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발해국은 어떻게든 굴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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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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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3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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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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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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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기 23화. 완벽한 승리

DUMMY

-


백단의 작전? 전략? 전술? 은 간단했다.


“내가 만호장들의 시선을 끌 테니 너희는 천호장의 시선을 끌고, 곰기병을 두 개로 나누어 양동으로 공격해.”


“알겠어!”


“···이따위 게 작전?”


비녀는 백단의 간단(심플)한 작전에 호승심 넘치는 미소를 지었고, 하라는 얼척없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이런 단순한 작전이 통한다고?’


하라는 어이가 없었으나 일단 백단의 명령이니 따랐다.


그리고 백단이 사라지고 잠시 후.


“이게 통하네?”


하라는 말에 떨어진 천호장 한명의 목을 비수로 그어 죽이고, 전장을 바라봤다.


만 이천명에 달하는 대군大軍이 고작 500명의 곰기병에 의해 떼죽음을 당하고 있었다.


그들은 반항조차 못 하고 말의 목이 부러지고, 기수가 하늘을 나는 등 비참한 몰골로 절명하며 실시간으로 줄어갔다.


왼쪽, 오른쪽. 각기 250명씩 나눠 공격하는 것만으로도 만명이 넘는 병사들이 뼈도 못 추리고 혼비백산하는 것이다.


백단의 작전? 이라고 부르기에도 뭐한 단순한 전략 전술은 놀랍게도 매우 효과적이었다!


이 시대 최강의 군대인 몽골군이 손도 발도 못 쓰고 중경의 곰기병들에게 일방적으로 학살당한다.


하라는 전장을 보고 저들이 왜 이리 맥을 못 추고 있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말이 곰들을 보고 놀라고 있어.’


곰이 포효를 한번 내지를 때마다 말들이 기겁하며 상체를 들어 올린다.


기수는 놀란 말을 다급히 진정시키려고 했으나, 선천적인 피식자인 말이 포식자인 곰을 보고 제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말들이 놀라 기수를 떨어뜨리고 기수는 제 말에 도리어 밟혀 죽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속적으로 벌어졌다.


곰기병들은 떨어진 기수와 말을 통제하는데 전력을 쏟는 기병들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였다.


앞발을 휘둘러 말의 목을 부러뜨리고, 말 위에서 간신히 중심을 유지한 기수를 물어뜯는다.


물론 백호장급 장수들은 어떻게든 말을 통제해 반격했지만 곰기병들에게는 어떠한 피해도 없었다.


‘그들은 천잠보의를 입고 있으니까.’


중경의 모든 철기를 끌어모아 천단과 함께 만든 찰갑은 그야말로 천하무적의 방어구였다.


그들이 아무리 검을 휘두르고 활을 쏘아도 갑옷을 뚫지 못하고 튕겨 나갔다. 도리어 그 충격으로 독이 오른 곰들은 백호장들을 몰아붙였다. 물론 백호장들이 일류급 무인이라 필사적으로 반항했다.


하지만 곰은 생물학적으로 인간보다 우위에 서 있는 포식자!


그들이 아무리 검기나 호신기를 일으켜도 곰의 힘이 더해진 수기, 혹은 조기 한방이면 그대로 나가떨어지거나 목이 부러졌다.


압도적인 근력은 경지의 차이조차 극복해 백호장들을 학살했다.


그 결과 곰기병들은 각자 일당백, 거의 백명 이상씩 학살하며 몽골군을 거의 파멸에 가깝게 몰아붙였다.


“아아. 아아아!”


바닥에 피 흘리며 학살당하는 병사들을 본 천호장들은 비탄에 가까운 소리를 내뱉으며 하라와 비녀에게 소리쳤다.


“이 사악한 마녀들! 너희는 텡그리가 두렵지 않단 말이냐!”


이제는 14명만 남은 천호장들은 피눈물을 흘리며 하라와 비녀를 몰아붙였다.


“크윽!”


하라가 비수를 전개해 천호장 셋의 공격을 막으면서 뒤로 나뒹굴었다.


비녀가 천호장이 탄 말의 뒷발질에 치여 하늘을 날았다.


그녀들이 잠시 그로기 상태에 빠지자 천호장들은 곧바로 그들에게 접근했던 곰기병에게 집중포화를 쏟아부었다.


“크어헝!”


“아악!”


천호장들은 각기 절정에 이른 무인들!


그들은 갑옷이 보호해주지 못하는 눈과 코, 갑옷의 틈새를 노려 기수와 곰을 단숨에 죽여버렸다.


그리고 열명은 재빨리 곰기병들이 휘젓고 다니는 전장으로 달려갔다. 어떻게든 곰들을 저지해 병사들을 최대한 살리려는 것이다.


“어딜···!”


“가지 마!”


하라와 비녀가 그들을 다급하게 추적하려 했을 때, 남은 네명의 천호장들이 그녀들을 막아 세웠다.


“내 너희를 죽여 이 땅을 붉게 물들이라.”


“마녀들을 죽여 병사들을 위무하겠다.”


“곱게 죽을 생각은 하지 마라.”


“너희의 모든 피를 땅에 흘리리라.”


“······.”


천호장 네명은 각기 두 명씩 나뉘어 하라와 비녀를 마크하며 그녀들을 노려봤다.


그들 사이에서 검사와 같이 극도로 압축된 실과 같은 기가 뿜어져 나왔다.


하라는 그 모습을 보며 침을 꿀꺽 삼키며 결의를 다졌다.


“백단···. 빨리 오세요.”


‘안 그러면, 우리 모두 죽는다고요.’


하라는 자신의 운명에 드리운 죽음의 그림자를 보며 백단이 빨리 돌아오기를 빌었다.


이윽고 천호장들이 말을 몰아 그녀들에게 달려들고, 비녀와 하라가 각자 도약하며 그들에게 덤벼들었다.


곧 활과 요도, 비수와 곰발톱이 충돌하며 굉음과 함께 섬광이 뿜어졌다.


-


보르후와 샤르는 곧 백단이 있는 장소를 찾을 수 있었다.


그는 검을 땅에 꽂은 채 바위에 앉아 여유롭게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까득···! 끄드득!


보르후와 샤르는 각기 이를 갈며 백단을 핏발 선 눈으로 노려보았다.


“네놈이냐.”


보르후가 먼저 입을 열며 백단에게 물었다.


“감히 천년의 률을 깨고 건방지게 관을 건든 무림인이?”


“맞다.”


백단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놈은 후환이 두렵지 않았냐?”


샤르가 바닥에 피 흘리며 죽어간 병사들을 떠올리며 아득바득 이를 갈며 물었다.


“무림인이 건방지게 변방의 관리라곤 하나 관인을 죽여? 하물며 밍간을?! 그게 얼마나 큰 죄임을 모르느냐!”


“어째서 그게 큰 죄지?”


백단은 바위에서 내려와 칼을 뽑으며 손안에서 한 바퀴 돌려 꽈악, 쥐었다.


그리고 살벌한 눈으로 그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는 나의 백성을 죽였다.”


“하! 백성이라고?!”


샤르가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백단에게 물었다.


“지금 네 말은 네가 일국의 왕이라도 된다는 소리냐?”


“맞다.”


백단은 검을 들고 그들 앞에 한 걸음 내딛곤 말했다.


“나는 중경의 왕이다.”


“그것은 역모다!”


샤르가 외쳤다.


“감히 버젓이 상국이 존재하거늘, 허락도 안 받고 조공을 바치는 토인들의 땅을 멋대로 점거한 것도 모자라 일국의 왕을 자처해? 하물며 무림인인 네놈이?!”


그가 활을 들어 화살을 잰 다음 백단을 향해 겨누었다.


청명한 강기가 화살에 깃들며 흉흉한 기를 뿜어냈다.


“일반인이 그러해도 대역죄이거늘, 무림인인 네놈이 그러다니.”


“너는 절대로 용서받을 수 없다.”


이 시대 원나라의 황제는 혜종이다. 혜종은 고려 역사상 최악의 폭군인 충혜왕조차 귀양을 보낼 정도로 자비로운 황제였다.


그런 그조차도 감히 용서할 수 없는 죄를 백단은 저질렀다.


―――역모!


무릇 고대부터 반란을 일으킨 자들은 주범은 물론 그 후손에 친척들까지 연좌제로 모조리 죽는 것이 원칙이다.


단순한 일반인이 역모를 저질러도 그럴진대 무림인이 역모를 저질렀다?


“너로 인해 관과 무림의 균형이, 천년의 약속이 흔들릴 것이다.”


이제 조정은 더 이상 무림은 신뢰할 수 없으리라.


백단은 무림 전체에 천하의 공적으로 낙인찍히리라.


“너는 물론, 네 일가친척까지 곱게 죽지 못 하리라.”


“상관없다.”


“뭐?”


백단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그들의 말을 넘기며 여유롭게 웃어 보였다.


“이 땅에 내 나라를 건국하기로 마음먹을 때부터 쉬울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


이것만큼은, 백단의 진심이었다.


그는 일국을 세우는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원 말기라고는 하나 아직 1340년대. 홍건적의 난은 일어나지 않았고, 혜종은 아직도 강건하며 원나라는 아직도 잘 운영되고 있다.


그는 실로 애매한 시기에 국가를 건국했다. 언젠가 한 번쯤 원과 충돌이 있을 거라곤 예상했었다.


‘이렇게 빨리 충돌하게 될 줄 몰랐을 뿐.’


예상하지 못한 것은 이렇게 빨리 충돌할 줄은 몰랐던 것뿐.


“단지 나는 각오했다.”


―――백단은 그저 각오했다.


“어떤 위기라도 극복해 보이겠다고.”


그가 검을 들어 그들을 향해 겨누었다.


“너희는 정예병인가?”


백단이 웃으며 그들에게 물었다.


“그렇다.”


“우리는 모두 정예 중의 정예다.”


보르후와 샤르가 대답했다.


그들은 무림인이 관을 건드렸다기에 대칸의 명령받아 출정한 장수들.


만명의 군세 모두 기병으로 이루어진, 대對 무림인 부대였다.


“그렇다면 다행이군.”


백단은 그들의 대답에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너희를 죽이고 병사들을 몰살하겠다.”


“뭐라···?”


보르후와 샤르의 표정이 기괴하게 바뀌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백단은 말을 이었다.


“나는 딱 백명만 살려 보낼 것이야.”


그는 만호장 둘을 죽이고 병사들을 모조리 도륙해 딱 백명만 살려 보낼 계획이었다.


현대 미국에선 부대의 30%가 손실되면 상실/전멸로 간주한다.


그렇다면 99%가 손실하면?


단 오백명이 19,900명을 학살한다면?


“그렇다면 저 대원大元조차 감히 우리를 건들 생각을 못하겠지.”


아무리 동양에서 십만대군, 백만대군이 기본이라고 하지만 이만명의 기병은 뉘 집 개 이름이 아니다.


변방 중의 변방에서 허무하게 이만을 날려버리면 저 대원조차도 이곳을 만만하게 보지 않을 터.


“너희는 밑거름이다.”


백단의 검에서 검사가 뿜어졌다. 검사는 이윽고 수십가닥으로, 수백가닥으로 분화하더니 단 하나의 률―검강을 직조했다.


“이 중경이 제대로 된 국가로 날아오르기 위한.”


그리고 그는 거기에 더해 의념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검강이 의념의 압력을 못 이기고 수축한다. 자체적인 압력으로 붕괴 압축된 검강은 이윽고 검 안으로 수속하더니 검 끝에 작은 환丸과 같은 구球를 뿜었다.


“그저 발판이다.”


구가 터지며 그의 몸에서 모든 기가 가라앉는다.


초절정의 무인에서 범인보다 못한 기척으로 떨어진 그의 뒤통수에 광배가 떠올랐다.


“우읏?!”


“커헉?!”


그 순간 보르후와 샤르의 몸이 흔들렸다.


“히이잉!”


그들의 말들도 기겁하며 마구 날뛰다가 이내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다리가 부러지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백단이 그들에게로 천천히 걸어갔다.


보르후와 샤르가 말에 내려 다급하게 그를 향해 강기가 맺힌 화살을 쏘았다.


대전차 기관총에 준할 정도로 초고속으로 쏘아진 화살은 이내 그의 목과 심장에 닿았고.


쨍그랑―――!


그의 손짓 한 번에 너무 허무하게 깨져나갔다.


“이, 이게 무슨···?”


“이럴 수가!”


그들이 경악하며 강기를 손쉽게 부숴버린 백단을 바라봤다.


“아무런 기도 두르지 않았는데···.”


“어째서 우리들의 강기가···.”


“왜? 놀랍나?”


백단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그들 앞으로 다가갔다.


“크으으윽!”


“커헉!”


보르후와 샤르는 백단이 가까이 다가오자 점점 강해지는 중력에 이기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그들이 황망한 표정으로 백단을 올려다보았다. 그는 그저 고고히 광배를 띄운 채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곳은 지금, 나의 세계다.”


강기는 세계에 강제하는 개인의 률.


백단은 지금 자연―물리 법칙과 같다. 그는 지금 섭리 그 자체로 화한 상태.


“고작 률을 강제하는 것 정도론 섭리를 이길 수 없어.”


백단이 검을 들어 올렸다.


보르후와 샤르가 각기 요도를 뽑아 다급하게 강기를 덧씌우며 방어했다.


그러나 백단은 그들의 검을 강기 채로 가르며 목을 갈랐다.


“어?”


“아?”


보르후와 샤르는 그렇게 허무하게 목이 잘려 죽었다.


백단은 검을 집어넣고 그 둘의 머리를 잡아 올리며 전장이 있을 방향을 바라봤다.


“자, 그럼. 마무리하러 가볼까.”


-


“크허엉!”


천호장 한명이 검으로 곰의 입 안을 꿰뚫어 베어 쓰러트렸다.


“허억! 허억!”


그는 이미 말조차 잃어 맨몸으로 곰기병과 대적하고 있었다.


절정의 무인인 그는 능숙하게 곰의 공격을 피한 다음 갑옷이 보호해주지 못하는 입 안을 공격해 곰을 죽였다.


“이익! 감히 우리 아라를!”


죽은 곰을 타고 있던 기수가 수기手氣를 휘감고 주먹을 휘둘렀다.


천호장이 고개를 비틀어 피한 다음 검을 치켜들어 그의 턱을 노렸다.


“아각?!”


턱 채로 머리가 꿰뚫린 기병은 짧은소리와 함께 절명했다.


“후우···.”


천호장은 숨을 몰아쉬며 검을 뽑아 피를 털었다. 그때 그의 뒤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웠다. 천호장이 다급하게 몸을 돌린 순간, 곰의 앞발이 그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커헉!”


호신기와 검으로 어떻게든 공격을 방어하는 데 성공했으나, 곰의 근력에서 비롯된 충격은 전부 상쇄하지 못한 천호장은 내장이 파열되는 감각과 함께 옆으로 튕겨 나갔다.


“크앙!”


“젠···장!”


끼긱, 어떻게든 땅에 다리를 박아 제동한 그의 머리를 또 다른 곰기병이 입으로 물어 들어 올린 다음 이리저리 흔들었다.


뚜둑! 섬뜩한 소리와 함께 목이 부러진 천호장은 그렇게 절명했다.


아무리 산전수전 다 겪은 절정의 무인이라도 곰이라는 선천적인 포식자들이 협력하며 공격하자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살아남은 밍간들은 있는가?!”


그 모습을 지켜본 또 다른 천호장이 다른 천호장들을 불렀다.


“나는 살아남았다!”


“우리도 살아남았다!”


몇몇 외침에 천호장이 그 수를 세어보자 살아남은 천호장은 고작 여섯이었다.


곰기병들에게 학살당하는 병사들을 구하기 위해 끼어든 천호장들은 어느덧 여섯명만 남은 것이다.


“젠장! 천호장들이 네명이나 죽었다고?!”


그는 천호장이라는 고급 전력이 고작해야 곰을 다룰 뿐인 곰기병들에게 밀려 네명이나 죽었다는 사실에 분함을 토해냈다.


“생각보다 곰들이 강하다!”


천호장 개개인들은 곰은 가볍게 사냥할 수 있다.


하지만 곰기병은 단순한 야생의 곰들이 아니다.


기수, 기병에 의해 철저하게 통제되어 수기인지 조기爪氣인지 모를 기를 다루는 곰들.


그들은 거의 무공을 다루는 곰이나 다름없었다.


“기를 다루는 것도 모자라 협력을 할 줄 안다!”


“그뿐이냐! 이들의 갑옷은 쉽사리 뚫리지 않아!”


곰들이 기를 다루는 것도 무서운데 협력까지 한다. 심지어 갑옷까지 입어서 어지간한 공격은 다 튕겨낸다.


아무리 천호장들이라도 이쯤 되면 그들을 쉽사리 죽일 수 없었다. 오히려 그들의 합격에 밀려 하나둘씩 죽어 나갔다.


천호장들은 죽어 나가는 병사들을 살폈다. 그들의 수는 훨씬 줄어있었다. 사기는 이미 진즉에 꺾여 그들은 곰을 피해 그저 도망치고 있었다.


그에 반해 곰기병들은 지친 기색도 없이 끊임없이 병사들을 쫒고 학살하고 있었다.


그들도 수가 줄긴 했지만, 기껏해야 50마리 정도 죽은 것 같았다. 그에 반해 몽골군은 이미 육천명 이상 사상자를 내었다.


“어쩔 수 없다. 후퇴하자!”


“뭐라고?! 그렇다면 죽은 병사들은 어떻게 하란 말이냐!”


“젠장! 일단 살아야 다시 복수하던 할 거 아니냐!”


“크윽···!”


천호장들은 결국 후퇴하기로 결정했다.


“모두 우리를 따르라!”


“후퇴! 후퇴다!”


천호장들이 하늘을 향해 효시를 쏘아내고 병사들을 호령하며 물러나기 시작했다.


“크윽! 좀만 밀어붙이면 죽일 수 있었건만.”


“저 가죽만 아니었더라면 죽일 수 있었는데!”


하라와 비녀를 몰아붙이던 천호장들도 이내 후퇴했다.


“아···.”


“에고···.”


만신창이가 된 하라와 흙먼지로 범벅이 된 비녀가 천호장이 물러가자 그대로 엎어졌다.


그들도 이미 한계에 달해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살았네요···.”


“살았다···.”


하라와 비녀는 그렇게 말하며 후퇴하는 몽골군을 바라봤다.


곰기병들은 그들을 계속해서 쫒았다. 말을 잃어버린 병사들은 곰기병들에게 학살당하며 계속해서 죽어 나갔으나.


오천명 정도의 병력은 끝내 말을 보전해 도망치는 데 성공한 듯 보였다.


“그래도 이 정도면 선방했네요. 안 그래요. 백단?”


하라가 그렇게 중얼거리자마자 저편에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으아악!”


“에?”


도망치던 몽골군 사이로 피로 물든 검강이 치솟았다.


“어? 설마···.”


―――벌써 만호장 둘을 죽이고 돌아왔다고?


하라와 비녀는 검강에 잘려 나가는 몽골군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


병사들을 이끌고 필사적으로 도망치던 천호장들.


이미 병력 손실만 만 사천여명이 넘었다. 단순 추산일 뿐지만, 적어도 만명 이상 죽은 건 확실해보였다.


이 정도면 그냥 패한 것도 아니고 대패 중의 대패다.


“고작해야 오백명한테 이 정도로 패하다니!”


그 오백명이 전부 최첨단 방어구를 입고, 곰이었지만.


어쨌든 대패는 대패였다. 그들은 대원의 체면이란 체면은 모조리 구긴 패잔병일 뿐이었다.


그래도 일단 병사들은 최대한 살려야 했기에 후퇴하던 그들.


“어?”


“저건 뭐지?”


이내 그들은 자신들의 앞에 한 남자가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무림인인가!”


“젠장! 그냥 그대로 밀어버려!”


그들은 그 남자를 그대로 밀고 후퇴하고자 했다.


아무리 무림인이라도 이 정도 기병의 돌격력이면 뭉갤 수 있을 터.


그렇게 그들이 남자를 밟고 지나가려던 순간, 그가 검을 뽑자 천호장들의 표정이 변했다.


“서, 설마···!”


그의 검에 맺히는 검강을 본 천호장들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투먼들께서! 패하셨단 말인가!”


천호장들은 저 남자의 정체가 만호장들이 쫒던 무인이라는 것을 깨달았으나 이미 늦었다.


“가로 베기.”


“으아악!”


그가 검날을 눕히고 한번 검을 휘두르자 참격에 휘말린 병력들이 피 분수를 뿜으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천호장들도 필사적으로 검의 궤적을 피했으나 대처가 늦은 다섯명의 천호장은 상·하체가 분리되며 처참한 죽음을 맞이했다.


“크윽! 각오를 다져라!”


“어떻게든 병사들을 살려 보내라!”


말을 잃고 바닥을 뒹군 천호장들이 검사를 일으키며 자세를 잡는 순간, 그들은 위를 보고 입을 벌렸다.


“거짓말···.”


텅. 땡그랑.


그들이 허망한 표정으로 손에 쥔 검을 놓았다. 바닥에 떨어진 검들이 청명한 소리와 함께 바닥을 뒹굴었다.


그들의 위로 검강으로 이루어진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잠시 후. 살아남은 몽골군을 검강의 비가 휩쓸었다.


-


“허억···. 헉···.”


전신이 피로 물든 천호장 한명이 간신히 눈을 떴다.


“아. 아아아···.”


그의 주변은 온통 피, 피, 피 밖에 없었다.


잘린 말의 몸뚱어리, 산산조각이 난 사람의 조각.


한때 용맹하던 몽골군들은 한 줌 피와 살덩이로 변해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살아남은 사람은 없어 보였다.


“우, 우웨엑.”


그 끔찍한 참상을 보지 못한 천호장이 바닥에 대고 토를 했다.


“이렇게 인간을 끔찍하게 죽이다니···.”


몇번이고 속에 있던 걸 게워낸 천호장이 피눈물을 흘리며 백단을 향해 소리쳤다.


“네놈은 사람이 아니란 말이냐! 이 악마 같은 자식!”


“······.”


“어찌 인간의 거죽을 쓰고 이리 사람을 참혹하게 죽인단 말이냐! 네가 사람이더냐!”


백단은 검을 집어넣으며 천호장의 비난을 얌전히 들어주었다.


그리고 그를 향해 담담히 말했다.


“너희가 먼저 공격하지 않았느냐.”


백단은 천호장의 비난에 코웃음 쳤다.


‘우리도 만명이 죽었다.’


그는 허무하게 학살당한 제 백성들을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그리고 뭐? 사람을 참혹하게 죽여? 하! 몽골 제국 시절에 네놈들이 학살한 사람의 수보단 적을 거다!’


백단은 몽골 제국의 역사를 얼핏 알았다. 몽골 제국은 세계를 정복한 위대한 제국이기도 했으나 동시에 약 사천만명을 학살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백단은 천호장의 비난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넘길 수 있었다.


“그렇다 한들 이리 참혹하게 죽인단 말이냐···.”


천호장은 이제 꺼이꺼이 울며 바닥을 기며 외쳤다.


“악마 자식···. 네놈은 악마다···.”


“내 백성들을 지킬 수 있다면 악마 따위 얼마든지 되어주마.”


백단은 그에게 허리춤에 매어두었던 두 머리를 건넸다.


“아아···. 투먼들이시여.”


각각 보르후와 샤르의 머리였다.


천호장은 그들의 머리를 받고 허망한 표정을 지었다.


“살아남은 병사 백명이 있다. 가서 그들을 이끌고 돌아가라.”


“···살려···. 주는 건가?”


“너희를 살려 보내야 원이 우리의 저력을 알지 않겠느냐?”


백단은 마음 같아선 이 천호장도 죽이고 싶었으나 고위직 한명은 살려보내야 한다는 것을 알았기에 가만히 그를 놓아주었다.


“가서 대원의 황제님께 전해라.”


그래도 원나라의 황제라고 님자를 붙여 말한 백단.


‘아직은 그래, 간은 조금 봐둬야지.’


홍건적의 난까지 아직 멀었다. 원은 망해가나 아직 그 저력은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우리를 건들지 말라고. 우리의 존재를 허락해준다면 얌전히 조공을 바치겠다고 말이다.”


“······. 대칸께서 그 말을 들어주실 것 같으냐?”


“그건 네가 결정할 일이 아니다. 그것은 대원의 황제님께서 결정하실 일이지.”


“······.”


천호장은 투먼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안아 들고 일어섰다.


“악마여. 너는 언젠가 벌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살아남은 병사들을 이끌고 북쪽으로 걸어갔다.


이만명의 몽골군은 그렇게 달랑 100명만 간신히 살아남아 대원으로 복귀했다.


-


원나라. 대도大都.


훗날 혜종이라고 불릴, 우카가투 칸. 보르지긴 토곤테무르는 살아남은 천호장의 보고를 받고 손에 쥔 서찰을 구겼다.


“지금, 내가 이 보고서를 믿으란 말이냐?”


“폐하···. 저도 믿기 어렵지만, 이는 사실인 듯 보입니다.”


신하 중 한명이 조심스럽게 상체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무림인이 저 변방의 변방, 사할리얀에 자리 잡아 일국을 세워 왕을 참칭한 것도 모자라, 대원의 군대 이만을 학살했다고? 단 오백명으로? 그것도 곰을 탄 기병들이?”


“······.”


“이게 지금 말이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느냐!”


아카가투 칸은 옥좌의 팔걸이를 내리치며 목에 핏발을 세우고 외쳤다.


신하들은 아무런 말도 못 하고 그저 가만히 상체를 숙였다.


그야 그럴 것이 그들도 지금 일어난 일을 믿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곰을 탄 기병 오백명이 있다는 것도 어처구니없는데 그 기병이 이만명의 기병들을 학살했단다.


그것도 모자라 무림인이 조공을 바치던 토인들의 땅을 무단 점거하고 왕국을 세워 왕을 참칭한다더라.


도무지 믿으려야 믿을 수 없는 진실.


그러나 원 조정이 보낸 이만명의 군세가 학살당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만호장 둘의 머리가 고작 백명과 함께 돌아왔는데 믿지 않을 수 없었다.


“곰 기병은···, 믿기지는 않으오나 적어도 오백으로 이만명의 군세를 학살할 저력이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후우···. 그래···. 실제로 만호장 둘이 전사했으니 사실이겠지.”


칸은 이내 얼굴을 쓸어 넘기다가 다시 분에 못 이겨 다시 한번 팔걸이를 내리쳤다.


“이익! 건방진 무림인놈! 그리고 뭐라고? 얌전히 조공을 바칠 테니 자신들을 인정해달라?”


“······.”


“무림인들의 오만이 하늘을 찔렀구나. 설마하니 천년의 률을 어긴 자가 나타날 줄이야.”


한참이나 씩씩대던 원 혜종은 굳은 표정으로 신하들에게 고했다.


“여봐라.”


―――무림맹주를 불러라.


-


그렇게 전 무림에 단 세 명만 존재하는 화경 중 하나가 움직인다.


-


그리고 한달 후.


“무림맹주가 황제의 명을 받아 자리를 비웠다고?”


분홍색 비단결과 같은 머리카락이 매혹적인, 선녀와 같이 아름다운 미녀가 수하의 보고를 듣고 씨익 웃었다.


“호오. 이거 호재로구나.”


그녀는 제 손에 쥐인 목간을 악력으로 부수곤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지. 가서 병력을 준비해라.”


소천마···, 아니 천마天魔. 천려화는 악녀처럼 깔깔 웃으며 말했다.


“사도련주를 죽이러 가자.”


그렇게 무림에 존재하는 단 세 명만 존재하는 또 한명의 화경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버님. 지켜봐 주십시오.”


천려화는 자리에서 일어나 옥좌 옆에 안치된 머리 유골에 손을 얹어 들어 올렸다. 그리고 머리를 입가에 가져대며 속삭였다.


“아버지를 죽인 것처럼, 사도련주의 머리도 옆에 장식해드릴게요.”


그리고 헌신짝처럼 머리를 던져버린 천려화가 하늘을 바라보며 읆조렸다.


“나의 운명은 뭘 하고 있으려나?”


키득키득.


“분명 강해졌겠지? 나처럼 화경에 올랐겠지? 이번에 만났으면 좋겠다.”


분명, 그와 다시 재회하면 재밌으리라.


-


―――무림의 재앙이 움직인다.


-


여담이지만, 천려화의 바람과는 반대로 그녀가 백단을 만나게 되는 것은 한참 후의 일이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어차피 무협 대체역사인 거 전투는 빨리빨리 끝냈습니다!

이야. 주인공 굉장하네요. 현대인 치트 굉장해!

그 몽골군도 현대인의 힘 앞에선 무~력하군요(?)


훗날 천려화와 백단은 다시 재회하게 됩니다.

아주 먼 미래의 일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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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건국기 19화. 악마와 악마 24.09.09 34 1 22쪽
42 건국기 18화. 남경南京 24.09.06 46 1 16쪽
41 건국기 17화. 모든 길은 로마…, 가 아닌 중경中京으로 통한다. 24.09.06 38 1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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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건국기 15화. 도토리 혁명Acorn Revolution(완) 24.09.05 29 1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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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건국기 12화. 도토리 혁명Acorn Revolution 24.09.03 38 1 20쪽
35 건국기 11화. 백단과 비녀羆女 24.09.03 36 1 14쪽
34 건국기 10화. 박달나무 아래 곰이 쓰러지다 24.09.03 3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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