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요원인데 천재 배우로 착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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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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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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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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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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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요원 (2)

DUMMY

필리핀에서 자신의 범죄조직을 운영한다던 재일교포 마약상 제임스.


그의 진짜 정체는 고스트라는 코드명의 비밀 요원이었다.


전원이 나가서 나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스위트룸에서 작전을 개시한 고스트가 가장 먼저 한 행동은, 벨보이의 목에 칼을 겨누던 최두홍의 옆구리에 플라잉 니킥을 날리는 일이었다.


“억!”


어둠 속에서 느닷없이 무릎으로 옆구리를 찍힌 최두홍은 바람 빠지는 듯한 신음을 흘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니킥 한 방에 갈비뼈가 부러진 최두홍은 너무 아파서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했다.


숨을 쉴 때마다 칼침을 맞은 것처럼 얻어맞은 부위가 쑤셔왔다.


절도 있는 동작으로 벨보이에게서 최두홍을 떼어낸 고스트는 억센 완력으로 벨보이의 뒷목을 휘어잡았다.


“어, 어어!”


당황한 벨보이가 겁에 질린 비명을 내지르는 동안, 고스트는 벨보이를 안전하게 호텔 방의 화장실 안으로 데려갔다.


그러고는 곧장 화장실 밖에서 문을 잠그고, 웬만한 외부 충격으로는 문이 열리지 않도록 손날로 문손잡이를 내려쳐 부숴버렸다.


긴박한 작전 상황 중에 민간인인 벨보이가 다치지 않도록 배려한 최소한의 조치였다.


“고스트. 호텔의 전력이 복구될 때까지 30초 남았다. 어서 서둘러.”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기에, 고스트는 시간 낭비 없는 동작으로 눈이 보이지 않는 육성파 조직원들을 쓰러뜨려 갔다.


물 흐르듯 절도 있는 동작으로 이어지는 고스트의 주먹질과 발길질은 마치 우아한 무용 동작 같았다.


눈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 사방에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지자, 당황한 조직원들은 품속의 연장을 꺼내 허공에 마구잡이로 휘두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조직원들의 공격은 대부분 허공을 가르거나 옆에 서 있던 동료 조직원을 때리기 마련이었다.


“전력 복구 5초 전! 고스트. 우선 물건부터 확보해!”


뛰어난 근접 격투 실력과 야시경의 도움으로 육성파 조직원들을 제압해 나가던 고스트는 곧장 검은 장치가 놓여있던 테이블을 향해 뛰었다.


테이블 근처에서 얼쩡거리던 조직원 한 명을 넥슬라이스로 무력화시킨 뒤, 고스트는 손을 뻗어 검은 장치를 주워 들었다.


고스트가 다급히 입고 있던 양복 정장 안에 장치를 쑤셔 넣은 순간, 호텔의 전원이 복구되며 주변이 갑자기 밝아졌다.


“제임스 형님···?”


육성파 조직원들은 당황했다.


두목인 최두홍과 호형호제하며 친하게 지내던 베트남의 거물 범죄자 제임스가 느닷없이 돌변해서 최두홍을 때려눕히고 순식간에 조직원들을 절반 이상 기절시켰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범죄의 세계에서 배신은 익숙한 일이었기에, 조직원들은 곧장 고스트를 향해 반격에 나섰다.


촤악!


한 조직원이 휘두른 사시미칼이 고스트의 얼굴을 스쳤다.


피부에 길게 자상이 남았지만, 이상하게도 피는 단 한 방울도 흐르지 않았다.


고스트는 조직원의 손목을 꺾어 칼을 놓게 하고, 팔꿈치로 얼굴을 찍어 조직원을 쓰러뜨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최두홍의 부하들을 전부 때려눕힌 고스트는 정장 안에 감췄던 장치에 손상된 부분은 없는지, 이것이 목표로 했던 물건이 맞는지 확인했다.


그때, 옆구리를 움켜쥔 채 바닥에서 괴로워하던 최두홍이 고스트를 핏발선 눈으로 노려보며 악을 썼다.


“이 더러운 배신자 새끼! 나는 너를 내 친동생처럼 여겼는데! 널 믿었는데! 어떻게 네놈이 날 배신할 수가 있어! 이 피도 눈물도 없는 자식아!”


침을 튀기며 목이 쉬도록 소리치는 최두홍의 윽박에도, 고스트는 일말의 동요도 없는 무표정으로 최두홍에게 걸어갔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동작의 무자비한 사커킥으로 고스트는 최두홍을 머리통을 걷어차 일격에 기절시켰다.


“내게 말 걸지 마라. 범죄자 새끼가.”


장치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고스트는 장치를 보관하던 슈트케이스에 다시 장치를 넣고 슈트케이스를 통째로 집어 들었다.


“후···.”


지친 숨을 몰아쉬며 잠시 한숨 돌리던 고스트는 문득 호텔 방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육성파 조직원이 휘두른 사시미칼에 얼굴을 길게 베인 상처가 볼품없이 너덜거리고 있었다.


고스트는 너덜거리는 피부를 손으로 잡고 뜯어냈다.


그러자 고무처럼 길게 늘어나던 피부가 고스트의 얼굴에서 뜯겨 나오고, 필리핀 출신의 거물 범죄자 제임스로 위장했던 실리콘 분장이 벗겨지며 고스트의 맨얼굴이 드러났다.


고스트의 맨얼굴은 그가 위장했던 제임스보다 훨씬 더 어리고 앳된 인상이었다.


진짜 제임스는 이미 오래전에 경찰에 검거되어 현재 외국인 교도소에 수감 중이었다.


고스트는 제임스의 커다란 체격을 재현하기 위해 구두 속에 넣었던 두꺼운 키높이깔창과 어깨에 집어넣었던 스티로폼 패드를 꺼냈다.


깔창과 패드를 꺼내자, 옷과 신발의 치수가 맞지 않아 헐렁헐렁해졌지만, 고스트는 이제야 몸이 홀가분해졌다는 표정으로 이레즈미 문신이 그려져 있던 살색 팔토시를 벗었다.


잠입과 위장을 위해 옷 안에 집어넣었던 것들을 제거해서 한결 가벼워진 몸놀림으로, 고스트는 기절한 척 바닥에 엎드려 기회를 노리는 조직원이 없는지 살폈다.


고스트의 시선은 머리에 두건을 쓴 채 의자에 묶여 고문받던 남자에게로 향했다.


고스트는 남자에게 다가가 두건을 벗겼다.


갑자기 주변이 밝아져서 눈살을 찌푸리던 남자는 뒤늦게 고스트의 얼굴과 그가 손에 든 든 슈트케이스를 보고 허탈한 한숨을 내쉬었다.


“내 이럴 줄 알았지. 또 정보기관에서 나온 개새끼였어! 너희 비밀 요원이라는 놈들은 하나같이 속이 시커먼 놈들뿐이야. 비밀번호를 알아내려고 일부러 지금껏 내가 고문당하는 것도 모른척한 거지!”


남자는 이곳에서 벌어진 정황만 보고도 이미 고스트의 정체를 어느 정도 눈치챈 모양이었다.


남자의 폭언에도 고스트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일언반구도 없이 몸을 돌려 떠날 채비를 했다.


그러자 다급해진 것은 의자에 묶인 남자 쪽이었다.


“이, 이봐! 나를 여기 묶어두고 그냥 가버릴 생각이야? 정부 기관 소속의 공무원이 이래도 되는 거야? 당신들의 임무는 선량한 시민을 보호하는 거잖아? 최소한 묶인 건 풀어주고 가야지!”


남자가 내뱉은 선량한 시민이라는 말에, 여태까지 남자의 말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고스트가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그에게는 선량한 시민이라는 단어가 일종의 트리거 워드였던 모양이었다.


고스트는 몸을 돌려 다시 남자에게 다가갔다.


“선량한 시민?”


고스트가 워낙 험악한 분위기를 뿜어내며 다가왔기에, 의자에 묶인 남자는 지레 겁먹은 표정을 지었다.


“그 좋은 머리로 이런 위험한 물건을 만들어서 국제적인 범죄 조직에게 팔아먹으려 한 사람을 선량한 시민이라 부르진 않지.”


고스트는 자신이 들고 있던 슈트케이스를 남자에게 들이밀며 말했다.


“너는 지금 네가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뭐, 뭐라고?”


“내가 입장상 너를 해칠 수 없다는 걸 아니까, 그걸 믿고 이렇게 건방 떠는 거잖아? 안 그래?”


고스트는 슈트케이스가 놓여있던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그러자 테이블은 굉음을 내며 일격에 박살 나 버렸다.


완전히 겁먹어 버린 남자에게 고스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착각하지 마라. 서류 한 장만 있으면 너 하나 정도는 세상에 태어난 적도 없는 존재로 만들 수 있으니까.”


남자는 이제 겁에 질려서 고스트와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


고스트가 남자에게 몇 마디 더 하려는데, 통신기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고스트를 재촉했다.


“고스트. 그쯤 해두고 거기서 나와. 지금쯤이면 바깥에 있는 놈들도 뭔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눈치챘을 거야.”


고스트는 더 똑 부러지게 쏘아붙여 줄 말을 찾지 못해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일단은 임무가 우선이었다.


그래서 고스트는 바닥에 떨어져 있던 두건을 주워서 의자에 묶여있던 남자의 머리에 다시 씌워주었다.


남자는 당황해서 저항하려고 발버둥 쳤지만, 의자에 묶인 상태로는 저항할 방법이 없었다.


고스트는 바닥에 떨어져 있던 흉기들 중에 묵직한 크로우바 하나를 주워 들고 호텔 방의 화장실로 향했다.


고스트 본인이 직접 문을 잠그고 문고리를 맨손으로 부숴버렸기 때문에, 화장실 문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열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고스트는 잠긴 화장실의 잠금장치를 크로우바로 부숴서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 화장실 안에 있던 겁먹은 표정의 벨보이가 고스트에게 고개를 돌렸다.


반쯤 패닉 상태에 빠진 벨보이가 뭔가 말하기도 전에, 고스트는 지체 없이 빠르게 지시 사항을 전달했다.


“위험한 상황은 넘겼으니 안심하십시오. 곧 우리 측 사람이 도우러 올 겁니다. 밖은 위험하니까 별도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여기 계십시오.”


“아,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말을 마친 고스트가 계속 벨보이를 물끄러미 쳐다보자, 벨보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스트를 마주 보았다.


고스트는 예리한 시선으로 벨보이가 입은 붉은색 유니폼을 스캔하고 있었다.


마침 고스트의 체격에 딱 맞을 것처럼 보이는 유니폼이었다.


“사실 한 가지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


한가롭던 호텔 로비에서 갑자기 다급한 비명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느닷없이 호텔에 들이닥친 한 무리의 조직폭력배 조직원들 때문이었다.


로비에서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던 호텔 손님들은 느닷없이 손에 흉기를 든 폭력배들을 보고 겁에 질려 몸을 숨겼다.


“빨리빨리 움직여! 이 호텔에서 단 한 놈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아!”


조직원들은 호텔을 찾은 손님들을 한 명씩 조사하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하지만 조직원들은 커다란 카트를 끌며 그들 사이를 유유히 지나치던 룸서비스 담당 호텔직원 벨보이에게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


찾아야 할 사람의 얼굴은 이미 알고 있으니, 그 이외의 사람에게는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호텔 뒷문으로 빠져나온 벨보이는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 뒷문에서 미리 대기하고 있던 택시의 뒷좌석에 올라탔다.


택시 기사는 벨보이가 택시에 올라타자마자 목적지를 듣기도 전에 곧장 차를 출발시켰다.


별다른 의심 없이 호텔을 벗어나며 택시 기사는 벨보이에게 물었다.


“이제야 한숨 돌리겠군.”


벨보이로 위장하기 위해 걸쳤던 호텔 유니폼을 벗고, 고스트는 택시 뒷좌석에 미리 준비되어 있던 검은 더플백에서 평상복을 꺼내 입었다.


택시를 운전하던 중년 남자 운전수 역시 센트럴이라는 암호명을 지닌 비밀 요원이었다.


미행을 당하지 않을 만큼 호텔에서 멀리 떨어진 한적한 장소에 차를 세우고, 두 사람은 차에서 내렸다.


센트럴은 고스트에게 물었다.


“물건은?”


센트럴의 물음에 고스트는 들고 있던 슈트케이스에서 검은 장치를 꺼내 센트럴에게 건냈다.


검은 장치를 이리저리 둘러보던 센트럴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확실한 진품이군. 수고했네. 고스트.”


센트럴이 자신의 차량에 장치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동안, 고스트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센트럴 쪽을 힐끗거렸다.


평생을 첩보 임무에 몸담아 온 센트럴이 그 어색한 분위기를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내게 뭔가 할 말이 있나? 고스트.”


센트럴의 물음에 고스트는 짧은 한숨과 함께 마지못해 되물었다.


“센트럴. 정말 은퇴하시는 겁니까?”


“사실 그만둬야 할 때는 이미 지났지. 지금 내 나이를 생각하면 말일세.”


“요원들 대부분은 아직 선배님 실력의 반도 못 따라가는데 말입니까?”


“어쩌면 나의 존재가 지금껏 그들이 더 나아질 가능성을 막고 있었는지도 모르지.”


“선배님이 은퇴하신다고 해서 그 머저리들의 실력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동료들에게 너무 가혹하게 굴진 말게. 모두가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나는 건 아니니까.”


“명심하겠습니다. 그럼, 제가 선배님의 마음을 돌리게 만들 방법은 없는 겁니까?”


“좀 봐주게. 나도 이제 집에서 난초나 기르면서 편안하게 노후를 보내야지.”


“선배님이 난초를 기르시는 모습은 도저히 상상이 안 갑니다. 은퇴하시면 대체 뭘 하실 생각이십니까?”


“글쎄, 지금은 오랜만에 딸을 보러 갈 생각 말고는 안 드는군. 평범한 일상을 보내다 보면 차차 뭘 해야 할지도 떠오르게 되겠지.”


“제가 장담컨대, 선배님은 일주일도 안 되어서 좀이 쑤셔 못 견디게 되실 겁니다.”


비꼬는 듯한 고스트의 대답에 센트럴은 피식 웃었다.


“그럴지도 모르지. 너무 심심해서 사고 치게 될 수도 있고.”


“이제 전직 요원이시니까, 사고 치면 저를 만나게 되실 겁니다.”


“명심해 두지.”


고스트와 농담을 주고받던 센트럴은 확보한 물건을 본부에 전하기 위해 자신의 차량으로 몸을 돌렸다.


“선배님.”


그때 고스트가 센트럴을 불러 세웠다.


센트럴이 몸을 돌리자, 고스트는 절도 있는 자세로 정중하게 센트럴에게 경례했다.


“지금까지 수고하셨습니다. 선배님.”


센트럴 역시 고스트의 경례에 절도 있는 경례로 답했다.


정신적 지주가 되어주던 센트럴의 은퇴가 못내 아쉽긴 했지만, 이왕 결정된 일이라면 고스트는 깔끔하게 보내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치지직!


고스트가 센트럴과 헤어져 주차장을 벗어나려는데, 어딘가에서 지직거리는 노이즈가 들려왔다.


이번 작전에서 사용하던 두 번째 비상 통신기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옷깃에 숨겼던 비밀 통신기를 사용할 수 없게 되었을 때를 대비한 비상 통신기였다.


작전이 끝나서 회선을 이용하는 요원도 없을 텐데, 통신기는 계속 불규칙한 잡음을 송신하고 있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지나쳤을 테지만, 고스트의 뇌리에는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고스트는 신중하게 다이얼을 조작해서 지직거리던 소리의 잡음을 줄였다.


그러자 지직거리는 노이즈에 묻혀있던 현장 요원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 대원에게 알린다! 레이븐이 우릴 배신했다! 반복한다! 레이븐이 배신자다!”


현장 요원의 다급한 목소리를 듣는 순간, 고스트는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지며 온몸의 털이 빳빳하게 서는 느낌이 들었다.


고스트는 자신의 직감을 믿고 곧장 몸을 돌려 센트럴과 그의 차가 있던 곳으로 내달렸다.


센트럴은 자신의 차량 운전석에서 열쇠로 시동을 거는 중이었다.


펑!


고스트가 고함을 질러 센트럴에게 경고하기 직전, 센트럴이 타고 있던 승용차가 시뻘건 화염에 휩싸이며 굉음과 함께 폭발했다.


차량 폭발의 후폭풍에 휘말려 고스트는 주차장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삐-


고스트는 폭음에 귀가 멀어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주 먼 곳에서 들려오는 것처럼 작고 나지막하게 들려오는 자신의 숨소리를 느끼며, 고스트는 바닥에서 몸을 일으켰다.


날아온 파편에 긁혀 이마가 찢어지고, 귀에서는 피가 흘러내렸다.


평소에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는 법 없이 냉철하게 상황을 판단하던 고스트도 지금은 황망한 시선으로 센트럴이 타고 있던 불붙은 차량을 쳐다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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