압하기 위해선 그들과 맞먹는 힘을 보유해야 하는 건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렇기에 협회 직원 대부분이 각성자들이다.


허나 이명호는 달랐다.

그는 일반인이면서도 수많은 헌터의 목줄을 쥐고 흔들며, 헌터와 결탁하여 악행을 저지른 기업들을 죄다 분쇄한 전적이 있는 업계에서 꽤나 이름있는 존재였다.


일반인인 그가 자리를 보존할 수 있는 건 순전히 그의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


협회에서 협회장 다음으로 직위를 가진 거물급 라인인 그가 웬만한 일을 제외하곤 결코 대외 적으로 얼굴을 비추지 않는 성향을 갖고 있는데.


그런 존재가 이곳에 온 것이었다.


또각.


“후우.”


담배를 꼬나 쥔 이명호가 게이트를 올려다 보았다.


“여긴 어쩌신 일로 오셨습니까.”

“음, 김우석씨군요.”


차가운 이명호의 시선이 김우석에게 향했다. 마치 감정 없는 로봇이 사람을 평가하듯 시선이 위 아래로 움직였다.


“담배 싫어하십니까?”

“예?”

“아, 제 딸이 담배 냄새를 워낙 싫어해서. 웬만하려면 끊으려 하거든요. 제가.”


스읍.


깊이 담배를 들이 마신 이명호가 연기를 내뱉었다.


“그런데 이게 잘 안 끊어지네요.”


감정 없는 눈이 다시 게이트로 향했다.


“최중요 인물이 지금 게이트 안에 있습니다.”

“...혹시 백예린입니까?”


이명호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그 냉혈한 이명호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인물이 대체 누구란 말인가. 김우석 또한 게이트를 올려다 보았다.


“공략중인 게이트 내부로 진입하는 방법은 아직 찾지 못한 겁니까?”

“그렇죠.”


많은 과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연구 중에 있지만, 입구를 닫은 게이트를 다시 열고 입장하는 기술은 아직도 개발되지 않고 있었다.


담배를 비벼 끈 이명호가 한 마디를 보탰다.


“만약 그게 가능한 인물이 있다면, 정말이지 모시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렇네요.”


김우석은 동시에 작은 무력감을 느꼈다.


당장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으나 게이트의 구조상 그럴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도 무력하게 다가왔다.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곤, 그저 범행을 저지르고 나올 언노운을 제압하는 것 뿐.


그때 저 멀리서 직원이 부리나케 뛰어오기 시작했다.


“보, 본부장님!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이지?”


숨을 고르는 직원이 핸드폰 속 백예린의 방송 화면을 비추며 다급하게 말했다.


“흑랑! 흑랑이 나타났습니다!”


*


“......”


나는 잠시 침묵했다.

상황이 무척이나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왜 싸우고 있는 거야?’


내려다 본 지상엔 피를 흘리는 매니저와 단검을 휘두르는 이정훈이 보였다.


혹시 백예린의 투정에 화가 난 이정훈이 반란을 일으킨 건가?


인정.

그녀의 히스테리는 꽤 버티기 버거운 편이니까.

그러나 유혈 사태까지 번진 것이라면 그것 또한 문제다.


‘내 본체는?’


다행히 저 숲 너머에서 팔을 흔들며 내게 인사를 보내는 본체가 보였다. 눈치 좋은 녀석.


그나저나...


‘와.’


겁나 무섭다.


인간이 공포를 느낀다는 11m쯤 되는 거리에서 내려다 보이는 바닥은 심장을 철렁이게 했다.


허나 나는 그를 내색할 수 없었다.


“흑랑...?”


그들이 내 존재를 인식했으니.

그렇기에 고고하게 팔짱을 끼며.


"흥."


콧방귀를 뀌었다.


물론 그런다고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쓰벌,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지...?’


의도치 않은 내 침묵에 미묘한 대치가 이어진다.


이에 대한 해답을 얻고자 주위를 둘러보던 그 순간 저 멀리 바닥에 떨어진 카메라가 보였다.


방송이 중계되고 있는 이상, 시청자들은 지금의 상황을 알고 있겠지.


마음 같아선 정말 채팅창이라도 보고 싶은 심정.


[스킬, 「채팅 읽기」를 획득 하였습니다!]


‘잉?’


「채팅 읽기」

-근처의 진행중인 방송이 있다면 채팅창을 열 수 있습니다.


“......”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혔다.

헌터가 스킬을 창안하기 위해선 한 단계의 벽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했는데.


‘설마 생각이라는 것을 해서?’


그게 진화의 비결이었다면 내 자신이 조금 한심하게 느껴졌고, 그렇게 얻은 게 채팅 읽기라는 스킬이라는 것이 또 한 번 내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역시 F급 직업다운 능력이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이 보다 필요한 스킬은 없다.


[스킬 읽기를 사용하였습니다]


-????

-흑랑 떴다!!!!

-형이 왜 여기서 나옴?

-언노운 뒤졌다 ㅋㅋ 딱 대라

-헌터증 주작 치고 입장했더니 흑랑 등판이죠? 조졋죠?

-이유는 모르겠지만 ㅂㅂ

-예린이 스토커 컷!


‘잠깐, 이정훈이 언노운이었다고?’


언노운은 각성했음에도 협회에 등록하지 않는 뒤가 구린 놈들.


채팅을 보아하니 이정훈이라는 놈이 철저히 세운 계획과 함께 백예린을 노린 모양.


‘그래서 내 기억에 없던 놈이었구만?’


점점 윤곽이 잡힌다.


그가 뛰어난 실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내 기억에 남지 않은 이유가 언노운이었기 때문.


‘상황이 조금 심각한 걸.’


이정훈이 신분을 숨기고 게이트에 입장했다는 건 곧 헌터증이 위조되었단 이야기.

즉, C등급이라는 등급 또한 위장이라는 의미였으니까.


11시간 동안 폐쇄 된 게이트에서 내 본체가 이정훈으로부터 안전하리라는 가능성은 접어두는 게 좋다.


“흑랑이 어째서 이곳에...? 이건 계획에 없었다고!”


이정훈이 나를 보며 경악한다.


‘나도 네 놈은 계획에 없었어.’


나 또한 속으로 불만을 놓으며 깊은 고민에 빠지던 와중.


윙윙.


날파리처럼 날아다니는 실피드가 괜스레 거슬렸다.


‘잠깐.’


굳이 내가 쫄 필요가 있나?


내 옆엔 든든국밥 S랭크 마물인 실피드가 있는데?


그 보스 엔트를 손 짓 한 번에 뎅겅, 목을 베던 실피드.


헌데 어째선지 그 누구도 엥엥 날아다니는 실피드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나는 그들이 들리지 않게 끔 아주 작게 속삭였다.


‘실피드, 혹시 넌 다른 사람의 눈에 안 보이는 거야?’

‘응, 예속의 계약을 맺은 자만이 나를 볼 수 있어!’


이거, 이거?


잘만하면?


-흑랑? 왜 흑랑이 나옴?

-캬, 흑랑행님 존재감 미쳤다.

-ㅆㅂ 예린이 헤치려는 언노운 손질좀 부탁


나는 실피드, 백예린, 이정훈, 마지막으로 채팅창에 시선을 옮겼다.


저 멀리 바닥에 떨어져 중계 되고 있는 카메라 또한.


배경.

구도.

인물.

연출.

관객.


모두 완벽했다.


“왜, 왜 이렇게 웃어. 무서워!”


실피드의 호들갑만 빼면.


*


‘흑랑...?’


백예린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흑랑이라는 존재가 실존했다는 것은 둘째 치고, 어째서 저 자가 이곳에 있는 지 이해할 수 없었다.


게이트는 한 명이라도 입장하는 순간 입구를 닫는다.


그렇기에 게이트에 입장하기 전 파티원들은 결속의 스킬을 맺고 입장하는 것이 철칙이다.


그 외의 사람들은 결코 게이트에 입장할 수 없는 것 또한 상식.


그런데 결속을 맺지 않은 흑랑이 버젓이 이곳 던전 내를 활보하고 있었다.


‘어떻게...? 설마?’


그는 탑의 법칙을 배반하던 인물이었다.

허나 그게 전부 사실이었다면...


그게 과연 게이트라고 다를까?


‘말도 안 돼...’


그간 헌터로써의 상식이 부정당하는 일이었기에. 멍하니 흑랑을 올려다 보던 순간.


후우웅!


그가 내려온다.


마치 바람을 몰고 내려오는 옛 그리스의 신처럼.


하늘에 있던 그가 지면에 안착하는 것 만으로 엄청난 강풍이 몰아쳤다.


“크, 크윽...!”


두 다리에 힘을 푸는 순간 저 멀리 날아갈 것 같았다. 그건 이정훈 또한 마찬가지.


“씨발, 이게 뭐야...!”


두 다리가 간신히 서 있는 것조차 버거워 하던 그때.


딱.


지상에 안착한 흑랑이 손가락을 튕기자 바람이 멎었다.


“......”


전장엔 침묵이 감돌았다. 그 압도적인 위용을 과시하듯 가만히 팔짱을 끼며 두 남녀의 사이를 바라보는 흑랑.


“벌레가 있었군.”


두 남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의 심기를 거스르는 것 자체로 목숨을 보전할 수 없으리란 걸 감각으로 느꼈으리라.


백예린은 여전히 의심을 떨칠 수 없었다.


‘대체 왜 흑랑이 이곳에 있는 거지?’


연유는 알 수 없다.

그 이유를 찾기 위해 아주 작은 단서라도 찾아 보자면...


“설마, 댓글을 달아서? 헙!”


무심코 속으로 생각하는 것을 입 밖으로 꺼냈다. 그에 반응이라도 한 걸까?


갑자기 이곳을 보는 흑랑.


“흥.”


다행히 이내 흥미를 잃었는지 그의 고개가 다시 돌아갔다.


‘내가 원인이 아닌가?’


퍼뜩 정신을 차린 이정훈이 흑랑을 노려보았다.


“...우리 예린이의 방송을 망치더니, 이젠 내 계획까지 망치는 거냐?”

“누가 우리 예린이야?”


이정훈의 행태에 기가 찼다.

그 흑랑을 눈앞에 두고도 정신을 못 차린 것에 되려 감탄이 나올 정도.


그것이 그의 심기를 건든 것일까?


후우웅!


또 한 번의 바람이 불었다.


“크악...!”


마치 하찮은 인간들의 지저귐을 종식 시키듯, 거친 바람의 파도가 주변을 잠식했다.


터벅.


흑랑만이 고요한 태풍의 눈 속을 걸었다.


이정훈이 비릿한 미소로 자존심을 세워가며 한 마디를 꺼냈지만.


“크큭, 고작 이 정도...”


후웅!


거친 바람과 함께 이정훈이 꼴 사납게 뒤로 날아갔다.


“건방지군.”


백예린은 그 압도적인 강함에 두 눈을 떼지 못했다.


그건 이정훈 또한 마찬가지.

그는 조금 다른 의미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호, 혹시...! 네 놈이 남친인 거냐?”


그 비정상적인 사고방식에 백예린은 혀를 내둘렀다.


터벅.


흑랑은 그와 대화할 가치가 없다는 듯이 침묵과 함께 또 한 걸음 앞으로 내딛었다.


그의 굳게 다문 입이 열렸다.


터벅.


“어디 발악하도록.”


거만하게 턱을 치켜들며 이정훈을 깔보았으니.


“이 개새끼가!”


소매를 만진 이정훈이 믿을 수 없는 속도로 팔을 휘둘렀다.


“...!”


C급 헌터인 그녀조차 그 움직임엔 미처 반응하지 못할 정도.


‘저 정도의 힘을 숨기고 있었다고?’


최소 B... 아니, 어쩌면 A급에 해당할 지도 모를 이정훈의 날카로운 공격이었다.


그런데.


“허...!”


날아간 두 자루의 단검이 흑랑에게 닿지도 못하고 바닥을 굴렀다.


그저 바람이 아니, 자연이 그에게 생체기를 허락하지 않다는 듯이.


흑랑은 여전히 고고하게 팔짱을 끼며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이, 이게...!”


그 압도적인 무위에 이정훈의 눈에 당혹이 서렸다.


“악력에 힘을 키우는 게 좋겠군.”


흑랑의 한 마디와 함께 이정훈의 얼굴이 붉게 타올랐다.


“빌어먹을 새끼가! 날 능욕해!”


쐐액!


새하얀 검날이 쇄도한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지만 그것이 전부.


검신이 흑랑의 코앞에서 멈췄다.


마치 바람을 장벽처럼 펼쳐진 것처럼, 주위엔 날카로운 바람이 이정훈의 칼날을 단단히 고정시켰다.


“칫!”


재빠르게 거리를 벌린 이정훈이 이번엔 주위를 돌기 시작했다.


“하하, 그렇다면 이건 어때? 언노운 중에서도 손가락에 들 정도로 빠른 발이거든?”

“...!”


백예린이 경악했다.

그 속도가 너무나 빨라 눈이 신형을 간신히 쫓을 정도였으니까.


그럼에도.


흑랑은 아랑곳 하지 않고 팔짱을 끼고 있었다. 마치 흥미로운 벌레를 관찰하듯.


“같잖군.”

“어, 어어...?”


팔짱을 끼던 흑랑이 손을 내린 것 만으로도 이정훈의 발이 멈추었다.


정확히는 그의 두 발이 지면과 떨어진 것이었다.


돌풍이 이정훈의 몸을 하늘 높이 끌어올림과 동시.


“으아악!”


콰앙.


그대로 꼴 사납게 바닥에 추락시켰다.


‘말도 안 돼.’


그 장면에 백예린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자신을 압도하던 그 이정훈을 저렇게 갖고 놀 수 있다니.


천외천(天外天).

말 그대로 하늘 위의 하늘이었다.


단순히 사기꾼인 줄 알았던 그의 실체를 직접 목격하니 절로 경이로움이 솟아났다.


수많은 헌터들을 동경하며 자란 그녀였지만, 이렇게 압도적인 힘을 가진 존재는 처음이었으니.


마치 그토록 꿈꿔왔던 압도적인 힘을 보유한 헌터 그 자체가 아니던가.


그녀는 흑랑의 발아래에 지면을 유심히 관찰했다.


주위의 풀 한포기 흐트러짐이 없다.


B급 헌터 이정훈을 상대로 자리를 고정한 채 단 한 번도 밀려난 적이 없다는 뜻이었다.


압도적인 격에 백예린은 마른침을 삼켰다.


“씨바알! 씨발!!”


어느새 다시 자세를 가다듬은 이정훈이 칼날을 쥐고 격하게 달려들었다.


여전히 두 눈으로 쫓기 힘든 참격이 난무하지만 흑랑은 일절 움직임이 없었다.


여전히 그를 관찰할 뿐.


“씨발!”


캉!

캉!

캉!


그 짧은 시간.

부러진 검이 세 자루.


백예린은 태산같은 흑랑의 등을 보았다.


만약, 나도 이 사람처럼 뛰어넘을 수 없는 재능을 가졌다면... 포기하지 않고 헌터를 이어갔을까?


캉!


“마, 말도 안 돼...!”


이정훈의 눈에 어느덧 공포가 깃들었다.

그 비이상적인 머리를 현실로 돌려놓는 압도적인 무력이었다.


“이, 이럴 순 없어...! 내가 어떻게 준비했는데!”


그 순간 이정훈이 품에서 마지막 남은 단검을 하나를 꺼내 들었다.


짐승같이 탐욕에 먼 눈이 흑랑의 뒤에 있던 백예린에게 향했다.


“차라리 이대로 죽을 거라면... 네 년도 함께 가자고!”

“...!”


엄청난 속력으로 검을 쥐고선 달려오는 이정훈. 차마 피할 수 없는 공격에 죽음을 직감한 백예린이 두 눈을 질끈 감던 순간.


“꺼져라.”


싸늘한 목소리가 세상을 갈랐다.


이어진 침묵.


“...!”


슬쩍 눈을 뜬 그녀의 시야엔 저 멀리 지평선이 보였다.


붉은 해와 녹색의 섬광.

그리고 숲과 함께 갈라진 이정훈이 세상을 밝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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