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제일인의 마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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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임참깨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8.19 12:55
최근연재일 :
2024.09.1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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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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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격

DUMMY

건물의 지붕과 지붕을 뛰어 밟으며 이동하던 맹주와 암귀대가 보였다. 맹주는 항상 보아왔던 섬서성의 번화한 모습이 아님에 탄식했다.


섬서성 주변으로 검은 연기가 치솟으니, 잔뜩 낀 먹구름 때문에 이른 초저녁처럼 어두웠다.


불길만이 어두운 주변을 밝혀주었는데, 사람들이 정신없이 물을 길어와 부었으며 간간이 핏자국과 시체들이 보였다. 한참을 뛰어왔지만, 원흉이던 구면 악인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뭔가 이상하군."


맹주가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암귀대장이 손가락을 가리키며 말했다.


"맹주님 저길 보십시오."


여러 무리의 사도인들이 성문을 지키던 무인들과 혈투를 벌이는 모습이었다. 맹주와 암귀대는 급히 방향을 돌려 그곳으로 향했고, 정리하는지는 불과 5분도 걸리지 않았다. 피 묻은 검을 적의 옷으로 닦아내던 암귀대원들이 시체 하나하나를 살폈다. 허나 어디를 봐도 구면 악인 또는 그의 제자들로 보이는 자들이 없었다. 대체 어디서 구면 악인을 봤다는건가? 그제야 낌새를 챈 맹주가 급하게 소리쳤다.


"속았구나! 당장 돌아가자!"

"존명!"


급히 몸을 돌려 왔던 방향으로 가려던 순간이다.


"끌끌 어디를 그리 급하게들 움직이시는가?"


소름 끼치도록 불쾌한 목소리다. 그의 눈앞에 구면악인이 존재를 드러냈음에도 어쩐지 그의 모습이 이상했다. 꼽추처럼 허리가 심하게 꺾여있으며 몸은 기형적으로 뒤틀려있다.


"네놈은?"


한눈에 봐도 그가 구면악인이 아님을 알아차린 맹주의 물음에 사내가 기뻐하듯 말했다.


"날 알아보시겠소? 나 장백괴요. 내 제자의 원수와 이리 마주하니 더없이 기쁘오."


기억난다. 그는 구면악인의 제자가 아닌 악인궁 소속으로 장백괴(長白怪)라 불리는 마도인이다. 제갈세가의 사생아라가 불리며 기형적으로 틀어진 몸 덕분에 가문에 배척당하다시피 쫓겨난 자였다. 하지만 기문 지식에 뛰어나 악인궁(惡人宮)의 소속으로 정사대전 당시 제자와 함께 사패련주의 측에 서며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한다.


"설마, 악인궁에서 협정이라도 깨겠다는 말인가?"


악인궁은 철저히 사도세력과는 별개의 조직이다. 대부분 칠마가 악인궁 소속이며 구면악인 또한 마찬가지다. 정사 대전이 벌어지며 악인궁에 있던 몇몇 칠마가 이에 참전했다. 하지만 전세가 무림맹쪽으로 기울어지자, 헌신짝 버리듯 전쟁에서 발을 뺐던 악인궁은 무림맹과 협정을 통해 불가침 선언을 한 상태였다.


기문둔갑을 풀며 본연의 얼굴을 드러낸 장백괴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걱정마시오, 이건 개인적 원한으로 나선 것이니. 악인궁과는 별개의 일이오."


"우리 또한 너희 악인들의 손에 많은 친구와 가족을 잃었다. 인제 와서 사사로운 복수를 한다는 게 창피하지 않더냐?"


"세상에는 인과 율이란것이 있소. 한낱 인간이 흐르는 물줄기를 어찌 거스르겠는가? 이 또한 자네와 나의 운명일세."


말장난에 화가 난 맹주가 언성을 높였다.


"네 이놈!!"


동시에 암귀대원 하나가 쏜살같이 달려가 장백괴의 목을 베었다.


"커흑!"


저항 없이 바닥에 쓰러지며 피 가래를 뱉어내던 놈은 죽어가는 도중에도 통쾌하다는 듯 웃음만을 지었다.


"쿨럭..! 맹주..다음에는..쿨럭..네놈..차례이니라."


의미 모를 저주를 퍼부으며 죽어버린 장백괴를 뒤로 하고 맹주와 암귀대가 쏜살같이 자리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동서남북 어디를 뒤져봐도 제자리만 겉돌 뿐, 결국 장백괴의 기문진법에 걸려버린 채 옴짝달싹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제대로 당했습니다.."

"어서 한시라도 이곳을 벗어나야 하네."

"최대한 방도를 찾겠습니다. 기다려주십시오."

"젠장.."


맹주는 스스로를 자책했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구면 악인이 등장했다는 말에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했다. 그 사악한 놈이 아무런 방비도 없이 맹의 본부를 쳐들어올리가 있었겠는가? 자신도 이제 늙었다고 생각하니 맹주든 오왕이든 다 보잘것없다고 느껴졌다.



✻✻✻



소령과 만난 뒤 갑작스러운 소란에 급히 복귀한 귀명은 적들의 침입을 수습 중이었다. 그는 지부의 각주와 장로들에게 알려 사도인들을 소탕하라 일렀지만, 어쩐지 시간이 한참 지났음에도 구원 병력은 도착하지 않고 있었다.


"총사님, 사람들이 대회장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계속 겉돌고 있습니다."

"이런, 기문 진법이구나!"


명 총사는 그제야 상황을 파악했다. 이 정도 규모의 건물 자체를 진법으로 가둘 자는 오직 한명뿐이 떠오르지 않는다. 제갈가에서 쫒겨난 비운의 천재. 장백괴 뿐이 없었다.


기문 진법을 파훼하기 위해선 자신이 직접 나설 수뿐이 없다고 판단했던 순간 총사실로 적들이 들이닥쳤다. 청호대원들이 이에 맞서기 시작했고, 단주 종리도가 귀명의 옆을 지켰다.


"종 단주, 우선 이곳을 빠져나가야 하네. 그래야 내가 뭐라도 손을 쓸 수가 있어."

"하지만 적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지금은 막아내기도 벅찬 상태입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상황에서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


"크하하하 잔챙이들은 꺼지거라!"


수염이 덥수룩한 거구의 사내가 문을 박차고 들이닥쳤다. 쌍도를 쥐며 백운대며 같은 사도인들을 베어나가던 이는 다름 아닌 구면의 다섯 번째 제자 장대성이었다.


도법에는 일가견이 있는 자로 실력만큼은 첫째 제자에 비견될 정도라 들었다. 간악무도한 녀석은 적과 아군을 구분하지 않고 앞에 거슬리는 자들은 무작정 베어나갔다. 겁에 질린 사도인들이 주춤하며 뒤로 물러서자, 어느새 구대성과 7명의 청호대원만이 대치 중이었다.


단주 종리도가 대원들을 물리며 홀로 장대성과 맞서 싸웠다.


"애송이 녀석!"


검을 교차하며 여러 수를 부딪쳐봤지만, 누가 봐도 종리도가 장대성보다는 한 수 아래였다. 점점 종리도가 뒤로 밀리기 시작했고 기세가 사도인들쪽으로 기울어졌다. 명 총사 본인의 안전도 보장받지 못하던 그때 구양문이 등장했다.


"자네는?!"


놀란 종리도가 소리치기도 전, 구양문이 대신 난입하며 그를 밀치었다.


"실례하겠습니다."


양문은 종리도를 대신해 장대성과 맞서 싸웠다. 대체 어디서 나타난 줄 모르나, 놀랍게도 그의 반검은 장대성의 쌍도에 결코 밀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순식간에 안으로 파고들며 반검을 날리자 장대성이 당황하는 표정이다.


"네놈이 어떻게?!"


구양문을 베기로 한 것은 일곱 번째 제자이자 자신의 아우였다. 한데 녀석이 이곳에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장대성은 설마 그럴 리 없다고 부정했지만, 왠지 모를 불안감이 지워지지 않았다.


"혹, 이걸 찾으시오?"


구양문은 소매에 있던 무언가를 바닥에 던졌다.


그것을 본 장대성이 크게 놀라며 분노를 참지 못했다.


일곱번째 제자의 오른쪽 귀였다.


"이노옴!!"


어떻게 신출내기 녀석에게 구면악인의 제자가 당할 수 있단 말인가? 이해가 안 됐지만 당장 저놈을 쳐 죽일 생각뿐이 없던 장대성이 이성을 잃고 날뛰기 시작했다.


반검을 맞받아치던 장대성의 쌍도에서 강기가 십자 형태로 교차하며 구양문에게 날아들었다.


"피하시게!"


놀란 종리도가 급히 경고했지만, 구양문은 가만히 제자리를 지켰다. 사납게 날아드는 강기가 그의 몸을 찢기 직전. 놀랍게도 구양문이 반검을 한번 내리쳤을 뿐인데, 너무나 손쉽게도 강기를 부숴버렸다. 그리고..


"허억!"


종리도는 놀라 소리를 질렀다. 어느새 장대성의 미간 사이로 실 줄이 번지더니 몸이 쩌억-! 소리를 내며 양단되고 만 것이다.


단지 검 한번을 내리쳤을뿐인데, 대체 이 자는 누구란 말인가? 종리도는 물론이고 그의 뒤로 있던 사도인들마저 겁에 질려 움찔거릴 뿐, 누구도 구양문을 향해 달려들지 못했다. 그러다 양문이 소리를 버럭-! 지르니, 놈들은 놀라 꽁무니 빠지듯 도망을 쳤다.


그 모습을 보며 여전히 놀라있던 종리도의 뒤로 귀명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마치 구양문이 나선 시점부터 이미 그의 승리를 예상하는 눈치였다. 귀명은 구양문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다치신 곳은..없으신지요?"

"괜찮네. 그보다 구파의 후지기수들 안위가 중요하네. 구면악인이 노리는 것이 바로 그들일 것이야."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양문이 웃자 귀명은 "설마.." 하며 말을 때지 못했다. 구양문은 자신의 소매에서 4개의 귀를 던져냈다. 모두 형태가 다른 귀였다.


"서, 설마 혼자서..?"


종리도가 놀라 묻자 양문은 말없이 웃기만 할 뿐이었다. 마치 귀를 수집품처럼 다루던 그의 성격이 약간 변태스럽기도 했으나, 혼자서 구면악인의 제자 다섯을 해치웠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뿐이었다. 검제의 제자 백현진을 이겼을 때만 해도 범상치 않다고 생각했는데. 점점 종잡을 수가 없을 정도다.


"나머지 셋은 뭐. 걱정 안 하셔도 될 듯합니다."


바닥에 떨어진 귀를 다시 줍던 양문은 알 수 없는 말을 남긴 채 창밖으로 사라졌다. 어느새 방안은 장대성의 시체만이 남겨진 채 조용했다. 귀명은 구양문이 빠져나가며 썰렁하게 열린 창문 밖을 보았다.


먼발치로 진이 빠져 헉헉대는 진하준이 보였다. 그의 옆으로 죽은 시체 두 구는 한쪽 귀가 잘린 채 있었는데, 아마도 구면악인의 시체로 짐작되었다. 그리고 다시 시선을 돌려보니 마찬가지로 귀가 잘린 구면 악인의 시체 두구가 보였다. 아마도 구양문의 소행으로 짐작되었다.


양문의 활약 덕에 전세는 기울어졌다. 제자 다섯이 죽자 혼비백산하듯 밀려나는 사도인들이 보였다. 모용 지백이 앞장서며 적들을 처치해나갔고, 그 뒤를 따르는 백운대와 모용 양춘과 혜영도 보였다.


하지만, 아직 모두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비무장으로 있던 임사홍과 남궁 호천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화산의 제자 백현진과 맞서 싸우는 백발의 검수도 보였다. 그는 아마도 구면악인의 첫째 제자 천수검객(千手劍客)연사강 일 것이다.


만약 연사강이 맞다면 현진은 결코 그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이미 탈마의 아래 단계인 극마 경지에 오른 자다. 예상대로 현진을 장난감 다루듯 시간을 끌며 즐기는 모습이 한시라도 위태로워 보인다.


어째서 양문은 현진을 돕지 않았던 걸까? 귀명은 급히 종리도에게 말해 현진을 도우라고 하려다 말을 멈추었다. 연사강에게로 누군가가 빠르게 접근하고 있었다.


"저 아이는..?"


곤륜의 소령. 아니 곤륜의 가짜 제자이다. 그녀는 가볍게 도약을 한 후 연사강에게 달려들었다. 기척 없이 등장한 그녀 때문에 연사강이 진심으로 놀란 표정이다. 급히 검을 들어 소령을 향해 달려들었다.


허나 그녀의 손에 들린 쇠몽둥이가 한번 내려치니 연사강의 검과 머리가 박살이 나버렸다. 뇌수가 터져 나옴과 동시에 바닥에 쓰러진 연사강.


극마 경지에 이른 절세고수의 최후가 너무나 허무할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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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새로운 여정 NEW 11분 전 1 0 13쪽
49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법 24.09.18 87 4 17쪽
48 뜻밖의 희소식 24.09.17 130 1 18쪽
47 중원은 생각보다 좁다. 24.09.14 167 2 13쪽
46 당신은 검제 이십니까? +1 24.09.13 144 4 12쪽
45 양자택일 +1 24.09.12 170 3 15쪽
44 습격 +1 24.09.10 169 2 15쪽
» 습격 +1 24.09.09 162 4 11쪽
42 습격 +3 24.09.08 175 4 16쪽
41 이놈은 가짜다 24.09.07 164 2 12쪽
40 사랑의 회초리 +2 24.09.06 185 2 15쪽
39 내가 죽는다고 했지? +1 24.09.05 170 2 15쪽
38 단정곡의 전설 +2 24.09.04 168 2 19쪽
37 야차와 짐승 +1 24.09.03 186 1 11쪽
36 용봉지회 龍鳳之懷 24.09.02 182 1 14쪽
35 용봉지회 龍鳳之懷 24.09.01 181 1 13쪽
34 용봉지회 龍鳳之懷 24.09.01 181 2 14쪽
33 용봉지회 龍鳳之懷 24.08.31 192 1 11쪽
32 너에게 닿기를 +1 24.08.30 178 1 14쪽
31 혀는 칼보다 강하다 24.08.29 176 1 15쪽
30 와, 이게 되네? 24.08.29 196 2 17쪽
29 반검무쌍 半劍無雙 24.08.28 212 2 12쪽
28 내눈에 뛰면 죽는다 24.08.28 197 1 19쪽
27 곤륜의 무공이란 24.08.27 200 2 15쪽
26 비무 대회 24.08.27 208 1 12쪽
25 비무 대회 24.08.26 191 1 16쪽
24 비무 대회 24.08.26 206 1 15쪽
23 비무 대회 +1 24.08.25 202 1 14쪽
22 속에 거지가 들었나? 24.08.25 199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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