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급 컨셉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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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로.
작품등록일 :
2024.08.02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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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5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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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권 김우석 (2)

DUMMY

25살, 이 시기의 나는 꽤 궁핍한 삶을 보냈었다.


애초에 고아 고졸 테크트리라 마땅한 재주도 부모님이 물려 준 재산도 없었다.


그래도 내 무기는 오기였다.

남들이 돈을 써 갈 때 나는 악착같이 돈을 모았고 꾸준히 적금과 청약을 들어 돈을 불려나갔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30살, 성인이 되자마자 차곡차곡 모아놓은 청약에 정말 운 좋게 당첨 된 것이다.


“씨발.”


그래, 세상이 멸망하던 시기였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지만 시기는 배신할 수 있다. 고작 개인의 삶은 거대한 세상의 흐름에 파도처럼 쓸려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궁핍한 삶을 이어가다 뒈져버린 삶.

이번 생은 다를 것이다.


“후욱... 후욱...”


하지만 그 성격이 어디 가진 않은 모양이다.


“...택시탈 걸.”


지출로 16인분이나 되는 초밥을 질렀지만 돈을 아끼기 위해 뚜벅이가 된 사내를 아는가.


나는 양 손 가득 초밥을 짊어지며 한 건물로 들어섰다. 이곳은 내가 자란 보육원이었다.


“진혁이 형이야?”

“강진혁 형이다!”


한 어린 아이의 외침과 동시 다른 꼬마들이 빼꼼 머리를 내밀었다.


물밀 듯이 나온 어린아이들이 순식간에 내 주위를 에워 쌌다.


동향에 정이 간다고. 나와 같은 고아들의 머리를 북북 쓰다듬자 녀석들이 꺄르르 거렸다.


“왜 이리 소란이... 음? 진혁이냐?”


보육원의 분위기가 달라짐을 알아챘는지 옆 방에서 민둥산의 중년인이 나타났다.


“원장님...! 오랜만입니다!”

“요, 욘석아... 갑자기 왜 껴안는 거야?”


원장님을 보자 괜히 눈시울이 붉어졌다.

어렸을 적 보았던 울창한 숲과 같은 머리카락이 어느덧 민둥산이 되어버린 머리 탓은 아니다.


전생에서는 현생을 사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보육원을 찾지 못했으니까. 내게 부모란 원장님이었고 본가란 보육원이었다.


마치 출가한 사내가 팍팍한 삶에 치여 부모님을 자주 찾아 뵙지 못해 드는 죄책감이 이런 심정일 것이다.


그놈의 성공이 뭐라고.


‘이 시기엔 아직 마음의 여유가 있어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보육원에 들리곤 했지.’


책상 위로 올라간 봉투를 보며 원장님이 물었다.


“음? 뭘 사온 거니?”

“초밥이요. 애들 좀 먹이려고요.”

“...!”


그 순간 원장님이 내 양팔을 붙잡았다. 믿을 수 없다는 눈빛과 함께 경악을 내뱉었다.


“혹시 죽을 병이라도 걸린 거니? 갑자기 사람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나? 네가 뭘 사 온다고?”

“......”


대체 내 평판은 어땠던 걸까.

그래도 나름 원장님이 보는 태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워낙 악바리로 살았기에 전생에서 마음의 여유라곤 눈 꼽 만치 찾을 수 없었으니까.


“최근에 큰 돈을 벌었어요. 그런 만큼 이제부터 아끼지 않고 베푸는 삶을 살려고요. 원장님도 같이 드시죠?”

“허허, 내 살다살다 강혁이한테 밥도 얻어먹는구나. 초밥이라면 꽤 비싼 돈을 들였을...”


봉투 속 내용물을 본 원장님이 잠시 말문이 막혔다. 이윽고 시선이 나와 마주했다.


“왜 죄다 새우초밥이냐?”

“제일 싸잖아요.”

“......”


어째선지 원장님이 고개를 저었다.


*


“왜 죄다 새우야?”

“난 연어가 좋은데...”

“원장님, 원래 요즘 얘들이 이렇게 반찬 투정이 심하답니까?”

“.......”


나는 옹기종기 모여 앉은 보육원 아이들과 함께 식사를 이어갔다.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전생에서 하지 못한 베풂의 삶을 실천하는 데에도 있겠지만 또 다른 궁극적인 목표가 있었다.


초밥을 먹고 잔뜩 배를 불린 아이들을 보며 나는 진중하게 말했다.


“얘들아, 나 걷는 것 좀 봐줘라.”

“엥? 형 다리 병신됐어?”

“...그건 아니고.”


역시 순수한 어린아이들의 필터에 거침이 없는 법이다. 그렇기에 내 계획에 제격이다.


“너희 만화에서 나오는 악당 보스나, 폼 잡는 캐릭터 있잖아. 내가 그걸 좀 연기해야 하거든? 잘 도와준 어린이들한테 형이 또봇 사준다.”


옛 유럽의 영애들은 진정한 요조숙녀로 거듭나기 위해 걸음 걸이 마저 연습했다더라.


나 또한 흑랑에 맞는 걸음걸이가 필요했다. 마치 만물 위에 군림하는 제왕처럼, 평범한 걸음걸이마저 보는 이로 하여금 경외를 품게 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검증하는 건 동심이 가득 담긴 어린아이의 눈이 가장 정확할 터.


“진짜? 앗싸! 형 구라치기 없기야?”

“그럼. 대신 너희들이 잘 봐줘야 한다?”

“응!”


하지만 이를 너무 쉽게 생각한 걸까?


터벅, 터벅.


“음... 에바야 형. 다음.”


저벅, 저벅.


“이건 쫄따구같다. 인정?”

“킥킥, 인정.”


나는 마치 패션위크에 진출하기 위해 심사를 받는 모델처럼, 냉혹한 보육원의 복도를 걷고 있었다.


뚜벅, 뚜벅.


“오, 이건 조금 포스 있었는데. 근데 사천왕수준이야. 딱 거기까지. 다음!”

“이건 좀 아쉬웠어 형!”


나는 다시 한 번 포즈를 취했다. 마치 모든 이들의 머리 위에 군림하는 군주처럼. 걸음 하나하나에 의미를 두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어린이들의 혹평이 이어졌다.


“아, 형 그게 아니라니까! 진짜 개좆밥 같다고!”

“후우, 미안하다.”


다 큰 성인이 뭔 걸음걸이 하나로 지랄이냐고 원장님의 따가운 눈초리가 전해졌지만, 나름 나에게도 필요한 훈련이었다.


‘다음 방송에 양념을 치기 위해선 필요해.’


오늘 도착한 아이템과 이 걸음걸이가 합쳐진다면... 시청자들은 또 한 번 발칵 뒤집힐 것이다.


그때, 이어진 호통이 내 상념을 깨웠다.


“뭘 꾸물거리는 거야 형! 빨리 빨리 움직이라고!”


복도 끝엔 싸늘한 눈빛을 한 동생들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차갑게 내려앉은 복도를 다시 한 번 걸었다.


*


‘와, 형 이건 인정! 방금 진짜 쌘 보스같았어!’


무려 3시간이 넘는 혹독한 훈련 끝에 녀석들에게 인정을 받고 집으로 귀가 할 수 있었다.


‘기대해라 고아들아.’


이번 방송만 성공하면 양손 가득 또봇을 쥐어줄 예정이다.


“후우.”


나는 눈앞에 있는 상자를 열었다.

밀봉이 되어있는 병을 따자 담긴 액체 코를 찌리는 냄새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진다.


이건 플레이어 옥션에서 구매한 아이템.

바로 와이번의 소변이다.


탑의 마물은 공포가 없다.

현 시점에서 정설이지만 사실 틀리다.


마물 또한 그들의 세계 속에서 포식자와 피식자가 존재하며, 마물은 포식자에게 공포를 느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후에 밝혀지니까.


그리고 와이번은 고블린을 주식으로 삼는다. 한마디로 고블린의 천적.


그런 와이번의 소변을 몸에 뿌리고 가면 고블린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흐흐.”


오늘 방송.

특히나 기대 된다.


*


김우석은 목석이다.

길드원들 사이에서 김우석을 향해 흔히 불리우는 별명이었다.


확실히 그 말이 맞았다.

김우석은 멍하니 하늘을 떠다니는 구름을 봐도 마음이 평온해지고, 자신이 내뱉는 호흡에 집중만 해도 안정을 얻었다.


한마디로 자극적인 삶과 거리가 있는 남성이었다.


하지만 그 무미건조했던 김우석의 삶에 처음으로 호기심이 움트기 시작했다.


‘완벽했어...’


어제 보았던 방송이 잔상처럼 머리에 맴돌았다.


슬라임은 결코 사냥하기 쉬운 상대가 아니다.

그 내부의 핵을 타격하기 위해선 꽤 높은 집중도가 필요했다. 하지만 남성은 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타격 한 번 만으로 슬라임을 처리했다. 너무나도 깔끔한 마무리였다.


‘분명 주먹이 내핵에 닿지 않았는데...’


김우석은 머릿 속에서 사내의 움직임을 수백 번 재생했다. 하지만 그의 움직임에서 찾아낼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건.


‘나보다 높은 경지다.’


아득히 헤아릴 수 없는 위치에 그가 있었다.


완벽한 신체의 구성. 알맞은 힘의 분배.

모든 것이 그에게 밀렸다.


그렇기에 그를 알기 위해선.

어제 방송에서 보였던 무위를 파악해야했다.


“그렇군...!”


다섯 시간을 가만히 의자에 앉아 고민하던 김우석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이제야 그 트릭을 깨달았다.


‘내부에 진동을 이용하여 슬라임을 터뜨린 거군!’


그는 신권합일의 경지에 있었다.

권을 이용하여 무수한 공격을 창안해내는 경지.


주먹을 다루는 본인이기에 알 수 있었다.

그 변칙적인 공격을 활용하여 슬라임을 처치한 게 분명했다.


깨달음을 얻은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훈련장으로 향했다.


퍼엉!


허수아비를 향해 주먹을 가격했다.


하지만 그 성난 근육의 폭력과 달리, 자신의 주먹은 그에 비해 너무나도 평범했다.


“하.”


그 완벽한 권을 다루는 남성의 방송을 한 번 더 보고 싶었다.


그는 대체 누굴까?

그런 실력을 보유한 남성이라면 분명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을 터.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는 인물이 없었다.


스륵.


“오늘 우석씨 왜 저래요? 1분 마다 핸드폰을 들여다 보는데...?”

“혹시, 여자가 생긴 거 아닐까요?”

“에이, 그 김우석씨가?”


변화한 김우석을 보는 주변 길드원들이 수근거렸다.


그때였다.


띠링.


[스트리머가 방송을 시작하였습니다.]


“...!”


방송의 알림을 확인한 김우석의 두 눈이 커졌다.


“핸드폰을 본 우석씨가 놀라는데요?”

“문자 온 거 같은데. 설마 그 여자한테?”

“나 저렇게 놀란 우석이형은 처음 봐...”


김우석은 홀린 듯 방송에 들어갔다. 화면 속 남성은 어제처럼 고고한 자세와 함께 석문 앞에 있었다.


-와 포스 뭐임?

-뉴비입니다. 일단 팬티 좀 갈아입고 오겠습니다.

-형님 무서워요,..

-오늘은 2층 공략 하시나요?

-2층은 그래도 쉽지 않나

-ㅇㅇ 고블린 한 마리 나옴


김우석은 내심 아쉬웠다.

2층의 무대는 그의 실력을 발휘하기엔 너무나도 좁았으니까.


더군다나 등장하는 적은 고작 고블린 한 마리.


‘적이 조금 더 많았으면 좋았을 텐데.’


수적 우위라도 존재 했다면 그의 실력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을 터.


그렇게 생각하던 때였다.


터벅.


그가 걸었다.

2층의 스테이지로 향할 석문으로 다가가고 있는 것이었다. 단순히 걷는 행위일 뿐이었지만 그 자체로 위압감이 감돌았다.


“...!”


걸음걸이로도 이런 위압감을 내뿜을 수 있는 존재라니. 김우석은 화면 너머로 느껴지는 기백에 절로 마른침이 삼켜졌다.


-와ㅋㅋㅋㅋㅋㅋㅋㅋ 지리네 진짜

-어떻게 사람이 걷는 것만으로도 위협이 됨?

-고블린 걍 기절할 듯 ㅋㅋㅋ

-뇌절 ㄴ 탑의 마물이 뭔 기절임

-ㅈㅅ ㅋㅋ


김우석이 피식 웃었다.


마물은 겁을 먹지 않는다.

이는 플레이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었다. 하지만 채팅창을 보니 절로 공감이 간 것이었다.


‘확실히, 흑랑이라는 남성의 존재감 만으로도 마물이 겁을 먹을 것 같네.’


생각보다 재밌는 사람이 많다. 조금씩 방송의 재미에 물들어가고 있던 김우석이었다.


끼익.


흑랑이 석문을 열었다.

그와 동시에 나타난 고블린.


-케르륵!


[2층에 입장하였습니다]

[고블린을 1마리를 처치하세요!]


그리고.


“...?”


이어진 상황에 김우석의 두 눈이 커졌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임?

-????????????

-뭐야? 쟤 왜 저럼?

-버그 걸린 거임?


마물은 플레이어가 어떻든 항상 호기롭게 전투에 임한다. 그것이 고블린이든 드레이크든. 개체의 강약 구분 없이 달려드는 게 마물이었다.


그랬을 터인데...


“끼, 끼에엑!”


어째선지 고블린이 남성과 마주한 순간 부리나케 도망치는 것이었다.

마치 공포에 질린 것처럼.


-????????????

-머임?

-지금 튀는 거?


그건 시청자와 플레이어인 김우석조차 이해되지 않는 상황.


‘이게 대체...?’


터벅.


그때, 묵직한 발소리가 고블린 반대편에 울렸다.


터벅, 터벅.


사내가 고블린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가 발을 내딛을 때 마다 공기 중에 무게감이 실렸다.


그 절대적인 위용을 느낀 걸까?


“끼, 끼엑...! 끼에에엑!”


점점 다가오는 사내의 모습에 고블린은 괴성을 질렀다. 마치 유리 케이스의 탈출구를 찾아 헤매는 벌레처럼 도망치기 시작했다.


무의미한 저항이었다.


툭.


사내는 이미 고블린의 앞에 당도했으니까.


“끼, 끼긱...”


고블린의 눈이 커졌다. 마치 임종을 앞둔 생명체처럼.


이어 사내의 싸늘한 사신의 선고가 이어졌다.


“꺼져라.”

“......”


그러자 고블린이 석상처럼 굳었다.


-갑자기 왜 멈춤?

-??

-뭐임? 무슨 일이 일어난 거임?


시청자는 도통 무슨 상황이 벌어진 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플레이어인 김우석은 지금 고블린이 어떤 상태인지 알고 있었다.


김우석이 탄식을 내뱉었다.


“허...”


이 상황이 너무도 어이 없었기에.


[고블린을 처치했습니다]

[2층을 클리어하였습니다]


스르르.


고블린이 실 풀린 인형처럼 고꾸라졌다.


일명 쇼크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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