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O 실에서 나 홀로···
똑똑
“실례합니다~”
CTO 실 문을 당당하게 열고 들어가 최대한 작은 소리로 빈 방에 인사했다.
과연 훈이 형 말대로 아무도 없었고 문도 쉽게 열렸다.
혹시 몰라 CTO 실에 잠입(?)하기 전에 허락(!)을 구하고자 방주인에게 전화했던 것은 아주 잘한 일이었다.
당연히 문을 따겠다는 허락을 구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 * *
– 야 어차피 거기 지금 안 잠겨 있어. 그냥 들어가면 돼. 내 컴터 비번은 키보드 밑에 적혀 있으니까 참고하고. 나 출장 중인 거 다들 아니까 누가 와서 물으면 대주주 님이 알아서 잘 둘러대고. 소인은 바빠서 끊습니다!
* * *
연결된 김에 형에게 아는 것이 있는지 물어보려 했지만··· 거의 초 당 12음절을 속사로 쏟아낸 뒤 전화를 끊는 바람에 실패했다.
이 와중에 딜리버리(Delivery)가 정확한 형에게 리스펙트(Respect)를···.
형 PC에는 테스트 준비가 다 되어 있었다.
트라이포스 온라인 설치는 물론 런처 실행 아이콘이 모니터 중앙에 따로 옮겨져 있는 상태였다.
통화에서 알려주지 않았던 계정은 다행스럽게도 모니터 옆에 붙어 있는 포스트잇에 친절히 적혀 있었다.
먹음직스러운 음식의 시식을 앞에 둔 심정으로 두 손을 비빈 뒤 식기를 잡듯 마우스와 키보드에 손을 얹었다.
아 그 전에 혹시 결과가 바뀌지 않았는지 확인해 볼까?
나 이인수
[트라이포스 온라인 리포트 주의 사항]
[Web발신]
[우리는 회원님이 요청하신 트라이포스 온라인의 정보를 제공하고 싶었지만]
[죄송하게도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없었어요.]
[회원님이 이용하신 이후 내용이 크게 변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참고에 주의하시고 정확한 정보를 원하시면]
[다시 한 번 10분 이상 이용하신 뒤 요청해 주세요 ❤]
[좋은 하루 되시고 또 이용해 주세요!]
[트라이포스 온라인 분기 별 미래 매출]
[최대 2년까지 분기 별 매출과 BEP를 계산한 매출을 함께 보여드려요 ❤]
[현재 상태로 진행될 경우]
[오픈 기록이 없습니다.]
다시 받은 메시지의 내용은 변함이 없었다.
그럼 테스트를 시작해 볼까?
+ + +
아,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정확한 메시지를 받기 위한 조건인 10분만 채우려고 한 건 아니었지만 어느 새 몰입한 나머지 한 시간이 순식간에 삭제되었다.
캐릭터와 몬스터가 동일한 기믹을 함께 사용하는 특이성, 향상된 아트 퀄리티, 애니메이션과 이펙트와 사운드의 삼위일체로 이루어진 타격감, 공중 콤보와 연속기가 만들어 내는 통쾌함.
예전 테스트 때 보다 발전했고 완성도가 높아졌다.
오픈을 하지 못하는 명분이 퀄리티는 아닌 것 같았다.
만약 오픈 하지 못하는 이유가 퀄리티 때문이면 대표님 허들은 얼마나 높은 거야?
아니 이 정도 허들이면 우리 프로젝트도 못 넘을 것 같은데···.
메시지를 다시 받아봐야겠다.
이제 조건을 맞췄으니 이번에 받는 정보는 정확한 정보일 것이다.
그럼 트라이포스 온라인의 갱신 된 정보를 부탁 드립니다!
지이이잉
메시지가 도착했다.
나 이인수
[트라이포스 온라인 리포트 도착]
[Web발신]
[기다리셨죠?]
[우리는 회원님에게 완벽하게 준비한 자료를 제공합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상세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어요.]
[좋은 하루 되시고 또 이용해 주세요!]
[링크]
그래, 제목과 내용은 바뀌었다.
매출 정보의 내용만 확인해 보면 된다.
어떻게 바뀌었을까 하는 호기심 반에 단순히 갱신 되지 않은 정보로 발생한 해프닝이길 바라는 마음 반으로 링크를 터치하는 손가락이 살짝 떨렸다.
그런데···.
[트라이포스 온라인 분기 별 미래 매출]
[최대 2년까지 분기 별 매출과 BEP를 계산한 매출을 함께 보여드려요 ❤]
[현재 구성으로 진행될 경우]
[오픈 기록이 없습니다.]
정작 중요한 내용이 달라지지 않았다.
이 정도 퀄리티 임에도 오픈을 하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그러면 내가 예상하지 못한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어떤 문제가 오픈 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를 좌초 시킨 걸까?
혹시 내 눈이 낮아서 퀄리티 문제를 보지 못한 걸까?
이 부분은 다른 사람에게 의견을 구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지금까지 확인한 정보에 의하면 결국 오픈을 막은 것은 결정의 문제였다.
정말로 대표의 결정 때문이라면 조건을 추가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잠깐 그런데 정말 대표가 오픈을 취소한 거면 어떡하지? 내가 이걸 바꿀 수 있나?
에이 몰라 일단 확인해 보고 고민하자. 아닐 수도 있고, 맞다고 해도 방법이 있겠지.
지이이이잉
프로젝트의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을 조건으로 한 결과가 도착했다.
혹시 판도라의 상자는 아닐까?
그나마 판도라의 상자는 막판에 희망이라도 나왔지 이건 희망도 없는데···.
소주라도 한 병 까고 확인해야 하나?
많은 생각이 오가며 우물쭈물 하다가 결국 링크를 터치하고 화면을 가렸다.
마치 술김에 강화 버튼을 클릭하고 모니터를 가린 것 처럼···.
슬그머니 손을 치우는데 아직 준비가 안된 나의 마음을 반영했는지 화면에 공백만 보였다.
오! 아직 로딩 중인가 하고 손을 치우는 순간 화면이 바로 뜨는 바람에 아야 소리도 못 내고 결과를 목도 했다.
[트라이포스 온라인 분기 별 미래 매출]
[최대 2년까지 분기 별 매출과 BEP를 계산한 매출을 함께 보여드려요 ❤]
[PD가 없는 상태로 진행될 경우]
[오픈 기록이 없습니다.]
[개발 본부장이 없는 상태로 진행될 경우]
[OPEN M : 216억 / -648억]
[13-3분기 : 443억 / -421억]
[13-4분기 : 466억 / 5억]
[14-1분기 : 383억 / 322억]
[14-2분기 : 367억 / 302억]
[대표가 없는 상태로 진행될 경우]
[오픈 기록이 없습니다.]
이게 뭐야?
개발 본부장이 없으면 1년 뒤에 오픈하고 금방 접힌다고?
내년에 오픈 해도 시장의 변화 때문인지 생각보다 매출은 낮지만 수익성은 나쁘지 않네.
아니 아니 그런데 대표가 없으면 오픈 할 수 없다고?
당연히 대표가 있는 게 기본이어야 하는 것 아니야?
대표가 막아서 오픈을 못하는 건 줄 알았는데···.
잠깐 그럼···.
지이이잉
[트라이포스 온라인 분기 별 미래 매출]
[최대 2년까지 분기 별 매출과 BEP를 계산한 매출을 함께 보여드려요 ❤]
[대표가 있는 상태로 진행될 경우]
[OPEN M : 367억 / -334억]
[12-3분기 : 877억 / 116억]
[12-4분기 : 781억 / 659억]
[13-1분기 : 592억 / 369억]
[13-2분기 : 723억 / 587억]
[13-3분기 : 711억 / 609억]
[13-4분기 : 881억 / 778억]
[14-1분기 : 573억 / 515억]
[14-2분기 : 479억 / 349억]
이건 윤창호 대표가 프로젝트를 폐기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대표가 있다면 예정된 시점에 오픈을 할 수 있고 매스드 파이어 못지 않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그럼 그렇지, 대표가 아무리 예전과 달라졌어도 프로젝트를 접을 리는 없다.
게다가 두 프로젝트 모두 대표가 야심 차게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왜 대표는 트라이포스 온라인의 일정 회의에서 오픈을 취소하라고 한 걸까?
더구나 오픈 취소 지시를 내리고 대표가 물러난다고?
이건 전혀 예상한 시나리오가 아닐 뿐더러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상황이 닥쳐올 것이라는 뜻이었다.
대표가 프로젝트 폐기의 흑막이 아닌 것을 확인했지만 머리는 더 복잡해졌다.
아 혹시 설마···.
그러면 우리 프로젝트에도 영향이 있는 것 아니야?
이미 우리 소드&블러드는 큰 수익이 예정되어 있다는 결과를 메시지로 확인했기 때문에 의심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트라이포스 온라인의 상황은 출시하기 전이라면 얼마든지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사례다.
바꿔 말하면 우리 소드&블러드 역시 어떻게 될 지 모른다는 뜻.
다시 확인해 보지 않을 수 없겠는데···.
지이이잉
제발 부디 이 순간 만큼은 모든 신의 종이 되겠습니다.
살려 주소서···.
[소드&블러드 분기 별 미래 매출]
[최대 2년까지 분기 별 매출과 BEP를 계산한 매출을 함께 보여드려요 ❤]
[신성호 PD가 있는 상태로 진행될 경우]
[오픈 기록이 없습니다.]
[신성호 PD가 없는 상태로 진행될 경우]
[오픈 기록이 없습니다.]
[개발 본부장이 있는 상태로 진행될 경우]
[오픈 기록이 없습니다.]
[개발 본부장이 없는 상태로 진행될 경우]
[오픈 기록이 없습니다.]
[대표가 없는 상태로 진행될 경우]
[오픈 기록이 없습니다.]
[대표가 있는 상태로 진행될 경우]
[OPEN M : 82억 / -518억]
[O+1분기 : 453억 / -201억]
[O+2분기 : 547억 / 262억]
[O+3분기 : 602억 / 531억]
[O+4분기 : 511억 / 439억]
[O+5분기 : 487억 / 423억]
[O+6분기 : 462억 / 336억]
[O+7분기 : 473억 / 413억]
[O+8분기 : 466억 / 402억]
아 나 이런··· 종이 되기는 무슨···.
우리도 마찬가지네··· 아니 더 심각한가···?
이건 두 프로젝트를 오픈 시킬 수 있는 대표가 무조건 없어질 예정이라는 뜻이다.
대표가 쫓겨나건 도망치건 물러나건 회사에서 사라진다는 소리.
하지만 자신의 회사와 프로젝트에 애착이 강한 윤창호 대표가 도망치거나 스스로 물러날 리는 없다.
아마 나 뿐만 아니라 대표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알 수 없는 곳으로부터 대표와 함께 앞길이 창창한 신규 프로젝트들을 날릴 태풍이 다가오고 있었다.
사실 이쯤 되자 메시지의 정확도가 떨어지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아니 실은 정확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 것 같았다.
차라리 모르는 게 나았을 것 같은 마음.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일을 외면하며 피하고 싶은 마음.
지이이잉
[송미농]
[확인 완료]
[네가 보낸 모든 매출액 데이터가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을 마쳤다.]
[야 진짜 생각 같아서는 당장 전화하고 싶은데 회의에 들어가야 해서 타이밍이 안 좋네.]
[운 좋은 줄 알아라. 나는 진짜 친구를 잃고 싶지 않다.]
[형한테 고해성사 할 기회를 줄 테니 시간과 장소를 정해서 연락해라.]
와, 이 새끼는 어디서 지켜보고 있었나? 이 타이밍에 확인 사살을 해주네.
하여튼 음성 지원 되는 것처럼 문자 날리는 것 하고는···.
[고마워, 고생했다. 내가 진짜 맛있는 걸로 사주마.]
그래, 부정하고 싶어도 메시지의 정확도가 100%라는 걸 확인 사살 당했으니 외면할 수 없다.
지금 추정한 정보들도 모르면 몰랐지 알아버렸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오히려 아무것도 모른 채 어어 거리고 있다가 유산이 날아갈 지 모르는 사태를 겪었을 지도 모른다.
차라리 이렇게 알게 되어 발버둥이라도 쳐볼 수 있게 된 게 나을 수 있다.
정리를 해보자.
우선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트라이포스 온라인의 오픈 취소에 대표와 개발 본부장이 관련되어 있다는 건 확인했다.
그리고 우리 소드&블러드는 더더욱 이유를 모르겠지만 오픈이 취소된다.
너무 당연해서 어이없는 조건이지만 두 프로젝트 모두 대표가 있어야 오픈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메시지 상 그 당연한 조건인 대표가 없다는 게 기본 조건이라 대표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개발 본부장은 형이 만나게 해줄 테니 그 때 의중을 확인해 보자.
하지만 대표는···.
우리 회사 대표는 예전과 다르게 자신을 드러내고 있지 않다.
심지어 나 같은 팀원들은 입사해서 퇴사할 때까지 얼굴 한 번 보지 못하는 상황이다.
회사 임원들 정도나 접할 뿐 개발 팀의 리더들도 자주 보지 못한다.
다만 첫 프로젝트인 매스드 파이어는 대표가 개발과 서비스까지 모든 과정을 진두 지휘했기 때문에, 이 시기에 매스드 파이어 개발 팀에 있던 사람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 팀에 그 멤버가 한 명 있기는 한데···. 좀 껄끄럽단 말이지···.
그래도 어쩔 수 없나···?
혹시 이런 거 잘 아는 누구 없습니까?
똑똑
어라? 훈이 형은 아닌데··· 누구지?
- 작가의말
강화를 해보신 분이라면 화면을 가리는 그 심정을 아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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