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발해국은 어떻게든 굴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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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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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3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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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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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기 32화. 해군의 양성, 철 수확

DUMMY

-


발해국은 철을 발견했다.


어디에서? 바로 바다에서!


그들은 바다에 왜구들이 있고, 곧 철을 바다에서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말 철이야···.”


“철이군요···.”


희령과 하라도 반짝이는 철을 보고 눈이 돌아갔다.


발해국 이전, 중경이 선사 시대로 퇴화(?)한 이후로 석기를 쓰던 그녀들은 본디 무림인이었던 자들!


드디어 철기(혹은 철)가 그들의 손에 들어왔다는 사실은 그녀들에게 큰 고양감을 가져다주었다.


“히야. 이게 얼마만의 철이야.”


“맞습니다. 희령. 이게 얼마만의 철입니까.”


그녀들은 철을 가녀린 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면서 감상에 젖어 들었다.


꼭 그녀들만이 아니더라도 본래 철을 사용하던 단백표국의 사람들은 철기를 보고 감회에 젖어 들었다.


“이게 그 ‘철’이라는 거라고요?”


“세상에···. 돌보다 매끄럽고, 튼튼하고 유연하네요.”


본디 석기 시대를 향유하던 부족민들도 철의 유용함을 꿰뚫어 보았다.


그들은 날카로운 일본도나 작살, 도끼들을 보며 자신들이 기존에 쓰던 석기보다 훨씬 튼튼하고 수명이 길다는 사실을 금방 깨달았다.


그들도 철 귀한 줄 금방 알아챈 것이다.


―――백단은 생각했다.


‘대장장이들은 이미 있다. 철만 있으면 이미 제련에 가공은 식은 죽 먹기야!’


그는 일전에 단백표국을 설립했을 당시 가장 먼저 대장장이를 데려왔을 만큼 철기에 집착하고 있었다.


비록 탐광꾼을 찾지 못해 철기 대신 석기를 사용하게 되었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철기 시대로 돌아가기를 강렬히 바라고 또 희망했다.


그리고 그 희망에 화답하듯 그에게 새로운 해결책이 생겨난 것이다!


그것은 바로 약탈···! 아니 수확!


“우리는 바다로 간다···!”


“예! 아바이!”


백단은 철을 얻기 위해 귀찮게(?) 철광을 찾기보다 바다로 나가 철을 수확(?)하면 된다는 발상을 떠올렸다.


희령도 하라도, 다른 백성들도 그의 발상에 거부하지 않았다. 그들도 철을 다루고 철기를 쓰고 싶은 건 매한가지였다.


“아바이 그럼 붙잡힌 왜구들은 어떻게 할까요?”


“왜구들?”


백단은 꽁꽁 묶여 바닥에 내팽개쳐있는 왜구들을 힐끗, 보고는 관심 없다는 듯 손을 휘저었다.


“화산시로 보내 말과 글자를 가르치고 적당히 방생(?)해. 쟤들도 말과 글을 배우면 알아서 잘 살겠지.”


“명, 받드옵니다.”


그는 왜구들에게 굳이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 왜구는 철을 얻으면서 딸려온 일종의 부산물로 생각했다.


그래서 굳이 왜구들을 신경 쓰지 않고 그냥 백성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백단은 항구에 걸려있는 너덜너덜한 왜선을 보며 해만호에게 물었다.


“저 배를 수리하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으냐?”


“형체를 유지한 것이 빠르게 수리하면 한 달이면 가능합니다.”


“그래? 그럼 저 배를 수리하는 그 즉시, 쪽배들을 몰고 아래로 내려가라.”


백단은 해만호에게 명령하며 사납게 웃었다.


“왜구란 왜구들을 모조리 사냥해서 나에게 철을 가져와.”


―――이때부터 시작이었다.


발해국의 유명한 철 사냥, 철 수확은.


중국과 조선, 동남아에 악명을 끼치는 왜구들의 악몽은.


왜구들의 왜구, 해적들의 해적, 철 사냥꾼, 철 수확꾼들의 전설.


용궁의 전사. ‘용사’들의 전설은.


-


“지금부터 철을 수확하기 위해 바다로 나갈 해군을 양성한다.”


왜선을 수리하고 함대를 꾸리는 동안, 백단은 왜구들을 사냥할 해군을 창설하기로 했다.


육군조차 고작(?) 곰기병 천명 정도만 유지하는 발해국은 그렇게 가장 먼저 해군을 양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바다에 나갈 자가 있느냐?”


“저희 해만세가는 모두 바다에 나가기를 희망합니다.”


해만세가는 전 해남파 소속이었던 만큼 왜구에 대한 증오도 남달랐다.


그래서 그들은 왜구를 사냥(?)한다는 이야기에 호승심을 불태우며 저마다 나서길 바랐다.


“양식을 할 자들은 남겨두어라.”


“예. 아바이.”


백단은 그들 중 일부만 해군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나머지 인원은 아이누들을 차출했다.


“너희는 바다를 잘 아느냐?”


“예. 저희는 카이-아이누-모시르(홋카이도)는 물론 쿠르-아이누-모시르(쿠릴 열도)와도 자주 교류합니다.”


“그래? 그럼 너희도 해군에 합류하라.”


“예. 아바이!”


아이누인들은 의외로 홋카이도는 물론 쿠릴 열도의 아이누들과도 자주 교류했다.


지금에야 발해국이 생기면서 교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으나, 그들의 해양 항해 실력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니었다.


거기다 애초 아이누들은 몽골군하고 한번 붙었을 정도로 화끈한 부족들.


그들의 투쟁심은 저 캄차카 부족의 축치인 못지않았다.


“바다, 그러니까 해전에서 가장 유용한 무기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백단은 해군 입대(?) 지원자들을 모으고 해만호에게 물었다. 그는 이번엔 자신의 현대인 지식을 내세우지 않았다.


‘총을 발명했으면 모를까 나는 바다에 대해서 모르니까.’


현재 발해국은 거의 대다수가 석기를 쓰는 선사 시대(?) 왕국이다. 활이라면 있지만 이 시대 영국의 장궁이나 조선의 합성궁과는 달리 원시적인 활이 대다수였다.


거기다 백단은 해전에 대해서 잘 몰랐다. 해남파에 머무른 시절 왜구들을 소탕하긴 했으나 그는 무공으로 압도적으로 찍어 눌렀을 뿐 딱히 유능한 지휘관은 아니었다.


그저 바다의 여포 수준이었다고 해야 할까. 그냥 그는 힘으로 모든 걸 해결했었다.


그래서 그는 이번엔 깔끔하게 한발 물러서 해전에 익숙한 해남파 출신 인물들의 의견을 수용하기로 했다.


“당연히 투창입니다.”


해만호가 앞서 나서서 말했다.


“본디 흔들리는 배 위에서 활은 쏘기가 어렵고, 활을 다루는 수군(해군)은 양성하기 까다롭습니다. 검은 배가 붙어야만 상대가 가능하나 저희는 쪽배가 거의 전부임으로 이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투창은 다릅니다. 창은 그저 던지기만 하면 되니 누구나 다룰 수 있지요. 멀리서 불 붙인 창을 던져 상대를 제압하는 것은 고古부터 이어져 온 유서 깊은 전력이옵니다.”


총과 대포가 보급되기 전, 해전에서 널리 쓰인 무기는 의외로 투창이었다.


보병이나 기병들이 진형을 갖추고 충돌하는 지상과 달리 바다라는 전장은 제한이 많았다.


근접전은 배끼리 붙어야만 비로소 가능했고, 바다 위에서 활을 쏘는 것은 숙련된 궁수들이 양성되지 않으면 도리어 보병보다 못하다. 그러나 투창은 다르다.


그저 창을 잡고 던지면 되니 누구나 쉽게 투창을 배울 수 있었고, 던지는 것은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기술이다.


“흐음. 투창이라···. 일리가 있구나.”


해만호의 말을 들은 백단은 턱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기억이 나. 바다에서 해남파 얘들이 주로 창을 던져 왜구들의 배를 꿰뚫었었지.’


그는 과거에 해남성에서 왜구들을 사냥하던 기억을 떠올리며 해만호의 의견이 합리적이라고 여겼다.


‘전생에서도 들어본 적 있어. 인간은 던지는 능력은 다른 동물들보다 우월하다고.’


인류가 인간 개개인으로서가 아닌, 종으로서 생태계의 정점에 설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다름 아닌 ‘투창’ 때문이다.


다른 동물들에 비해 신체 능력이 부족한 인간들은 의외로 동물들에 비해 우월한 능력이 세 가지 있었는데 각각 장거리 이동, 엄지, 던지는 능력이었다.


인류는 장거리 이동을 통해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갈 수 있었고, 엄지를 통해 섬세한 도구를 만들어내었다.


그리고 던지는 능력으로 매머드조차 사냥해 생태계의 정점이 이른다.


“그래? 그렇다면 투창병을 양산하자.”


‘아직 발해국의 행정력도 제대로 서지 않았는데 병종을 늘리면 까다롭지.’


그는 이왕 해군을 창설할 거 관리하기 쉽게 하나의 병과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예. 알겠습니다. 하지만 투창병들에게도 지급해야 할 근접 무기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그건 걱정하지 마라. 나에게 다 생각이 있으니까.”


백단이 해만호의 염려에 제 관자놀이를 검지로 톡톡 치며 말했다.


“다 생각해둔 무기가 있거든.”


오랜만에 그의 현대인 지식이 발휘되기 시작한다.


-


백단은 가장 먼저 그들에게 보급할 투창의 규격부터 통일하기로 했다.


“투창의 길이는 1척(1m)로 통일하라. 형태는 직선으로 끝에는 오늬를 새기고 깃을 달아 화살처럼 만들어라. 촉은 쇠꼬챙이의 그것처럼 만들라.”


그는 투창을 휴대하기 편하게 길이를 최대한 짧게 정하고, 깃을 달아 화살처럼 회전력을 더해 궤도를 안정시킬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촉은 습사용 화살의 그것처럼 거의 송곳에 가까운 형태를 취했다.


“오늬는 왜 만듭니까?”


“이걸 쓰기 위해서다.”


그리고 백단은 투창기(ex : 아틀라틀 등)를 만들어 그들에게 보급했다.


“이건 투창기가 아닙니까?”


“그래. 너희는 창을 던질 때 투창기를 활용하라.”


아틀라틀이 워낙 유명해서 그렇지, 의외로 투창기는 세계 곳곳에 다양한 형태로 발전되어 왔다.


“조금 형태가 독특하군요?”


“간단하게 만들었으니까. 그래도 다루기는 쉬울 거다.”


아틀라틀은 유명한 만큼 단순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백단은 쉽게 기억을 떠올려 아틀라틀을 만들어 그들에게 보급할 수 있었다.


“너희는 창을 던지는 연습을 하며 투창 실력을 키우라.”


“알겠습니다.”


해만세가를 주축으로 아이누인들 아틀라틀을 이용해 투창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먼저 땅에서 창을 던지는 법을 연습하고 그다음 쪽배를 타고 창을 던지며 해상 훈련을 했다.


해만세가 출신들이야 원래 왜구들과 붙던 것이 일상인만큼 그들은 투창을 능숙하게 다뤘고, 아이누인들도 본디 수렵채집 민족인 만큼 투창은 익숙했다.


어색한 투창기에 익숙해지니 그들은 곧 해만세가보다 더 능숙하게 창을 던졌다.


“다들 금방 익숙해지는군.”


“그야 창을 다루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니까요.”


“흐음. 이거 굳이 훈련을 오래 할 필요는 없겠어.”


백단은 의외로 빠르게 아틀라틀에 익숙해져 가는 해군들을 보며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저, 그런데 근접 무기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그건 다 생각해두었지. 너희는 이것을 받아라.”


“이건?”


백단은 그들에게 자신이 만든 무기를 건넸다.


해군들을 백단이 건넨 무기를 받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가 건넨 무기는 마치 검과 같았으나 코등이는 없었고, 재질이 일체였으며 돌로 만들어져 있었다.


끝은 넓적하니 검과 같았으나 첨단은 둥글었다. 날은 가볍게 한쪽에만 세워져 있었고, 손잡이에는 손목에 거는 줄이 달려 있었다.


길이는 의외로 짧아 1척(1m)이 조금 못 되었다.


“이건 검 같은데 조금 다르군요. 이게 뭡니까?”


“호에로아Hoeroa.”


‘마오리족이 잘 사용했던 무기지.’


백단은 그들에게 근접 무기로 마오리족의 유명한 무기 중 하나 호에로아를 만들어 보급한 것이다.


마오리족들은 예로부터 철이 없었던 만큼 석기와 옥, 고래의 뼈 등을 활용한 무기가 발달했는데 그런 만큼 둔기의 발달이 눈부셨다.


그중 하나인 호에로아는 마치 검과 같았으며 손목에 끝을 걸어 던지고 타격까지 가능한 나름 검에 가까운 만능 둔기였다.


해군들은 어색하게 호에로아를 걸고 휘두르면서 그 사용법을 익혀나갔다.


그러나 다들 기초적인 무공을 배운 만큼 그들은 금방 익숙해져 능숙하게 호에로아를 휘두르고 손목에 걸린 줄을 이용해 더 넓은 범위를 타격하거나 통나무를 째로 부수기도 했다.


“허어. 이거 좋은 무기로군요. 본질은 둔기인데 검처럼 사용할 수 있고, 줄을 통해 공격 범위를 늘릴 수 있다니. 적을 혼란스럽게 하기 딱 좋군요.”


해만호는 해만세가에서 가장 경지가 높았던 만큼 호에로아의 유용성을 금방 꿰뚫어 보았다.


“어떻게 이런 무기를 생각하신 겁니까?”


“그건 비밀로 하도록 하지.”


백단은 해만호의 물음을 슬쩍 회피하면서 그에게 물었다.


“투창에 근접 무기를 만들어주었는데 이래도 부족한 것이 있나?”


“그것이, 작은 단검 같은 것만 있으면 좋을 것 같긴 합니다.”


“단검이라···.”


백단은 그 즉시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 그들에게 건넸다.


“이것은 파투patu라고 한다.”


그것은 바로 마오리족의 무기 중 하나인 파투였다.


파투는 호에로아랑 비슷하지만, 더 넓적했고 짧았으며 단검에 가까운 둔기였다.


“과연. 호에로아를 축소한 것이군요.”


파투도 호에로아와 마찬가지로 해군들에게 급속도로 보급되었다.


곧 해군은 투창과 호에로아, 파투로 무장한 전천후 보병이 되었다.


“쓰읍. 어째 얘들. 보병에 가까운 것 같은데?”


백단도 그들의 모습을 보며 뭔가 해군이 아닌 보병을 양성한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일단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아바이님! 왜선이 수리되었다고 합니다!”


“그래?”


그때 때마침 왜선이 수리되었다는 보고가 그에게 들려왔다.


백단은 사납게 웃으며 해군들에게 명했다.


“얘들아. 이제 너희가 나설 때가 왔다.”


한 달간 지옥 같은 훈련을 받은 해군들이 그의 미소에 화답하듯 사납게 미소 지었다.


그들의 투기를 느낀 백단이 뒷짐을 지며 그들에게 딱, 한마디만 했다.


“철을, 가져와라.”


곧 해군들이 함성을 내지르며 왜선이 자리 잡은 항구로 달려 나갔다.


―――바야흐로, 철 사냥 시대의 시작이었다.


-


오늘도 평화롭게 바다에서 물고기를 낚던 도호쿠 출신의 어민들은 배 위에서 한숨 돌리고 있었다.


“오늘은 청어가 많이 잡히는구먼.”


“그러게, 말이야.”


그렇게 평화롭게 배 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그들은 저편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


“응? 아니 저것은 우리 배 아니여?”


“그러게? 왜 배가 우리 쪽으로 달려오지?”


그들은 저편에서 무서운 속도로 돌진해오는 왜선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다가 이내 배가 속도를 줄이지 않음을,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무수한 쪽배(카누)가 있음을 보고 안색이 시퍼렇게 질렸다.


“저, 저것이 뭐시여!”


“나도 몰라! 일단 도망가자!”


배 위에서 물고기를 낚던 어민들이 혼비백산하며 돛을 내리고 노를 저으려 했으나 이미 정체불명의 왜선은 그들에게 다가와 있었다.


이윽고 왜선이 무수한 투창이 쏟아지더니 갑판 위를 휩쓸었다.


“으아악!”


“아악!”


평화롭게 어업에 종사하고 있던 어민들은 비명을 지르며 죽거나 바닥을 뒹굴었다.


“저, 저 천하의 죽일 놈들이!”


간신히 투창을 피한 왜구들이 저마다 무기를 들었다.


이 시대 어민들은 해적과 수군, 어부의 경계가 희미했다.


중세 혹은 근대의 바다는 거칠었던 만큼 그들도 한성깔했던 것이다. 이내 무기를 들고 흉흉하게 투지를 불태우는 그들 앞으로 갈고리 달린 줄이 걸리더니 사람들이 재빠르게 줄을 타고 올라왔다.


“뭐야?! 저건?!”


그리고 어민들은 경악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담록색 비단옷을 걸치고 있었고, 괴이하게 생긴 석제 무기를 들고 있었다.


“설마 에조치? 아냐. 어딘가 달라!”


“비단옷이라고? 왜 배 위의 사람이 비단옷을 입고 있는 거야?”


“게다가 돌 무기라고? 저건 또 뭔데?”


난생처음 보는 괴이한 인간들에 당황하기도 잠시 그들은 분노를 불태우며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뭐가 뭔진 모르겠지만 일단 죽어라!”


“감히 우리를 공격해! 되갚아주마!”


그렇게 그들은 저마다 창과 도끼 등을 들고 그들을 향해 휘둘렀고.


―――까앙!


“에?”


그들의 공격은 정체불명의 괴인들 옷을 뚫지 못하고 튕겨 나갔다.


“비단옷이 저렇게 튼튼하다고?”


“어? 분명 전력으로 휘둘렀는데?”


그들이 상처 하나 없는 괴인들에게 당황하며 주춤하는 순간.


그들 앞에 앞장서있던 해만호가 팔을 들었다.


“모두 돌격.”


그리고 팔을 아래로 내리자 괴인들, 아니 발해국의 해군들이 어민들에게 달려들었다.


“아악!”


“으아악!”


그들은 호에로아나 파투를 휘두르며 어민들의 머리를 깨거나, 팔다리를 부러뜨리며 그들을 제압해나갔다.


어민들은 어떻게든 반격이라도 해보려 했으나 그들의 옷은 절대 뚫리지 않았다.


“저들의 옷은 철로 만들어졌단 말인가!”


“저들은 용궁의 병사들인가?!”


어민들은 절규하며 허망하게 스러졌다.


곧 하나의 왜선을 제압한 해만호가 해군들이 가져온 도끼나 작살 따위를 보며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첫 출전에 풍년이군.”


발해국의 첫 출전, 그들이 얻은 첫 철 수확(?)은 풍년이었다.


“어디. 이대로 돌아갑니까?”


“아니. 이대로 돌아갈 수야 없지. 철이 적지 않은가?”


해만호는 고개를 돌려 도호쿠라 불리는 방향을 보며 사납게 웃었다.


“이번엔 뭍으로 올라가서 철을 수확하자.”


발해국 해군들은 그 길로 어선을 이끌고 도호쿠의 해변가를 침략했다.


“으아악!”


“꺄악!”


해변가의 마을은 난리가 났다.


자신들의 배가 물고기를 이고 돌아온다고 생각했는데 난데없이 비단옷을 입은 괴인들이 내리더니 마을을 습격한 게 아닌가!


“이익! 이 악한들!”


당연하게도 마을의 남성들을 필두로 아시가루들이 그들을 향해 덤벼들었다.


그러나―――···.


“무기가 통하지 않아?”


“검에 베이지 않는다고?!”


천단으로 지은 옷을 입고 있는 병사들에게 그들의 공격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도리어 그 충격으로 인해 자극받은 발해국 해군들은 더욱 사납게 그들에게 덤벼들었다.


“너 때문에 팔이 부러졌잖아!”


“이 새끼가! 내 얼굴에 상처를 내?!”


그들은 거칠게 호에로아를 휘둘렀다.


“허업?!”


아시가루들은 창이나 검을 들어 그들의 공격을 막으려 했으나···.


―――쨍그랑! 퍼석!


“검이 부러졌?!”


“창대가···!”


“분명 피했는데···!”


그들의 호에로아는 무려 ‘돌’로 만들어진 병기들!


곧 그들의 무기는 둔기에 맞아 창대가 부러지거나 검 채로 부러지며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공격을 피해도 소용없었다. 저들은 손목에 걸린 줄을 이용해 리치를 늘려 손쉽게 무사들을 쓰러트려 나갔다.


“저들은 무어냐! 카미(신)의 전사들이라도 되는 거냐!”


“설마 용궁의 병사들인가?!”


그들은 공격받아도 멀쩡하고, 모두가 비단옷을 입은 발해국 해군들을 보며 용궁의 병사, 혹은 신의 전사들로 착각하며 절망에 빠졌다.


이내 전의를 잃은 마을은 발해국 해군들에 의해 점령당했다.


“아아···.”


마을에 남은 늙은이와 여성, 아이들은 공포에 떨며 그들을 올려다보았다.


그때 해만호가 한 여성을 향해 걸어왔다.


“히익?!”


몹쓸 짓을 당할 거라고 생각했던 여성이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혀를 깨물려고 하는 순간.


“저리 꺼져!”


“꺄악!”


해만호가 귀찮다는 듯 여인을 저 멀리 던져버리고 그녀 뒤에 있는 집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 집 안에 있는 농기구며 낫 등의 철기란 철기는 모조리 가지고 나왔다.


잠시 후. 발해국 병사들은 귀찮은 여자나 아이, 노인들은 거들떠도 안보고 마을의 철기란 철기는 모조리 가져와 한곳에 모았다.


해만호가 거의 작은 동산만큼이나 쌓인 철기를 보며 해맑게 웃었다.


“풍년이 아니라 대풍년이로구나!”


그들은 이내 희희낙락하며 철기를 배에 싣고 저 멀리 떠났다.


마을에 남겨진 노인들이나 여인들은 그들을 보며 허망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뭐야···. 도대체.”


그렇게 마을은 모든 철기란 철기는 빼앗긴 채 방치되었다.


-


여담이지만, 끝내 백단은 떠올리지 못했다.


왜구를 습격할 것이라면 차라리 마을을 습격해 탐광꾼을 찾으면 된다는 것을.


그러나 눈앞의 철에 눈이 돌아간 백단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않았다.


발해국이 철을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것은 먼 훗날의 일이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드디어 발해국이 철을 생산(?)하게 되었습니다!

이로소 발해국은 한층 더 중세 국가에 가까워졌군요.


그나저나 슬슬 모용세가와의 한판이 다가오는군요.

이제 건국기는 끝, 발흥기가 시작될 타이밍이 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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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건국기 31화. 문화의 발전, 철광의 발견 +2 24.09.16 37 1 23쪽
54 건국기 30화. 사할린 공용어 24.09.13 42 1 25쪽
53 건국기 29화. 양식업과 언어 24.09.13 28 1 23쪽
52 건국기 28화. 양식업…을 시작하기 전에 24.09.13 31 1 13쪽
51 건국기 27화. 종이 = 꿀 24.09.12 37 1 16쪽
50 건국기 26화. 종이 만들기 +2 24.09.12 42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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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건국기 22화. 전쟁…? 24.09.10 35 1 28쪽
45 건국기21화 만반의 준비와 백리장성 24.09.10 33 1 23쪽
44 건국기 20화. 후회와 미련 사이 24.09.09 41 0 12쪽
43 건국기 19화. 악마와 악마 24.09.09 35 1 22쪽
42 건국기 18화. 남경南京 24.09.06 47 1 16쪽
41 건국기 17화. 모든 길은 로마…, 가 아닌 중경中京으로 통한다. 24.09.06 41 1 26쪽
40 건국기 16화. 보이텍Wojtek 혁명 24.09.05 39 1 28쪽
39 건국기 15화. 도토리 혁명Acorn Revolution(완) 24.09.05 31 1 25쪽
38 건국기 14화. 도토리 혁명Acorn Revolution(3) 24.09.04 34 1 20쪽
37 건국기 13화. 도토리 혁명Acorn Revolution(2) 24.09.04 35 1 16쪽
36 건국기 12화. 도토리 혁명Acorn Revolution 24.09.03 41 1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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