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님 회장님 되실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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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몽쉘
작품등록일 :
2024.08.10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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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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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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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피아 게임 속 경찰의 심정

DUMMY

화장실에서 손을 씻으며 확인한 메시지의 정보가 맞았을 때 어떻게 써먹을지를 고민했다.


우선 앞으로 만드는 기획서에는 예상 매출에 대한 내용을 모두 넣을 수 있을 것 같고···.


아니다. 이 좋은 걸 기획서에 써먹는 건 라면에 한우를 넣어 먹는 것과 같다.


적어도 그냥 개발 기획서가 아니라 사업 기획서나 IR 문서에 넣을 내용이다.


이 정도면 투자를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이걸 이용해서 성공하면 돈도 많이 벌고, 할아버지께 인정도 받고, 무엇에도 끌려다니지 않는 내 인생을···.


그래,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우선 정보가 정확한지 사실인지 확인해 보고 고민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손을 씻고 다시 회의실에 들어가려는데 주머니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송미농


오 연락이 빠르군. 문자만 보내도 되는데 전화 보고까지 하다니 기특한 녀석.


“오 빠르구만. 얼마 안된 것 같은데···.”


<야, 이 쉑! 너 이거 뭐야?!>


“왜? 뭐가?”


<너 미침? 지금 이거 던전 & 마스터즈 이번 달 치 매출 정보가 다 들어 있는데··· 혹시 너 해킹 하냐?>


“내가 그런 걸 어떻게 해? 그거 알아서 뭐에 쓴다고···. 그리고 해킹하면 다음 주 정보도 나오냐?”


<아니, 그러니까 씨발 이게 뭐냐고? 내가 마침 보고 있던 자료라 네가 보내준 거랑 잠깐 비교해 봤거든? 본 것 마다 다 맞잖아···.>


“그러니까 월초부터 며칠 전까지는 다 맞다는 거지?”


친구의 반응은 정보에 대한 나의 믿음 게이지를 100%로 채워 버렸다.


“일단 내가 나중에 만나서 이야기 해줄게. 일단 이번 주 내용하고 남은 기간 다 확인되면 연락줘.”


<야, 너 진짜 솔직하게 다 이야기 해야 돼. 나 갑자기 엄청 주변 눈치 보인다···.>


“그래 그래, 너 내가 말한 건 꼭 지키는 거 알지? 만나면 내가 쏠게. 확인되면 꼭 연락해야 돼. 알았지?”


<어! 네가 쏜다고 했다. 연락 줄테니까 너 지갑 털릴 각오해.>


극악한 확률을 뚫고 최고 등급 아이템을 뽑은 것처럼 짜릿했다.

그리고 아까 무리했는지 쉬고 있던 심장이 다시 주섬주섬 머신에 올라 뛰기 시작했다.


내가 우리 게임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정보를 알아냈다고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렸다.

회의가 다시 시작되면 무조건 신 과장의 의견이 결정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까지 생겼다.


아니, 이런 회의 정도에서 써먹는 걸로 끝날 정보가 아니다.

아마 이 바닥에 있는 사람이라면 개발자고, 경영진이고 모두 알고 싶을 것이다.


이대로 개발하는 게 맞을까? 지금 만드는 게임이 잘 될까?

유저들이 좋아할까? 돈은 많이 벌까?


매몰 비용 생각하지 말고 다른 아이템으로 바꿔서 만들어야 할까?

연관된 사람들 중에 게임을 망치고 있는 사람은 없을까?


이 많은 의문에 나는 답을 얻을 수 있다.

마이더스의 손이 될 수 있다.


사람들을 모아 큰 돈을 유치해서 게임을 만들까?

아니면 다른 회사에 높은 자리로 이직할까?


– 제 말만 들으시면 비용도 절감할 수 있고, 게임도 성공시킬 수 있습니다. 성공할 게임도 미리 알 수 있어서 낮은 비용에 사와서 퍼블리싱을 하면 큰 수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캬~ 정말 카리스마 쩐다.

시험의 답안지를 미리 본 자의 자신감과 품격이랄까?


– 그래서요?

– 네···?

– 요즘에는 사기꾼도 치지 않을 멘트네요. 업계 4년차, 경험 프로젝트 2개, 대리 직급에 직책도 없었는데, 어떻게 그리 자신하나요?

– 저, 저는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정보를 미리 받아볼 수 있거든요.

– 오, 무슨 신이 알려주는, 그런 건가요?

– 아, 아니··· 그건···.

– 그럼 그냥 무당을 하시는 게 어때요? 게임업계 전문으로 해서요.


흥분이 조금 가라앉고, 정신이 들었다.


지금 내가 이 좋은 걸 써먹을 수 있을까?

내가 딱 원하는 답을 가지고 있지만, 예상만 계속 하는 이 지리한 논쟁조차 끝낼 수 있나?


아니, 이 회의 조차 마무리 짓지 못한다면 메시지는 그저 빛좋은 개살구가 될 뿐이다.

이런 엄청난 내용을 쓰레기로 만들 수는 없지.


어떻게든 이걸 사용해서 무조건 신해진 과장의 의견이 채택 되도록 해야 한다.


나는 희망과 사명감을 시켜 의기소침해진 자신감을 부축해 일으켜 세우고 회의실에 들어갔다.


“괜찮으시겠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유저들한테 심한 노가다를 강요할 것 같은데요.”


다시 시작된 회의 분위기는 여전히 심상치 않았다.

신해진 과장은 크지 않은 눈을 빛내며 시니컬하고 간결하게 대답했다.

다만 큰 덩치에서 나오는 묵직한 음성이 회의실에 퍼지며 존재감을 주었다.


원래 그는 담당 실무자로서 지시 사항에 대한 장단점을 도출하고 대안까지 마련해 보고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 리더들에게는 다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은 후 시니컬해지고 말을 아끼게 되었다.


“그럼 어떡해? 출시까지 몇 달 안 남았고 콘텐츠는 적은데···. MMORPG에서 노가다 구간은 플레이 타임 상 필수 아니에요?”


시스템 파트장인 최준기 과장이 썩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는 입꼬리 쪽 안면 근육을 단련했는지 입꼬리를 조금만 움직여도 매우 비열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비열한 미소는 최준기가 가장 잘하는 도발 기술이어서, 설령 그가 맞는 말을 하더라도 부정하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겉으로 보면 파트장의 의견이 완전히 틀렸다고 볼 수 없지만···.


“아무리 그래도 말씀하신 방향성은 너무 빡센 플레이를 강제합니다, 노가다는 많고 아이템 성장 필요 경험치는 두 배, 아이템 획득 확률은 절반··· 이러면 유저가 현질하지 않을 경우 플레이 타임이 세 배 넘게 늘어나요. 골드 수급도 못 따라가서 아마 무과금으로는 못할 것 같네요. 하다가 나가 떨어질 것 같은데요?””


신해진 과장은 노트에 계산하면서 말을 하고 있었다.

우리 게임의 모든 밸런스를 만지는 자로서 대략적인 수치 정도는 머리에 들어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다.


파트장이 가져온 방안의 큰 문제는 몬스터 사냥으로 경험치를 모아서 근성으로 돌파해야 하는 노가다 구간이 많아도 너어어무 많다는 것.


그리고 캐릭터가 성장하기 너어어무 어렵게 만들어 놨다는 것이다.


아마 재미가 없어서 고행이나 정신 수양 아니면 수면제 취급을 받을 것이다.

개발 일정을 확보하는 게 우선인 것 같은데, 게임 퀄리티를 후퇴시키다니···.


심지어 PD가 데이터도 안까보고 수치를 정해서 하달했다는 것도 문제였다.

이런 경우 엉뚱한 수치라도 꼭 그대로 적용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니, 그 수치는 PD님이 생각한 수준을 보여주는 예시잖아요. 실 데이터는 신 과장이 잡으면 돼요. 그리고 유저들 근성있어요. 그러니까 그냥 이 방향으로 해요. 이렇게 안하면 돈이 되겠어요? 사업부에서 BM 구성 때문에 제안했고 PD님도 합의 했다니까···. 아이템 몇 개 유료 상점에서 팔면 좀 낫겠죠.”


하지만 예시라도 PD가 잡았다는 건 수치의 수준이나 범위는 바꿀 수 없다는 뜻이다.

즉, 200을 20이나 400으로 바꿀 수는 없다는 것.


요약하자면 지금 비즈니스 모델(BM)로는 돈이 안되서 바꾼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익 목표점을 너무 높게 잡은 게 아닐까?


이대로 만들게 되면 유저들의 거부감이 심해 게임 서비스를 오래 유지하기 힘들 것이다.


이쯤되니 최준기의 안으로 진행했을 때 1년 유지된다는 리포트 메시지의 내용이 이해되었다.

어쩌면 1년간 유지했다는 게 더 대단해 보일 정도였다.


최 과장은 다 알면서 왜 그러느냐는 듯 대꾸했지만, 애초에 의사 결정 과정 자체가 문제였다.

현재 PD가 기획 팀장을 겸직하는 상황이라 정책을 중간 조율할 사람이 없다.


당연히 PD가 업무 지시를 할 수 있지만 게임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문제만큼은 성급하게 정하지 말고 모든 밸런스를 담당한 신 과장과 함께 논의했어야 했다.


아니면 파트장인 최준기가 PD랑 논의할 때 신 과장을 데려 갔어야지.

파트장도 잘 몰라서 앵무새처럼 지시받은 말만 전하고 있으니 이 회의가 끝날 수 없는 것이다.


지금 네 말대로 하면 우리 게임이 1년 뒤에는 망한다고!

어? 잠깐 지금 최준기는 PD의 앰무새니까 PD가 게임을 망하게 하는 건가?


아마 평소의 신 과장이라면 여기서 멈췄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물러서면 안된다고 느꼈는지 그는 다른 제안을 꺼냈다.


“우리는 스타일리쉬한 전투 액션과 무협식 서사를 따라 성장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게임인데 구간마다 과도한 노가다 구간이 있으면 서사도 끊기고 유저에게 안 좋은 경험을 줄 겁니다. 이렇게 해야 하는 이유가 BM 때문이라면 구성을 보강할테니 수치는 제가 잡을 수 있게 해주세요.”


최 파트장은 왜 이렇게 고집을 피우냐는 눈빛으로 신 과장을 쳐다 보았다.

신해진 과장도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아까부터 나설 타이밍을 보고 있던 나는 조마조마한 마음에 심장이 입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이 안건은 매출과 유저의 플레이 수명에도 연관이 있어 게임의 미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이대로 신해진의 의견이 덮여 버리면 우리 게임은 망한다.


그러니까 차라리 본인이 사람들을 설득 못 시키겠으면 신 과장 손잡고 PD한테 같이 이야기 하러 가자고 해주세요. 최 파트장 놈아.


“아니, PD님하고 이미 결정한 사항이니까 그대로 진행하세요.”


최준기의 완고한 말투가 정적을 깼다.

그는 결정을 바꾸지 않고 찍어 누르는 것을 택했다.


이럴거면 지금까지 회의를 왜 한 거지?

설마 찍어 누른 게 아니라 다 협의 되었다는 명분을 얻으려고?


아직 나설 용기를 충전하지 못했지만 나도 모르게 말이 세어 나왔다.


“어···? 안되는데···.”


“뭐라고? 인수! 뭐가 안돼?”


최준기가 나를 다그치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뭐, 뭔데? 할 말 있어? 회의 다 끝났는데 지금 와서 뭐?”


회의를 이대로 어물쩡 넘기려는 듯 최준기가 나를 타겟 삼아 짓궂게 굴었다.

하지만 우리의 미래를 알고 있는 내가 더 이상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


갖은 괴롭힘으로 나에게 노이로제까지 심어 놓은 최준기에게 지금은 도트 대미지처럼 줄어들고 있는 용기를 짜내어 이야기를 꺼냈다.


“저··· 말씀하신 방향성으로 진행하더라도 데이터 수치는 신 과장님이 잡으셔도 되지 않을까요···?”


“하아, 너까지 왜 이러냐···? 조직장인 PD가 지시한 거야. 네가 뭐라고 그걸 뒤집을라고 그래?”


그러니까 그대로 하면 우리 게임이 망한다고···.

게다가 말하는 뽄새가 어물쩡 신 과장에게 하고 싶은 말을 나를 통해 하고 있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메시지의 내용을 이야기 하면 다들 미쳤다고 할 테니 꺼낼 수도 없고··· 답답하고 막막했다.


마치 마피아 게임에서 경찰이 된 심정이랄까?

나는 마피아를 알고 있는데 내가 경찰이라고 할 수도 없고 저 새끼가 마피아라고도 할 수 없는 이 심정.


그래도 정답을 알고 있는 경찰의 능력을 사용해야 하는 순간이다.

그렇다면 그 동안 준비한 것들을 꺼내 함께 써먹을 수 밖에···.


작가의말

고민중독의 심정 그 잡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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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베일에 가려진 회사의 지배자 24.08.28 3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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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CTO 실에서 나 홀로··· 24.08.25 30 1 13쪽
18 파트장에게 스파이 임무를 맡겨 보았다 24.08.24 31 1 14쪽
17 폭도를 몰아내고 충직한 동료를 얻었다 24.08.23 35 1 14쪽
16 만나서 x같았고 다시는 보지 말자 24.08.22 36 1 15쪽
15 협상 테이블의 PD와 대리 24.08.21 38 2 11쪽
14 미끼를 던지니까 그걸 콱! 24.08.20 46 2 13쪽
13 자 제가 준비한 차도살인 나왔습니다 24.08.19 44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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