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이 산삼을 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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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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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6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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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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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관리.

DUMMY

“···. 여보, 여기. 여기 좀 때려봐.”


―짝!


“아야!”

“이 오빠가 지금 밥상머리 앞에서 갑자기 뺨을 왜 때리래! 밥 먹기 싫어? 다인이도 제대로 안 먹어서 짜증나는구만 그 딸에 그 아빠야?”


꿈인가 싶어 뺨을 때려달라 한 건데, 등짝 스메싱이 들어왔다.


“미안.”


눈앞에 보이던 상태창은 와이프의 등짝 스매싱과 함께 사라졌지만, 무려 상태창이다!

상태창은 못 참으니 후다닥 밥을 먹고 재활용 쓰레기를 주섬주섬 챙겼다.


“오-. 웬일?”

“갔다오께.”


눈앞에 상태창이 있었다가 사라졌다.

진부한 클리셰일 수도 있지만-.


“상태창!”


분리수거를 하고 아무도 오지 않는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 구석에서 상태창을 외쳤다.

하지만 상태창은 나타나지 않았다.


“쳇-.”


이것저것 다른 명령어도 말해볼까 싶었지만, 굳이-.


“상태! 정보! 오픈! 열려라! 젠장!!”


괜히 분리수거만 했다.


***


“심대리, 잠시만.”


상태창이 계속 눈에 밟혀서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지만, 출근의 아침은 또다시 밝아왔다.


“예. 대표님.”

“우리 원물 사오는 것들 말이야. 동향 보고서 만들 수 있겠나?”

“예?”

“앉아 봐바. 너도 알겠지만 원물들도 시세라는 게 있잖아. 근데 이것도 분명한 저점이 있고 분명한 고점이 있어. 이걸 이렇게 엑셀로 만들어 놓으면 원물 구매할 때 좋지 않을까?”

“아-. 본부장하고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아니지! 내가 시킨 건데 왜 또 본부장하고 이야기한다 하노.”

“일단 본부장님이 원물 구매 담당이니까 구매단가에 대해서 정리된 문서가 있나 해서요.”

“에헤이. 답답하네. 그게 있으면 내가 심대리한테 이걸 안 시키지.”


아침부터 뭐가 그리 매우 불만족인지, 대표가 나를 불러 또 터무니없는 소리를 늘어놨다.


“지나간 건 치아뿌고, 앞으로를 기록하면 그게 쌓여서 시장 동향이 보일 거 아니야. 그걸 말하는데 무슨 딴소리를 하노.”

“예.”

“양식은 요대로 해가자고 한 번 만들어봐바. 써보면서 또 수정하면 되니까.”

“예.”


대표는 늘 대화의 시작에 의식적으로 얼굴에 사람 좋은 미소를 가득 머금지만 10분을 채 넘기지 못한다.

왜냐?

분명 인성하고 사회성에 문제가 있거든.

그러니 아직 오십도 채 되지 않은 사람이 이혼을 두 번이나 했지.


“그래. 부탁한데이.”

“예.”


군소리를 더 해 봤자 말만 길어지지 결과는 똑같으니, 오케이 맨으로 빙의해서 대답하고 대표실을 나오니 본부장은 전우애가 뜸뿍 묻어나는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반겼다.


“하-.”

“할 수 있다.”

“본부장님, 저 힘들어요.”

“에이. 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했어요. 할 수 있어요.”

“맞습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우리 회사에서 대표와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본부장은 짬밥을 거꾸로 안 먹고 제대로 먹었다.

내가 대표 방에 들어갔다 온 것만으로 대략적인 내용은 이미 아는 듯.


“재선-. 잠시만.”

“예-.”


어쨌든 대표 방에 불려들어갔다 나온 사람이 자신이 아닌 나였기에 장난기를 섞어 내게 말을 걸었지만,

역시나 대표의 다음 타킷은 본부장이었다.

그렇게 본부장이 대표실로 들어가고.


“심대리, 오늘 재고 조사는 어떤 거 합니까?”

“잠시만요. 바로 정리해서 말씀드릴게요.”


어차피 재고 조사는 회사 자산이 얼마나 있는지를 보기 위해서다.

그래서 결재 라인이 내 위로 재무팀장으로 잡혀 있다.


“여기 있습니다.”


다만, 재무 팀장님은 다른 업종에서 일하다가 퇴사 후 자기 사업 말아 먹고 우리 회사에 입사한 분이라 약재에 대해서는 아무 관심 없는 일반인 수준이다.


“심대리, 군신좌사라고 알아요?”

“군약 신약 좌약 사약이요?”

“아? 알고 있네.”

“재고 보고 오겠습니다.”

“예-.”


하지만, 나이도 대표님이랑 동갑이니 적지 않은데 틈틈이 공부를 많이 하고 있는 모습이 참 보기에 좋다.


“보자 보자. 갈화가 몇 개나 있으려나.”


그렇게 재고를 위해 갈화를 찾았는데-.


―――

<갈화(칡꽃)>

생산연도 : 2021

품질 : 중하하

시세 : 없음

―――


어잿밤에 그토록 바라고 바라던 상태창이 다시 나타났다.


[남아 있는 원물 모두를 소포장하십시오.]


다만, 창이 두개였는데 하나는 정보창이고 다른 하나는 뭔가 퀘스트창 느낌이었다.


‘지금이 24년인데···.’


사실 약재는 오래됐다고 해서 사용할 수 없는 성질의 식품이 아니다.

강화약쑥만 봐도 3년 이상 묵힌 것을 약으로 치니 말이다.

다만, 이건 보관이 제대로 됐다는 전제를 깔고 하는 말이지, 보통은 오래 보관할수록 보관상의 문제가 생긴다.


“본부장님, 우리 갈화 작년 생산 맞죠?”

“맞아요.”

“근데 포장 안 된 원자재가. 일단 빨리 소포장해야 할 것 같던데?”

“왜요? 탕 났어요?”

“뭐랄까. 날랑 말랑의 느낌?”

“에이. 아직 햇거도 안 나왔는데.”

“···. 풀꾼 사장님꺼 맞죠?.”

“···. 같이 가봐요.”


작정만 하면 사람이 사람을 속이는 일은 너무나 쉽다.

그리고 업계에서 풀꾼 사장님은 이쪽 분야로 너무나 유능한 분이다.


“에이. 괜찮잖아요.”


본부장과 같이 갈화 50근이 들어있는 마대 자루를 열어봤는데, 눈에 보이는 원물들은 깨끗하니 상태가 좋았다.

아니 그리고 이렇게 육안으로 원물만 보고 해당 원물의 생산연도를 맞출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기는 할까.

하지만-.


[마대자루 하단 부분을 확인하십시오.]


눈앞에 이렇게 깨끗한 원물을 보고 있음에도 상태창은 이 녀석에게 문제가 있다 말해줬다.


“아닌데. 잠시만요.”


어쨌거나 상태창이다.

상태창을 믿어야지.


―좌라락.


내 눈에도 깨끗한 갈화로 보였지만, 상태창 하나만 믿고 구석에 있는 천막 천을 깐 후 그 위에 갈화 포대를 쏟아 부었다.


“어? 하-.”


그러자 좋은 갈화 밑에 숨어 있던 탕난 갈화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떡해요?”

“제가 처리할게요. 이야-. 근데 어떻게 알았대? 이참에 구매까지 가져가세요.”

“아까 열어보는데 살짝 곰팡내가 나더라고요.”

“에이. 설마.”

“진짜. 아니면 내가 어떻게 알았겠어요.”


조금 규모가 있는 회사라면 내가 어떻게 이걸 알아냈는지 더 궁금해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아니다.

다음 스텝을 밟기에도 하루가 짧은데 이미 지나간 자리를 어찌 돌아보리.


“하-. 근데 이거 우리 보관 잘못은 아니잖아요?”

“에이. 이 창고 온도 제가 매일 체크하는 거 아시잖아요. 여기 온도가 5도인데.”

“일단 여기 살아남은 애들은 바로 포장될 수 있게 포장 계획 부탁드릴게요.”

“예! 수고하십시오.”


어쨌거나 우리도 원물을 들여올 때 그 상태를 점검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제일 큰 마대자루로 들어오는 원물의 경우에는 밑에까지 확인할 수가 없다.

그리고 이 건은 작정하고 이렇게 세팅을 해놓고 판매된 녀석이다.


‘이 다음은 월견자.’


상태창 덕분에 원물 재고 하나 점검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지만, 그래도 한 건 했다.

밑 부분이 썩어있으면 아무리 창고 온도를 낮게 설정해 놨다 해도 같은 마대자루에 있는 원물들은 모두다 곰팡이가 생긴다고 봐야 한다.

사실 급하게 소포장을 하는 이유도 이미 곰팡이가 퍼진 상태일 거고 눈에 보일 정도로 커지기 전에 팔아서 없애려는 전략이다.

물론 판매된 이후에도 탕 났다고 클레임이 들어올 수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 구매자 본인이 보관을 잘 못 했다 생각해서 그냥 넘어갈 수도 있으니까.

이래서 우리도 풀꾼 사장님을 마냥 욕할 수만은 없다.


―――

<월견자(달맞이꽃씨)>

생산연도 : 2023

품질 : 중

시세 : 6,700원

―――


이번에는 시세까지도 알려주는구먼.

다만, 내가 구매까지 할 건 아니니 시세에 대해서 궁금하지도 않고, 이미 갈화 때문에 시간을 많이 잡아먹은 탓에 원물을 자세히 바라 볼 때마다 뜨는 상태창을 애써 무시하며 재고조사를 마쳤다.

아-. 갈화 포장해달라고 말씀드리는 걸 잊어버렸었구나.


“공장장님!”

“어이- 심대리!”

“저희 갈화 포장해야 돼서요.”

“갈화? 갑자기?”

“이게 그 풀꾼 사장님께 구매해온 건데 상태가 안 좋아서요.”

“상태가 안좋으모 반품해야지.”

“그-. 구매한 지 거의 1년이 다 돼가서요.”

“그건 안되지. 근데 와? 마이 안 좋더냐?”

“같이 봐주시면 저는 너무 좋고요.”

“가보자.”


그렇게 공장장님을 모시고 아까 본부장과 펼쳐놓은 갈화 앞에 섰다.


“아하. 이걸 쓴다고?”

“예-. 본부장님하고 이야기됐어요.”

“개안 캤나. 이거 봉투 안에서도 탕 나지 싶은데.”

“버리지도 못하는 거 아시잖아요.”

“맞지. 버리면 큰일이 나지. 알겠습니다. 뭐, 나온 김에 바로 포장해뿌께.”

“감사합니다!”

“어차피 등급 올라온 것도 없잖아?”

“예. 맞으십니다. 급한 거 없습니다!”


일단 갈화까지도 정리가 돼서 내 자리에 와 앉았는데-.

상태창이 나한테 보여줬던 정보가 사실인지 궁금했다.


“본부장님, 저 이거 진짜 단순 호기심으로 여쭤보는 건데요.”

“예. 말씀 주세요.”

“저희 갈화 매입 단가가 어떻게 돼요?”

“오? 역시 대리님! 내가 진짜 매입에 관심 가질 줄 알았다니까! 감사해요.”

“아니, 아니. 그냥 갈화만요. 갈화만.”

“잠시만요. 최근 구매는 보민에서 6,600원이요.”

“아-.”

“지금 시세가 6,700원인데 제가 100원 깎았어요.”

“어후- 대단하십니다.”

“대리님도 하실 수 있어요!”

“아뇨. 못 해요.”


어떻게든 자기 일을 다른 사람한테 넘겨주고 결혼을 위한 퇴사가 하고 싶은 본부장이지만,

인생은 원래 야박하다.


“아. 이거-.”


다만, 본부장에게 밉보여서 좋을 일은 단 하나도 없다.

그래서 서랍에 있는 초코칩 쿠키 하나를 꺼내 슬며시 본부장에게 내밀었다.


“흠-. 흠-. 내 진짜 매번 이러시면 진짜. 감사합니다.”


이 세상에 달달한 과자를 싫어하는 여자는 없다.

어쨌거나 슬쩍 막힌 마음을 과자로 뚫고 밀려있던 일을 처리하는데-.


‘진짜 할 수 있겠는데?’


구매 담당을 극구 고사하고 있는 첫 번째 이유는 지금으로도 충분히 일이 많기 때문이고, 두 번째 이유는 내가 시세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본부장 같은 경우에는 누가 크게 사기를 치려고 해도 대충의 시세를 알고 있으니 안 당하겠지만, 나는 잘 모르니까 당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상태창이 시세를 알려준다? 그러면 진짜 해볼 만할 수도 있다.

물론 이 회사에서는 아니고.


“본부장님, 혹시 원물들 시세 정확히 알게 되면 어쩌실 거예요?”

“에이-. 이미 알지.”

“오-. 근데 아까도 보민 사장님께 홍화자 시세 물어보셨잖아.”

“히히. 근데 왜요?”

“아니 그냥요. 원자재 시세 다 알면 어떨까 싶어서.”

“굉장히 좋겠죠. 나 얼마 전에 유근피 눈팅이 맞은 거 아시죠? 그런 거 안 당하는 것만 해도 어디야.”


하긴, 말해서 뭐 하랴.

원재료의 시세가 눈에 보인다는 것은 굉장한 이능이다.

아직 나한테는 크게 쓸모가 없지만.


“이. 이거 좀. 드. 드셔. 보.보. 보세요.”


그때, 이 회사에서 액상과 로스팅, 티백, 분태 등의 제조를 맡고 있는 치현이 행님이 사무실로 들어왔다.

모자란 사람은 아닌데, 말더듬이가 있다.

아마도 이번에 생산에 맥문동즙 샘플을 가지고 온 모양이다.


“오-. 맛있는데요?”


일단 맥문동이라는 원물 자체가 고소한 맛이 좋으니 본부장 또한 대충 맛있다며 시음 평가를 남겼다.


“새. 생산. 하. 할까요?”

“예.”

“시. 심대리. 니도. 니. 머. 먹어바바.”


그렇게 치현이 행님이 종이컵 소주잔에 따라준 샘플을 건네 받았는데-.


―――

<맥문동혼합액>

제조일자 : 2024.08.12

소비기한 : 제조일로부터 24개월

―――


보이네.

액상에 대한 상태창이 보였다.


[레시피 : 맥문동 70%, 모과 28%, 도라지미 2%)

[도라지미가 2kg 적게 들어갔습니다.]

[추천 레시피 : 맥문동 85%, 모과 10%, 도라지미 5%]


아? 근데 도라지미가 적게 들어갔단다.

이유는?


“행님. 혹시 원자재 쪽에 문제 없었어요?”

“무. 문제. 이. 있어지. 길경미. 없. 없더라. 니는 재고도 아. 안보고 계획을 짜노.”

“얼마나 모자랐어요?”

“2kg"


이야-. 역시 상태창은 정확했다.


‘오호. 이거 퇴사 각인가?’


상태창이 원물 시세도 알려주고, 제조 품목에 대해서 레시피까지 알려준다.

이것만 알아도 내가 굳이 이 회사 대표 밑에 있을 이유는 없다.


“본부장님, 저 퇴사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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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봄. +2 24.09.17 258 10 12쪽
30 기레기. +3 24.09.16 298 1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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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전문가 위에 전문가. 24.09.13 398 15 13쪽
26 선수는 선수를 알아 본다. +1 24.09.12 432 15 13쪽
25 다다익선. +1 24.09.11 460 14 13쪽
24 부자 +1 24.09.10 505 17 13쪽
23 이게 맞나? +1 24.09.09 515 18 12쪽
22 전화위복. +2 24.09.08 538 20 13쪽
21 말이 씨가 된다. +1 24.09.07 527 22 13쪽
20 내 사랑. +1 24.09.06 523 20 13쪽
19 불시 점검 +3 24.09.05 518 20 13쪽
18 할 수 있다. +1 24.09.04 524 18 13쪽
17 이심전심. 24.09.03 567 19 13쪽
16 소매 넣기. +2 24.09.02 649 17 13쪽
15 좋은 인연. +1 24.09.01 675 20 13쪽
14 싸고 좋은 물건 24.08.31 740 23 12쪽
13 나 삐졌어. 24.08.30 762 22 13쪽
12 카운트 다운 24.08.29 788 24 13쪽
11 은호 미워. 24.08.28 830 23 12쪽
10 구지황 +1 24.08.27 851 20 13쪽
9 남남으로 만나서 +1 24.08.26 900 2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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