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달, 떡타지 세계관에서 성불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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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그린
그림/삽화
DALL-E
작품등록일 :
2024.08.12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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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9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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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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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008. 달콤한 게 필요해

DUMMY

<008 달콤한 게 필요해>


나는 일단 작전상 퇴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주머니에 넣어 온 누런 금괴는 덜컹거리는 댓돌 밑에 괴었다. 금덩이가 조금 컸는데 댓돌을 쾅쾅 내려밟았더니 딱 맞게 되었다.


-아이야! 그걸 왜 거기에 버리느냐? 금이 뭔지도 모르는 것이야?-

“어차피 지금 저거 처리도 못 해요. 감당 못할 재물은 화만 불러 온다고요. 신경쓰지 말고 십색귀를 처단할 방법이나 알려주세요.”


저주를 풀어 냈으니 1,2 선조와 성주신이 뭔가 좀 파바박하고 십색귀를 몰아낼 방법이 있을까 했는데···


“그러니까 성주신들이 깨어났어도 이미 들어온 십색귀를 찾아낼 방법이 없다 이 말이죠?”

-불러내면 된다. 소년. 하하하하.-

“그러니까 그거 말고는 방법이 있다는 말이죠.”

-그 방법이 있다는 말이다. 소년. 하하하하.-


역귀누나 때처럼 쌍욕으로 어그로끌고 좀만큼 남은 해탈력을 쪽 빨아 쓰려고?

그때 생각을 하니 또 다시 뒷목으로 피가 역류하고 머리털이 곤두섰다.


‘성불이고 나발이고 선조님 멱살 한 번 잡고 그냥 지옥 갈까?’


아니다. 내가 지금 열이 받아서 그렇지, 냉정하게 생각한다면 사실, 이건 그리 족 같은 상황은 아닐거다. 다만, 내 해탈력이 쥐꼬리 만큼 밖에 없어서 그런거다.

심호흡을 하며 매화향기 아씨가 주머니에 넣어 준 꿀떡을 한 입 깨물었다.

달콤함이 입에 퍼지며 기분이 가라앉았다.


‘쫀득하고 부드러운 탄수화물과 당분의 조화라니. 실로 조화롭도다.’


이봐 이봐. 벌써 생각도 신선 말투로 나오고.

그래! 내 부족한 해탈력을 탓해야지. 남 탓을 할 게 아니다. 원생에 다녔던 성당에서도 ‘내 탓이오. 내 탓이오.’ 하는 기도가 있지 않았던가.

결국, 연비와 교환비 최악인 십선조의 힘을 빌려야만 한다는 결론이었다.


“그럼, 십선조님. 혹시 선조님께 흘러가는 제 영력을 중간에 차단할 방법을 알려주세요.”

-....으음? 진심인가 소년?-

“완전 진심이죠.”

“...크흠. 정 원한다면 좋다. 변을 반쯤 보다 끊는 것처럼, 여인의 꽃잎 속 깊은 곳에서 절정의 분출을 반만 딱 하고 참는 것처럼, 발가락에 힘을 빼고 항문과 회음혈에 힘을 집중한다면 발산하는 힘을 차단 할 수 있다.”


뭐야 이 더러운 설명은··· 십선조는 무뚝뚝 마초인줄 알았는데 더러운 말은 잘도 쏟아냈다.


“그러나 조심해야 한다. 실수로 발가락에 힘을 주게 된다면 오히려 삐리리 삐리리 할 때 여인의 삐리리리에서 삐리리 삐리리리 할 때 처럼 더욱 세차게 뿜어져 나가 여인에게 천상의 기분을 삐리리 삐리리리···”


‘에베에베에베베베베 안 들려 안 들려!!’

그런 거 알고 싶지 않아. 제발 나의 순정 모쏠력은 건들지 말아줘. 그런 더러운 지식으로 오염되고 싶지 않아.

이야기만 하는데도 지치고 땀이 났다. 영혼 세척과 에너지 충전을 위해 다시 꿀떡을 한 개 꺼내 먹어야 했다.


“그냥 기술을 알려 주세요. 기술 가르쳐 주시면 제가 직접 잡아 볼게요.”

-소년의 힘 만으로는 어려울 것이다. 아직 아이의 몸이고 영력도 얼마 없지 않은가.-


누구 때문에 천년 해탈력을 쪽 빨렸는데!!

치밀어 오르는 쌍욕을 꿀떡으로 간신히 억제했다.


‘휴, 하마터면 개폐급 후손이 되어 성불 못 할 뻔 했네.’


그렇게 사 오십분 가량 전투 스킬을 전수 받다가 아주 중요한 사실을 하나 깨달았다.


‘씹선조님에게는 무지성 주포(주댕이포)가 통하지 않는다.’


십선조는 정말 내 선조가 맞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호모 사피엔스가 아니라 네안데르탈 인과 대화하는 느낌인데.


어찌됐건 온 몸에 진이 다 빠질 때쯤 되어 간신히 십선조의 스킬을 배웠다. 우주 항공모함 초전자포 같던 그것이 사실은 던지기 스킬이었다니.


-창을 내던지는 척 하면서 힘만 쏘아내는 것이다. 사정하는 느낌과 비슷하다. 소년. 풋슉 하고 말이다.-


이런 씹! 썬 좃님은 정말 무슨 기술 설명도 이따위로 ... 자기는 어! 용접 하듯이 뽑아냈으면서 풋슉 좋아하시네.


-그 느낌을 너도 알아야 하는 거다 소년. 여덟살 쯤 되면 확실히 알게 될 것이다.-


미친.. 씹 색귀.. 그러니까 풍월루의 십색귀말이다. 꼭 갈갈이 찢어 죽이고 싶다.


설명이 먹같아서 그렇지 배우는 것 자체는 쉬웠다. 사정하는 느낌과는 전혀 상관없이 천마지통(天魔指通)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강한 찌르기에 강한 힘과 강한 의지를 실어 쏘아내는 이 기술의 이름을 ‘쭉쭉뚫’ 이라고 한다. 소년. 모든 걸 뚫어버리겠다는 강한 표현이다.-


쭉쭉뚫··· 이러니까 동양판타지가 안 되는 거다. 역귀 누나가 아무리 노력해도. 씨바, 이런데서 다 까먹고 있으니.


-점잖지 못한 이름이군. 사악한 것을 정벌하는 기술이니 이름을 사정통(邪征通)으로 바꾸게. 정화해야 하니 정사통(淨邪通)이 좋으려나?-

-위력이 막강하니 막사정통이나 막정사통은 어떻습니까?-


꼭 이렇게까지 떡타지 티를 내야 하는 건가?


‘귀를 그냥 소뇌까지 뜯어내고 싶다. 정말.’

=띠링! 자해하면 성불 못 함.=

‘커흑, 떠그랄 거. 옘병을···’


선조들의 섹드립과 시스템의 뜬금포 공격에 분노가 치밀어 성불호가 좌초될 절체 절명의 순간, 떡을 딱 하나만 더 먹으려고 했는데 주머니는 이미 텅 비어있었다.


‘씨발! 어머니 드리려고 했는데.’


그때, 짜기라고 한 것처럼 어머니가 돌아오셨다.


“우리 애기 벌써 왔니? 오늘도 험 한 일 하느라 고생 많았지?”


눈동자가 그려진 하얀 안대를 보는 순간, 앞 못 보는 어머니가 나를 위해 얻어오신 새하얀 백설기와 그걸 혼자서 처묵처묵한 내 자신이 떠올랐다. 그날의 죄송함을 조금이나마 사죄도 할 겸 어머니께 꿀떡을 맛보여 드리려고 했는데 또 다시 혼자 다 처먹어 버린 것이다.

선조들에 대한 분노와 어머니에 대한 죄송함과 감사함. 내 자신의 처량함이 휘몰아쳐 울음이 빵 터졌다.


“어머이! 흐규흐규흐규 떠글 떠글 어머니 드릴라구 흐규흐규흐규 받아왔는데 흐규흐규흐규 자꾸 열받아서 흐규흐규흐규 하나 머꼬 또 하나 먹따가.. 쿨찌럭.. 엉엉엉엉 어머이..”


어머니는 무슨 일인지 다 이해 한다는 듯이 나를 부드럽게 안아주셨다.


“그랬구나. 우리 애기가 이 에미 줄려고 떡을 받아왔구나. 그런데 우리 애기가 먹었으면 됐다. 이 에미는 먹은 것이나 다름없어. 사실 에미도 오늘 밖에서 떡을 잔뜩 먹고 와서 더 들어갈 배도 없어요.”


어머니가 부드럽게 달래주시는 목소리에 울음 소리는 더욱 커졌다.

해탈력도 해탈력이지만 어머니는 꼭 행복하게 해드려야 한다고 굳게 마음 먹었다.


*


습득한 쭉쭉뚫(사정통이라 할 순 없으니)을 며칠 연습하고 결행일 당일.

출근을 하면서 어머니께 밖에서 하루 자고 올 거라고 말씀 드렸다.


“그래, 너 할 일을 하거라. 이 에미는 걱정하지 말고.”


흔쾌히 허락을 받고 그날 오후엔 퇴근하는 척 하면서 몰래 후원에 숨어 밤이 되길 기다렸다.

그리고 내 감각으로 새벽 3~4시쯤 되어 모든 사람이 잠이 든 시각.


-야이! 십색귀야 어디있느냐? 모습을 밝히지 못하겠는데?


십선조가 우렁찬 목소리로 어그로를 끌고

나는 뒤에 숨어 줄팔매를 준비하고 기다렸다.

십색귀가 나타나면 1선조와 2선조가 막아서고 나는 숨어있다가 결정타를 먹이는 간단한 작전이었다.

역귀보를 목에 걸고 있으니 대충 숨어도 십색귀는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잠시 후 나타난 것은 매화향기 아씨였다. 산발한 머리와 길게 내려온 눈물 자국. 그리고 전에 없던 섬뜩한 귀기가 느껴졌다.


-흑흑흑 흐으으윽-


매화향기 아씨는 소름끼치는 소리로 울고 있었다.


-큰일이다. 십색귀가 매화향기에게 붙었구나.-

-완전히 엉겨붙다니. 낭패로군요.-


선조들이 매화향기 앞을 가로 막았고 곧 3:1의 싸움이 벌어졌다. 노인이 있다고 하더라도 장정 3명이 가녀린 매화향기를 둘러싸고 서로 머리끄댕이를 잡는 모습이 어쩐지 그로테스크했다.


-소년! 어서 쏴라! 쏘면 십색귀가 떨어진다.-

-안된다. 아이야. 우리의 자손을 잉태할 아이가 상하면 어찌 할려고.-

-소년! 머리를 노리고 쏴라. 머리는 잉태랑 아무 상관 없다.-

-조심하게 후손이여. 아녀자의 얼굴에 맞으면 품을 때 힘 들 수 있네.-

-걱정말고 어서 쏴라 소년! 얼굴도 잉태랑 아무 상관 없다.-


역귀 누나 수준에는 못 미쳐도 잡귀는 벗어났다더니 매화향기 아씨에 빙의한 십색귀는 선조 3명을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하지? 매화향기 아씨를 다치게 할 수는 없다. 그냥 내버려 둘 수도 없다. 십색귀가 들러붙은 매화향기는 당장이라도 스스로에게 끔찍한 일을 저지를 것만 같았다.


대책을 궁리하자니 머릿속에서 쇠사슬 소리가 들렸다.


‘집중하면 망한다. 집중하지 말고 뇌를 자유롭게 풀어놔야 한다.’


천 년 해탈력은 잃었더라도 인생 경험은 남아있다. 자유로운 뇌가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무지성 주댕이포 말고 딴 건 못할 텐데. 경험을 잃고 해탈력이 남았더라면 이지랄 안하고 성불왕이 될 수 있었을텐데. 썬 좃님들 때문에. 그 개적같은 싸리비··· 성불도 막아내던 그것.


즉시 측간으로 달려가 청소용 싸리비를 들고 나왔다. 내용물을 퍼낼 때 주변에 튀고 뚝뚝 떨어진 것들을 청소하는 용도로 사용하던 것이라 내용물이 잔뜩 묻어 있었다.


“이 십색귀! 떨어져라 떨어져!”


한 십여분 정도 통쾌하게 내려치자 드디어 아씨 몸에 엉겨있던 십색귀가 빠져나오긴 했는데 선조들과 한데 뒤엉켜버렸다.

선조들이 그라운드 기술로 놈을 잡아두고 있는 듯 했다. 나는 한 걸음 떨어져서 줄팔매를 돌렸다. 이 거리라면 절대 빗맞추지 않는다.


-소년! 조심하거라. 우리가 맞을 수도 있다.-

“염려마세요. 머리를 노릴게요. 하!하!하!하!”


씨입씨입씨입~

영력이 팔에 몰리며 줄팔매가 위력적인 소리를 내자 선조들이 기를 쓰고 십색귀에게서 떨어졌다.

줄을 돌리는 팔이 성인의 팔처럼 부풀어올랐다.


쌔액ㄲ~!

줄을 놓는 순간. 튀어나간 돌멩이는 곧장 십색귀에게 명중했다. 보통 돌멩이가 아니라 어제 저녁에 1,2 선조가 주술을 불어 넣은 파사(破邪)의 주물(呪物)이다. 사람이 맞으면 그냥 돌이지만 악귀에게는 유탄발사기의 유탄(榴彈)과 같다.

맞은 곳에 주먹만한 구멍이 뚫린 채로 씹색귀는 재가 날리듯 사라져 버렸다.


“십색귀. 개씹새끼.”


나는 탈진하듯 그대로 자리에 누워버렸다.


‘체력, 체력이 필요해. 한 방에 엥꼬라니.’


하지만 기분은 좋았다. 몸에서 힘이 쭉 빠져 나가는 해방감도 시원한 느낌이었고, 내면을 관조해보니 잡귀 50~60 마리 정도의 해탈력이 차오른 것이 느껴졌다.


-아이야!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어서 일어나거라. 어서-

“무슨 일인데요”


몸을 일으키자 온 몸의 뼈와 근육이 삐걱대며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근력도 필요하겠네.’


팔 근육은 영력을 버티지 못해 피부가 터져 피가 흐르고 있었다.


-서둘러라 아이야. 어서, 어서, 매화향기의 옷을 벗기거라. 시간이 없다.-

-바지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 듯 하네 후손이여.-


“아악! 씨발.”


이번엔 육성으로 쌍욕이 터졌다. 부처님도 이건 인정해 줄거야.


“지금 팔에 피 터진 거 안 보여요?”

-이제 허연 것을 터트려야 하느니라.-

-고통은 잠시고 첫 경험의 황홀함은 평생 남는다네.-

-명심해라 소년 마지막 한방울의 힘까지 쭉쭉뚫···-


아아악! 에베! 에베에베베베베베

말 한 마디로 몇 개의 죄를 지으려고 하는 건가. 이중삼중으로 철컹철컹 해야 할 선조들의 색드립포의 화력이 무섭게 몰아쳤다.

당장이라도 정신을 잃을 것만 같다.


"함장님! 피해가 극심합니다. 시스템 올 레드."

"대뇌, 중뇌, 소뇌, 간뇌 출력 중지. 뇌를 아예 빼버린다."

"모든 에너지를 주포 충전으로 돌립니까?"

"아니야. 저건 그걸로 못 이긴다. 어서 도망쳐!"


나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 집을 향해 달렸다.

눈물이 왈칵 터졌다. 분하고 아프고 짜증나고···.


“씨발, 내가 진짜 엿같아서.”


달콤한 떡이 필요하다. 그리고 선조들을 제어할 수단도.





작가의말

솔직히 고구려의 기루나 주루가 어떻게 운영되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어요.

그래도 있긴 있었겠지요.

고구려는 상업도 발달했었다고 하니 아마 기루, 주루, 음식점도 번성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풍월루는 고층건물이고 무척이나 고급 주루입니다. 주루, 기루, 음식점이 모두 합쳐져 있습니다.


기타 궁금하신 설정 있으시면 답변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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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006. 일을 해야 성불한다. 24.08.21 14 0 13쪽
5 005 인생 떡 24.08.19 19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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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003 아무튼 역귀를 24.08.14 18 0 13쪽
2 002. 이 얼굴로는 자신이 없다. (240907-작가의 말에 국호 설정 추가) +2 24.08.13 42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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