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급 컨셉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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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로.
작품등록일 :
2024.08.02 13:56
최근연재일 :
2024.08.2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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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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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포션이 상당하다

DUMMY

‘후.’


깜짝 놀랐네.


갑자기 이정훈이 내 뒤에 있던 백예린에게 달려들었을 땐 어찌나 당황했는지 모른다.


실피드가 미처 반응하지 못했더라면 백예린은 아마 목숨을 잃었으리라.


“어때? 내 바람이!”


실피드가 당당하게 가슴을 쭉 편 상태로 나를 내려다 보았다. 마치 칭찬을 바라는 어린아이처럼.


나는 대답 대신 실피드를 쓰다듬었다.


“헤헤.”

“......”


나는 반으로 갈라진 이정훈의 시체를 보았다.

실피드의 마법이 그를 살해했다곤 하나 내 영향이 없었다고 하면 그건 거짓이었다.


한마디로 나로 인해 벌어진 첫 살해.


그럼에도 이상하리만큼 감정의 동요가 적었다.


어쩌면 전생에서 너무도 많은 헌터의 죽음을 보았기 때문에 무덤덤해진 것도 있겠고, 「방송인의 자질」이라는 스킬이 영향을 준 것일 수 있겠다.


‘그게 아니라면 언노운이라는 녀석들에게 감정을 품고 싶지 않은 걸지도.’


녀석들은 내가 좋아하던 스트리머들을 몇 차례나 살해한 극악무도한 쓰레기들이다.


그 감정이 내 가책을 휘발한 것일 수 있겠다.


‘내겐 다행인 일이지.’


어쨌든, 실피드와의 합작은 꽤 훌륭했다.

실피드가 마법을 사용할 땐 그를 따라 폼잡으며 모션을 취하고.


남들의 시선으로 볼 땐 한 손으로 기류를 조종하며, 상대를 높이 띄우거나 참격을 날리는 그야말로 압도적인 존재로 보일 것이리라.


내 연기의 결과는 백예린의 표정을 보면 알 수 있었다.


“허...”


그녀는 지금 흑랑이라는 압도적인 존재에 넋을 놓은 상태.


뿐만 아니다.


-와 씨발 ㅋㅋㅋㅋㅋㅋㅋㅋ

-팔 하나 움직이지 않고 찍어누르는 거 본사람?

-방금 전투 안 본 눈 삽니다.

-머임? 흑랑 S급 헌터임?

-S? 장난? EX급임. ㅋㅋ

-아니 ㅆㅂ 애초에 5층 플레이어가 이런 스펙을 보이는 게 말이 안대자나 주작임;

-흑랑 주작단 또 왔네 ㅡㅡ


수 만 명이 달구어 놓은 채팅이 주르르 아래로 내려간다. 하나같이 엄청난 흑랑의 위엄에 시청자 모두의 바지를 촉촉이 적셔버린 것.


‘크으, 이거거든.’


난데없이 등장한 흑랑이 백예린이라는 헌터를 구하는 영웅적 서사는 사람들의 실금을 울리고 있었다.


‘오늘 또 타오를 화제글이 기대되네.’


그때 누군가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으, 으윽...”

“매니저!”


맞다, 저 사람도 있었지.


백예린이 부리나케 달려갔고 나는 조금 떨어져 상황을 주시했다.


출혈의 양을 보니 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황.


“매니저...! 죽는 거 아니지? 응...? 그, 그래 빨리 던전을 클리어하면...”


서둘러 몸을 움직이려던 백예린의 팔을 매니저가 붙잡았다.


“예린아, 너무 늦었어. 그러니까, 그냥 옆에서 내 최후를 지켜봐 줘. 쓸쓸하게 죽는 건... 싫으니까.”

“흐윽, 흐윽! 내가 못 되게 굴어서 미안해. 사실 진심으로 화낸 건 아니었어...”


차갑게 식어가는 매니저 앞에서 펑펑 우는 백예린. 그 광경을 보니 측은함이 느껴졌다.


물론 백예린 탓은 아니었다.


‘매니저가 불쌍하네.’


백예린의 히스테리를 매일같이 겪다가 결국 그녀의 일에 휩쓸려 사망하다니.

죽음도 저런 개죽음이 없지.


매니저는 여전히 인자한 얼굴로 대답했다.


“솔직히, 화를 내도 그려려니 했어. 어차피 통장을 보면 금방 감정이 누그러들거든.”


아.


역시 금융치료가 최고다.


“매니저...”


백예린이 그의 손을 꽉 붙잡았다.


그를 살릴 방법은 없을까?


그런 생각이 들던 와중 내 옆구리에 플라스크가 손에 잡혔다.


‘맞다, 카밀라의 포션.’


물론 그 효과는 미미하겠지만 잠깐의 시간을 벌 수 있다면 가능성은 있었다. 보스 필드는 이미 클리어한 상태였으니까.


그래, 어차피 비싸지도 않은 건데.


나는 백예린을 향해 플라스크를 던졌다.


“받아라.”

“이, 이건?”

“포션이다.”

“...포션?”


백예린은 투명한 포션의 색깔에 의심과 두려움이 섞인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았다.


하기야, 나라도 저런 괴상한 포션을 받는다면 똑같은 반응을 보일...


“...!”


그런 예상과 달리 그녀는 즉시 매니저의 상처 위에 포션을 흩뿌렸다.


매니저를 살리고 싶단 마음이 그녀의 사고 회로를 거치지 않은 것이리라.


어쨌든 좋은 판단이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지체한다면 매니저의 생명이 더욱 위독해질 수 있으니까.


“윽...!”


보아라, 안 그래도 매니저의 혈색이 조금씩...


‘응?’


왜 이렇게 좋아지지?


창백했던 그의 피부가 어느덧 붉은기 가득한 살색으로 돌아왔고 파르르 몸을 떨던 그의 신체가 순식간에 진정됐다.


“어, 어어...?”


그 상황에 경악을 금치 못하는 백예린.


‘어, 어어...?’


물론 나 또한 속으로 경악을 금치 못하는 중.


“다 아물었어? 이렇게 순식간에...?”


뿐만 아니다.


“매니저? 지금 몸이?”


포동포동했던 매니저는 어디 가고 닭튀김의 기름을 건지듯 살이 쫙 빠진 이름 모를 남성이 눈앞에 있었다.


마치 비만이란 상태에서 표준체형으로 변경됐듯이.


“흑랑씨?! 이게 어떻게 된...”


이 영문모를 상황에 나를 큰 눈으로 바라보는 백예린.


‘씨발 뭐야?’


내색하진 않고 있으나 나 또한 무척이나 당황한 상태.


「방송인의 자질이 발동되었습니다」


눈앞에 스킬이 발동 되는 메시지가 떠오를 정도였으니까. 나도 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다.


차오르는 의문과 혼란이 순식간에 가라앉은 나는 일단 등을 돌렸다.


그러고선 묵직한 한 마디와 함께.


“흥, 난 이만 가보지.”


급하게 홀연히 숲 너머로 몸을 숨겼다.


...모르는 일은 피하는 게 상책이기에.


*

백예린은 흑랑이 사라진 숲속을 한참이나 응시했다.


“......”


방금 전 보았던 그 눈빛을 잊을 수 없었다.


그 누구에게도 간섭을 허락치 않는 지고한 자의 눈빛.


그건 자신만의 정의를 관철하는데 성공한, 나아감에 있어 결코 두려움이 없는 자만이 얻을 수 있는 눈이었다.


자신과 반대로 말이다.


“......”


그녀는 방금 전 전투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압도적인 강함이 꽃피워낸 전율을.


자신이 항상 꿈꿔왔던 이상향, 영웅적인 인물.

그가 바로 눈앞에 있었으니.


“...흑랑.”


그녀는 빈 플라스크를 보았다.


상처를 단시간에 치료한 이 수수께기의 포션과도 같이 흑랑이란 인물은 수많은 비밀을 품고 있는 사내였다.


무슨 연유로 이곳에 나타났는지는 좀처럼 이해할 수 없지만 정확한 사실은 있었다.


그가 결국 백예린과 매니저의 목숨을 구했다는 것을.


그리고.


죽기 직전이 되어서야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아직 헌터라는 직업에 미련을 놓지 못했다는 것을.


*


해피엔딩.

행복한 결말로 끝맺음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어찌 보면 지금의 상황도 그 해피엔딩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매니저, 이번달 월급 50% 인상시켜 줄게요.”

“네? 저, 정말요?”


무려 50%의 인금 인상이라니.

매니저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얼굴로 무릎을 꿇었다.


생명도 무사하고, 득템도 하고, 매니저와 백예린의 사이도 돈독해지고.


그렇다면 해피엔딩으로 결말이 난 후의 이야기는 끝까지 행복할 수 있을까?


나는 아니었다.


“허, 어디서 잘 숨어 계신진 모르겠지만 아쉽게도 엔트한테 잡아먹히진 않으셨네요.”

“......”


백예린이 경멸의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이 썩을 년이.’


마치 백마 탄 왕자님이 백설공주를 구한 게 아닌, 알고 보니 마녀를 구한 이야기 같은 느낌.


‘내가 기껏 구해줬건만.’


이 찝찝하고 불쾌한 결말에 화가 났지만...

나는 그 감정을 쉽게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그야 나는 대인배잖아?’


구독자 1만, 화제글을 항상 불태우는 방화범.

그런 내가 너그러운 마음을 보이지 않으면 어찌한단 말인가.


하지만 그 다짐도 얼마 가지 않았다.


“에에엑?!! 네가 흑랑이라고? 이렇게 비실비실하고, 희미하게 생긴 얼굴에, 탈모까지 있는 네가?”

“......”


진짜 죽고 싶은 건가? 이 요정.


실피드는 현재 내 정수리에 올라타 묘종을 확인하듯 샅샅이 머리카락을 훑고 있었다.


“예속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걸 보면... 진짜로 네가 흑랑이라고? 세상에.”


「분신 해제」 스킬을 사용하는 순간 흑랑이 장착하고 있던 장비는 모조리 바닥에 떨어진다.


그렇기에 나는 그를 다시 주워 착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그녀는 흑랑이 아닌 내가 착용한 것에 의심을 하는 상황이었으나 다행히 예속의 계약은 육체가 아닌 영혼에 옭매이는 모양이었다.


‘후, 귀찮은 게 이만저만이 아니네.’


이럴 때 아공간 스킬이 있으면 좋을 텐데.


마치 목욕탕에서 옷을 벗어 던지듯, 흑랑폼을 해제하기 전에 아공간에 모조리 템을 집어 넣고.


그 뒤에 다시 흑랑을 소환하여 아공간을 열고 템을 다시 껴입고.


그런 아공간만 있다면 굳이 리스크와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아도 될 텐데.


‘그러고 보니, 청월 길드에 아공간 스킬북이 있었지?’


스킬북은 말 그대로 스킬을 획득할 수 있는 책이었다. 그를 읽기만 해도 스킬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으며, 영구적으로 사용이 가능해지는.


그런 만큼이나 스킬의 종류와 위력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 달라진다.


허나 그 자체도 희귀해 경매장에 올라오지도 않는 물품이다.


‘그냥 김우석을 이용해서 뜯어먹어?’


하지만 흑랑이라는 이미지를 생각하니 영 폼이 안 선다.


그 누가 갈취라는 행동을을 쿨하게 할 수 있단 말인가.


“다 왔네요.”


고민이 이어지던 와중 어느새 게이트 밖을 나왔다. 수많은 인파가 바깥에 빽빽이 있었다.


“백예린이다!”

“그 백예린이 살아 돌아왔어!”


수많은 기자들이 플래쉬 세례를 퍼부에 눈이 멀 지경.


“끼약! 눈 아파! 그냥 다 바람으로 날려 버릴...”

“가, 가만히 있어!”


지금 사람 벌목할 일 있나?


“흑랑은?”

“어, 어...? 게이트가 닫히는데?”

“그럼 흑랑은 게이트에 갇힌 거야?”


게이트가 서서히 입구를 닫자 많은 이들의 의문을 토해냈다.


허나 어째선지 백예린은 의미심장한 웃음으로 닫혀가는 게이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후후, 그 흑랑님이 겨우 게이트에 갇힐 거라고 생각하다니. 웃긴 이야기네요.”

“예린씨, 그게 무슨 이야기에요?”

이야기를 듣던 매니저가 고개를 갸웃했다.


“말 그대로예요. 흑랑씨는 게이트의 규칙을 철저히 무시하는 괴물같은 사내라는 걸요.”

“오오... 확실히.”


뭔 개소리래?


어쩐지 나 혼자 따라가지 못하는 대화 내용에 머리가 복잡해지는 와중, 저 멀리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뭐야 김우석이 왜 저기 있어?’


뿐만 아니다.


또각, 또각.


또 다른 익숙한 얼굴이 내 앞에 나타나자 잠시 정신이 멍해졌다.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강진혁군.”


재수 없게 생긴 무태 안경에 차가운 인상을 가진 남성. 틀림없다.


그는 협회의 2인자 이명호가 분명했다.


그 이명호가 어째서?


“그 포션, 상당히 귀한 물건이더군요.”

“포션이요?”

“예, 진혁군께서 오늘 협회에 감정을 받은 그 포션이요.”


아, 게이트에 입장하기 전에 카밀라의 포션을 경매장에 내놨었지?

생각해보니, 그 포션 효과가 상당했다.

매니저의 상처를 1초만에 깔끔히 회복시키지 않았던가.


“협회로 안내하겠습니다.”


그런 이명호가 행차할 정도라면...

나는 순수한 궁금증이 생겼다.


“혹시 등급이 나왔습니까?”


그에 이명호 또한 간단명료하게 답했다.


“S급입니다.”

“아, S급.”


나는 순순히 이명호가 부른 차량에 탑승했다.


아무래도 좆 된 것 같기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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