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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l2536
작품등록일 :
2024.08.13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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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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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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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2등의 우울(6)

DUMMY

“대박~! 축하해. 하람아!!”


학교를 마치고 근처 카페에서 친구인 경아가 축하한다며 기뻐하고 있자 경아의 축하에 하람은 창피한지 그만하라고 했다.


“그만해. 그 축하한다는 말 몇 번 했는지 알아?”


“뭐 어때? 네가 처음으로 ‘1등’을 쟁취했는데···축하해주면 뭐 어때서 그래?”


“쟁취라···”


심한 감기에 걸려 이틀 정도 공부를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최초로 반 1등을 한 것이었다.

고등학교를 들어와 처음으로 1등을 한 것으로, 그 자리를 처음 가지게 된 하람은 얼떨떨했지만 그래도 항상 1등이었던 지혜를 이긴 것이었다.


‘그 년 표정 완전 가관이었지. 늘 2등이었던 내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으니···’


선생님한테 기말고사 성적이 발표된 날, 하람은 몰론 반 아이들 모두 믿기지 않은 듯 했다.

자신이 1등이라고 발표한 후 힐끗 지혜의 표정을 살펴보았는데 살펴본 그녀의 표정은 완전 충격을 먹은 듯 멍한 상태였었다.

마치 한 방 얹어 맞은 듯한 그녀의 표정을 보며 왠지 모르게 앙숙이었던 적에게 이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근데, 어떻게 된 거야? 네가 1등이 되다니 나 아직도 안 믿겨진다, 야.”


“뭐가 안 믿겨져? 내가 그거 되려면 얼마나 피나게 노력했는지 알아?”


“알지. 헌데 그 노력이 빛을 보게 될 줄 누가 알았겠냐?”


그 동안 얼마나 필사적으로 1등이 되려고 하는 건지 알고 있기에 그 노력이 드디어 빛을 발했구나 생각하며 말하자 경아의 말에 속이 뜨끔거렸지만 얼추 얼무부렸다.


“···뭐, 그···그렇지. 나도 하면 하는 사람이라고.”


“역시. 노력은 배신하지 않으니까.”


“······”


“공부벌레 이 하람이가 처음으로 1등을 했으니, 오늘은 내가 쏠게.”


“뭐? 너 용돈도 간당 간당일 텐데, 쏜다고?”


“에이~괜찮아. 하나 밖에 없는 친구가 큰 일을 해냈는데 당연히 쏘야지, 안 그래?”


“너도 참···”


“아, 몰론 너도 한 턱 쏘야 한다는 거 잊지 마.”


그렇게 1등을 축하한다는 의미로 친구 경아에게 얻어먹고 헤어져 나온 하람은 홀로 터덜거리며 거리를 걷고 있었다.

거리를 걸으면서 문득 서점을 보게 되었는데, 전에 문제집을 사려다가 그냥 나와 버렸지만 서점을 보며 하람은 뭐 하나 확인하기로 했다.


서점 안에 들어와 가지런히 꽂혀 있는 책들을 유심히 보다가 학생들의 학력을 향상시켜 주는 학습지 책들을 보게 되어 그것들은 흩어보았다.


‘역시···’


3일 전, 기말고사 시험을 치룰 때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던 그것. 알고 보니 그것은 시험의 답들이었고 시험이 끝나마자 그것들은 사라졌다.


‘대체 그것은 뭐였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나고···설마···?!’


2등만 머물렀던 자신의 성적이 순식간에 1등이 되어 버렸는데 설마 그 소원 때문에?


‘그럴 리가 없지. 1등이 되고 싶다는 소원을 빌었을 뿐인데···하지만···’


이런 능력이 생긴 게 정말 자신의 소원이 이루어진 걸까 의심이 들어 한번 시험해 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던 때에 옆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너는?”


“?!”


낯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보니 이게 웬일? 얼마 전에 만났던 학생 회장이자 지일우 선배였다.


“서, 선배님?”


“안녕? 저번에 여기 만나고 또 보네.”


“네···아, 안녕하세요?”


뜻하지 않게 또 이곳에서 일우 선배를 만나게 되어 하람은 놀랐지만 그래도 그를 다시 만난 게 싫지 않았다.


“들었어. 너 반에서 1등 했다며?”


“네? 그걸 어떻게···?”


“내가 아는 애한테 들었거든. 대단하다, 난 겨우 1등 될까 말까인데···”


“아, 아뇨. 그냥 운이 좋았을 뿐인걸요.”


운이 아닌 영원당의 소원 덕에 1등이 된 거라곤 말을 하지 못했다.

말해 봤자 믿을 리가 없었고, 부정행위를 써서 1등을 한 거라고 오해 받을 게 뻔했다.


“운도 그렇지만 난 이렇게 열심히 공부해서 쟁취한 애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질투나더라.”


“무슨 소리세요? 선배는 학교에서 알아주는 우등생인데다 전교 1등을 놓친 적 없는 수재신데 저랑 어찌···”


“하하. 그런가? 암튼 축하해.”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싱긋 웃자 그의 미소를 본 하람은 두근거렸다.


“저, 저기. 선배. 사실은···”


“응? 잠깐만.”


뭔가 말하려는 찰나 일우의 교복 왼쪽 호주머니에 지잉 거리는 소리가 울리자 그 소리에 일우는 호주머니 속에 있는 폰을 꺼냈다.


“네, 여보세요? 아, 나 서점에 잠깐. 응, 알았어.”


폰을 꺼내 누군가와 통화를 했는데, 곧 가겠다고 말하고는 전화를 끊고 하람을 쳐다보며 말했다.


“미안, 나 약속이 있어서. 그럼 다음에 보자.”


“아, 네···잘 가세요.”


일우 선배가 먼저 서점에 나가 버리자 나가 버린 그의 뒷모습에 하람은 아쉬워했지만 그래도 존경하는 그가 1등을 된 걸 축하해준 것에 나쁘지 않았다.

그리곤 집으로 돌아와 서점에서 사 놓은 학습지 책 내용들을 확인한 결과 모두 답안지를 확인해 보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모두 맞게 나온 걸 보며 하람은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세상에···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지?”


기말고사 시험 때도 그렇고, 막 서점에서 산 학습지들도 그렇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풀지도 않았는데 기다렸다는 듯이 정답이 눈앞에 나타나 그제서야 소원이 이루어졌다는 걸 직감할 수 있었는데 그 소원이 하필 공부도 하지 않고 답을 가르쳐 주는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 말은 머리 아프게 공부할 필요도 없고, 돈 낭비할 필요도 노력할 필요 없이 그저 1등을 유지할 수 있다? 하하···이거 내가 잘 빌긴 잘 빌었나 보네?’


뭔가 어이가 없었지만 그 덕에 기말고사를 잘 치루고 반 1등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 건 사실이었다.


‘그래. 힘들게 공부하고 스펙 쌓을 필요가 없어. 이것만 있으면 난 언제든 최고의 자리에 있을 수 있어!’


뜻하지 않은 소원을 빈 덕에 힘들게 공부하지 않아도 되고, 시간을 낭비할 필요도 없어져 하람은 기분이 좋아졌다.


그 후로, 하람의 인생은 180도 달라졌다.


늘 2등이었던 그녀가 어느새 원했던 1등의 자리에 올랐고, 반 아이들도 2등이었던 하람을 칭찬하기 바빴고, 1등이었던 지혜는 어느새 2등으로 내려가 아무도 그녀를 칭찬해 주거나 옹호해 주지 않았다.

한순간에 몰락해버린 지혜의 모습에 이긴 것 같은 승자의 기분이 느꼈고 어느새 오만해 지기 시작했다.


“하람아, 너 요새 달라진 것 같다.”


“응? 달라졌다니? 뭐가?”


“아니, 그렇잖아. 매일 공부한다고 씨름하고 그랬는데 요즘 안 그래서.”


편의점에서 산 음식들을 나눠 먹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경아는 요즘 하람이 공부를 안 하고 뒹가뒹가(?) 노는 것 같다고 하자 하람은 콧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에이~사람이 365일 매일 공부하고 지내? 가끔 휴식도 취하고 머리도 식히고 그래야지~”


“그런가? 하기야 공부도 중요하지만 네 말대로 가끔 휴식도 취해보고 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공부도 좋지만 가끔 휴식도 중요하다는 하람의 말에 경아는 약간 어이없었지만 그래도 맞는 말인 것 같아 수긍하는 듯 했다.


“어?”


“왜 그래?”


“저기, 지일우 선배님 아냐?”


“뭐, 어디!?”


경아가 가리키는 곳 너머에 정말로 지일우 선배가 있었는데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건지 정류장에 서 있었다.


“정말이네, 일우 선배야.”


처음 본 것도 아닌데 저 너머 그를 발견한 하람이 목이 빠지라 쳐다보자 그걸 본 경아는 뭔가 눈치를 챈 건지 물었다.


“하람이 너 일우 선배에게 관심 있나 보네.”


“뭐?! 무슨 소리야, 아니거든!”


“아니긴 뭐가 아냐? 딴 남자애들한테 관심 없어도 일우 선배만은 그렇지 않잖아.”


“으···”


이성에 관심이 있는 애들과 달리 하람은 연애도 이성에 관한 관심도 별로 없었다.

왜냐면 이성하고 사귀어 봤자 자신에게 별 도움이 안 될 게 뻔했고, 같은 반 남자애들을 봐도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지일우 선배만은 달랐다.

전교 1등에 모두가 존경하는 사람이라 관심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그 관심 이상으로 그에게 끌리고 있었고 왠지 모르게 좋아하고 있는 마음도 있었다.


“역시나~일우 선배한테 반했구나, 꼴에 여자라고.”


“뭔 소리야?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저 동경하는 거거든.”


“킥킥. 그 동경이 나중에 바뀔지 아무도 모르는 겁니다요~”


경아의 놀림에 하람은 얼굴이 화끈거려 뭐라 대꾸라도 하려는 순간, 버스 정류장에 서 있던 일우 선배의 옆에 누군가가 다가와 인사를 건네는 게 아닌가?


“어? 저 애는···?”


선배한테 다가오고 있는 누군가로 바로 같은 반인 민지혜였다.


“아는 애야?”


“으응···내가 말했던 반 애야, 이름은 민지혜라고···”


“진짜? 근데 어째 두 사람 사이 심상치 않은데?”


자세히 보니 정말로 두 사람의 사이가 심상치 않았는데 특히 일우 선배가 지혜를 보며 무척 반가워하며 머리를 쓰다듬었고,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그의 손길이 싫지 않아했다.


“대박~저 두 사람 무슨 관계지? 혹시 연인 사이?”


“말도 안돼. 고등학생이 무슨 연인 사이야? 그냥 어쩌다 마주쳐서 아는 체 하는 거겠지.”


“모르는 소리 마. 아무리 공부에 충실해야 할 시기라도 간혹 몰래 연애 하는 애들 있어. 특히 저 둘 평범한 선후배 사이치고는 너무 이상하지 않냐?”


“······”


경아의 말에 정말 두 사람은 선후배 사이 치고는 친근했다. 그러다 때마침 버스가 와 둘이 같이 타고 가 버리는 모습에 하람은 왠지 가슴이 시리고도 아파왔다.


‘뭐야? 경아 말대로 저 두 사람 그렇고 그런 사이였어? 말도 안돼···’


도대체 어떻게 알게 된 사이인지 모르지만 아직 친해져 보지 않은 일우 선배랑 친근하게 대하는 지혜가 거슬렸고 나아가 공부에 대한 질투와 시기보다 그를 독차치 한 그녀가 미워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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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제3화 묘성아(猫聲兒)(4) NEW 1시간 전 1 0 11쪽
20 제3화 묘성아(猫聲兒)(3) 24.09.19 3 0 7쪽
19 제3화 묘성아(猫聲兒)(2) 24.09.13 4 0 12쪽
18 제3화 묘성아(猫聲兒)(1) 24.09.11 5 0 9쪽
17 제2화 2등의 우울(10) 完 24.09.09 6 0 17쪽
16 제2화 2등의 우울(9) 24.09.06 7 0 11쪽
15 제2화 2등의 우울(8) 24.09.04 7 0 9쪽
14 제2화 2등의 우울(7) 24.09.02 8 0 12쪽
» 제2화 2등의 우울(6) 24.08.30 8 0 10쪽
12 제2화 2등의 우울(5) 24.08.28 9 0 13쪽
11 제2화 2등의 우울(4) 24.08.26 8 0 11쪽
10 제2화 2등의 우울(3) 24.08.21 10 0 13쪽
9 제2화 2등의 우울(2) 24.08.19 11 0 8쪽
8 제2화 2등의 우울(1) 24.08.16 11 0 10쪽
7 제1화 소원을 이루어 주는 집(7) 完 24.08.14 12 0 9쪽
6 제1화 소원을 이루어 주는 집(6) 24.08.14 9 0 14쪽
5 제1화 소원을 이루어 주는 집(5) 24.08.14 10 0 13쪽
4 제1화 소원을 이루어 주는 집(4) 24.08.14 9 0 14쪽
3 제1화 소원을 이루어 주는 집(3) 24.08.13 10 0 13쪽
2 제1화 소원을 이루어 주는 집(2) 24.08.13 9 0 15쪽
1 제1화 소원을 이루어 주는 집(1) 24.08.13 18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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