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발해국은 어떻게든 굴러간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대체역사

시나아르
작품등록일 :
2024.08.13 22:16
최근연재일 :
2024.09.17 00:32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3,779
추천수 :
86
글자수 :
538,682

작성
24.09.06 11:37
조회
38
추천
1
글자
26쪽

건국기 17화. 모든 길은 로마…, 가 아닌 중경中京으로 통한다.

DUMMY

-


‘사할린의 아래에는 큰 호수가 많다.’


중경 이남···, 사할린 남쪽에는 아니바만이 있다. 그곳은 전생(21세기 현대)에서도 연어와 청어, 대구가 풍부하게 살고 있다.


거기다가 그 옆에는 큰 호수가 네 개가 있는데 그곳에는 굴과 연어가 많이 산다.


‘그야말로 양식업을 하기 최적의 장소란 이야기지.’


그곳은 어업의 성지聖地다. ‘바다의 곡창’이라고 해도 좋을 곳이 바로 사할린 아래였다.


백단은 그곳으로 남하하며 아이누 부족을 모조리 흡수하고 영토를 크게 확장할 생각이다.


동시에 그곳에 대규모 양식장을 만들어 도토리 외 지속해서 수급할 수 있는 식량 생산처를 만들 계획까지 가지고 있었다.


‘물고기를 양식하면 곰과 닭의 사료도 충족할 수 있고, 식량 문제도 거의 근절할 수 있을 거야.’


백단이 아무리 발해 참나무를 만들어 도토리를 작물화해 식량 사정을 크게 개선했다고 하더라도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


일단 도토리는 한 해에 한 번, 가을에만 열리고 곰과 닭의 사료로도 쓰인다는 점이다.


도토리라는 식량을 가축과 공유하는 이상 또 다른 식량 수급처가 있어도 나쁠 건 없다.


‘그리고 조개를 양식하면 자연스레 진주도 딸려오지.’


백단은 거기에 더해 중경에 진주라는 특산품까지 더할 생각이었다.


‘비누에 진주. 생필품과 사치품. 이 얼마나 멋진 교역품이란 말인가!’


훗날 그가 조공무역을 시작할 때 진주를 바친다면 돌아올 이득이 얼마일까!


‘당장 진주 양식은 어렵겠지. 하지만 조개 양식만으로도 진주 생산량은 크게 늘 거야.’


(그동안 헛발질을 한 것과는 별개로, 놀랍게도) 백단은 진주 양식이 당장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진주 양식은 원리는 간단해도 그 과정이 굉장히 어려워 숙련된 전문가가 아니라면 상품上品의 진주를 만들기 힘들다. 그나마도 만들어진 진주의 8~90%는 불량 진주가 되지 않는가?


하지만 진주는 본디 조개에서 나니, 조개 양식만 성공해도 진주의 생산량은 크게 늘리라.


‘먼저 조개 양식에 성공하고 천천히 진주 양식을 하면 돼’


―――아직 시간은 많다.


그가 중경이라는 도시 국가를 건국한지 이제 2년이다.


그에게 남아있는 시간은 많고, 진주 양식은 먼저 조개 양식에 성공하고 시도하면 된다고 그는 막연히 생각했다.


-


“자. 그러니 남하하자.”


최고 간부 회의.


백단은 원탁을 둘러싸고 앉은 희령과 하라, 비녀를 보고 말했다.


그들이 앉은 원탁에는 그의 현대 지식에 따라 거의 정확히 그려진 사할린의 지도가 있었다.


“오빠의 이야기는 대충 알겠어. 하지만 말이야.”


희령은 백단의 이야기를 전부 듣고서 고개를 끄덕이곤, 그에게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어떻게?”


그것은 단순한 물음이 아닌, 그의 남하 계획 자체를 관통하는 물음이었다.


“단순히 아래로 내려갈 거야? 그건 아니잖아.”


“그건 아니지.”


땅의 점령이란 단순히 그 땅을 밟았다고 성립하는 건 아니다.


“그곳을 우리 땅으로 삼으려면, 그 땅을 제대로 이용하려면 우리 백성들이 있어야 하잖아?”


땅을 국가가 실효 지배한다는 것은 그 땅에 국민이 살고, 행정력이 미쳐야 국가의 땅이라 할 수 있다.


단순히 아래로 남하한다고 해서 땅을 점령하고 자원을 무한정 가져올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1,000명밖에 안되는 중경의 백성들을 나눌 거야?”


“아니.”


백단은 희령의 물음에 고개를 저었다.


“아바이. 그렇다면 어떻게 그 땅에 백성을 사민徙民(백성을 이주시키는 것)할 생각이십니까?”


하라가 붓질하다 말고 그에게 물었다.


“우리는 백성을 사민하지 않을 거야.”


백단은 하라의 말에도 부정하며 고개를 저었다.


“에? 사람 없는 땅은 우리 땅이 아니잖아.”


그의 말에 비녀가 그의 말에 딴지를 걸며 물었다.


“그럼 어떻게 그곳에 우리 큰 부족(국가)의 땅임을 증명할 건데?”


아무리 땅의 소유권에 대한 개념이 없는 아이누 부족 출신 비녀라 할지라도 우리가 사는 곳, 상대가 사는 곳의 구분은 안다.


그리고 보통 그 기준은 그 땅에 부족이 있느냐 없느냐로 갈린다. 사람이 없으면 그 땅은 무주지다. 사람이 없는 땅은 누구의 (동물의 그것과 같은) 영역이 아니다.


“그래. 그렇지. 그래서 우리는 다른 방법을 선택할 거야.”


백단은 세 사람의 시선을 받으며 태연하게 원탁에 팔꿈치를 대고 턱을 괴었다.


그리고 탁상에 놓인 작을 돌 블록을 짚어 들어 올렸다. 그리고 체스의 말을 놓듯 중경을 표시한 부근 바로 아래 블록을 ‘탁’ 놓았다.


“우리는 도로를 놓는다.”


그는 백성을 사민할 생각이 없었다.


그는 백성 대신 도로를 놓을 생각이었다.


-


어째서 로마는 위대해질 수 있었는가!


그것은 바로 잘 닦인 도로가 있었기 때문이다.


로마는 군대를 옮기기 용이하게 도로를 깔았고, 도로는 곧 물류 이동의 성지가 되었다. 곧 도로는 모든 시민이 사랑하는 길이 되었다.


도로는 국가라는 생명체의 혈관이었다.


사람과 물류가 이동함은 곧 사람의 혈액이 순환하는 것과 같고, 군대가 이동함은 백혈구가 움직이는 것과 같았다.


이는 고대 로마가 거대한 하나의 통일 제국을 유지하는 데 굉장히 큰 힘을 발휘했다.


오죽하면 서로마가 멸망한 이후, 후대의 낙후된 중세 왕국들도 로마의 도로를 줄기차게 이용했을까.


로마의 도로는 수명도 엄청나서 21세기에도 거의 그대로 이용되고 있었다. 로마는 그 도로를 무려 8만 5천 km나 만들었다. 이것도 국영 도로만 본거지 자잘한 도로들까지 합한다면 그 길이는 무려 40만 km에 달했다.


동시대 존재했던 한나라가 비포장도로만 3만 5천 km 정도만 만들었던 것과는 다르게 로마는 도로에 진심이었다.


그 결과 로마는 거대한 제국을 이뤘다.


따라서 백단은 로마라는 선례를 따라서 도로를 만들 생각이었다.


“도로를 만들면 사람과 물류가 이동하기 편하고, 이는 먼 거리도 훨씬 빨리 이동할 수 있게 됨을 뜻한다.”


도로가 있으면 얼마나 먼 거리라도 금방 다녀올 수 있다.


물론 현대의 자동차나 철도에 비할 바는 못 해도 적어도 동시대 국가들보단 훨씬 나으리라.


“비록 그 땅에 사람이 없더라도 도로가 있으면 우리는 얼마든지 그곳으로 갈 수 있지.”


한번 도로를 놓으면 그 길은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도로가 있으면 얼마든지 원하는 장소로 갈 수 있다.


“즉, 도로만 있으면 우리는 아무리 멀리 있더라도 그곳까지 달려가 그곳을 제어하고 관리할 수 있다.”


그는 가뜩이나 부족한 인구를 나누기보다 차라리 도로를 놓아 물류와 사람의 이동을 폭발적으로 증가시켜 적은 인구로 효율적으로 큰 땅을 관리할 계획이었다.


“그러니 우리는 아래까지 도로를 놓는다.”


―――라고.


백단은 중경의 백성들을 모두 모아 설명했다.


“그, 어디까지 말입니까?”


백성 중 한명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그에게 물었다.


“만에 닿을 때까지.”


“······.”


즉, 백단은 저 아래를 실효 지배할 수 있도록 실시간으로 도로를 깔며 남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난데없는 대역사大役事의 결정에 중경의 모든 백성은 침묵했다.


그렇게 잠깐의 적막이 흐르고 다시 백성들 중 한 사람이 질문했다.


“아바이의 말은,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실시간으로 땅을 파고 기둥을 심고 쇄석과 자갈을 깐 다음 마름돌을 깔며 남쪽으로 내려가신다는 말씀이십니까?”


상상만으로도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의 대역사에 백성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래. 거기에 더해 배수로도 파고, 10리(1km)마다 석등(돌로 만드는 등, 가로등 같은 것)도 만들어야지. 아 거기에 더해 우리는 궤도도 깔 거다.”


“궤도 말씀이십니까? 그게 뭡니까?”


“마차가 다닐 수 있는 전용 도로다. 기다란 목재를 대강 1척 반(1.5m = 1,500mm) 간격으로 놓는다고 보면 된다.”


“······.”


“아, 이참에 중경에도 목제 궤도를 놓도록 하지. 그러니까 깔아라.”


그렇게 공사가 추가되었다.


백성들은 백단의 일방적인 명령에 어이가 나가다 못해 뇌가 가출할 지경이었다.


“그···. 저희가 만들 도로의 길이가 얼마나 됩니까?”


“글쎄다?”


백단은 머리에 기를 집중시키며 필사적으로 사할린의 지도를 떠올리며 대강 그가 계획한 도로의 길이를 계산해 보았다.


‘어디 보자. 사할린의 면적이 75,000 km²정도고 우리는 남쪽에 있으니까. 30,000km² 정도라고 보면 되겠지? 직선 길이를 대강 계산한다면···.’


“직선 길이만 따지면 300km···, 아니, 3,000리里는 되겠구나.”


“······.”


그들이 파야 할 도로의 길이는 상상을 초월했다.


“아니, 아니지. 단순한 직선거리만 따진 거니까. 지형에 따라 돌아가면 5,000리는 되겠군. 거기에 호수까지 길을 내야 하니까 7,000리 정도로 생각하자꾸나.”


아니, 상상을 초월하다 못해 비현실적이었다.


아무리 그들 모두가 기를 다루며 돌을 두부처럼 자르고 주먹으로 바위를 부수는 초인이라도, 곰을 이용해 아무리 무거운 돌도 옮길 수 있다고 하지만 한계가 있다.


백단이 계획한 계획은 이제는 전부 무공을 다루는 무림인이 된 백성들조차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의 대역사 중 대역사였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그는 혼란스러워하며 공포와 충격에 빠진 백성들을 진정시키며 손가락을 들어 데굴거리는 곰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너희에게 곰들이 있지 않으냐?”


“······.”


“곰은 힘이 세니 도로 공사에 도움이 될 거다.”


“······.”


그런 대역사 중 대역사를, 백단은 단순히 곰이라는 소를 아득히 뛰어넘는 가축이 있으니 할 만하지 않냐고 말했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너희에겐 더 대단한 사람이 있지 않으냐?”


백단은 그런데도 가라앉지 않는 그들의 혼란에 태연하게 뒷짐을 지며 말을 이었다.


“대단한 사람···? 그게 누굽니까?”


그는 자신을 엄지로 가리키며 말했다.


“나.”


-


백단이 검을 두손으로 잡고 치켜들었다.


그리고 검에 검기를 일으키며 의념을 불어넣었다. 이윽고 검사로 화한 검기. 그는 검사를 뽑아내 직조해 찬란하게 빛나는 강기―단 하나의 률을 직조했다.


“세로 베기.”


그가 읆조리며 검을 내리그었다.


그러자 거대한 참격이 쏘아지며 구름과 함께 대지를 갈랐다.


참격은 대지를 가르면서 시야에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계속해서 쏘아졌다.


이내 검강이 사라졌음을 느낀 백단이 가볍게 뛰어올라 허공에서 땅을 내려다보았다.


그러자 그의 참격에 거대한 크레이터가 파인 대지가 보였다. 단단한 지반이 드러날 때까지 파인 크레이터는 그가 얼추 계산해보니 100리(10km)는 넘어 보였다.


그의 검짓 한 번에 10km가 약간 넘는 크레이터가 파인 것이다.


땅에 내려온 백단은 다시 자세를 잡고 검날을 눕혔다.


“가로 베기.”


그리고 가로로 검을 휘두르자 크레이터 주위의 모든 나무가 일제 베이며 옆으로 쓰러졌다.


백단은 검을 집어넣고 쓰러진 나무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주먹을 쥐고 들어 올렸다.


그러자 그의 검에 베인 나무들이 허공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허공섭물虛空攝物의 이치였다.


그가 이어 손가락을 가볍게 까딱거리자 나무들이 일제 가지가 부러져나가더니 잎을 낙엽처럼 쏟아내었다.


이어 그가 손가락으로 크레이터를 가리켰다. 그러자 나무들이 크레이터로 들어가더니 단단한 지반에 박히며 튼튼한 토대를 만들었다.


그렇게 몇차례. 100리가 넘는 크레이터에 빼곡하게 통나무를 박아넣은 백단은 다시 자리로 돌아와 대기하고 있던 백성들에게 말했다.


“자. 이제 가져와라.”


“예! 아바이!”


그가 검을 집어넣자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백성들이 곰과 함께 거대한 수레를 여럿 끌고 왔다.


수레에는 쇄석과 모래가 가득 담겨 있었다. 백단이 다시 허공섭물로 수레를 들어 크레이터에 쏟아붓기 시작했다.


모래와 쇄석에 잠긴 통나무는 압력과 퇴적물에 의해 시간에 따라 규화목硅化木으로 변해 돌기둥과 다름없는 단단한 토대가 되어줄 것이다.


“자. 나머지는 이제 너희가 하거라.”


“예! 아바이!”


백성들이 그의 뒤를 이어 점토와 자갈이 섞어 백단이 다진 지반에 쏟아내며 도로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갈보다 잘게 부순 돌덩이를 뿌리고 마름돌보다 매끄러운 방석을 그 위에 깔았다. 옆에는 배수로를 파고 10리마다 석등을 세웠다.


인도와 도로를 구분하고, 만들어진 도로 옆에 마차가 지나갈 나무철로를 박아넣었다.


일반 마차가 지나갈 도로 두 개, 궤도가 놓인 도로 두 개. 총 4차선 도로였다. 게다가 양옆에는 인도까지 있으니 도로의 면적이 이 시대(중세) 어느 도로보다 넓었다.


백단은 이 시대 모든 왕국과 제국을 통틀어 가장 진보된 도로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흡족한 미소를 띠며 뒷짐을 지었다.


그러던 중 공사에 참여하던 한 표사가 슬쩍 그에게 다가왔다.


“저, 아바이님.”


“무어냐.”


“왜 이런 일을 하십니까?”


표사는 진심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물었다.


“아바이님은 왕이십니다. 저희를 시키시면 될 일을 왜 직접 나서서 하십니까?”


백단은 왕이다. 그는 백성들을 통솔하는 입장이고 토목공사를 원한다면 그저 백성에게 시키면 그만이었다.


“아무리 비현실적인 대역사라고 하지만 아바이는 저희 중 누구보다 강하십니다. 아무도 반항할 수 없을 텐데 왜 몸소 역사에 참여하신 겁니까?”


동시에 백단은 강하다. 그는 중경의 모든 백성을 합한 것보다 강했고, 저 무림에서 따져보아도 그는 수위에 드는 강자다.


무림에 존재하는 초절정 고수 100명 중에서 상위 10% 안에 드는 강자가 그다.


화경의 편린에 도달한 초절정들과 대등한 백단보다 강한 자는 저 무림에 존재하는 유일한 화경 세 명 뿐이리라.


―――아니면, 어떤 ‘분홍색 여자’거나.


여하튼 희대의 폭군이자 누구도 반항할 수 없는 최강의 왕이 바로 백단!


그가 원한다면 그는 모든 반란이나 불만을 잠재우고 억지로 그들을 대역사에 동원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백단은 그러지 않고 직접 역사에 참여해 오히려 몸소 모범을 보이며 그들의 역사를 도왔다.


아니, 돕다 못해 거의 모든 역사를 그가 담당했다. 백성들이 하는 거라곤 그가 다져놓은 토대에 마무리 공사를 하는 게 고작이었으니까 말이다.


“우문愚問이구나.”


백단은 표사의 물음에 도리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


“나는 단지 ‘할 수 있으니까’ 한 것뿐이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아아.”


표사는 백단의 대답에 감읍한 표정으로 뒤로 몇걸음 물러섰다.


그는 생각했다.


‘어떤 왕이 이리 생각하고 행동하실까.’


보통 왕이라 하면 지시만 하지, 직접 몸소 행동하지 않는다.


위엄과 권위가 손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단은 달랐다. 그는 도리어 몸소 모범을 보였다.


왜냐하면 ‘힘’이 있었으니까. 이곳 누구보다 강했기에 마땅히 책임을 보여야 한다고 표사에게 말한 것이다.


표사는 가슴 깊이 감사와 감동, 경외와 존경을 담아 그에게 절을 올렸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나에게 절하기보다 너는 가서 일해라.”


백단은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표사를 향해 귀찮다는 듯 손짓했다.


“네가 빠지면 백성들의 부담이 늘어나지 않느냐. 무림인이면 무림인답게 가서 모범을 보여라.”


“아아! 예!”


표사는 감동한 표정으로 다시 공사 현장으로 달려가 열심히 바위를 자르고, 옮기며 열정적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표사는 일하는 백성들을 향해 무어라 소리쳤다.


그러자 백성들의 고개가 백단을 향해 한번 돌아가더니 이내 감동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더더욱 속도를 내며 빠르게 도로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곰들도 그들을 도와 열심히 돌을 나르고, 흙을 퍼부으며 속도를 더했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르던지 그날 1리가 넘는 도로가 포장되었다.


-


백단은 자신이 파고 다진 지반을 그들이 마감하는 동안 숲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도토리를 쥐고 운기조식을 취했다. 그러자 그의 주위로 수많은 발해 참나무가 자라나기 시작했다.


“도로를 만든다고 농사를 멈추면 안 되지.”


그는 도로를 건설해나가면서 지나가는 길목마다 발해 참나무를 기를 생각이었다.


“식량은 많을수록 좋으니까.”


도토리는 많을수록 좋다. 기름에 가죽 무두질에 장작에 쓸데가 많은 도토리는 기르면 기를수록 이득이었다.


그는 한번 지반을 파 다지면 그 궤적을 따라 쭈욱 숲속을 도토리나무로 가득 채웠다.


그렇게 운기조식을 취하며 주변 식생을 초고속으로 키우고 있던 백단에게로 희령이 다가왔다.


“그래서 본심은?”


그녀가 뒷짐을 지고 그의 귓가에 상체를 숙이며 속삭였다.


“왜 공사에 참여한 거야?”


“그게 효율적이잖아.”


백단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단순히 그 이유로?”


“그럼 더 이유가 필요해?”


그의 대답을 들은 희령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대답하자 백단이 도리어 왜 그런 당연한 걸 묻냐는 듯 그녀에게 말했다.


“괜히 백성들 시키면 반란만 일어나지, 도로를 제대로 팔 수 있겠어? 시간만 오래 걸리지 몇 년이 걸릴지 누가 알아?”


백성들이 아무리 무공을 사용할 줄 알아도 경지에 이른 무인은 한정되어있고, 그들 전부가 백단처럼 거의 무한한 기를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백단은 다르다. 그는 절정에 이른 무인 20명을 합한 것보다 10배는 더 효율적으로 땅을 파고, 도로를 건설할 수 있었다.


그 하나가 포크레인 100대 그 이상의 능률을 발휘하는 것이다.


“내가 하면 100리(10km)는 가볍게 팔 수 있잖아. 내가 조금만 수고하면 금방 도로를 만들 수 있는데 뭐 하러 백성들을 고생시켜. 시키긴. 도로는 빨리 만들수록 좋다. 희령아.”


“······.”


백단은 백성을 생각해서 도로를 판 게 아니었다. 단순히 ‘자신이 일하면 빠르니까’ 땅을 판 것뿐이다.


‘완벽한 도로를 빠르게 팔 수 있는데 왜 괜히 놀아?’


그는 왕이 되겠다는 야망뿐 아니라, 거대한 제국을 세우겠다는 원대한 목표가 있었다!


이 시대 어느 나라보다 우월하고 압도적인 인프라! 고대 로마에 준하는, 아니 그 이상의 도로는 그야말로 이상적인 나라의 기본이라고 백단은 생각했다.


그래서 검을 휘두르고 허공섭물로 쇄설한 것뿐이지, 별 이유는 없었다.


그 말과 진의를 깨달은 희령은 할 말을 잃고 그를 멍하니 바라봤다.


‘말하는 것만 보면 그냥 폭군인데···. 하는 행동은 성군이라니···.’


백단은 단순히 ‘완벽한 인프라’를 만들고 싶은 ‘욕심’에 ‘자신이 일한 거다.’


왜냐하면 그게 효율이 높으니까!


그는 백성을 생각한 게 아니라, 그냥 욕심에 의해 행동한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백단의 행동은 위정자爲政者로서 모범적인 행동으로 이어졌다. 


백단의 현대인 적 감성과 소시민으로 살아왔던 기억, 왕이 되고자 하는 탐욕이 어우러져 이뤄낸 환장의 콜라보였다.


‘이게 폭군이야? 성군이야? 오빠는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어.’


희령은 점점 더 백단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오빠는 오빠네.’


하지만 그것이 더없이 백단다워서 희령은 웃었다.


‘참···. 어머니랑 닮았으면서 다르다니까.’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는 참 이상한 남자였다.


-


그렇게 백단은 일주일에 100~300리(10~30km)의 토대를 다지고 그 주위에 발해 참나무를 키웠다.


백성들은 그가 다진 토대를 마감하는 작업을 담당했다. 비녀는 백단의 명령(협박) 아래 곰들을 통솔하며 돌과 수레를 날랐다.


그러자 공사의 효율은 배로 뛰어서 하루 10리(1km)의 도로가 포장되었다.


“너희는 5일을 일하고 이틀은 쉬어라. 이는 어명이다.”


“예! 아바이!”


백단은 주 5일을 일하게 하면서 토요일과 일요일은 반드시 쉬도록 명했다.


‘이래야 저번처럼 반란이 안 일어나지. 어떻게 사람이 일만 하고 살아?’


그는 이전에 일어났던 반란을 경계해 현대의 일주일 개념을 도입해 5일의 평일과 이틀의 주말을 만들었다.


백단은 단순히 반란을 막고, 현대의 체제를 도입하려는 생각뿐이었으나 백성들은 더더욱 감동하며 백단을 칭송하기 시작했다.


“우리 아바이가 말이야. 하는 행동이 포악하긴 한데 마음씨가 따듯해.”


“암암! 아무렴! 세상에 그 어떤 왕이 몸소 땅을 파고 일을 하나!”


“거기에 비녀님에게까지 명령해 곰들을 통솔하시게 하고 말이야.”


그 결과 백단은 그들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으며 완벽한 성군으로 이미지 메이킹하는 데 성공했다.


실상은 그냥 제 욕심대로 행동한 것뿐이지만, 결과가 좋았으니 뭐. 백단에겐 호재이리라.


그렇게 포장되는 도로가 늘수록 공사의 속도는 빨라졌다.


“이 궤도란 거 말이야. 전용 수레를 써야 하지만 정말 편한걸?”


“그러게 말이야. 이렇게 쉬이 짐이 옮겨지다니!”


포장된 도로는 그 즉시 빠른 물류의 이동으로 이어졌다. 곰들이 이끄는 수레는 말과 소가 이끄는 수레와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그들은 도로를 포장할수록 빠르게 물류를 옮겨 다음 도로를 포장했다.


거기다가···.


“아니?! 이런 돌길이 하루 만에 생기다니?!”


도로를 만들어 남쪽을 개척해나가면서 그들은 숨어있던 아이누 부족과 만나게 되었다.


그들은 갑작스럽게 생긴 거대한 크레이터, 그리고 그 크레이터를 돌로 메꾸며 내려오는 사람들을 보며 깜짝 놀랐다.


그리고 그들이 곰을 다루는 것에 기겁했으며, 석제 도구로 나무와 돌을 손쉽게 자르는 걸 보고 뒤집어졌다.


“혹, 혹시 당신들은 카무이님들이십니까?”


아이누 부족은 감히 상상도 못 한 광경을 보며 그들이 카무이(신/신령)라고 생각했다.


“그렇다.”


백단은 아예 숨기지도 않고 카무이라 자칭하면서 그들을 포섭했다.


“나는 모든 아이누(인간)를 이끄는 자. 아이누 카무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곳 카무이들도 이끌고 있지. 나는 모든 카무이의 어버이. 아바이라고 한다.”


“아아. 아바이님···.”


“내 너희들을 거둬 친히 카무이(무림인)로 만들어주겠다. 나와 함께 하겠느냐?”


“아아! 아아아! 따르겠습니다! 따르고 말지요!”


아이누 부족은 백단의 말에 감동하며 그의 밑으로 들어왔다.


그렇게 300~500명씩. 꾸준히 숨어있던 아이누 부족들이 그들에게 합류하기 시작했다.


“너희는 이들을 중경으로 보내 말과 무공을 가르치거라.”


백단은 이들을 중경으로 보내 인구를 늘림과 동시에 말과 무공을 가르쳤다.


“이로써 인구도 늘게 되었군.”


“······.”


그 모습을 보던 희령과 하라, 비녀는 어이가 없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백단은 또 하나의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어, 너희 지금 뭐 키우냐?”


“예? 메밀을 키우는뎁쇼?”


아이누 부족들과 만나면서 그는 농경을 하는 아이누 부족을 발견한 것이다!


“메밀을···. 기른다고? 왜?”


“아니 그야 먹으려고 기르지요. 그럼 어찌 메밀을 기르겠습니까?”


“······.”


백단의 등뒤로 싸늘한 시선이 비수처럼 날아왔다.


희령과 하라의 눈초리였다.


“오빠. 왜 도토리를 키운거야?”


“아바이. 왜 하필 도토리였습니까?”


“미, 미안하다···.”


백단은 그녀들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


-


그렇게 어언 석 달. 백단은 기어코 미래의 돌린스크Долинск가 있던 지점까지 도로를 파내는 데 성공했다.


물론 도로의 포장은 한참이나 뒤처져 고작해야 마카로프Мака́ров 정도였지만 어쨌든 괄목할만한 속도였다.


백단은 도로를 파면서도 틈틈히 도토리 나무, 아니 발해 참나무를 심어 길렀고, 메밀도 기를―――···.


“메밀도 기르라고요?”


“···그건 일단 나중에 기르자.”


중간에 죽창···, 아니 돌창을 들려고 하는 백성들을 생각해 나중에 메밀을 기르기로 하였다.


어차피 도토리만으로도 지금 식량은 충분했으니까 말이다.


어쨌든 그는 돌린스크가 있던 곳까지 내려오면서 그는 아이누 부족을 수십 개가 넘게 발견했고 이들을 전부 중경으로 보냈다.


그 결과 중경의 인구는 30,000명을 넘겼다.


드디어 저 넓은 도시에 걸맞은 인구가 채워진 것이다.


그리고 백단은 아이누 부족만 발견한 게 아니었다.


“야. 이리 와봐.”


“쿠엉?”


그는 중간중간 아래에 살던 곰들도 발견했다.


백단은 곰들을 보일 때마다 일단 한대 패 상하관계를 주입한 다음 비녀에게 끌고 가 교육(···?)시켰다.


그래서 곰도 착실하게 늘어가 어느덧 중경의 곰은 300마리를 넘겼다.


“그래. 희령아. 말과 무공을 배운 사람이 몇이나 되냐?”


“사천명 정도. 이중 삼천명은 석공세가와 화산세가에서 배웠고, 천명은 천잠파에 들어갔어. 오빠.”


“훈련된 곰들은?”


“곰들은 비녀가 다 통솔해서 일할 수 있어. 새끼 곰들도 힘이 좋으니까 당장에 투입할 수 있고.”


“좋구나. 공사가 더 빨라지겠어. ”


인력도 늘었다는 말에 백단은 기뻐하면서 해변을 바라봤다.


“이 정도면 슬슬 역참 개념으로 새로운 정착지를 만들어도 되겠네.”


그가 하는 모든 일이 잘 풀리고 있었다. 공사의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가축 곰도 늘어난 상황.


백단은 앞으로 찾아올 찬란한 미래를 머릿속으로 그리면서 웃었다.


그가 상체를 숙여 반짝이는 작은 돌을 주웠다.


“그리고 예상치도 못한 부수입도 발견했고 말이야.”


백단은 하늘을 향해 빛나는 돌을 들어 올렸다. 햇빛을 받은 돌은 적색과 호박색으로 영롱하게 빛나며 그 속의 내용물을 비추었다.


돌 안에는 놀랍게도 작은 벌레가 들어있었다.


개미, 혹은 벌의 그것처럼 보이는 벌레가 담긴 돌을 보며 백단이 웃었다.


“찾았다. 새로운 사치품.”


그것은 호박(보석)이었다.


―――


사할린에는 오호츠크 해 연안에 호박(보석) 산지가 있다.

나이바Найба 강 하구와 스타로두브스코예Стародубское 마을 해변에서 산출된다.

특히 스타로두브스코예 마을엔 엠버 비치Amber Beach라는 해변이 있는데 이곳은 진짜 호박(보석)이 발견되기도 한다.


[위키백과에서 줍줍한 사실]





1차 확장.png

[중경中京 1차 확장]


녹색으로 채워진 부분은 발해 참나무를 심으며 일종의 농장화를 진행 중.

비록 토지는 하급 중의 하급이지만 지속적으로 도토리와 천잠을 수확할 수 있다.

추후 주인공은 메밀도 농사지을 생각이다.

도로 진척 상황.PNG

[도로 진척 상황]


백단이라는 현대인 치트(···?)를 이용해 초고속으로 공사를 진척시켰다.



빨간색은 곰들과 백성들이 포장한 도로.

보라색은 백단이 다진 지반(도로)이고,

연보라색은 도로 예정지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고로 현대인이 중세의 왕이 되었다면 가장 먼저 '인프라'를 신경써야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리하야 넣었습니다! 이야, 현대인 치트로 초고속으로 깔리는 도로라니.


현대인 굉장하네요!


이래서 현대인은 무공(···???)을 배워야하는 겁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오늘도 발해국은 어떻게든 굴러간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발해국 지도(건국기 25화 시점) 24.09.11 84 0 -
공지 주인공의 확장 경로(건국기 16화 시점) 24.09.05 59 0 -
공지 중경中京 간략 지도 24.09.02 59 0 -
공지 단백표국 이동경로&첫 정착지(수도)&토지 비옥도 24.08.28 57 0 -
공지 설화령, 설희령, 하라 일러스트(AI) 24.08.24 47 0 -
공지 미리 올려보는 사할린 지도 24.08.23 100 0 -
57 건국기 33화. 발해 강철, 다가온 위기 24.09.17 25 1 18쪽
56 건국기 32화. 해군의 양성, 철 수확 24.09.16 21 1 19쪽
55 건국기 31화. 문화의 발전, 철광의 발견 +2 24.09.16 35 1 23쪽
54 건국기 30화. 사할린 공용어 24.09.13 41 1 25쪽
53 건국기 29화. 양식업과 언어 24.09.13 27 1 23쪽
52 건국기 28화. 양식업…을 시작하기 전에 24.09.13 30 1 13쪽
51 건국기 27화. 종이 = 꿀 24.09.12 36 1 16쪽
50 건국기 26화. 종이 만들기 +2 24.09.12 41 1 15쪽
49 건국기 25화. 방어선 재구축과 건국建國 +2 24.09.11 48 1 16쪽
48 건국기 24화. 전후처리, 내정의 시작 24.09.11 35 1 15쪽
47 건국기 23화. 완벽한 승리 24.09.11 36 1 24쪽
46 건국기 22화. 전쟁…? 24.09.10 32 1 28쪽
45 건국기21화 만반의 준비와 백리장성 24.09.10 32 1 23쪽
44 건국기 20화. 후회와 미련 사이 24.09.09 40 0 12쪽
43 건국기 19화. 악마와 악마 24.09.09 34 1 22쪽
42 건국기 18화. 남경南京 24.09.06 46 1 16쪽
» 건국기 17화. 모든 길은 로마…, 가 아닌 중경中京으로 통한다. 24.09.06 39 1 26쪽
40 건국기 16화. 보이텍Wojtek 혁명 24.09.05 38 1 28쪽
39 건국기 15화. 도토리 혁명Acorn Revolution(완) 24.09.05 29 1 25쪽
38 건국기 14화. 도토리 혁명Acorn Revolution(3) 24.09.04 32 1 20쪽
37 건국기 13화. 도토리 혁명Acorn Revolution(2) 24.09.04 34 1 16쪽
36 건국기 12화. 도토리 혁명Acorn Revolution 24.09.03 38 1 20쪽
35 건국기 11화. 백단과 비녀羆女 24.09.03 36 1 14쪽
34 건국기 10화. 박달나무 아래 곰이 쓰러지다 24.09.03 38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