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제일인의 마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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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임참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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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작품등록일 :
2024.08.19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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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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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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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이놈은 가짜다

DUMMY

1회전부터 경기장은 아주 초토화가 되었다.


검게 그을리며 움푹 패여진 비무장이며, 경미했지만 화상을 입은 관중들까지 속속 등장했다. 겁나서 경기를 보겠냐는 관중들의 원성이 자자했고, 일부는 경기를 평가하는 사람들의 대화가 끊이지를 않았다.


곤륜이 돌아왔다.


이십년간의 봉문을 끝으로 곤륜에서 말도 안 되는 신예 괴물이 등장했다는 이야기가 경기장 밖으로까지 퍼져 나갔다. 소령 일행이 장기 투숙했던 객잔으로까지 전해지며.


점주와 점소이는 신이나 얼싸 끌어안았지만, 식사를 하던 사람들은 결코 믿지 않아하는 눈치였다. 한동안, 이 이야기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 끝없이 실랑이가 벌어졌다.



대기실 안으로 있던 흥분이 좀 가라앉았는지 소령은 안정을 취하고 있었다. 답답했던 속도 뻥 뚫린 기분이었지만..


어쩐지 알 수 없는 불길함은 여전했다.


그때 정말 끝장을 냈어야 했는데..


"소령 언니!"


어느새 반대편으로 혜영과 양춘. 도원과 단양이 달려왔다.


혜영이 소령을 끌어안았고, 다들 자기 일들인 마냥 신나 했다.


"정말 대단했어요! 소령 언니가 이렇게 강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요!!"

"보다가 안쓰러워 눈물 날 지경이었소. 좀 적당히 패지 그랬소."


양춘 또한 인정한 듯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도원과 단양은 크게 내색하지 않았다.


어차피 둘은 소령이 승리를 당연히 예상했다. 권왕 마저 두들겨 팼던 인간인데 진다는 건 말도 안되는 일이니깐. 오히려 홧김에 살인을 저지르지 않을까 조마조마했을 뿐.


"으흠!"


헛기침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시선들이 몰렸다.

뒷짐 쥐고 서 있는 제갈 귀명이 보였다.


"축하드리오 소령 낭자."


모두가 명 총사에게 허리를 낮추며 예를 표하자, 그 또한 쥘부채로 입을 가리며 고개를 숙였다.


"어..그럼 우리는 다음 경기나 보러들 가지."


눈치 백단이던 단양이 모두를 이끌고 자리를 비켜주었다. 귀명은 단양에게 눈짓을 보내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누구세요?"


둘은 초면이 아니었지만, 통성명하지 않아 그가 누군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저 주변 사람들 반응으로 보아 지체 높은 사람일 거라고만 예상했다. 귀명은 호탕하게 웃더니 간략하게 자기소개를 하였다.


"근데 제게 무슨 볼일이라도?"


머리를 숙여도 모자랄 판에 귀명에게 이리 대하는 소령을 맹원 누군가가 보았더라면 당장 칼을 들고 덤빌 일이었다. 그만큼 귀명의 권위는 맹주 다음으로 강했으니깐. 그러나 당사자는 정작 상관 없는듯 웃음으로 답했다.


"하하 별것 아니오. 축하도 드릴 겸 그간 곤륜의 소식 좀 알고 싶어 찾아왔소."


"아, 그러시군요."


겉으로는 내색은 안 했지만 속은 매우 뜨끔했다. 그동안 경기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자신이 곤륜의 문도로 위장했다는 사실도 까맣게 잊고 있었다.


"하하 그래 요즘 곤륜의 사정은 어떻소?"


알 턱이 있나? 이럴 때는 그저 얼버무리는 게 최고다.


"아..네, 뭐 항상 똑같죠."


똑같다?


"똑같다면, 여전히 별 일 없다 생각해도 되겠소?"


"네..뭐 다들 여전히 잘 지내고 있어요."


귀명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어쩐지 식은땀을 흘리며 요리조리 눈을 흘기게 어딘가 많이 불편해보인다.


'여전히 잘 지낸다라..'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봉문이란 십년 강산이 삼십년 전으로 퇴보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만큼 방파를 유지하는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문파는 향로를 받치는 세 개의 다리와 같다. 하나는 제자를 양성해 그 뿌리를 내려야 하며, 다른 하나는 상계와 유착해 빈 곳간을 채워야만 한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구파일방에 들어 명예를 드높여 명맥을 유지해야 한다. 세 가지 중 하나만 부족해져도 금세 쓰러지고 마는 것이 문파이다.


하지만 곤륜은 이 세가지 중 두 개의 다리가 이미 부러진 상태다. 풀뿌리는 고사하고 허긴 배를 채우기도 어려움이 많다 들었는데.


문제가 없다고?


의심스러운 점이 많으나 귀명은 결코 내색하지 않았다.


"항상 걱정이 앞섰는데, 여전하다니 다행이구려. 언제 한번 곤륜에 찾아가 인사드리겠다고 장문인께 전해주시오. 아! 능원 진인은 여전하시오?"


"느, 능원..진인께서는 잘 계시죠. 하하."


순간 귀명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능원 진인이 아니라 능선 진인이다.


사람 몇 없는 도가에서 감히 장문인 이름을 착각할 수 있는가?


게다가 최근 병세도 심해졌다고 들었다.


잘 있기는 개뿔.


귀명은 확신했다.


'이놈 가짜다.'



✻✻✻



한편, 파손된 경기장의 수습이 끝난 후 두 번째 비무가 시작되었다.


비무장에는 은양문의 임사홍과 남궁 세가의 남궁 호천이 마주 보고 있었다.


사홍은 찝찝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왜 자꾸 자신을 보며 흘낏 웃는 걸까?

입꼬리가 실룩거리는 게 다소 어색함도 느껴졌다.


"뭐가 그리 즐거우시오?"


참다못한 사홍이 한마디 던지자 호천이 답했다.


"즐겁지 않소? 드디어 고대하던 그대와 이렇게 마주 보고 있으니 말이오."


"고대하다니? 난 그쪽과는 아무런 인연도 없소만?"


"인연은 없지만 관련은 있지."


"뭐요?"


호천은 검을 뽑아 예리한 날을 매만졌다.


"대답전에 먼저 한 수 좀 배웁시다."


호천이 검을 한번 내려치자, 검기가 상어의 등지느러미처럼 바닥을 가르며 사홍에게 날아들었다.


아슬하게 피해낸 사홍이 곧장 발도 자세를 취한다.


검집이 뽑혀 나감과 동시에 섬광이 비춘다.


선풍검법(躚風劍法)이다.


"일섬!"


바늘 줄기보다 작고 예리한 검기가 호천의 검 손잡이를 향해 날아들었다.


눈 한번 깜빡일 사이에 발출된 검기는 실로 대단했다.


챙!


허나, 손쉽게 검날로 받아친 호천.


사홍은 예상한 듯 이미 두번째 검기를 날릴 준비를 취했다.


"이 섬!"


챙-!


섬광이 터짐과 동시에 가볍게 고개를 옆으로 피해낸 호천.


어쩐지 그의 표정이 좋지 않아 보인다.


사홍은 당황하지 않고 재차 발검을 날렸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단 한 차례 검을 뽑은듯 하지만, 사실은 두 번을 연달아 날린 것이다.


스팟-!


검기 뒤로 또 다른 검기가 숨어 날아들었다.

눈으로도 쫓을 수 없는 속도.


어지간한 절세 고수가 아니라면 감히 막기도 어려울 정도지만.


챙-챙!


검날을 방패처럼 들어서 막아낸 호천의 표정은 이전보다 더욱 불편해 보인다.


"이딴 꼼수나 부리다니, 나랑 장난치시오?"


호천이 진지하게 하라며 오히려 사홍을 꾸짖는다.

하지만 결코 간을 보기 위해 대충 날린 발검이 아니었다.


사홍은 처음으로 식은땀을 흘렸다.

동년배에 이리도 검기를 잘 읽어내는 자가 진향린 말고도 또 존재할 줄은 예상외였다.


어지간한 마음가짐으론 이길 수 없는 자임을 확신하며, 자신의 비기라 할 수 있는 선풍팔괘검!(躚風八卦剑)을 날렸다.


스파파팟-!


검이 뽑혔는지도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른 발검술.


8개의 빛무리가 다방면 각도에서 호천을 찔러 들어갔다.


맹주와 지백이 감탄하며 주먹을 쥐었다.


공력이 잔뜩 실린 검기가 사방으로 호천의 몸을 찢기 일보 직전.


예상과 달리 그의 언저리에 닿던 검기들이 투명한 막에 막히며 공중으로 폭발이 일어났다.


퍼퍼퍼펑!


"기막?"


사홍의 눈꼬리가 치켜졌다.


한 지점도 아니고 다방면에 기막을 동시에 펼치는 것은 어지간한 내력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내력도 문제지만 경험이 미천하면 실수하기 마련인데, 호천에게 해당하는 말은 아닌듯 싶었다.


"당신 정말.. 남궁 호천이 맞소?"


경기가 시작되기 전, 자신을 찾아왔던 남궁 화령의 말이 떠올랐다.


호천을 조심하라던 그녀의 경고.


처음에는 무시했지만, 어쩐지 그 뜻이 약간은 이해가 되는 중이다.


"정말..열받는군."


눈을 부라리며, 입술을 씰룩이던 호천의 피부에서 마치 벌레가 꿈틀거리는듯한 착각마저 일었다.


그 기괴함에 놀란 임사홍의 몸이 순간 움찔거린다.


"고작 이딴 녀석에게..구절이.."


당최 알아들을 수 없게 혼잣말로 짓거리던 그가 다시 호쾌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사홍 친구. 이전에 있던 비무 말이오, 참으로 인상 깊지 않았소?"


"뜬금없이 무슨 말이오?"


"자네에게 제안하고 싶은 게 있네만."


"왜, 그쪽이 먼저 공격할 기회라도 드리오?"


"순번을 정하는 건 애들 장난 아닌가? 그보다 더 흥분되는 거요."


사홍이 잔뜩 경계하며 물었다.


"들어나 봅시다."


"죽고 죽이는 살육전을 시작하는 것이지."


처음에는 농으로 들렸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 진지해 보이는 호천을 보면 결코 농이 아님을 확신한다.


"제정신이오?"


"물론! 어느때보다 정신이 뚜렷하지. 목숨을 담보로 하지 않는 싸움이라니. 그런 건 보는 이들도 재미가 없지 않겠나?"


그의 비릿한 웃음이 이제는 광기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임사홍은 고개를 절레며 그의 제안을 단호히 거절했다.


"자네에겐 선택권이 없네만.."


단단히 미친놈이란 생각이 들었다.


당장 경기를 중단 시켜야하는게 옳다 판단됐던지, 급히 위지에게 중단 요청을 하려던 순간이다.


"부, 불이야!"


누군가의 다급한 외침과 동시에 허공에서 검은 연기가 곳곳에서 치솟아 올랐다.


"크큭, 때를 잘 맞췄군."


마치 미리 예상을 했다는 듯 호천이 뒷짐을 지며 검은 연기를 바라보았다.


"네놈.. 누구냐?"


사홍은 직감했다.


저자는 남궁 호천이 아니다.


어느새..


그에게서 뿜어지는 마기는 감당하기 어려울 수준이었으니 말이다.


'이놈은 가짜다!'



한편, 이 사실을 모르던 맹주는 백목을 불러 상황을 확인해보라 지시했다.


백목이 명을 받들기도 전, 청호대원 한 명이 급히 달려와 한쪽 무릎을 꿇으며 맹주에게 보고한다.


"매, 맹주님!! 적들입니다!"


"무어라? 적, 누구를 말하는 것이냐?"


"정사대련에서 패주한 잔당 녀석들입니다. 못해도 수십은 되어 보입니다."


"놈들을 이끄는 자는?"


"구..구면 악인입니다!"


"구면 악인?!"


맹주의 눈이 번뜩였다.


"미x놈, 제 발로 호랑이굴에 찾아오다니."


비총관과 개방의 모든 정보력을 모아도 흔적조차 찾을 수 없던 악인 중의 악인이다. 그런 녀석이 제발로 찾아왔으니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아니 될 일이었다.


백목이 말했다.


"맹주님 어서 명을! 제가 청호대를 이끌고 놈의 수급을 직접 베어오겠습니다."


"아서라! 녀석은 칠마 중 하나이니라. 너희들 실력으론 감당할 수 없는 자다."


칠마는 탈마의 경지에 이른 악인들이다. 현경에 이른 자신이 직접 나서지 않는 한 피해만 가중 될게 뻔했기에 직접 나서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


"모용 가주."


"다녀오시오, 나와 백운대가 이곳을 지키고 있겠소."


말하지 않아도 짐작했던 바이다. 모용 지백의 뒤로 어느새 등장한 백운대 이십 명이 도열해 있었다. 가주의 호위를 전담하는 백운대는 하나 같이 일류를 넘어선 자들이다. 마찬가지로 청호대와 부단주 백목도 있으니 이곳의 걱정은 덜어내기에 충분해 보였다.


무용백은 안심하며 암귀대를 불렀다.


스스스슷-


어느새 그의 주변 그림자처럼 등장한 백의가면을 쓴 흑의인 다섯 명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지백과 백목은 놀라며 흑의인들을 보았다.


암귀대는 맹주의 친위대이자 암살의 귀재들이다. 맹주의 근처로 사시사철 한시를 벗어나지 않는 그들은 하나같이 절정을 뛰어넘는 실력자들이었다.


맹주의 그림자라 불리며 평소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 암귀대를 이날 처음 보게 되었으니, 실로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가주, 부디 조심하시오. 구면악인이 여기에 있다는 건, 필시 놈의 제자들도 어딘가에 숨어 있을 것이오."


"걱정마시오. 모용가의 명예를 걸고 이곳을 사수하겠소."


무용백이 잘 부탁한다는 말을 끝으로 몸을 날렸다. 그 뒤로 5명의 암귀대가 따라붙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진 그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실로 놀라운 경공술을 보며 감탄하던 지백은 생각했다.


정사대전에서 많은 악행을 일삼고, 수백의 정도인들을 잔인하게 죽였던 구면악인.


오늘 그의 악행은 이곳에서 놈의 뼈와 함께 묻어지리라 확신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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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양자택일 +1 24.09.12 150 3 15쪽
44 습격 +1 24.09.10 152 2 15쪽
43 습격 +1 24.09.09 145 4 11쪽
42 습격 +3 24.09.08 157 4 16쪽
» 이놈은 가짜다 24.09.07 148 2 12쪽
40 사랑의 회초리 +2 24.09.06 163 2 15쪽
39 내가 죽는다고 했지? +1 24.09.05 152 2 15쪽
38 단정곡의 전설 +2 24.09.04 153 2 19쪽
37 야차와 짐승 +1 24.09.03 170 1 11쪽
36 용봉지회 龍鳳之懷 24.09.02 166 1 14쪽
35 용봉지회 龍鳳之懷 24.09.01 165 1 13쪽
34 용봉지회 龍鳳之懷 24.09.01 163 2 14쪽
33 용봉지회 龍鳳之懷 24.08.31 176 1 11쪽
32 너에게 닿기를 +1 24.08.30 161 1 14쪽
31 혀는 칼보다 강하다 24.08.29 160 1 15쪽
30 와, 이게 되네? 24.08.29 180 2 17쪽
29 반검무쌍 半劍無雙 24.08.28 198 2 12쪽
28 내눈에 뛰면 죽는다 24.08.28 181 1 19쪽
27 곤륜의 무공이란 24.08.27 187 2 15쪽
26 비무 대회 24.08.27 194 1 12쪽
25 비무 대회 24.08.26 178 1 16쪽
24 비무 대회 24.08.26 192 1 15쪽
23 비무 대회 +1 24.08.25 186 1 14쪽
22 속에 거지가 들었나? 24.08.25 184 1 13쪽
21 하나도 모르는데? 24.08.24 184 1 15쪽
20 모여드는 신인 강자들 24.08.24 20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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