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급 컨셉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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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로.
작품등록일 :
2024.08.02 13:56
최근연재일 :
2024.08.2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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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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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피드가 달라졌어요 (2)

DUMMY

7층 스테이지에 출연한 흡혈박쥐는 무려 30마리.


이전 층과 비교하면 2배의 물량이 늘어난 셈이지만, 내 앞에선 불어난 숫자의 의미는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실피드의 앞이지만.


후우웅!


내가 주먹을 뻗자 신호를 익힌 실피드가 즉시 마법을 사용했다.


5m 높이의 돌풍이 멱살 잡고 끌고가듯 흡혈박쥐들을 집어삼켰다.


-키에엑!


S급 마물의 공격에 맥도 추리지 못하는 마물들.


[흡혈 박쥐를 처치했습니다]

[흡혈 박쥐를 처치했습니다]

[흡혈 박쥐를...]


비록 F급이라곤 하나 성인 남성이 상대하기도 힘든 마물을 마치 모기 죽이듯이 쓰러뜨렸으니.


‘역시 엄청나네.’


이를 본 시청자들 역시 한바탕 난리가 났다.


-아니 사람 주먹에 무슨 장풍이 나가요?

-그것이 흑랑이니까

-캬ㅑㅑㅑㅑㅑㅑㅑㅑ

-이게 흑랑이고! 이게 절대자고!

-탑 정상화하는 신흑랑 찬양해!

-정상화 ㅋㅋㅋㅋㅋ 미친넘인가


‘크으, 이거거든.’


이거이거, 실피드만 있으면 탑을 클리어할 수 있는 거 아니야?


“이게 내 돌풍이야~!”


흑랑의 시그니처 포즈라도 따라하는 걸까?

가슴을 쭉 펴며 의기양양한 태도를 보이는 실피드.


저 짜리몽땅 요정이 어찌 저런 힘을 내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귀여우면 만사 오케이 아닌가?


“흥, 오늘은 이쯤에서 마무리하지.”

[구독자가 15,300명 상승했습니다]

[97%이상의 시청자가 만족했습니다]

[3sp 획득!]


방송도 잘 마무리하고.

탑도 훌륭하게 클리어하고.


“실피드, 방금 최고였어.”

“그래?”


방으로 돌아온 나는 수고한 실피드를 위해 적당히 아첨을 떨어줬다.


“이 정도야, 내 수준에선 별 것도 아니지.”

“역시, 실피드밖에 없다니깐. 자자!”


나는 그녀가 좋아 죽는 솔의 눈이라는 음료를 대령했다.


“역시 인간, 센스는 좋아?”

“헤헤.”


꿀꺽, 꿀꺽.


“크으, 이거거덩!”


풀의 눈을 좋아하는 요정만큼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뭐 어쨌던가.


콩각지가 씌인 듯, 탑을 훌륭하게 클리어하는 그녀가 무엇을 하든 그것이 예쁘게 보였다.


하지만 점점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한 것은 8층을 클리어 하고 나서였다.


“후, 오늘도 고생했어 실피드.”

“실피드? 내가 너랑 같은 행렬이야?”

“응?”


갑자기 그녀의 태도가 돌변한 것이다.


“앞으로 나한테 존댓말을 하도록.”

“...어, 응? 갑자기?”

“갑자기이? 갑자기이?”

“가, 갑자기요?”


아무래도 어젯 밤 그녀가 시청하던 드라마 속 재벌 갑질녀를 따라 하는 모양이었다.


‘으음, 조금 귀찮긴 한데, 뭐 별 일 있겠나.’


나는 그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면 흥이 식을 것이고, 금방 장난을 끝낼 것이리라 생각했었으니까.


큰 오산이었다.


“어깨.”

“넵...!”

“풀의 눈.”

“예, 예잇.”


실피드는 생각보다 갑질에 재능이 있었다. 그녀의 본능이 깨어난 것이다.


‘이 미친 요정이?’


그런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걸까?

째릿 노려보는 실피드.


“인간, 방금 무슨 생각했어?”

“아, 아닙니다!”

“흐음, 그래 이번 한 번만 봐줄게.”

“......”


내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확 팔찌 빼 버려?’


하지만 탑을 공략하기 위해선 그녀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한마디로 외통수.


세상과 나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선 결국 그녀의 기분을 맞춰줘야 했으니.


‘그래, 내가 참자. 참아.’


탑을 공략하기 까지.

딱 1년 정도만 버티자고 생각했다.


9층에서 사고가 터지기 전 까지.


“대체 왜 방금 스킬을 사용하지 않았던 거야? 위험할뻔 했잖아!”


거만해진 성격 탓일까? 한창 전투가 있을 때 여유를 부린 실피드로 인해 하마터면 공격을 허용할뻔 했다는 것이다.


“뭐?”


공기 청정기 앞에서 배를 벅벅 긁는 실피드가 눈을 희번득 떴다.


그녀가 손가락을 들어 위협했다.


“확, 윈드 커터 맛 보여줘?”

“아, 아니 그게...”

“요정이 실수도 좀 할 수 있지, 군소리 말고 풀의 눈이나 내와!”


그 귀엽던 요정은 어디가고.

웬 양아치가 내 방 한 구석을 떡하니 차지하고 있었다.


나는 눈물을 머금고 주방에 달려가 풀의 눈을 가져왔다.


“자, 여기.”

“어깨도 주무르고.”

“......”


나는 가슴을 콩콩 찧었다.


이렇겐 안 된다.


실피드 이 녀석, 오만방자해져가더니 결국엔 인의를 잃어버린 괴물이 되어버렸다.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었다.


‘여긴 내 집이고, 내가 집 주인이잖아!’


그러니 당장 이 조그만 녀석의 기강을 잡...


“아얏! 힘이 너무 들어갔잖아! 지금 장난해?”

“미, 미안.”


주물주물.


문제는 내가 실피드를 억제할 힘이 없다는 것.


‘설마, 탑을 클리어할 때 까지 이렇게 잡혀 사는 건 아니겠지?’


앞으로 이 괴물과 살아가는 것에 큰 절망을 느꼈다.


*


실피드가 살았던 정령계는 꽤나 따분한 곳이었다.


애초에 정령계라는 곳에서 먹고 놀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드넓은 평원도, 평화로운 하늘도, 사시사철 피는 아름다운 꽃들도. 매일매일 보고 있으면 질리기 마련이다.


그런 정령계에 비해 지구란 곳은 굉장히 다채로운 곳이었다.


“풀의 눈.”

“옙!”


특히 이 풀의 눈이라는 인간이 만들어낸 음료는 그녀가 살아왔던 자연계의 그 어떠한 샘물보다 맑고 달콤했다.


그 뿐일까?


“11번 틀라고 했잖아.”

“네, 넵...!”


네모난 창을 붙인 아티팩트는 끊임없이 인간계의 이야기를 꺼내왔다.


[당신이 사람이야?]

[허, 불륜을 할 수도 있지. 뭘 그래?]


“이익, 저 빌어먹을 인간 녀석! 당장 내가 찾아가 목을 따버릴...”

“고, 고정하여 주시옵소서. 실피드님!”


따분했던 그녀의 일상엔 석박사들이 머리를 싸매며 도파민을 자극 시킬 주제들이 침투한 것이다.


“오늘 공기 상태 왜 이래?”

“즉시 청정기를 가동하겠습니다!”


[청정 모드를 시작합니다]


세상 달콤한 공기를 내뿜는 알 수 없는 아티팩트까지.


“이게 지상낙원이지. 안 그래?”

“헤헤, 그렇습죠.”


인간의 부채질을 받으며, 세상 갑질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그녀는 점점 기고만장해져갔다.


그러던 와중 문제가 생겼다.


‘잉?’


리모컨을 가져오려 바람을 부렸으나, 어째선지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었다.


“실피드님?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아, 아니야.”


그녀가 창 밖을 나가며 말했다.


“집 똑바로 지키고 있으라고. 절대 나오지 말고!”

“알겠습니다! 충!”


인간이 보이지 않은 하늘 높이까지 날아올라서야 마법을 사용해보았다.


“윈드 커터! 상승기류! 바람 벽!”


어째선지 세상이 잠잠했다.


‘......’


몸에서 항상 끌어 올랐던 마나가 일절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마치 말라 비틀어진 계곡처럼.


“......”


파닥파닥.


실피드는 멍한 얼굴과 함께 허공을 부유하고 있었다.


*

<오늘자 흑랑 10층 클리어 씬>

<단 한 방에 컷내는 흑랑갓>

<흑랑은 신이야>


헌터넷의 화제글부터.


<흑랑, 그는 대체 누구인가?>

<10층 클리어 시간 15초. 세계 유례없는 돌파 속도>

<이럴 때 일수록 경계해야 한다. ‘다시금 타국에 헌터를 잃지 않게 끔’ 국무부 장관의 한 마디.>


인터넷 헤드라인에 도배 된 기사들까지.


“아주 빠지는 이름 하나 없구만?”


[동시 시청자 94,120명 달성!]


아쉽게도 직업 퀘스트는 달성하지 못했다.

아마 다음 방송에서 스킬을 얻을 수 있겠지.


나는 슬쩍 고개를 돌렸다. 이럴 때 일수록 실피드의 칭찬은 필수적이었기에.


“히야, 실피드님이 아니었으면 제가 어떤 곤욕을 겪었을지...”

“으, 응? 아?”


평소라면 턱을 치켜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겠지만, 오늘따라 그녀가 뻣뻣하게 반응했다.


“실피드님? 무슨 문제라도...”

“무, 문제? 없어! 문제 절대 없어!”


뭔가 상태가 이상한데...


기분 탓이겠지?


그러던 중 시야에 한 기사 제목이 들어왔다.


<청월 길드, A급 게이트 토벌 대작전 감행 예정, 국민 안전 수호 위해 만반의 준비...>


“오.”


그러고 보니, 슬슬 청월 길드가 변이 게이트로 인해 전멸했던 전생의 일이 가까워 지고 있었다.


‘그게 3일 뒤란 말이지?’


물론 크게 걱정은 되지 않는다.


이미 김우석은 S급 헌터가 되었으니, 그를 토벌하는데 그리 큰 전력의 문제는 없으리라.


“흐음...”


변이 게이트는 평범한 게이트에 비해 보상이 후한 걸로 알고 있다.


전생에서 뇌제 김우석은 그 점을 상당히 아쉬워했다.


[보스를 쓰러뜨리고 난 뒤, 지반이 무너지더군. 아마 트리거가 존재했던 모양이야. 그 탓에 보상을 획득하진 못했지. 상자의 색? 내가 볼 땐 S급이었어. 상당히 귀한 아티팩트가 들어 있었을 게 분명한데. 아쉽게도 챙기지 못했지.]


“흐음...”


김우석이 들어가려는 게이트는 무려 A급 게이트.


그곳에서 변이가 일어난다면 S랭크는 아니지만 그와 엇비슷한 수준의 위험도는 생길 것이다.


하지만...


‘아, 이거 궁금한데?’


트레저 헌터가 어떤 감정으로 위험을 도전하는지 알 것만 같았다.


하지만 목숨을 걸고 도굴을 시도하는 그들과 달리 나는 그리 큰 위험이 없었다.


파닥파닥.


바로 옆에 날고 있는 S랭크급 대정령, 실피드가 있었으니까.


“으음.”


어째선지 나와 눈이 마주치자 휙 고개를 돌리는 실피드.


조금 상태가 이상하지만.


뭐, 문제야 있겠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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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치밀한 사내, 이명호 +1 24.08.20 93 7 13쪽
13 포션이 상당하다 +2 24.08.19 103 6 12쪽
12 세상이 갈라졌다. (수정) +1 24.08.13 129 8 16쪽
11 흑랑 등장 +1 24.08.12 123 8 14쪽
10 여캠 백예린 (3) +1 24.08.11 135 8 16쪽
9 여캠 백예린 (2) +1 24.08.10 134 9 16쪽
8 여캠 백예린 (1) 24.08.09 140 9 15쪽
7 뇌제 김우석 +1 24.08.08 140 10 13쪽
6 쾌권 김우석 (4) +2 24.08.07 155 9 16쪽
5 쾌권 김우석 (3) +1 24.08.06 148 8 14쪽
4 쾌권 김우석 (2) +1 24.08.05 162 10 13쪽
3 쾌권 김우석 (1) +1 24.08.04 173 9 13쪽
2 컨셉 (2) +1 24.08.03 200 12 16쪽
1 컨셉 (1) 24.08.02 242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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