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달, 떡타지 세계관에서 성불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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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그린
그림/삽화
DALL-E
작품등록일 :
2024.08.12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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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9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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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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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 품밥퍼 루트

DUMMY

<010 품밥퍼 루트 >


‘아, 이거 혹시, 그건가.’

내가 누나들을 위해서 저 새끼를 까면 더 쎈 새끼가 오고, 그 새끼도 까면 더더 쎈 새끼오고, 결국 제국의 흑막까지 다 패죽여야 하는 패도의 길로 빠져야 하는 건가.


‘그럼 성불 궤도에서 벗어나게 되는데.’ 그렇다고 누나들을 모른 척 하기는 싫고, 이곳이 새로운 루트의 분기점이 될 것 같은데···

고민이 지나쳤는지 머릿속에서 절그럭절그럭 쇠사슬 소리가 들렸다.


“함장님! 과부하가 걸리고 있습니다. 메인스트림을 차단하고 모든 출력을 주포에 집중하겠습니다.”

“어! 그래!”


무지성 주포로 사마외도의 야욕을 분쇄시켜라.


“내가 퍼주겠다.”


내가 외치며 나서자. 나를 의식하지 못하고 있던 사마외도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일진 누나들에게 다가가 떡을 덥석 집어 들어 먹었다.


“먹었다. 먹었으니 푼다. 어딜 푸면 되나?”


누나들은 한 번에 알아듣지는 못했다.


“지금 당장 퍼야 한다. 오늘 풀게 되게 많다.”

“....!”

“빨리 안내해줘라. 빨리 퍼야 다 푼다.”

“아, 그렇지. 알았어. 이리로 와. 안내 해 줄게.”


맑음이 누나가 눈을 빛내며 내 손목을 잡아 끌었다.


“서부대인 보시다시피 저희는 아직 입적을 못하여 잡일이 많사오니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저희는 퍼야 할 것이 있어서 이만. ”


선정이 누나가 요염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사마외도 씹새끼에게 선을 긋고 돌아서는 것으로 전장을 이탈할 수 있었다.

내원으로 들어서니 풍기는 향기부터 달랐다.

무슨 꽃의 향기인지 엄청 고급지면서도 은은하고, 살짝 색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있었다.


“고마워. 똥··· 음.. 얘야.”


맑음이 누나가 나를 똥투성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넌 이름이 뭐니?”


선정이 누나가 내 이름을 물었다.


“내 이름은··· 음··· 안 가르쳐 준다.”


씨발, 별명은 똥투성이 인데 본명이 개똥이라니. 천년을 두고 농담 거리가 될 거다. 잘은 몰라도 성불에도 좋지는 않을 듯.


“네 이름도 몰라?”

“너 정말 바보니?”

“바보 아니다. 진짜다.”


누나들은 깔깔대며 웃다가 내 팔을 양쪽에서 잡고 내원의 측간을 향해 함께 걸었다.


-아이야!-


1선조가 뒤를 따르며 나를 불렀다.

아, 듣기 싫다. 또 무슨 씹팔금 코치를 하려고..


-또 다시 새로운 저주가 발동되었다.-


‘아! 그랬구나. 그놈이 범인이었어.’


짐작은 못 했다만 듣고 보니 딱이다.

모쏠 동도 중엔 악인이 없는 법이지만 돈지랄로 모쏠력을 오염시키는 사마외도 새끼들 중엔 선인이 없는 법이다.


어차피 핑계로 온 거라 일 할 건 없었고 일진누나들에게 그놈에 대해 물어보았다. 내가 자세히 물어보면 설정 오류가 날 것 같아 대충 나오는 대로 물어 보면 선조들이 누나들에게 소울 위스퍼를 시전하여 원하는 정보를 얻었다.


“서부의 상인이라는 것만 알아.”

“중국이나 파사국과도 교역을 한다고 하더라고.”

“이곳에는 몇 년 전부터 다녔던 것으로 아는데 올 해 들어서는 자주 오고 있어.”

“최근에 뜨거운 서구의 호접루를 놔두고 여길 오니 솔직히 조금 이상해. 못 올 건 아니지만.”

“징그럽고 이상한 사람이야. 왜 하필 안되는 우리를 콕 찍어서 못살게 굴고···”

“도성의 4대 기루는 남구의 풍월루 서구의 호접루 그리고 중구의 운향각 동구의 몽정가인이야. 그런데 최근에는 동구의 교접지몽까지 합쳐서 5대 기루라고 불리기도 해.”


대충 견적이 나왔다. 잘 나가는 풍월루를 견제하기 위해 서부의 호접루에서 사마외도를 보내어 못된 짓을 한 것이다.

자세한 원인은 심신산란주 때문에 생각을 생략했지만 이정도 견적이면 틀림없다.


‘그리고 동구도 몹시 수상해. 몽정가인과 교접지몽을 운영한다니...’


그곳에는 절대로 가면 안 될 것 같다.


-여아(女兒)야! 몽정가인과 교접지몽을 자세히 설명해 주거라. 범상치 않은 이름이구나.-

“몽정가인은 예기들이 많고, 교접지몽엔 창기들이 많아.”

‘됐어! 이제 충분해. 더 이상 알고 싶지 않아.’


-아이야! 무조건 교접지몽이다! 여아야 그곳에 대해 아이에게 말해 주거라.-

“교접지몽은 돈만 내면 누구나 갈 수 있어. 돈을 두 배로 내면 특별한 밤 시중을 든대. 그게 뭐냐 하면···. ”


-후손이여. 몽정가인의 여인들을 잘 설득하는 것이 더욱 보람 찰 듯 하네. 소녀여 몽정가인에 대해 후손에게 설명 부탁하네.-

“몽정가인도 높은 분과 함께 가면 밤 시중을 들기도 해. 어떻게 하냐 하면···”


소울 위스퍼가 소울 커맨드로 반쯤 진화했다. 누나들은 무슨 말을 하는 지도 모르는 듯 했다. 대화만으로 쇼타물을 만들고 있다.


-소녀! 본인의 기술이 여인들에게 어떠한 기쁨을 주는지 소년에게 설명해줘라. 기술의 이름은 쭉쭉ㄸ···.-


더 이상은 안 돼. 주포를··· 주포 발사!


“아악! 에베베베. 내 귀에 말뚝! 적 같이 단단한. 쇠말뚝을. 내 고막에 딱 막아줘. 이제 그만! 이제는 퍼야 한다.”


두 손바닥으로 귀를 막으며 무지성 고함을 지르자 간신히 누나들도 정신을 차렸다.


“아! 어째서? 우리가 왜 이런 얘기를...”

“넌 들어도 무슨 말인지도 모를텐데.”

“다 안다. 귀 뜯고 싶다. 누나들은 이제 가라.”

“알았어. 우리도 바쁜데, 꼭 뭐에 홀린 거 같네. 하여튼 오늘 네 덕을 봤으니 이걸 줄게.”


누나들이 각자 동전을 꺼내 몇개씩 쥐어 주었다.


“이걸로 떡을 사 먹으렴.”


그래! 떡이! 떡이 필요하다. 많이 필요하다.


*


새로 생긴 저주의 금패 주물은 잡귀가 꼬일 때까지 사나흘 기다렸다가 잡귀를 잡은 후에 건져 올렸다.


-조심하거라. 그 서부 놈이 너를 의심할지도 모른단다.-

-몸을 사리는 게 좋을 듯 하네.-

-하하하하 쭉쭉뚫···-


‘몰라, 씨발.’


연일 계속되는 선조들의 소울 위스퍼 남발 때문에 나는 피폐해져있었다. 성불은 다음 생에 하고 그냥 쎈 놈 더 쎈놈 루트를 타서 폭력성을 마음껏 터트리는 것도 괜찮겠다 싶을 지경이었다.


에이스 후보인 일진 누나들 다음에는 서브 에이스 후보 이진 누나들, 그 다음에는 세컨드 에이스 후보인 삼진 누나들까지 선조들의 뱀같은 꼬득임에 넘어가서 떡을 주고 동전을 쥐어 주며 쇼타물 루트로 유인하려 했다. .


‘이게 맞나?’


애초에 떡 값을 벌려고 시작한 일인데 일을 할 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스트레스가 쌓여 더욱 많은 떡이 필요해졌다.


‘선조님들을 어떻게 하지 못하면 떡만 먹다 끝날 거 같아.’


겨울이 와서 휴직 상태에 들어간 것은 다행이었다. 코라의 겨울 추위는 매서웠다. 손님도 뜸하고 측간의 내용물로 온통 돌처럼 얼어붙어 퍼낼 수가 없어진 것이다.


*


막상 12월이 되자 날도 따뜻해서 봄 같았다. 집에서 휴식을 취하며 심신을 안정시켰다. 선조님들도 어머니 앞에서는 말을 조심히 하는 듯 했다.


‘윤리상 당연한 건가?’

아무리 선조들이라도 모친 앞에서 그런 얘기를 하는 건 좀 그렇겠지.

그렇게 일주일 정도 지나서 회복이 된 나는 오랜만에 떡을 사러 집을 나섰다. 스트레스 떡이 아닌 피스풀 떡.

따뜻한 날씨 탓에 바람은 그냥 상쾌하게 느껴지고 햇살은 선명한 노란 빛이었다.


‘오늘은 백설기를 사먹어보자.’


공주님의 은혜로 처음 먹어본 떡 백설기. 나는 언제고 백설기 공주님께 그 은혜는 갚을 생각이다. 그래야만 은원 없이 성불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띠링! 맞음. 은혜는 갚아야함.=

‘도움도 안 되는 씹스템새끼. 뜬금 없기는.’


백설기는 그 이후에도 몇 번 먹긴 했지만 그냥 평범하게 맛있는 맛일 뿐, 그때처럼 입 안에서 사르르 녹으며 영혼을 안정시키는 맛은 아니었다.


‘오늘은 꼭 그런 백설기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풍월루 누나들이 조금씩 쥐어준 동전이 제법 많이 모였다. 성 안에 있는 고급 떡 전문집에 이 돈을 다 지불한다면 최고급의 백설기도 불가능하진 않을 것이다.


기분이 좋아져서 흥얼 거리며 성문 쪽으로 가벼운 발검을을 했다.


“야! 핏뎅이! 너 일루 와봐. 틱틱틱.”


새똥이형이 성문 밖의 음침한 그늘에서 잔뜩 티껍다는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어! 새똥이형.”


풍월루가 비수기에 들어서면서 새똥이형도 휴직상태였다.


“너, 지금 뭐라고 씨부렸어? 틱틱틱틱 찍”


뭔가 좀 흥분했을 때의 뱉는 방식이었다.


“내가?”

“다시 씨부려 보라고! 틱틱틱 찍!”


내가 뭐라고 했다고···


“우울할 땐 떡 사. 이거?”


나는 원래 인생에서 듣던 ‘Who Let The Dogs Out’을 개사하여 흥얼 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냄비 씨발! 너 일루 따라와!”


새똥이형이 내 멱살을 잡다시피 끌고 간 곳은 남구 노래패가 모여있는 곳이었다.

새똥이형은 대뜸 두둥가형제에게 데리고 갔다.

두둥가형제는 남구 노래패의 코우로 사실상 남구 무자리들의 우두머리 역할을 하고 있었다.

형인 관두둥가는 20대 후반의 꽃미남이었고 동생인 함주등가는 20대 중반의 냉미남이었는데 아버지가 다른 형제였다.


“형님들. 이 핏뎅이 새끼가 뭐라고 씨부리나 한 번 들어와. 찍찍찍”


말만 들으면 동네 조폭이 다구리를 놓을 것 같지만 새똥이형은 나를 소개시키는 참이었다.

나는 두둥가 형제 앞에서 ‘우울할 땐 떡 사.’를 몇 번 되풀이했다.


“완전 굿인데!”


관두둥가가 크게 외쳤다.


‘뭐? 굿? ‘


세계관의 오류 같은 말이 툭 튀어나와 깜짝 놀랐는데 굿이란 굿판이 벌어진 것처럼 흥겹고 좋다는 뜻이었다.

하긴 뭐 이 시대의 무당 굿은 종합예술이자 축제의 역할을 하는 것 같으니.


“요 꼬맹이. 너 어디서 좀 놀았봤니?”


함주등가도 내 노래를 마음에 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놀다’와 ‘노래’의 어원이 같은 건가? 하여튼 놀아 봤냐가 그 뜻이라면 졸라 놀아봤다. 전생에 목숨을 걸고 전 지구적으로 놀아봤다. 항상 극악한 퀘스트에 쫒겨 논 거 같지는 않았다만.


“좋은데. 오늘 이걸로 한 번 쓸어보자.”

“싹 쓸어 버릴 수 있을 거 같아.”


나는 그렇게 떡 사러 가던 길에 캐스팅 되었다. 공연장은 남구 예술의 전당이라 할 수 있는 남재천 다리 밑. 풍월루를 지나 중구 쪽으로 더 올라간 곳이었다. 근처에 있는 장터 구경도 재미있었고 남름 버스킹 같은 노래패의 공연도 재미있었다.


“오늘 완전 다 쓸어버렸어! 맨질맨질 해질 때까지.”


관두둥가가 흡족한 표정으로 말했다. 얼굴도 좀 상기되어 있었다.


“이 쬐끄만 녀석이 어떻게 그런 가락을 생각해 냈니?”


그래, 뭐 내가 만든 건 아니다만 기억을 떠올려 생각해 낸 것은 맞으니.


“우울할 땐 떡 사! 우울할 땐 떡 사!”


근처에서는 아직도 그 노래를 제창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지간히도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그렇지. 떡을 사줘야지. 오늘은 준비를 못 했으니 우선 이걸로 좀 사 먹거라.”


관두둥가가 내게 동전을 여러 개 내밀었다.


‘오! 이 루트를 타도 떡 공급이 가능 하겠구나.’


노래패에 있는 동안은 선조들의 소울 위스퍼 공격도 뜸했다. 장터에도 여자들은 많았지만 선조들은 눈이 높은편이라 아무에게나 소울위스퍼를 남발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1선조와 2선조는 건강한 생산력과 외모 순으로 여자를 판단했다.

아무렴 어디를 가더라도 A급 미녀 집합소인 기루보다는 나을 것이다.


‘성불 각이 보인다.’


저작권이 있는 시대도 아니니 적당히 노래 좀 알려 주고 노래패에 섞여 티 안 나게 뒤에서 놀면 유명해지지도 않을테고, 인연도, 은원도 없이 살아 갈 수 있을 터였다.


“우리 개똥이 얕보지 말라구. 한 방이 있는 새끼야. 그냥 핏뎅이들과는 다르지. 카악 찍.”


새똥이 형은 자기도 뿌듯한지 괜히 우쭐댔다.


“그래, 이젠 너희도 품밥퍼로 인정할 테니 이름을 지어 오너라.”

“정말? 카아악 찍.”

“내가 없는 말을 하겠냐. 훈작사(訓作士) 영감에겐 내가 나중에 셈 한다고 하고 니가 데리고 가서 멋진 이름을 지어 붙이고 와.”


품바는 이들 노래패가 주로 부르는 장르로 힙합과 뽕짝을 섞은 듯 한 노래였고 품밥퍼란 품바로 밥을 먹고 사는 사람이란 뜻으로 프로페셔널 아티스트를 뜻했다.

이름이 생긴다는 것은 한 사람의 품밥퍼로서 인정을 받는 것이다.

새똥이 형은 분수 침을 뱉어대며 기뻐했다.


“품밥퍼의 이름은 정체성이니 잘 지어 와야 한다. 아무르케나처럼 막 지으면 안돼. 품밥퍼 팔자는 이름따라 간다고. 알지?”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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