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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l2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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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3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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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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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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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2등의 우울(9)

DUMMY

그 후 시간이 흘러, 어느 덧 수능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고3이 된 아이들은 각자 공부하기에 바빴고, 분위기 역시 바뀌어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활기찬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다만 유독 한 사람만은 예외였는데, 하람은 느긋하게 책을 보고 있었다.


‘멍청한 것들. 공부를 하나도 안했던 주제에 막상 수능 날이 다가오니까 이제 와서···뭐, 난 힘들게 머리 안 싸매도 괜찮지만. 흐흐.’


시험 날만 되면 공부를 하다 이제와 수능 날이 닥쳐오니 하는 아이들의 한심한 모습을 보며 속으로 비웃었다.


“하람아, 너 수능 공부 안 해?”


“응. 괜찮아. 공부 안 해도 잘 볼 수 있거든.”


“정말? 역시 넌 대단하니까. 전교 1등이 수능 1등이 되는 거 아냐?”


혼자서 끙끙 앓으며 수능에 나올 문제를 흩어보고 있던 경아가 수능을 잘 볼지 몰라 자신만만해 하는 하람을 보며 물었다.


“뭔 소리야? 수능 1등이 어딨어?”


“막상 수능날이 점점 다가오니까 긴장 돼. 잘 친다 해도 내 성적에 그냥 그런 대학에 들어갈 게 뻔하고 정 안 되면 재수라도 할까봐.”


“재수?”


“응. 나 말고도 이번 수능 망칠 것 같아서 재수 생각하는 애들 많아.”


수능은 늘 쳐 왔던 시험처럼 만만치 않기 때문에 희비가 많이 가렸다.

잘 본 애들은 희희낙락했지만 못 본 애들은 지옥을 오가는 기분이었다.


이번 수능도 잘 못 볼 확률이 많았기에 이미 포기하거나 혹 재수해 다시 1년 뒤 도전을 생각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친구 경아도 이번 수능을 못 볼지 몰라 재수를 생각하고 있다고 하자 하람은 콧웃음을 쳤다.


‘꼴값 떠네. 하기야 네 머리로 어찌 잘 보겠어? 나중에 수능 끝나면 이 애랑 정리 좀 해야겠다.’


한때 친구였지만 이젠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 이번 수능을 마치고 정리하기로 다짐했다.


“작년에 졸업하신 선배님들한테 받은 수능집을 봐도 진짜 모르겠어.”


“졸업···”


선배라는 말에 하람은 흠칫 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1년 전에 죽은 민지혜의 일로 지일우 선배와도 거리가 멀어져 버렸다. 하나 밖에 없는 사촌 동생을 그렇게 만든 범인이라는 걸 알리고 싶지 않아서겠지만 무엇보다 그의 얼굴을 보는 게 괴로워 만약 마주쳐도 피했고 그와 만났던 서점에도 더 이상 가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졸업식에도 가지 않았고, 그 뒤 그와의 소식도 끊어져 현재 뭐하고 지내는 지 잘 지내는지 궁금했지만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 이제 지일수 선배와는 끝이지. 그 애도 죽었고···이제 날 방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이번 수능만 잘 치면 내 인생은 앞으로 꽃길일테니까.’


민지혜와 지일우 선배에 대한 죄책감과 죄의식을 잊은 채 이제 치르게 될 수능만 잘 보면 만사형통일 것 같았다.


시간이 흘러, 겨울의 중간 쯤이라 할 수 있는 11월 중반. 드디어 고대 하던 수능 날이었다.


“잘 하고 와.”


“응, 엄마.”


“우리 아들, 파이팅!”


“선배님들, 힘내세요!”


수 많은 아이들과 응원하는 후배들과 자식이 걱정되어 찾아오거나 도시락을 건네주러 온 부모들이 학교 입구에서 바글거렸다.

학교에 들어갈 수 있는 건 수능을 치고 보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한 학년 아래인 후배들과 그 부모들은 들어가지 못하고 멀리서나마 응원하였다.


“하람아, 괜찮겠니?”


“괜찮아. 엄마.”


“그래. 네가 잘할거라 믿지만 그래도 불안하네.”


“불안하긴 뭐가 불안해? 나 갈게.”


엄마가 건네준 했던 도시락을 받으며 성큼 학교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들어간 학교 안은 평소랑 다름없었고, 평범한 시험이랑 다를 바 없었지만 분위기만은 달랐다.

교실 안에 들어온 이들은 모두 수능에 나오게 될 문제들을 흩어보거나 확인하며 정신이 없을 때 하람만은 여유로웠다.


‘흥, 참 한심하네. 나한테는 그것이 있으니 어차피 이 수능은 최고점으로 찍겠지만.’


영원당의 소원 덕에 생긴 능력이 있으니 처음으로 치게 될 수능도 다른 시험처럼 잘 치룰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몇 분 후 시작 종이 올리지 않았는데 감독관으로 보이는 사람이 들어와 누군가를 찾는지 두리번 거리며 말했다.


“여기 혹시 이하람 이라는 학생 있습니까?”


“네, 전데요. 무슨 일이세요?”


“아, 다름이 아니라 학생이랑 얘기하고 싶다는 사람이 있어서요. 잠깐 나오시겠어요?”


자신을 찾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 말에 고개를 꺄웃거리며 감독관과 함께 교실로 나와 보니 복도에 낯선 사람들이 있었다.

한 사람은 경찰 제복을 입고 있었고, 한 사람은 사복을 입고 있었지만 경찰과 함께 있는 걸 보니 그쪽 사람으로 보였다.


“학생이 이하람 씨인가요?”


“네, 그런데요? 혹시 경찰?”


“맞습니다. 이하람 양. 얘기 좀 나누고 싶은데 괜찮으십니까?”


“네?”


얘기 좀 나누고 싶다는 경찰의 말에 하람은 의아해하며 왜 그러냐고 물었다.


“왜, 왜요? 곧 있음 시험인데요?”


“걱정 마십시오. 많이 잡지 않을 테니 그냥 뭣 좀 물어보고 싶어서요.”


“물어볼 거요?”


“한 1년 쯤에 학교 등굣길에서 사고가 난 거 아시죠?”


“사고···요?”


“그 길에 내리막길이 하나 있다는 거 아실 겁니다. 거기서 한 학생 한 명이 길에 미끄러져 사망한 거 아시죠?”


“···!”


형사가 부른 이유는 바로 1년 전 내리막길에 미끄러져 사망한 민지혜의 사고를 조사하기 위해 부른 것으로 하람은 급 당황하였다.


“아니, 그 사건 종결된 거 아니었어요?”


“그럴 려고 했는데 목격자가 있었어요.”


“네?”


단순한 미끄럼 사고라 여기며 종결하려고 했으나 뜻하지 않게 목격자가 나왔다는 말에 소스라치게 놀라 무슨 소리냐며 했다.


“목격자라뇨?”


“그게 목격자의 말에 따르면 죽은 민지혜 학생이 미끄러져 죽기 전에 누군가랑 같이 걸어가는 걸 봤다고 했습니다. 지혜 학생보다 약간 키가 크고 단발인 같은 교복의 여학생이었다고.”


“!!”


“딱 보니 야자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학생들인 것 같고, 서로 친구인 것 같다고 하더군요.”


“저랑 그 애는 서로 반이 달라요. 어쩌다 같이 가게 된 거에요.”


“그래요? 그런데 지혜 학생이 미끄러져 그렇게 됐을 때 하람 학생은 어디에 있었습니까? 같이 있었다면 미끄러진 걸 보셨을 텐데요?”


“그, 그건···”


다행히 목격자는 지혜가 미끄러져 죽는 걸 보지 않았지만 그 옆에 같이 있어 지혜가 미끄러져 죽을 때 뭐했냐는 경찰의 질문에 하람은 어찌 대답해야 몰랐다.


‘어, 어떡하지? 이제와 1년 지난 걸 왜···?’


경찰이 왜 1년 지난 지혜 사건을 조사하는 건지 모르지만 경찰의 괜한 의심을 살게 될까봐 애써 표정을 숨기며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죄송하지만 모르겠네요. 저 그때 지혜 그 애랑 헤어져서 몰라요.”


“모른다고요?”


“네. 몰라요. 사실 집 가는 방향이 달라서 도중에 헤어졌거든요. 정말이에요.”


서로 집 가는 방향이 틀려 도중에 헤어져 그 뒤 지혜가 그렇게 될 줄 몰랐다고 하자 경찰은 흐음 거리자 그 모습에 자신의 거짓말이 들통 난 게 아닌가 싶어 불안에 떨었다.


‘뭐야? 안 믿는 거야? 이러면 안 되는데···제발.’


자기 말이 거짓인지 아닌지 의심하자 제발 그 거짓말을 믿어주길 빌며 가슴이 두근거렸다.


“···하아, 알겠습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지혜 학생의 사고랑 아무 연관이 없다는 거죠?”


“마, 맞아요. 저도 걔가 그렇게 죽을 줄 몰랐다고요.”


“음···알겠습니다. 더 자세한 조사를 위해 서로 동행해야 마땅하지만 지금은 중요한 날이긴 만큼 별 조치를 하지 않겠습니다. 후에 시험이 끝나면 연락을 드릴 테니, 수능 잘 보시길 바랍니다.”


나중에 시험이 끝나고 난 후 연락을 할 테니, 연락을 받으면 꼭 나오라고 권하고는 수능을 잘 보라며 가 버렸다.


그렇게 경찰과 얘기를 나눈 하람은 다시 교실로 들어갔고 고대하던 수능을 치루게 되었다.

그러나 경찰과 나눈 대화 탓인지 잘 집중이 되지 않았다.


‘제길···하필 이 중요한 순간에···!’


어떻게 1년이 지난 사건을 왜 경찰이 다시 조사하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만약 이 조사 과정에 지혜에게 그런 짓을 했다는 게 밝혀지면 자신이 그동안 쌓여왔던 것들이 무너질 수가 있었다.


‘진정해. 어차피 중요한 날이잖아. 나중에 시험 끝나면 아까처럼 아무 연관 없다고 따지면 돼.’


시험 끝나고 서에 찾아오라고 하면 거기 가서 다시 한번 아무 연관 없다고 해명하면 괜찮을 거라 겠다 생각하며 시험지를 보였다. 그런데···


“···어?”


시험을 보는 순간 하람은 흠칫 거렸다.


늘 언제나 나타났던 답이 이상하게 떠오르지 않은 것이었다. 아니, 나타나지 않았다.


‘어? 어떻게 된 거야? 왜 나타나지 않은 거지?!’


‘뭐, 뭐야···답이 나타나지 않아? 어째서···!?’


학교에 시험을 칠 때도 잘도 나왔던 답이 나타나지 않자 하람은 당황해 어쩔 줄 몰랐다.


‘어···어떡하지? 어떡해···!!’


답이 나타나지 않아 쩔쩔매었고, 이대로 가다간 시간이 날지 몰라 답을 적으려고 했지만 그것 덕에 한 번도 수능 공부를 하지 않았던 하람이 임할 리가 없었다.


결국 각 시간마다 국어, 수학, 한국사 등등 시험 영역이 바뀌어 갔지만 올바른 답을 적을 리가 없었고, 잠시 후 오후 5시 반이 넘어서야 돼서야 시험이 끝나게 되었다.


“시험 끝! 수험생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시험이 끝나자 진지하게 시험에 임한 수험생들은 너도나도 긴장감을 풀고 있었다.


“후아~끝났다!”


“진짜 힘들었어.”


“잘 나왔으면 좋겠다!”


“나 왠지 망한 것 같아.”


시험을 잘 쳤던 못 쳤던 다들 표정이 천국과 지옥을 오고 갔지만 그래도 열심히 한 만큼 잘 봤을 거라 생각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짐을 챙겨 교실 밖으로 나가자 때마침 친구 경아가 들어왔다.


“하람아~여기 있었구나. 먼저 가 버린 줄 알았는데 같이 집에 가자.”


다가와 같이 집에 가자며 말을 걸었는데도 하람은 멍하니 책상에 앉아 있자 경아는 어리둥절했다.


“어? 너 왜 그래? 시험 다 마쳤어. 하람아?”


아무리 불려도 미동이 없자 경아는 하람이 설마 잘 못 봐서 충격 받아 그런 거라 생각했다.


“너 혹시 잘 못 봤어? 에이~괜찮아. 결과야 나오면 보면 되잖아. 다른 사람들도 보니까 잘 못 쳤다고 말이 많던데. 어차피 수능도 다 끝났으니까 올 만에 노래방에 갈까? 거기서 신나게 회포 풀자~히히.”


잘 보던 못 봤던 결과는 나오면 안다며 위로하듯이 말하자 아무 대답 없던 하람이 벌떡 일어나 경아를 밀치고 교실 밖으로 나가 버렸다.


“악! 이하람, 뭐하는 거야? 하람아! 야!”


갑자기 밀쳐 놀란 경아는 밖으로 나간 하람을 불렀지만 친구의 말이 들리지 않은 건지 무시하는 건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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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제3화 묘성아(猫聲兒)(4) NEW 1시간 전 1 0 11쪽
20 제3화 묘성아(猫聲兒)(3) 24.09.19 4 0 7쪽
19 제3화 묘성아(猫聲兒)(2) 24.09.13 5 0 12쪽
18 제3화 묘성아(猫聲兒)(1) 24.09.11 5 0 9쪽
17 제2화 2등의 우울(10) 完 24.09.09 6 0 17쪽
» 제2화 2등의 우울(9) 24.09.06 8 0 11쪽
15 제2화 2등의 우울(8) 24.09.04 7 0 9쪽
14 제2화 2등의 우울(7) 24.09.02 8 0 12쪽
13 제2화 2등의 우울(6) 24.08.30 8 0 10쪽
12 제2화 2등의 우울(5) 24.08.28 9 0 13쪽
11 제2화 2등의 우울(4) 24.08.26 8 0 11쪽
10 제2화 2등의 우울(3) 24.08.21 10 0 13쪽
9 제2화 2등의 우울(2) 24.08.19 11 0 8쪽
8 제2화 2등의 우울(1) 24.08.16 11 0 10쪽
7 제1화 소원을 이루어 주는 집(7) 完 24.08.14 12 0 9쪽
6 제1화 소원을 이루어 주는 집(6) 24.08.14 9 0 14쪽
5 제1화 소원을 이루어 주는 집(5) 24.08.14 11 0 13쪽
4 제1화 소원을 이루어 주는 집(4) 24.08.14 10 0 14쪽
3 제1화 소원을 이루어 주는 집(3) 24.08.13 10 0 13쪽
2 제1화 소원을 이루어 주는 집(2) 24.08.13 9 0 15쪽
1 제1화 소원을 이루어 주는 집(1) 24.08.13 18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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