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달, 떡타지 세계관에서 성불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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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그린
그림/삽화
DALL-E
작품등록일 :
2024.08.12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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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9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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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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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6. 일을 해야 성불한다.

DUMMY

<006. 일을 해야 성불한다.>


‘700년을 어떻게 되풀이 하라고?’

1000년 군생활 끝에 전역 신고 대기하다가 700년 더 뺑이치는 것과 뭐가 달라.


‘씨발, 때려치고 그냥 세계관에 충실하게 떡이나 칠까? 그러면 선조님들이 좋아하겠지? 흑마법을 연구해서 선조들을 사역할까?’


이건 심마일 뿐이다.

심마는 쓸데없는 행동을 하게 하여 일을 망치고 인생을 나락에 빠트린다.


머리로는 알고 있다. 아직 보이지 않는다 뿐이지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들끓는 심마가 성급한 판단을 유도하여 나락으로 이끌어 간다.


이게 명백한 오답이라는 걸 알지만 분노에 의해 실수 할 수 있다.

지금은 성불에서 700년 거리에 있지만 성질대로 하다간 7만년 밖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후회할 날이 있을 것이다.


‘떡 한 입만 먹으면 뻗친 열이 사르르 녹을 거 같은데.’


떡! 떡이 필요하다. 그러나 떡은 비싸다.

떡 뿐 아니라 이곳은 고기가 흔하고 곡물이 귀했다. 빵이 없어서 고기를 먹어야 하는 사회가 바로 여기였다.


고기는 근방에 널려있는 동물들을 사냥해서 수급할 수 있지만 곡물은 다르다.

어쩌다 얻는 곡물도 물 많이 붓고 죽을 끓여 먹지 떡은 상상하기도 힘들었다.


다음 날 아침도 어머니가 잡아주신 기름이 잘잘 흐르는 꿩고기였다.


어머니는 놀랍게도 사냥을 잘 하셨다.

맹인인 어머니가 홀 몸으로 아이를 양육하는게 얼마나 힘드실까 마음이 아팠는데 은거 고수 포지션이었다. 바늘을 기가 막히게 던졌는데 사천당가의 일류고수 실력 쯤 된다.


바느질을 하다가도 토끼, 비둘기 등이 사정거리에 있다 싶으면 그냥 푝! 100발 100중이었다. 사람도 한 두 방이면 잡을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우리 집이 무자리 촌 중에서는 좀 사는 축에 속하는 것도 어머니의 영향이다. 사람들은 이런 어머니를 ‘가시부인’이라고 불렀다.


‘아, 떡 먹고 싶다. 추수 때가 되면 좀 먹을 수 있으려나.’


어머니는 또 볼일 보러 나가시고 늦여름 더위가 한창 내리 쬐는 마당을 멍하니 내려다보고 있었다.


선조들이 뭐라뭐라 말들이 많았지만 극도의 실망감과 분노와 허탈감으로 인해 반항심만 들끓었다.


‘2차 성징만 시작되면 선조님들 보란듯이 10연따ㄹ···’


딱 그때, 싸리문 밖에서 새똥이 형이 날 불러 후레력 가득한 생각을 완성하지는 못했다.


“개똥아! 있냐?”


방문을 열어 놓고 있었는데도 새똥이 형은 날 알아차리지 못하고 목청을 높였다. 목걸이를 하고 있으면 내가 근처에 있어도 잘 인식하지 못했다.


“새똥이형. 나 여깄어.”

“어! 거기 있었구나. 틱틱틱”


새똥이 형은 나를 알아 보더니 시선은 그대로 둔 채 고개만 모로 꼬더니 무척이나 티껍다는 태도록 침을 이빨 사이로 찍찍 뱉어냈다.

불량도 자질이라면 새똥이는 그걸 타고 났다. 얼굴만 보면 멀끔하게 잘 생긴 얼굴인데, 표정이나 행동은 어찌나 야비하고 불량스럽게 보이는지.


“너 이 쌔끼. 이게 뭔지 알아? 크크크크.”


방안에 들어 온 새똥이는 야비하게 웃으며 품에 넣고 온 것을 꺼내보였다. 공주의 돌에 먹은 백설기는 아니었지만 분명히 떡이었다.


“알아! 떡이잖아.”

“쌔끼! 똑똑하네. 먹어 본 적이나 있냐?”

“응, 있어. 그거 나 줘.”

“먹어라. 크크크크크”


새똥이 형은 비열하게 웃으며 떡을 건네주었다.

받아서 한 입 크게 깨물자 단 맛이 입 안에 퍼지며 내심 들끓던 번뇌가 가라앉았다.


‘선조님들 잘 설득해서 오토 돌려도 되고, 네임드 좀 찾아서 잡으면 되겠지 뭐.’


10연따ㄹ 아무튼, 그런건 성불에도 안 좋고 후레력만 높일 것이다.

성불의 조건을 완벽하게 알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해탈력 이외에 선업이나 악업, 인연과 악연 같은 다른 파라메타도 있는 것 같고.


“맛 있냐? 하나 더 먹고 싶냐? 크크크”

“응, 더 먹고 싶어.”


새똥이 형은 떡을 하나 더 꺼내주었다. 불량기와는 다르게 친해 두면 정말 좋은 형이었다. 오늘 온 것도 내게 떡을 주기 위해 일부러 온 것이리라.


“그런데 이거 어디서 났어?”

“이 형님이 어제 일 나가서 벌었다. 크크크크”


그 동안 느낀 건데 코라의 사람들은 공짜 밥 먹는 것을 굉장히 수치스러워했다. 아이들이라고 해도 다섯 살 정도 부터는 풀을 뜯고, 냇가에서 개구리라도 잡는다.


‘그간 내가 너무 놀고 먹었어.’


물론 역귀 이후에 잡귀들 잡느라고 바쁜 나날을 보냈지만 그냥 눈 먼 노모의 등골 브레이커나 다름이 없을 터였다.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도 업을 쌓는 짓이지.”


일을 해야 한다. 더군다나 떡을 얻을 수 있는 일이라면.


“그럼, 나도 갈래. 일”

“크크크크 가시부인한테 혼 날려고?”

“어머니는 내가 할 일을 하라고 하셨어.”

“너 같은 핏뎅이에게 일을 소개 해 줄 거 같냐? 크크크크”


*


새똥이가 일하는 곳은 도성 남구에 위치한 풍월루였다.


“여기가 우리 남부리라에서 운영하는 주루야. 엄청 커서 놀랐냐? 핏뎅이 새끼. 크크크크.”


놀랬다. 너무 커서 처음엔 고궁인 줄 알았다. 그냥 주루가 아니라 복합 유흥단지라고 불러야지.

큰 길 쪽으로는 음식점이 노출되어 있고 안 쪽으로 더 들어가면 술을 파는 주루, 더 안쪽으로는 고급 기루가 있는 구조였다.


새똥이는 나를 데리고 음식점 안으로 쭉 들어갔다. 아직 점심 때가 되려면 시간이 좀 있었지만 벌써 여러 아이들이 청소를 하기도 하고 점원의 심부름을 하기도 하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점형! 나 왔어요. 크크크”


새똥이가 중년의 사내에게 꾸벅 인사했다. 점형이라고 불리는 걸 보니 점장 아래 홀 실장 정도 되는 인물이었다.


“어, 새똥이 나왔구나. 대형께는 내가 잘 말했다. 너 또 손님한테 욕하면 다시는 여기 못 올 줄 알아라. “


‘와! 진짜였구나.’

손님들과 욕하고 싸웠다니 새똥이형의 불량기는 그냥 허세가 아닌 모양이었다.


새똥이는 고개를 모로 한 번 꼬더니 그 상태로 바닥에 침을 틱틱틱 뱉어내고 대답했다.


“알았어요. 참아볼게.”


그냥 ‘네’하면 될 것을 저렇게 해야 하나 싶지만 어른 앞에서도 쫄지 않고 온 몸으로 뿜어내는 불량기는 감탄스러웠다.

불량계에도 천마가 있다면 새똥이는 유력한 후보다.


“그래도, 서부 놈들과 맞선 건 잘 했다. 니가 나이가 좀 더 들면 경비조 쪽으로 빼주마. 그 전까지는 성질 부리지 말거라. 특히 손님으로 온 놈들하고는.”

“헹, 난 나이 들면 품바패에 들어 갈 건데. 근데 점형. 애 한명 같이 일 할 수 있어?”


“안녕하세요?”


인사를 꾸벅하자 점형은 그제서야 나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얘는 누구니? 같이 온 줄도 몰랐구나.”

“우리 동네 사는 애야. 이름은 개똥이고 나이는 나보다··· 한 살 어리다. 핏뎅이지. 크크크크.”


내 체구가 아무리 커도 다섯 살에 일하는 건 무리라고 생각했는지 나이를 올려주었다.


“너한테 할 말은 아니지만 지금 우리 사정도 그리 좋지가 않아. 지금도 일 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얘가 누군지나 알아? 가시부인의 아들인데···.”


새똥이형이 점형을 열심히 설득을 하고 있을때 10선조가 슬그머니 경고를 주었다.


-소년. 사냥꾼의 촉이 발동한다. 이곳에 악귀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오! 갑자기 SSR 10선조의 탐색 능력이 빛을 발했다. 생각도 못했는데 알바를 하면서 해탈력도 늘릴 수 있는 기회.

나는 가게를 두리번 거리는 척 하며 조금 떨어져서 선조들과 대화를 나눴다.


“잡귀인가요?”

-잡귀 수준은 벗어난 것 같다 소년. 제법 강해. 은신 위장 능력도 뛰어나다. 내가 아니면 발견하기 힘들었을 정도야.-

“역귀 누나 만큼 강한가요?”

-지난 번 역귀는 역귀 중에서도 역대급이었다 소년. 그 정도는 아닐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숨어있어서 정확히는 알기 힘들다.-


-십제(10弟)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냥 물러나는 게 좋겠다 아이야.-


1선조는 후퇴를 권유했다.


“하지만 일을 해야 한다고요. 풀 뜯고 개구리 잡아서 언제 떡을 사 먹겠어요?”


-후손이여. 이곳의 기운도 좀 이상하네. 먹구름이 낀 것 처럼 우중충한데 자연스럽지가 않아.-


2선조도 조금 불안한 목소리였다.


-악한 술법이 있는 것 같네. 이곳의 성주들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어.-

“성주면 터주신, 조왕신 뭐 그런건가요?”

-그렇네. 성주들은 보통 현현하지 않고 기운으로 존재하는데 이곳 성주들의 기운이 많이 약해져있네. 장사도 안 되고 점점 더 기울게 될 것이네.-


어찌됐건, 네임드에 준하는 잡귀가 붙어있다면 잡아야 한다.


“우리가 잡을 수 있을까요?”

-안된다! 아이야. 위험하다. 얼른 집으로 돌아가거라. 너는 귀한 몸이란 것을 잊지 말거라.-


1선조의 반대가 완강했다. 하지만 내가 하겠다는 데 뭐.


“그냥, 조사만 해볼게요. 조사만. 위험하지 않게 도와주세요.”

-끄응, 위험할 것 같으면 당장 그만둬야 하느니라.

“예압!”

-후손이여. 먼저 측신을 봐야 하네.-

“측신이요? 변소 말인가요?”

-집 밖의 귀신을 가장 먼저 막는 게 측신이라네.-


그래, 내가 측신에 대해선 좀 알지. 성불도 직전에 막아낸 게 측신의 위력 아니던가.


-소년! 우리가 힘을 합치면 잡을 수 있다.-

“십선조님은 탐색만요.”


새똥이 형 쪽으로 돌아오니 뭐가 잘 안풀리는지 아직 점형을 설득 중이었다.


“아씨, 그냥 좀 합시다. 점형! 내가 두 배로 일하면 되잖아. 틱틱틱. 씨발. 조까튼 새끼들도 내가 다 쫓아 주고.”


배트가 청년을 넘어 중년을 바라보는 음식점의 점형을 상대로 무시무시한 불량력을 품어내고 있었다. 그래도 그렇지 어른 상대로 저런 협박성의 설득이 통할 리가 없지 저러다 뺨을 맞아도 하소연도 못할 텐데.

내가 황급히 끼어들었다.


“저기요, 저 음식점 말고 안쪽에서 일할 수 있나요?”

“안쪽? 주루를 말하는 것이냐?”


홀에서 일하는 것도 거절하는 판국에 더 안쪽에서 일하는 걸 허락할리는 없겠지. 하지만 내 환생 경력이 천년인데.

새똥이와는 다른 논리적인 대화와 설득을 하려고 했는데 머리를 조금 굴리자 절그럭절그럭 쇠사슬 소리가 들렸다.


‘아, 정말 족같다. 심신산란주.’


생각을 멈추고. 무지성 주댕이포를 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똥을 풀 거다. 요.”


내 천년 지성은 말 끝에 가까스로 ‘요’자 하나 붙이는 정도 밖에 역할을 못했다.


“뭐? 변소 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게냐?”


일반적으로 변소를 푸는 일은 더럽기도 하지만 힘이 무척 많이 드는 중노동이다. 아이들이 할 만한 일이 아니다. 이건 무지성 주댕이로 해결 될 일이 아니다. 조졌다.


‘미안해 새똥이형. 내가 다 망쳤어.’


그때, 선조들은 달려들어 점형의 귓가에 고함을 질렀다. 내 무지성대화 스킬을 보는 듯 했다.


-이놈아! 아이 하나 꽂는 거 정도는 할 수 있지 않느냐. 네 놈의 능력을 보이거라.

-좋은 일이 있을 것이오. 이 아이는 복덩이란 말이오. 매출도 올라갈 것이고.

-하!하!하!하! 사내답게 저지르는 거다. 사나이가 그 정도는 되어야지.


점형의 표정이 긍정적으로 바뀌어갔다.

‘저거 흑마의 소울 위스퍼(soul whisper) 스킬인데.’


선조들의 외침을 육체는 못 들어도 영혼은 접수하고 있는 것이다.


‘이거 못하게 해야겠다. 흑마 스킬 같은 거 쓰면 분명히 성불에 악영향을 끼칠 거야.’


“흠, 내 소관은 아니지만 너 하나 꽂아 주는 거야 할 수 있겠지. 그런데 할 수는 있겠느냐? 측간을 비우는 일은 무척 힘들다.”


점형의 반승락이 떨어지자 십선조가 싱긋 웃으며 엄지를 척 치켜올렸다.


-이놈아! 너 스스로를 믿고 일단 한 번 시켜보거라. 잘 할것이다.

-모르는 건 가르치면서 할 수 있는 것 아니겠소.

-하!하!하!하! 측간의 오물따위 악귀의 모가지 따듯 풍풍 퍼낼 것이다.

“내가 음식점 심부름으로 시작해서 경력이 25년쯤 된다. 사람을 잘 보는 편이지. 너는 변소를 아주 풀 수 있을 것 같군. 나는 내 눈을 믿는다.”


칭찬이지만 칭찬같지 않은 말을 들었다.


“너 정도의 인재라면 안쪽에 추천해 주는 것은 좋은 일일 것이다.”


나는 그렇게 풍월루의 주루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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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6. 일을 해야 성불한다. 24.08.21 14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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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004 아무것도 못 보고 모두 잃었다. 24.08.16 17 0 12쪽
3 003 아무튼 역귀를 24.08.14 1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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