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달, 떡타지 세계관에서 성불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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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그린
그림/삽화
DALL-E
작품등록일 :
2024.08.12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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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9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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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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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 숨겨진 최후의 비기

DUMMY

<009 숨겨진 최후의 비기>


‘우울해, 정말 희망이라곤 보이지 않는구나.’


매화향기는 3층 루각의 꼭대기에서 한적한 아래층을 내려다 보면 한숨 쉬었다.

최근 몇 달 동안 매화향기는 마음이 너무 어둡고 불편했다. 주변에 작은 사고도 끊임없이 일어나고 자잘하게 신경쓰이는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손님은 왜 이리 안 드는 것인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맘때 풍월루는 밀려드는 손님으로 불야성을 이루어야 했지만 올 해는 그 반도 안 들었다.

풍월루의 명성은 지난 1~2년간 꾸준히 하락했다. 이제는 도성의 4대 기루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내 신세가 어쩌다 이렇게까지 되었는지···’


매화향기는 소가(小加)라고는 해도 남부리라의 귀족이다. 그런데 그 영토를 새라에게 빼앗기고 이제는 소가라는 신분 자체가 유명무실해지고 있었다. 자신을 평범한 기녀 취급하는 무례한 자도 있지 않았던가.


‘앞으로 좋은 날이 오긴 할까?’


새라는 날로 강성해지는데 코라는 내정이 어지럽고 국력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백나루에게 땅을 잃은 대가들도 힘을 모아 전쟁을 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은 듯 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살아서 좋은 일보다는 나쁜 일이 더욱 많을 것으로 여겨졌다. 너무나 우울하고 서글펐다. 누각 아래의 단단한 돌바닥이 눈에 들어왔다. 저 곳으로 몸을 날리면 먼저 가신 부모님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아니야, 내가 용기를 내야 해.'


매화향기는 부드러우면서 강한 여자였다. 머리를 흔들어 부정적인 생각을 털어 버리며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 순간, 갑자기 눈 앞이 아득해졌다.

그리고 측간이 모여있는 후원의 외진 곳에서 정신을 차렸다. 동이 트지 않은 새벽이었다..


‘내가 어쩌다 여길.'


옷에 오물이 묻어 냄새가 났다.

코를 찌르는 듯한 역한 냄새가 오히려 정신을 차리는데 도움을 주었다. 어제 밤의 우울한 생각, 그리고 며칠 전에 만난 그 꼬마 아이도 떠올랐다. 오물을 잔뜩 묻히면서도 땀을 뻘뻘 흘리며 남몰래 노력하던 아이.


‘그래. 낙담하지 말자. 언덕 너머의 길은 보이지 않는 법이야.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어.’


마음을 달리 먹으니 주변도 달라 보였다. 매화향기는 다시 풍월루의 예전 명성을 되찾기 위해 노력해 나갔다.

그러나 2주일쯤 지나자 다시 우울한 기분이 들고 말았다.


***


십색귀를 잡고 선조들의 치밀한 마수에서 간신히 탈출 한 지 2주가 지났다.


-괴이하다 괴이해. -


귀신이 저런 말을 하니 정말 괴이했다. 못들은 척 무시하고 있는데 몇 번이고 계속 반복하는 것을 보니 내가 물어봐 주기 전까지는 계속할 생각인듯 했다.


“뭐가요, 선조님?”

-이곳 풍월루 말이다. 저주가 또 씌워졌어.-


출근 할 때 뭔가 께름칙한 느낌을 받긴 했는데 애써 해결한 저주가 2주 만에 또 생겨났다니.


-아직 잡귀는 들지 않았다네. 성주신 중에서 측신만 잠이 든 상태지.-

-그러나 곧 잡귀가 꼬일 것이다. 소년.-


개꿀! 기루가 아무리 크고, 측간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스무 개가 채 되지 않는다. 사나흘 작업하여 주물을 건져내 금덩이도 얻을 수 있었고 새로 꼬인 잡귀도 잡아 해탈력도, 쥐꼬리만큼 이지만, 채웠다.


그리고 다시 칠팔일 정도 흐르자 새로운 저주가 생성되었다.


-어느 놈이 자꾸 이런 못된 짓을 할꼬. 괘씸한 놈이로다.-


그런 일을 몇 번 반복하니 어느덧 겨울이 가까웠다.


“오늘 내일 중으로 또 저주가 걸리겠죠?”

-그간의 행보로 보아 그럴것이다.-

-실로 악독하고 괘씸한 짓이라네.-

-그런 놈은 쭉쭉뚫 해야 한다 소년.-


최근 저주 주물을 건져낸 것이 삼일 전이니 오늘 내일 중으로 새로운 저주 주물이 투하될 것이다. 처음에는 이삼주 씩 걸리던 것이 이제는 이삼일로 줄어들었다.


아마 이번이 올해의 마지막이 될 것이다.

겨울에는 꽝꽝 얼어서 건져내는 것이나 빠트리는 것이나 할 수가 없으니.


‘그런데 풍월루에 이토록 악의적으로 구는 새끼는 누구지?’


저주에 사용한 금패만 벌써 다섯 개. 돈으로 따져도 만만한 액수가 아니다.

집에 가져가 흔들리는 댓돌도 고이고, 구멍난 벽에도 넣에 메우고 요긴하게 잘 쓰긴 한다만. 재력으로나 독심으로나 보통놈은 아닐것이고 하나의 세력일 기능성이 커보였다.


하여튼 오늘은 금덩이가 없어서 그런가 의욕도 안나고 바가지를 찔러넣고 형식적으로 후비적거리다 대충 푸고 다음 변소를 향해 이동했다.모처럼 선조들의 잔소리도 없었다.


요새 선조들은 틈만 나면 기녀들을 구경한다고 바빴다. 십선조를 제외하고는 내게서 멀리 떨어질 수 없지만 범위 내에서는 최대한 멀리까지 다니는 듯 했다.


일단은 작업 환경이 조용해져서 좋긴한데 이 고요함이 어떤 폭풍을 불러 올지···


"얘! "

"똥투성아!"


아니나 다를까, 등 뒤에서 맑고 예쁜 목소리와 선정적이고 요염한 목소리가 들렸다. 야파니메이션의 성우 목소리. 그것도 탑 티어급.


‘나를 어떻게 발견했지? 역귀보 때문에 특별히 신경써서 찾지 않으면 알아보지 못할 텐데.’


뒤를 돌아보니 곱게 차려입은 두 명의 아씨가 보였다.

나이는 갓 성인이나 되었을까? 얼굴로 보나 차림으로 보나 매화향기 아씨의 뒤를 이을 에이스 후보들이었다.

아씨들 옆에는 1선조와 2선조가 찰싹 붙어 연신 내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중이었다. 그러면서 귓가에 쉴새 없이 속삭이는 것은 몹쓸 말임이 분명했다.


‘소울 위스퍼를 시전하고 있구나! 에혀. 하는 짓들 하고는... ‘


저거 얼른 못하게 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저래서야 정신을 교란하는 악귀들이랑 다를 게 없다.

선조들을 퇴치해도 아마 해탈력이 상승할 할 것이다.


'그러나 해탈력과 후레력의 교환비를 알 수가 없으니...'


짐작컨에 해탈력은 0.01 정도 오르고 후레력은 100~200 올라가겠지. 그렇다고 가만 놔두면 해탈력이 떨어질 것 같고.


“얘! 이리 와봐.”

“얼른 안 오면 누나한테 혼날 줄 알아.”


맑은 목소리는 좋은 일진, 선정적인 목소리는 나쁜 일진. 앞으로의 전개 내용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예쁘고 불량한 누나들이 쇼타물을 만들려 해. 위험해.’


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나는 재빨리 뇌 제어 프로토콜을 중지하고 영혼의 두뇌를 야생의 우주 속으로 방출시켜 버렸다.

이 상황에 정신을 잃었다간 그대로 쇼타물 한 가운데에서 ‘성불은 디엔드’ 상황에 눈을 뜨게 될 것만 같았다.


"얘! 너 떡 좋아한다며?"


내가 반응이 없자 맑음이 누나가 나에게 다가와 꿀 떡 하나를 내밀었다.


“이거 줄게 먹어 봐.”


-됐다! 아이야! 기회다. 기회가 왔구나!-

-후손이여 여심을 잘 받아주게.-

-다 잡은 사냥감이다 소년.-


그러나 뇌빠진 나의 주포는 맑음이 누나에게 이렇게 말하며 등을 돌렸다.


“안 된다. 나, 손에 똥이 묻었다.”

“누나가 먹여 줄까?”

“안 된다. 입술에도 똥 튀었다. 입 벌리면 똥내 들어온다.”


-이런, 미친 놈이!-

1선조가 흥분해서 욕설을 내질렀다. 처음 듣는 욕설이었지만 괜찮다. 앞으로는 자주 듣게 될 테니까.


-최악의 대답이었네. 후손이여. 정신을 차리게-

뇌는 내버렸지만 정신은 있으니 이러는 거죠.


-받아먹으면서 손가락까지 같이 입에 넣고 빨았어야 하는 거다 소년. 똥은 조금 먹어도 괜찮다. 안 죽는다.-

아 제발, 십선조님. 당신은 당해 낼 수 없어요.


“먹는 떡 말고 치는 떡은 안 좋아하니? “


이어지는 선정이의 치는 떡 드립. 요염한 목소리 때문에 뇌가 빠진 상황에서도 가슴이 쿵덕 뛰었다. 아마도 무서워서. 먹는 떡은 영혼에 안정을 주지만 치는 떡은 성불의 꿈을 좌절시킬 테니까


“어머! 애한데 무슨 소리니?”


맑음이가 키득거리며 선정이의 옆구리를 꼬집었다.


-됐다! 됐어! 또 왔다! 또 왔어!-

-물고기가 펼치지도 않은 그물로 뛰어든 격이니 천운이로다.-

-떡은 쳐야 맛이라고 말 하는 거다. 소년. 오늘 드디어 치는 맛을 보는 거다.-


십선조님 의외의 드립력. 하지만 난 이렇게 대꾸했다.


“치는 떡은 모른다. 치울 똥만 안다.”


로맨스 미사일 자동요격 시스템이 선정이 누나의 야욕을 분쇄시키는 데 성공했다.


-야이, 바보새끼가!-

-절망적이다 후손이여. 앞으로는 대답하지 말고 그냥 웃기만 하게-

-해줄 말이 없다. 소년. 어처구니도 없다.-

-우리가 쟤네를 어떻게 꼬셔왔는데.-

-이곳의 최고 미녀들이었네.-

-최고의 사냥감을 발로 찼다 소년.-


선조들이 나를 패싱하고 기루의 아씨들에게 소울 스킬을 남발해 댔지만 나에게도 최후의 비기와도 같은 숨겨진 힘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천년 묵은 모쏠력.

이 신비한 힘은 로맨스의 기로에서도 성불행 열차를 타게 하는 로맨스 방어 시스템의 원동력이 된다.


지난 천년의 인생동안 로맨스 한 번 찍어 볼 기회가 왜 없었겠는가. 그러나 로맨스 발생의 기로에서 나는 항상 최적의 성불행 루트를 선택해 왔다.

무려, 아이언돔을 몇 배 능가하는 플래티넘 돔 덕분이다. 방어체계의 원동력이 되는 모쏠력은 다른 공력과는 다르게 경지가 깊어 질 수록 쉬워지는 특성이 있다. 10년 모쏠력을 연공하기가 가장 힘들고 20년 모쏠력은 조금 더 쉽다. 100년이 넘어가면 1000년까지는 직빵으로 자동 연공되고 1000년이 넘으면 해탈의 경지에 이르러 성불의 문턱이 보이는 것이다.


플래티넘 돔 또한 점점 더 견고해지기만 한다. 이제 곧 메가메가 슈퍼 다이아몬드 돔으로 진화를 앞두고 있다.


“쟤 좀 살짝 바보인가봐.”

“똥만 찾으니 똥보라고 해야겠지.”

“어머 얘는, 애한테 그건 너무 했다. 떡을 좋아하니 그냥 떡보까지만 하자.”


그래 좋을 대로 불러라. 나는 오늘도 성불왕의 꿈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갈테니.

꿈을 이루기 위한 철벽의 냉혈남. 그게 바로 나. 졸라 멋져!


그때 측간 문이 열리며 한 사내가 밖으로 나왔다.

이곳에서 보던 것과는 다르게 로브 비슷한 비단 옷을 입었는데 재질은 무척 좋아보였다.

전체적으로 옷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빻은 얼굴의 코주부였다.


“아기씨들 얼굴이 안 보인다 했더니 둘 다 여기서 보는 구나. 내원에도 측간이 있을텐데 이곳까지 오다니. 일을 볼 때 요란한 소리가 나서 부끄러운 모양이구나.”


목소리마저 비호감의 영역에서 벗어나질 않는 약간 쉰듯한 가늘고 높은 톤.

누나들의 얼굴이 검붉게 변했다.


“우헤헤헤, 농이다 농. 내 반가워서 농을 한 번 건넸느니라.”


나는 정말 순수하게 감탄했다. 나 못지 않은 모쏠력을 가진 자가 존재하다니. 보지 않았으면 믿지 못했을 것이다. 상대는 로맨스 미사일 발사할 생각도 없는데 절대방어를 치고 지랄이다.

나와 같은 순수 정종의 모쏠력이 아니라 돈지랄로 오염된 사마외도라고 할 수있었다. 더러운 새끼. 마교보다 더 더러워.


“하지만, 내 너희들을 보기 위해 서부에서 멀리 이곳까지 매번 나오는데 얼굴도 보이지 않다니 너무 하는 것 아니냐? 내가 쓰는 돈이 적지 않은데 풍월루주께 섭섭한 말씀이라도 올려야 하겠구나.”


사마외도 씹쎄끼가 뱀처럼 혀를 할짝이며 누나들을 낼름 집어 삼킬 듯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서, 서부대인, ‘


나에게는 노련하고 자신만만한 2인조 일진처럼 굴던 누나들은 회 떠지기 직전의 놀래미와 같은 가련한 표정이 되어 있었다.


“흐흐흐흐, 그리 겁먹지 말거라. 내가 너희를 어여삐 여겨서 하는 얘기 아니겠느냐.”


“저희는 아직 입적도 하지 못한 몸이옵니다.”

“게다가 저희는 예기(藝妓)이지 창기(娼妓)가 아니옵니다.”

“예기는 금테라도 둘렀느냐? 아니면 마개라도 하였느냐? 내가 입적도 시켜주고 금마개라고 할 수 있는 충분한 재물을 안겨주겠다지 않느냐.”


‘와! 씨발, 사마외도의 주포는 정말 악독하면서도 무시무시하구나.’

입술을 할짝이며 돈지랄을 하는 모습에 4대 욕구중 하나인 아구창 파괴욕구가 들끓었다.

매화향기.jpg

매화향기.


작가의말

코라는 5개의 작은 연합국이 합쳐있는 큰  연합국의 형태입니다. 

5개의 작은 연합국은 여러 이름이 있지만 방위를 따라서 동부, 서부, 남부, 북부, 중부 입니다. 


그런데 이렇게만 하면 너무 심심한거 같아서 나라를 뜻하는 말인 ‘라’를 붙였더니 동부라, 서부라, 북부라, 등으로 어감이 좋지 않아서 ‘리라’를 붙였습니다. 


작은 연합국은 그 아래 많은 가문들이 있으며 각기 세력과 영토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수도의 경우에는 태왕이 직접 다스리는 중부리라에 위치하지만 수도라는 특성상 각 ‘리라’ 가 구역을 나누어 5구역을 다스립니다. 

그게 ‘구’ 이며 수도는 동구, 서구, 남구, 북구, 중구 로 나뉘어져 있다는 설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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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006. 일을 해야 성불한다. 24.08.21 13 0 13쪽
5 005 인생 떡 24.08.19 18 0 16쪽
4 004 아무것도 못 보고 모두 잃었다. 24.08.16 17 0 12쪽
3 003 아무튼 역귀를 24.08.14 18 0 13쪽
2 002. 이 얼굴로는 자신이 없다. (240907-작가의 말에 국호 설정 추가) +2 24.08.13 42 1 14쪽
1 001. 101번째 인생 +2 24.08.12 47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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