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요원인데 천재 배우로 착각당했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현우
작품등록일 :
2024.08.04 00:05
최근연재일 :
2024.08.17 11:10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2,168
추천수 :
47
글자수 :
96,733

작성
24.08.07 16:10
조회
205
추천
8
글자
17쪽

입시 시험

DUMMY

대한민국 굴지의 1위 귀족학교.


청담 인터네셔널 고등학교의 주차장에 낡은 자전거 한 대가 멈춰 섰다.


장차 배우를 꿈꾸는 고아원 출신의 17세 소년 이진혁이었다.


그는 지금 청담 인터네셔널 고등학교의 예체능 특채 시험을 보기 위해 이곳에 왔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가난한 소년이 인생 역전을 위해, 청담고에 외부인이 입학할 유일한 기회를 잡으려고 바늘구멍을 통과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의 정체는 임무 수행을 위해 잠입 작전을 준비하던 비밀 요원 고스트였다.


고스트가 나이에 비해 원체 동안이기도 했고, S.M.A.R.T 기술 부서가 자랑하는 특수 분장 덕분에 고스트는 평범한 고등학교 입시생처럼 보였다.


‘보안이 삼엄하군.’


청담 인터네셔널 고등학교에 대한 고스트의 첫인상은 일반적인 고등학교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외부의 보안이 삼엄하다는 것이었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감시카메라와 곳곳에 배치된 경비원들은 어중이떠중이들이 아니라 사설 경비업체에서 고용한 전문가들로 보였다.


아무래도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전부 귀하신 몸이다 보니, 학교 측에서도 보안에 심혈을 기울인 모양이었다.


이렇게 보안이 삼엄한 학교에서 신분을 위장한 채로 작전을 진행하려면 특별히 신경을 기울여야겠다고 고스트가 생각할 찰나였다.


“거기, 자전거 좀 치워줄래?”


고스트는 곧장 자신의 위장 신분인 이진혁으로서의 연기를 시작하며,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수십억 원대 고급 승용차의 뒷좌석, 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민 10대 소녀가 이진혁을 쳐다보고 있었다.


고급 승용차가 자신의 곁에 멈춰 섰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전에 알고 있었지만, 이진혁은 설마 자기 때문에 멈췄을 거라고 생각하진 못했다.


이진혁은 주위을 둘러보았다.


아직 이른 시간이었기에 주차장의 자리는 대부분 비어있었다.


이진혁은 이 상황에서 평범한 10대 소년이 할만한 대답을 하기로 했다.


“다른 곳 주차하면 되잖아?”


“거기가 내 자리라서.”


그녀는 이진혁과 그의 자전거가 있는 자리를 가리키며 대답했다.


재학생을 위한 주차장 지정석이 있다는 사실은 청담고의 팸플릿에서는 얻을 수 없는 정보였다.


“알았어.”


하는 수 없이 이진혁은 자전거를 치우기 위해 자전거의 킥스탠드를 접었다.


하지만 이진혁이 자전거를 치우려는 순간, 고급 승용차 뒷좌석의 그녀는 다시 이진혁을 불렀다.


“저기.”


이진혁이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녀는 감정을 읽을 수 없는 표정으로 이진혁을 지긋이 쳐다보며 물었다.


“너, 우리 학교 학생 아니지?”


대화를 몇 마디 나눴을 뿐인데, 그녀는 벌써 이진혁이 청담고의 학생이 아님을 눈치챘다.


하지만 그 정도는 가난한 고아 소년이라는 위장 신분에 걸맞은 추레한 차림과 자전거로 통학했다는 사실만 봐도 간단히 알 수 있는 사실이었기에, 이진혁은 별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아직은. 오늘 편입 시험 보러 왔거든.”


“그렇구나. 충고 하나 해줄까?”


“충고?”


“이 학교에서는 다른 사람의 요구를 그렇게 쉽게 들어주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그래봐야 써먹고 버리기 좋은 호구 취급당할 뿐이니까.”


“뭐라고?”


그녀는 제 할 말만 마치고 앞좌석의 운전기사에게 손짓했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이진혁을 주차장에 내버려 두고 고급 승용차는 학교를 떠나버렸다.


처음부터 주차장에 차를 댈 생각은 없었던 것 같았다.


‘뭐였지?’


이진혁을 연기하던 고스트는 어리둥절했다.


그녀는 아마도 청담고의 재학생인 듯 했지만, 왜 면식도 없는 자신에게 그런 말을 건넸는지 고스트는 알 수 없었다.


‘별일도 다 있군.’


고스트는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그녀에 관한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발을 옮겼다.


이번 잠입 임무에 온 신경을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대수롭지 않은 일에 정신이 팔려선 안 되었다.


***


고스트는 편입 시험이 예정되어 있던 청담고의 강당으로 향했다.


평소에는 전교생이 모여 조례를 들을 수 있을 만큼 커다란 규모의 강당이었지만, 지금은 강당의 단상을 활용해서 입학시험의 시험장으로 활용하는 중이었다.


강당에는 이미 고스트처럼 연극 특기생으로 청담고에 입학하려는 지원자들이 초조한 표정으로 대기하고 있었다.


청담고의 입시과제는 즉흥연기였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 오거나 따로 연습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훈련으로 만들어진 인공적인 인재보다는,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원석을 뽑겠다는 의도인 것 같았다.


그럼에도 강당에서 대기 중이던 지원자들은 혼자서 발성 연습을 하거나, 미리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어놓는 등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준비를 하며 긴장감을 몰아내려 하고 있었다.


‘어차피 합격할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뿐인데.’


지원자들의 수가 워낙 많았기 때문에, 시험은 5명씩 단체시험으로 진행되었다.


심사위원들은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 이 많은 인원을 전부 심사하기로 마음먹었는지,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부분이 있으면 고함을 질러 입시생이 더 이상 연기하지 못하게 했다.


자신의 탈락이 확실시된 지원자 대부분은 울음을 터뜨리며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고스트는 자신과 같은 조가 된 나머지 4명의 얼굴을 살폈다.


잔뜩 긴장해서 낮빛이 새하얗게 질려가는 그들의 얼굴은 고스트가 무슨 말을 한다고 해도 귀에 들어오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심사위원들이 탈락자들을 빠르게 선별해 내는 덕분에, 고스트가 속한 입시 조의 차례가 빠르게 돌아왔다.


“각자 자기소개를 해보세요.”


심사위원의 사무적인 물음에, 입시생들은 거의 반사적으로 집과 연기학원에서 수도 없이 연습해 온 자기소개 멘트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최고의 배우가 되기 위해 이곳 청담 인터네셔널 고등학교 입시장의 문을 두드린···!”


“다음!”


하지만 이미 수도 없이 들었을 판에 박힌 멘트에 심사위원들은 너무 지겨워서 슬슬 짜증이 날 시점이었다.


심사위원들의 가차 없는 제지에 지원자들은 자신들이 열심히 연습해 온 멘트를 끝마칠 수 없었다.


지원자들은 이미 자신들이 준비한 멘트가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지만, 즉석에서 다른 멘트를 떠올릴 만큼 임기응변에 능하진 못했다.


‘어린 나이에 이런 중압감 속에서 임기응변만으로 행동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고스트는 베테랑 비밀 요원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심사위원들의 면면을 스캔했다.


이번 시험에서 고스트가 뽑히기 위해서는, 드라마틱한 반전이 필요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머릿속에 자신의 연기 계획을 확실히 세운 고스트는 다시 이진혁으로서의 연기를 시작했다.


“다섯 번째 참가자는 계속 그러고 서 있을 건가요?”


심사위원은 답답하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의 시선 끝에는 지나치게 긴장한 나머지 쭈뼛거리며 말도 제대로 내뱉지 못하는 고아원 출신의 지원자 이진혁이 있었다.


대화 상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바닥을 맴도는 자신감 없는 시선.


고개를 숙여서 만든 구부정한 거북목.


어깨를 최대한 굽혀서 만들어 낸 좁은 어깨.


긴장감을 떨치려 손끝을 만지작거리는 소심한 자세.


이 모든 게 이진혁이라는 캐릭터를 재현하기 위한 고스트의 연기였다.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연기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고스트는 왜 연기 시험을 보려고 무대에 올라온 건지 모를 만큼 소심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었다.


심사위원의 추궁에 이진혁은 마지못해 기어들어 가다시피 한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 이진혁입니다. 자, 잘 부탁드립니다.”


더듬거리는 말투에 따로 연습한 것 같지도 않은 자기소개.


심사위원들의 표정이 크게 일그러졌다.


‘자기소개 하나도 제대로 못 하는데, 연기는 볼 필요도 없겠군.’


심사위원들은 지원자들의 연기를 보기도 전에 전부 탈락시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이 다섯 명에게 연기를 시켜봐야 그저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오늘 운 좋게 청담고 입시시험을 통과하는 합격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게 제 이름 석자도 말을 더듬지 않고서는 말할 수 없는 저 이진혁이라는 지원자는 절대 아닐 것 같았다.


어쨌든 소개가 끝났으니, 시험은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시험장으로 걸어들어온 보조시험관이 연극용 소품이 담긴 바구니를 가져왔다.


이번 시험에서 지급되는 소품은 실물처럼 정교하게 제작된 권총이었다.


“시험 주제를 발표하기 전에, 소품을 하나씩 가져가세요.”


이진혁을 비롯한 지원자들은 모두 시키는 대로 권총 한 정씩을 가져갔다.


권총을 집는 순간 이진혁을 연기하던 고스트는 깜짝 놀랐지만, 베테랑 비밀 요원의 자제력으로 감정을 숨겼다.


‘이건 실총이군.’


영화 촬영용 프롭건을 예상했던 고스트는 입시시험을 보러 온 학생들에게 실총을 나눠주는 청담고의 시험방식에 놀랐다.


고스트는 능숙한 동작으로 나머지 4명 지원자의 눈을 피해 슬쩍 권총의 슬라이드를 당겨보았다.


그러자 탄피 배출구 너머로 황동색의 탄환도 보였다.


비록 탄두가 없는 공포탄이었지만, 실탄만 있다면 바로 사격이 가능한 실총이라는 사실이 변하진 않았다.


지원자들이 권총을 나눠 갖자, 심사위원들은 말했다.


“여러분들은 소품을 활용하여 5분간 즉흥연기를 선보이셔야 합니다. 비록 공포탄이지만 총은 진짜니까 장난치지 마세요. 연기 도중에 일어난 사고에 대해서 학교 측에서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뒤늦게 자신이 손에 든 것이 진짜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실총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지원자들은 놀라서 자신들의 총을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비정하게도 당황한 지원자들이 뭐라 항변하기도 전에, 심사위원들은 이번 즉석 연기 시험의 과제를 발표했다.


“이번 시험의 과제는 ‘정체를 숨긴 비밀 요원’입니다. 제한 시간은 5분. 자유롭게 연기해 보세요.”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지원자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선뜻 먼저 나서지 못했다.


아직 심사위원들이 어떻게 나올지 명확하게 알 수 없으니, 누구 한 명이 먼저 도전해서 희생양이 되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결국 압박감을 참지 못한 한 명이 먼저 나서서 즉흥연기를 시작했다.


“나는 정보국 최정예 비밀 요원이다! 지금껏 내가 해결하지 못했던 사건은 단 하나도 없었지!”


지원자들은 저마다 허공에 총을 겨누며 자신만의 모놀로그를 시작했지만, 심사위원들의 평가는 썩 좋지 않았다.


지원자들은 영화에 자주 나오는 터프한 비밀 요원이나 섹시하고 요염한 스파이연기를 선보였지만, 심사위원들이 바라던 냉정하고 진중한 비밀 요원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들의 연기는 마치 추석 특선 코미디 영화 속의 얼빠진 비밀 요원에 가까웠다.


5분의 제한 시간 중에서 고작 2분이 흘렀을 뿐이지만, 지원자들의 추레한 연기를 더 이상 눈 뜨고 지켜볼 수 없었던 심사위원들은 시험을 멈추고 다음 지원자들을 심사하려 했다.


그때, 침묵을 지키던 이진혁 지원자가 입을 열었다.


“동작 그만.”


그리 언성을 높이지도 않았지만 어쩐지 강렬하고 위압적으로 들리는 이진혁 지원자의 목소리에, 한창 자신의 모놀로그에 심취해 있던 다른 지원생들은 물론, 따분하게 그들의 연기를 지켜보던 심사위원들조차 저도 모르게 긴장해서 입을 다물었다.


연극판이나 영화판에서 명배우들이 구사한다는 ‘호흡을 빼앗는’ 테크닉이었다.


왁자지껄하다가 갑자기 정적이 내려앉은 시험장에서, 이진혁은 홀로 발소리를 내며 다른 지원자들에게 걸어갔다.


이진혁은 낮게 울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소속이 어디라고?”


본격적으로 연기에 시동을 건 이진혁의 모습에는 조금 전 제 이름도 말하지 못해 말을 더듬던 과거의 소심한 모습은 이미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뒤였다.


다른 지원자들이 먼저 연기를 시작했을 때도 뒤에서 우물쭈물하며 아무 말도 못 하길래 심사위원들은 별달리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 심사위원들의 눈에 이진혁은 베일 듯이 날카로운 시선을 지닌, 국가의 안보를 위협할 만큼 위험한 비밀을 안고 있는 현직 비밀 요원처럼 보였다.


다른 지원자들이 모놀로그 연기를 펼치며 비밀 요원과 관련된 자작 대사를 마구잡이로 내뱉는 동안, 이진혁이 내뱉은 대사는 고작 두 마디였다.


단 두 마디로 이진혁은 단숨에 무대를 장악했다.


느닷없이 돌변한 이진혁이 무시무시한 기세를 내뿜으며 다가오자, 그에게 지목당한 남자 지원자는 당황해서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즉흥연기라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이진혁의 위압적인 기세에 완전히 짓눌려 버리고 말았다.


이진혁이 걸어온 즉흥연기를 받아치기 위해 남자 지원자도 다시 자신의 연기에 몰입하려 했다.


“가, 갑자기 뭐야? 너, 넌 뭔데?”


하지만 그 순간, 이진혁은 손에 들고 있던 권총의 손잡이로 무자비하게 남자 지원자의 머리를 후려쳤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돌발행동에 심사위원 중 하나는 저도 모르게 입을 틀어막았다.


하지만 이진혁도 실제로 남자 지원자의 머리를 권총 손잡이로 때린 건 아니었다.


그저 때리는 시늉만 하면서 남자 지원자의 머리를 조금 세게 떠민 것뿐이었다.


하지만 이진혁의 연기가 너무 감쪽같았기에 함께 시험을 보던 지원자들과 심사위원은 물론, 당사자인 남자 지원자조차 자신이 단단한 권총 손잡이에 얻어맞은 것 같은 표정으로 이진혁을 쳐다보았다.


이진혁은 위압적인 말투로 되물었다.


“질문은 내가 한다. 소속을 밝혀라.”


“저, 정보부···.”


“정보부 어디?”


“그, 그건 모르는데···?”


남자 지원자의 대답에 이진혁은 곧장 권총의 총구를 남자 지원자의 머리에 겨누며 말했다.


“정보부 요원이면서 자기 소속도 모른다고?”


권총의 총구가 겨누어지자, 남자 지원자는 등골에 식은땀이 흐르는 게 느껴졌다.


물론 그도 권총에 장전된 탄환이 공포탄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이진혁의 손에 쥐어지자, 공포탄마저도 굉장히 위험한 흉기처럼 보였다.


어쩐지 이진혁은 공포탄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권총에 실탄이 장전되지 않았다는 말을 듣긴 했다.


하지만 영화 촬영 도중에 실탄을 공포탄으로 오인하고 총을 쐈다가 배우가 사망한 사건은 최근에도 종종 할리우드에서 들려오는 소식이었다.


‘권총에 장전된 탄환 전부가 공포탄이라는 보장이 있나?’


공포심에 이성이 마비되자, 더 이상 권총에 장전된 탄환이 공포탄인지 실탄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진혁은 이 불쌍한 남자 지원자를 연기로 몰아붙이는 걸 멈추지 않았다.


“최고책임자 이름이 뭐지?”


“몰라!”


“호출부호는? 최소한 상황장교의 연락처는 알고 있을 거 아냐?”


“모른다니까!”


한시라도 빨리 이 무서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남자 지원자는 버럭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그 행동은 이진혁을 더욱 자극한 것 같았다.


이진혁은 총구를 남자 지원자의 머리에 겨눈 채, 권총의 슬라이드를 뒤로 당겨 탄환을 한 발 장전했다.


“아무래도 이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싶은 모양이군. 쉬운 길을 놔두고 굳이 어려운 길을 가겠다면 말리지 않겠어.”


“으악! 안돼! 쏘지 마!”


겁에 질린 남자 지원자는 이제 시험이고 뭐고 곧장 울음을 터뜨릴 기세로 바닥을 기어서 이진혁에게서 달아났다.


공포심에 이미 두 다리의 힘이 풀려서 일어설 수 없는 모양이었다.


“살려주세요! 누가 좀 도와줘!”


남자 지원자는 필사적으로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 누구도 돕는 사람은 없었다.


그와 함께 시험을 보던 다른 지원자들은 이미 이진혁이 쏘는 총에 맞지 않기 위해 주변의 기물들 뒤에 몸을 숨긴 상황이었다.


그 사이, 이진혁은 바닥을 기어가던 남자 지원자를 따라잡아 더는 도망치지 못하도록 붙잡았다.


“변명은 지옥에 가서 해라.”


“아, 안돼! 제발 살려주세요!”


그때, 시험장 한편에 설치된 알람 시계에서 요란한 알람음이 울려 퍼졌다.


시험의 제한 시간인 5분이 전부 지났다는 알람이었다.


이진혁의 놀라운 연기에 몰입했던 심사위원들은 알람 소리를 듣고 나서야 마치 꿈에서 깨어난 듯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 시험을 치르는 동안, 5분의 제한 시간이 전부 지나도록 심사위원의 제지를 받지 않은 것은 이진혁이 속한 조가 처음이었다.


‘전문 배우도 아닌 아마추어의 연기에 이렇게까지 몰입하다니?’


심사위원들은 믿을 수 없다는 시선으로 조금 전까지 명연기가 펼쳐졌던 시험장을 보았다.


그곳에는 변절 요원을 색출해서 직접 처형하려던 과격한 비밀 요원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이진혁은 연기를 시작하기 전에 보여주었던 소심한 모습으로 다른 지원자들에게 수고했다는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비밀 요원인데 천재 배우로 착각당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 공지 24.08.18 31 0 -
14 여주인공 24.08.17 33 0 13쪽
13 대본 리딩 24.08.16 41 0 15쪽
12 합격 24.08.15 54 1 15쪽
11 오디션 24.08.14 62 1 15쪽
10 웹드라마 24.08.13 77 1 15쪽
9 프로필 촬영 24.08.12 89 1 15쪽
8 패션 부장 +1 24.08.11 108 1 14쪽
7 학생 셀럽 24.08.10 128 1 16쪽
6 첩보 장비 24.08.09 159 4 15쪽
5 심사 위원 24.08.08 182 5 14쪽
» 입시 시험 24.08.07 206 8 17쪽
3 위장 신분 24.08.06 283 8 16쪽
2 비밀 요원 (2) +1 24.08.05 309 7 15쪽
1 비밀 요원 (1) +2 24.08.04 437 9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