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달, 떡타지 세계관에서 성불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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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그린
그림/삽화
DALL-E
작품등록일 :
2024.08.12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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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9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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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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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4 아무것도 못 보고 모두 잃었다.

DUMMY

<04 아무것도 못 보고 모두 잃었다.>


“해, 해치웠나?”


간절한 심정으로 부활의 주문을 외웠다. 그러나 재만 남은 곳에서 불사조처럼 되살아나는 역귀는 볼 수 없었다.


“저, 정말 해치운 건가? 해치운 거 맞아? 진짜야?”

-진짜란다 아이야. 걱정 말거라.-


이러면 나가린데. 역귀에게 천연두를 받아서 이 잘생김을 무마할 정도의 곰보 자국을 만들어야 하는데...


참을 수 없는 없는 분노와 적개심이 밀려들었다.

씨발 개 적 같은 거.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그리고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인생 참···


*


어제 자정에 선조들의 도움으로 어머니를 깊이 잠 들게 한 후 뒷마당으로 나온 거 까진 좋았다.

그리고 곧바로 새 선조를 소환 했는데 머릿속에 SSR 가챠 뽑을 때의 효과가 뿅뿅 연상되는 것이었다.

이때부터 불안했다. 평범하게 R이나 SR 정도가 좋은데 팔자에도 없는 SSR이라니.


'좋은 거 뽑으면 꼭 역효과가 장난 아니던데.'


폭죽이 터지고 팡파레가 울리는 듯한 이미지, 그리고 불꽃이 번쩍이는 듯한 화려하고 웅장한 이펙트가 펼쳐지더니 허공에 긴 터널이 생겨나고 그 너머에 새 선조의 모습이 보였다.


나이는 30대 초반 정도. 강인하면서도 시원시원하게 생긴 준수한 외모. 털가죽으로 맵시있게 차려입은 사냥꾼 복장. 척 보기에도 SSR임이 분명했다.


-하! 하 !하! 하! 하!


그가 호탕하게 웃으며 터널을 건너 이쪽으로 향했다. 왠지 그의 웃음 소리에 불안감이 짙어졌다.


-하필 쟤가 나왔어?


1선조는 그가 누구인지 아는 듯 했다.


“보기완 다르게 좀 약한가요?”

-엄청 쎄. 근데 조금 미치고 살짝 바보야.-

-그래도 역귀를 상대하기엔 제격입니다. 잘 했다. 후손이여.-

그 사이 터널을 빠져나온 그가 싱긋 웃으며 먼저 악수를 청했다.


-하! 하! 하! 하! 반갑다. 소년!-

“불초 후손이 선조님을 뵙습니다.”


그의 손을 맞잡는 순간, 영혼의 한 부분이 연결이 되었다. 1선조, 2선조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이거 소울링크 느낌인데.'


상태창이 없어서 정확한 정보를 볼 수는 없지만, 소환수의 힘을 나눠 쓸 수 있는 소울링크의 동양 버전이라는 걸 직관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를테면 영혼결속.


-소년! 도움이 필요한 건가?

-네, 선조님. 영면을 방해하여 죄송합니다

-괜찮다 소년. 어려운 일은 해결하고 악귀는 처단 해야지. 어떤 일 때문에 불렀나.-


새 선조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초롱초롱하고 진중한 표정으로 나를 똑바로 바라보는 와중에 뒤에선 1선조가 투덜거렸다.


-저놈 또 딴소리하네. 빨리 자손을 보라고 해야지. 무슨 악귀 타령이야.

-그래도 역귀를 처단해야 하는 현 시점에는 맞지 않습니까.


새 선조가 반색을 했다.


-오! 역귀! 역귀가 있나보군.

“그러합니다 선조님. 혹시 역귀 찾는 걸 도와 주실 수 있으신지요?”


-역귀는 찾아내기 힘들다. 찾아도 알아보기 힘들게하는 인식 저해 보물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지.


고대인은 바이러스나 세균을 몰랐을 테니 역귀에게 이런 설정이 붙은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세계관에서는 진짜로 어떤 아이템을 들고 다니는 모양이다.


-하지만 유인해 낼 수는 있다. 하겠느냐?


당연하지. 그러려고 소환 한 건데


"네, 하겠습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3선조가 숨을 크게 들이 마시더니 허공을 향해 냅다 소리를 질렀다. 일반 사람들이라면 그냥 일진광풍으로 느꼈겠지만 내가 듣기엔 초가집이 흔들거릴 정도의 고함소리였다.


-역병 개년아! 당장 이리 오지 못할까!


아니, 지금 당장 부르라는 말은 아니었잖아! 게다가 유인이라고 하길래 사냥꾼 본분에 맞게 덫이라도 놓는 줄 알았더니 그냥 도발하여 어그로를 끌다니. 탱커야? 불안감의 실체를 알 것 같다.


-쟤 또 저러네.

-그러게 말입니다. 살아 생전의 버릇을 아직도 못 고치고.


새 선조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고 싶지 않았다. 하는 행동을 보니 분명 복잡한 사연이 있을테지만

알게 되면 뭔가 성불 조건이 더 난해해 질 것이 분명하다.

잠시 후 앞마당에서 잔뜩 화가 난 목소리가 들렸다.


-어떤 새끼니? 어떤 새끼가 누나를 그렇게 부르니?-


부드러우면서도 세련되고 예쁜 목소리였다. 내면은 부드러운 차도녀적 느낌이랄까.

소리 난 곳으로 가보니 믿기 힘들 정도의 미모를 지닌 여자가 우산을 들고 서 있었다.


‘끝판왕급 미모!’


피고름을 질질 흘리는 문드러진 구울 같은 모습을 상상했는데 색기와 위엄이 넘치는 여인이라니..


다시는 동양 판타지를 우습게 보지 마라. 동판에는 서큐버스를 찜쪄 먹을 역귀 누나가 있다.


180이 넘는 늘씬한 키. 입고 있는 옷은 비단 소재이긴 한데 한복이라기 보다는 트렌치코트에 가까웠다.

무릎까지 오는 코트 자락 밑으로 매끈한 종아리가 눈부시게 뻗어나와 있었고 우산은 코트와 같은 소재로 만든 패션 아이템으로 신비로움을 더해주고 있었다.


-저거, 또, 바지 안 입고 우와기만 입었네-

-부끄러움도 없이 어찌 저리 다니는지. 분명히 속 옷도 없이 저거 하나만 달랑 입었을 것입니다.-


1,2 선조의 말에 가슴이 쿵덕 하고 한 번 크게 뛰었다. 난 이런 쪽엔 내성이 별로 없는데.


-너네들은 뭐니? 두 놈은 아직 회복도 못했고 한 놈은 갓 불려나와 아무 힘도 없는 것 같은데. 너희들 이 누나가 지금 바로 명계로 돌려보내 줄까?-

-닥쳐라 개년!-


새 선조가 호기롭게 호통을 치더니 나를 향해 말했다.


-두려워말라 소년!


개년 다음에 들으니 소년도 욕 처럼 들렸다.


-어머 너 깨어났구나!


역귀누나가 나를 보고 반색했다.


-너 지난 번에 이거 보고 좋아했지?


역귀누나가 트렌치코트 속에 갈무리 된 육감적인 멜론 두 덩이를 손으로 받쳐 들어 부각시켰다.


-어머, 보고 싶지 않은 거니? 표정이 뚱하네.


‘지난 번에 내가 저걸 본 적이 있다고?’

기억이 없다. 정황상 지난 반 역귀누나를 만난 다음에 병에 걸려 혼수상태가 되었고 깨어난 건데.


‘제기랄, 조금만 더 일찍 깨어나던가 아니면 기억 데이터라도 남아있던가···’

다른 뜻은 아니고 역귀를 상대할 힌트를 찾을 수 있었을 지도···


-동생은 아직 아이니까 좋아해도 괜찮아. 젖 뗀 지도 얼마 되지 않았잖아. 그렇지?


저딴 뇌쇄적인 포즈로 그딴 말을 하다니···


-아유. 우리 아기. 어쩜 이렇게 잘 생겼을 까? 빨아 먹을 것도 많고. 누나 꺼, 또 보고싶니?


역귀누나가 한층 더 과격한 미인계 공격을 시전했다. 하지만, 나는 장차 성불왕이 될 남자. 천년 모쏠의 기간 동안 색욕 따위는 사라진지 오래고 아무리 풍만하고 탐스러운 가슴이라고 해도 번뇌에 휩싸이지 않는다. 그러니까···


“보는 것 쯤은 괜찮아.”


아무 영향 없어. 없을 거야.


-어머나, 호호호. 솔직한 아이구나. 용기를 냈으니 누나가 상을 줄게.


역귀누나가 상큼하게 웃었다. 서큐버스 못지 않게 섹시하면서도 도도하고 품위가 있는 웃음 소리였다. 10대, 20대, 30대의 매력을 모두 갖춘 역귀누나.


동양 판타지의 위대함이랄까. 역병은 역병같이 생기고 색마는 색마처럼 생긴 1차원적인 서양 판타지의 설정이 아니라 끔찍한 역병도 색마와 같은 절망의 환희를 줄 수 있다는 동양 철학의 고차원적인 설정으로 저리 아름다운 거다.


‘이런 맛이라도 있어야 역병에도 걸리고 하는 거지.’


-오늘은 지난 번에 노인네들 방해 때문에 못 한 것 까지 할 수 있도록 해보자. 사람에겐 촉각과 미각도 있단다.-


드디어 역귀누나가 트렌치코트 같기도 하고 목욕가운 같기도 한 옷의 고름이 천천히 풀고 옷 자락이 꽃잎 처럼 펼치기 시작했다.

무반응 차르캐논과는 별개로 가슴이 쿵덕쿵덕쿵덕 널을 뛰듯 날뛰었다.


-소년! 정신차려라. 우리 함께 역귀를 처단하자. 우리는 할 수 있다.-


‘알았어요. 좀만 있어봐요.’ 이렇게 말 하려고 했다. 1000년 전 말년 휴가때 모니터로 보던 걸 성불 하기 전에 실물로 한 번 확인 하는 것 쯤은 괜찮잖아.

그런데 “알았어” 까지 발음 했을 때 새 선조가 무시무시한 기세로 창을 내지르는 것이 아닌다.


내가 삼한민국에서 원래 인생을 살 때, 섬나라 야판에서 만든 막구로쓰라는 고전 명작 애니가 있었다. 거기에서 우주항공모함 막구로쓰의 갑판이 세로로 길게 쪼개진 채로 일격필살의 초전자포 같은 걸 발사하는데···


‘아나, 그걸 여기서 보네.’


일반인들은 보지 못할 거대한 에너지 빔이 역귀누나의 꽃 같이 아름다운(채 피어나지 못한) 흉부를 관통하여 밤 하늘을 저 편으로 사라졌다. 우주의 별들도 저걸 맞고 몇 개쯤은 사라지겠지.


쿠콰콰콰콰콰콰···

엿 같은 소울링크.

새 선조가 쏘아내는 저 초전자포의 에너지원은 내 해탈력이었다.

2선조가 걸어 놓은 심득소진주(心得消盡呪) 로 생긴 영혼의 구멍에서 해탈력이 줄기줄기 새나가 새 선조에게로 흘러갔다.


-오오! 소년! 우리는 상성이 매우 좋군. 힘이 넘친다. 하!하!하!하!-


내 영혼을 충만히 채워주고 있던 해탈력을 엿가락 뽑아내듯 다 뽑아내고 있다.

남자가 총을 쏘면 한번 빵 쏘고 끝내는 맛이 있어야지. 역귀누나는 이미 예쁜 종아리 위로는 아무 것도 안남았는데도 창 끝에서 쏘아지는 초전자 빔은 멈출 줄을 몰랐다.


콰아아아아아아아···


‘무슨, 씨발 용접 해?’


역귀누나는 남아있던 종아리 마저 지글지글 타올라 재로 변하고 섬세하고 고운 두 손으로 받쳐 들었던 예쁜 우산도 이글이글 불타올랐다.

씨발, 아무것도 못 봤는데. 재만 남다니.


“해, 해치웠나?”


아무리 부활 주문을 읊어줘도 역귀누나는 되돌아오지 않았다. 설사, 페이즈2, 3 까지 준비가 되어 있었다고 해도 저런 압도적인 화력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을 거다.


“정말로 해치우다니···”

-저 놈, 힘 조절 못하는 건 여전하네.-

-그래도 장관이군요. 땅에서 밤하늘로 솟아오르는 번개를 보는 것 같습니다. 황룡이 악귀를 쳐부수며 하늘로 승천하는 것에 비할만 합니다.-


‘선조님들은 좋겠습니다. 장관을 봐서.’

나는 속이 텅 비어버린 것 같은 허무함이 느껴졌다. 그냥 느낌이 아니었다.


=띠링! 해탈력 모두 소진됨. ㅋ


100번의 환생을 거듭하며 조금씩 조금씩 모아왔던 해탈력이, 무려, 1000년의 해탈력이 한방에 모두 사라졌다.

해탈력이 사라지자 내면의 평화도 사라지고, 기분이 급속도로 개적 같아졌다.


=띠링! 번뇌에 빠짐.=


'캬오오! 아 씨발, 개 같다 인생.'


성격도 개 같아졌다.


-쿨럭, 잘했다 소년. 힘을 합쳤기에 할 수 있었다.-


과한 출력으로 인해 십선조는 연기를 풀풀 풍기고 수염과 머리는 다 곤두서서 그을은 모습으로 곧 영멸할 듯 깜박거리고 였었다. 그런데도 허세는 쩔었다.


‘합치긴 니미! 다 내 해탈력이지.’


선조고 나발이고 없는 거침 없는 패륜의 욕구가 휘몰아쳤다.


‘내 해탈력이 어떤 해탈력인데 씨발, 지꺼 아니라고 졸라 씨발 펑펑 써 제껴.’


-소년도 수고했다. 우린 잘 맞는 것 같군. 하! 하! 하! 하! 하!-


야차도 마음을 돌리면 부처가 된다고 했지? 부처도 해탈력을 한방에 쭉 빨리면 야차가 될 수 밖에 없을 거다.

단발로 한 방만, 뿅. 확실하게 처리 한다고 해도 점사로 가볍게 뿅뿅뿅. 이랗게 세 방만 쏴도 충분 했을텐데···


‘꼭 그렇게 어? 용광로에서 철근 뽑아 내듯이 어? 다 뽑아 내야만 핸냐? 어?’


나는 개 야차가 되었다.

극도의 분노에 휩싸여 조상이고 나발이고 씨발, 세계관을 망치고 리세마라 하는 한이 있어도 새 선조에게 가장 충격적인 욕설을 내뱉어 주려고 했다.

‘하! 하! 하! 하!’ 하는 저 병신 같은 웃음 소리를 다시는 내지 못하게 할만큼 충격적이고 무시무시한 욕설을.


‘내가 어떤 아수라 인생을 반복해 왔는데 그런 욕설 하나 못 찾아 내려고.’


머릿속 메모장을 열심히 뒤지고 있는데 갑자기 절그럭 절그럭 하는 쇠사슬 소리가 들리더니 정신에 충격이 왔다.


‘아 씹! 적같다 심신산란주. 적같다 1선조. 씨발 새 선조···. 퉤!’


머릿 속이 새 하얘지며 정신을 잃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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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4 아무것도 못 보고 모두 잃었다. 24.08.16 17 0 12쪽
3 003 아무튼 역귀를 24.08.14 1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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