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제일인의 마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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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임참깨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8.19 12:55
최근연재일 :
2024.09.1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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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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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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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법

DUMMY

소령은 앞뒤 가리지 않고 맹의 본관으로 향해 달려갔다.


뜻밖의 희소식이 될지 그 반대일지는 아직 모르나, 발만 동동 굴리며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보단 훨씬 나았다.


"응? 저게 누구야?"


어느 미친 인간이 눈을 부라리며 달려왔지만 맹원의 누구도 막으려 하지 않았다. 이미 그녀가 어떤 인간인 줄 잘 알기에 건드려봤자 좋을 게 없었으니깐.


집무실을 박차듯 들어서자 맹주가 놀라 흠칫했다.


"빠, 빨리도 왔군."


"헉헉! 송백을 찾았나요?"


"일단 자리부터 앉지. 차라도 한잔하시게."


그는 절도있게 찻잎을 떠 잔에 넣고는 물을 부었다.


소령은 목이 탔던지라 벌컥 들이켰는데, 맹주가 놀라며 소리쳤다.


"그건 냉수가 아닐세!"


"아뜨뜨!"


목구멍이 타들어 감과 동시에 심장이 뜨거웠다. 가슴을 퍽퍽! 치며 왜 좀 일찍 말해주지 않았냐는 듯 억울한 눈빛으로 맹주를 쏘아붙였다.


"흐흠! 급한건 알겠으나, 좀 진정하시게."

"크윽..지금 진정할 때가 됐나요? 뭐 좀 알아낸 거 있어요?"


맹주의 표정이 침착해졌다.


"일단 해줄 얘기라면..없다는 것일세."

"뭐에요?!"


정보력 하나면 비총관 어쩌고 하더니 겨우 알아낸 게 없다?


지금껏 한 달 가량 시간을 낭비한 자신은 대체 뭐가 된단 말인가?


"솔직히 말해 자네가 그려준 용모파기와 이름만으론 한계가 있네. 섬에서 성에 송백의 이름만 몇이 있는 줄 아는가? 못해도 수백일세. 그걸 중원 전역에서 찾아내려면 최소 십수 년은 걸려도 모자를 따름이야."


"아니, 그걸 말이라고 해요? 자신 있게 찾아줄 것처럼 말하더니 당신들 때문에 한 달이라는 시간을 낭비만 했다고요!"


"미안하네, 근데 자신 있게 말한 적은 없네만.."


"아 됐어요!"


소령은 팔짱을 끼며 투덜거렸다.


화도 났지만 대충 예상은 했다. 자신이 봐도 억지에 가까운 요구였으니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그저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맹주에게 의지했던 스스로가 바보 같다는 생각 들었다.


결국 도돌이표였다. 남편 찾는 게 왜 이리 힘든 것인가 미간을 찌푸리던 차에 맹주가 말을 이었다.


"아직 내 얘기가 다 끝난 건 아닐세."

"아, 됐어요. 그냥 아저씨 안 믿을래요."

"......하오문이라고 들어보았는가?"

"하오문?"


맹주가 깍지를 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중원 최대의 정보 집단이지. 정보력으로만 따지자면 황제의 속옷 색깔이 무엇인지도 알아내는 게 그들일세."


맹주에게 들은 하오문의 능력은 실로 대단했다.


"그들은 철저히 중립을 지키는 자들이네. 문주 또한 정체를 알 수 없지. 이게 무슨 말인지 아는가? 우리 맹에서도 외압을 행사할 수 없다는 말일세."


요약하자면 네가 알아서 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지금 자네가 기댈 방법은 하오문 뿐이네. 물론 우리는 계속해서 송백이란 자를 찾아낼 것이야. 운이 좋다면 내가 말한 시간보다 더 빠를 수 있다는 거지. 그래서 내가 제안하는 건 두 가지일세."


"말씀하세요."


맹주는 검지를 들어 올렸다.


"첫째, 자네가 하오문에 직접 찾아가 정보를 알아보는 방법일세. 하지만 실패할 가능성이 커. 그들은 아무나 쉽게 정보를 내주지 않으니깐."


두 번째 중지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둘째, 자네가 우리 맹원이 되는 것일세. 저번에도 말했다시피 자네는 사도련들의 적이 되어있어. 우리가 지켜줄 수가 있네. 그렇게 맹을 믿고 의지해준다면 운이 좋아 내년이라도 찾을지 모를 일이지. 물론 자네에게 높은 임금과 상승 무공에 필요한 것들을 모두 지원해줄 생각이라네."


그의 제안은 매우 파격적이었다. 무림맹은 하나의 태양이었고 그곳에 입단하는 것은 정파인이라면 누구나 간절히 바라는 소원 중 하나였다. 게다가 조건도 매우 훌륭했으니 거절하는 인간은 제정신으로 안 보일 것이다.


하지만 소령은 생각할 여지도 없이 거절했다.


"전, 하오문으로 가겠어요. 이제부터 저를 믿고 의지할래요."


그녀의 답변이 매우 아쉬웠지만, 예상 했던 바인지 쓴웃음을 날렸다.


"자네 뜻이 그러하다면.."


맹주는 몸을 일으킨 후 소령에게 따라 오라 말했다.


"뭐가 또 남아 있나요?"


"자네에게 보여줄 것이 있네."


맹주는 집무실 구석으로 걸어가 벽 몇 군데를 짚더니 어디선가 돌이 굴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드르르륵-


이어 비밀 공간이 열리었다. 칠흑 같은 어둠만이 자리한 깊은 지하 계단만이 보였다. 횃불을 들어 앞장선 맹주의 뒤를 따랐다.

한참을 내려가니 그곳에는 맹주의 집무실만 한 또 다른 공간이 보였고, 잡다한 서적들과 보고들이 보였다.


"이건?"


"이걸 외부인에게 공개한 것은 자네가 처음일세. 총사도 모르는 일이니, 이번 일은 꼭 함구해야만 하네."


이곳은 중원에서도 소문으로만 떠돌던 각종 보고와 고금의 무공 서적들이 즐비한 대보전이었다. 거미줄이 여러 군데 처진 것이 한동안 사람들의 출입이 끊어졌던 모양.


여러 서책 중 하나를 찾은 후 먼지를 털어낸 용백이 소령에게 건네주었다.


"이게 뭐에요?"


"자네가 송백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단서. 천하제일인의 관한 서책일세."


"천하제일인?"


소령은 책자를 들어 횃불을 비췄다.


상당히 낡고 누렇게 변질된 것이 백 년은 더 넘어 보이는 책자였다.

색상이 바랜 책 지를 한 장씩 넘겨보던 소령은 이것이 무언지 깨달았다.


"천하제일인 무풍원?"


백 년 전 강호를 평정했던 천하제일인 무풍원의 관찰 기록이었는데, 그의 행보와 무공 몇 자가 적혀 있었다.


상청무상검(上淸無上劍)?


유일하게 천하제일인의 검법에 관한 단서가 적힌 글.


짤막하게 검법에 관한 설명이 있었는데, 놀랍게도 자신에게 아주 익숙한 검법이었다.


과거 만뢰산에서 송백이 자신에게 보여주었던 검법이었으니깐.


소령의 눈빛이 심하게 흔들렸다.




이후..


맹주의 집무실을 나와 곧장 객잔으로 향했다.


소령은 자리에 걸터앉은 후 점소이에게 두강주 한 병을 내와달라고 말했다.


눈치가 빨랐던 그는 영업시간이 끝났다며, 사람들을 내보낸 후 그녀가 혼자 있을 수 있게 해주었다. 이어 두강주 한 병과 만두를 내려놓았다.


만두는 점주의 마음이었으나, 아쉽게도 젓가락질을 한번 대지도 않았다.


오로지 빈속에 술로 달래던 그때 객잔 문이 열리며 혜영과 다른 일행들이 들어섰다.


"소저..괜찮으시오?"


노곤한 기색. 깡술을 퍼붓는 그녀를 보고 양춘은 걱정 되었다. 대충 보지 않아도 희소식이 아니었음을 눈치채며 혜영이 소령의 어깨를 토닥였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란 말도 있잖아요. 너무 걱정 마요."


"고마워요."


그래도 힘들 때 누가 곁에 있어 준다는 게 이리 큰 위로가 될 줄 몰랐다. 소령은 마음을 다잡고 전에 있었던 일에 관해 설명해주었다.


"흐음..결국 방법은 하오문으로 가는 것이군. 그곳의 총타는 광서에 있다고 하니 여기서 족히 수만 리는 될 것이오."


단양의 말에 도원이 소리쳤다.


"까짓것 갑시다. 누님!"


의기양양해 있던 도원과 달리 혜영과 양춘의 표정이 좋지 못하다.


"저.."


혜영이 입을 때려던 순간이다.


"저어, 손님 마감했습니다만."


"소령 소저를 만나러 왔네."


점소이의 만류에도 억지로 밀고 들어온 두 명의 사내가 보였다.


"소저, 날 알아보시겠소?"


"어어? 당신은."


흐뭇하게 바라보는 사내.


"그때 그 거지?"


순간 사내의 미간이 좁혀진다.


"거지가 아니라 개방의 분타주 황발이오."


짧은 만남이었지만 분타 건물을 작살 냈던 사건이기에 누구인지 잘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놈은..어서 사과드려라!"


마지못해 등쌀에 튀어나온 사내는 개방의 삼초였다.


"끄응.."


삼초는 힐끔거리며 황발의 눈치를 살피다 이를 악물고 납작 엎드려 사죄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용서해주세요."


지난날 단여리를 꼬드겨 소란을 일으켰던 일에 대해 사죄한 뒤, 황발은 그들이 뺏었던 돈의 액수만큼 전낭에 담아 건네었다.


"아무쪼록, 지난날은 용서해주시구려."


"참나, 그냥 사과하고 뺏은 돈 돌려주면 그게 다 잊혀질 일이오?"


도원이 화를 내자 황발은 고개를 절랬다.


"그럴 리가 있겠소. 혹, 소저에게 도움이 될만한 정보가 있어 직접 찾아왔소."


"정보요?"


개방하면 정보이니 소령은 그의 말이 궁금해졌다.


"사실 좀 더 일찍 찾아뵙고 사과드리려 했는데, 총타에서 급한 회의가 있어 좀 늦었소. 근데 그 회의의 내용 중 하나가 참으로 재밌는 정보가 있어서 말이오."


"계속 말씀해보세요."


소령은 묵묵히 황발의 말을 듣기로 했다.


"그 내용을 맹주에게 보고해주던 차에 얘기 들었소. 천하제일인 무풍원에 대해 관심이 많으시다고?"


소령의 눈빛이 번뜩였다. 백 년 전의 인물이라고는 하나 송백과는 유사점이 있는 자였다.

당연히 그에 대한 관심이 없지 않았다.


"사실 중원에 떠도는 한 가지 소문이 있소. 천하인의 안배라고 들어보셨소?"


"천하인의 안배요?"


대부분 금시초문인 얘기지만, 유일하게 양춘은 잘 알고 있던 내용인지 들을 필요도 없다며 제지하고 나섰다.


하지만 들어야만 했다.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계속 말해달라 부탁했다.


"쉽게 말해 무풍원의 무덤이 발견되었다는 말이오."


천하제일인 무풍원은 세상을 평정하고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고 한다. 귀주땅에 그의 무덤이 발견되었다는 이야기는 10년 전부터 떠돌았는데, 지금에서는 거의 확실시 되는 분위기였다.


아직 극비리에 붙이는 사실이지만 소문은 점점 확대되고 있었다. 이전보다 많은 무인이 안배 장소로 향했고 그곳에 고금의 무공과 천하제일검이 묻혀 있을 거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어쩌시겠소? 그의 일기장이 발견될지도 모르오."


그곳에 정확히 무엇이 있을지 가늠할 수가 없다. 허나, 천하제일인의 이름 하나만으로 어떠한 것인들 그 가치는 무궁무진할 것이다. 소령이 원하는 것은 정보였으니, 도전해볼 만한 가치는 충분해 보였다.


소령은 잠시간의 고민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가보겠어요. 그곳이 어디죠?"


"미치셨소?! 그곳에 결코 가면 안돼오!"


양춘이 계속 기겁하며 만류하니 궁금했던 혜영이 이유를 물었다.


"천하인의 안배는 10년 전부터 떠돌던 이야기입니다. 그곳에 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자들이 몇 명인지 아십니까?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죠. 유일하게 살아 돌아온 자들은.."


말끝을 흐리니, 황발이 대신해 답했다.


"대부분 정신병이 걸려 돌아왔지."


"대체 거기에 뭐가 있길래?"


도원이 식은땀을 흘리자 황발 또한 눈을 감으며 고개를 절랬다.


"알 수 없소. 그러니 더욱 위험한 거요."


목숨을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얘기에 순간 정적이 흘렀다. 눈을 지긋이 뜬 황발이 물었다.


"그래도 가시겠소?"


난 분명 경고했다는 의지가 다분해 보이던 그를 보며 소령은 한결같이 말한다.


"가겠어요."


"소령?!"


양춘은 탄식했고, 황발은 예상한 듯 쓴웃음을 날렸다.


"좋소. 출발하려면 빨리하는 게 좋을 거요. 이름 꽤 알린 절세 무인들이 모두 그곳으로 향하는 중이니 말이오."


황발은 이어 제안했다.


"그곳 지리는 여기 삼초 녀석이 잘 아오. 녀석이 그곳까지 안내해드릴 거요."


"부, 분타 어르신?!"


사전에 얘기가 안 됐던지 삼초가 기겁했지만, 안배 장소에는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고 타이르니 할 수 없이 지시를 따르기로 했다.


"필요한 모든 것을 지원해드리겠소. 대신 조건이 있소."


황발의 조건은 그곳에 얻는 무엇이든 개방과 조율해 나누자는 이야기였다.


"상관은 없는데, 설마 제가 살아 돌아올 거라고 믿는 거에요?"


"흠, 솔직히 모르겠소. 하지만 당신이라면..좀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구려."


그가 괜히 분타주까지 올라온 인물이 아니었다. 그는 철저히 자신의 감을 믿는 자였다. 소령에겐 남들과 없는 어둠을 밝히는 힘이 보였다.


그렇게 제안은 수락되었고 출발할 날짜를 조율한 뒤 황발가 삼초는 떠났다.


다들 침울한 채 눈치를 살피던 도중 양춘이 말했다.


"개방 녀석들이야 잃을 손해도 크지 않으니 그냥 막 던지는 겁니다. 예정대로 하오문을 가는 건 어떻겠소?"


"하오문에도 갈 거예요."


"뭐요?"


귀주와 광서는 상당히 떨어져 있다. 설마 동시에 두 군데를 가겠다는 말인가?


그렇게 앞집 뒷집 가듯이 짧은 거리가 아니었다. 여정은 험난할 것이고, 세월이 얼마나 흐를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소령은 무언가 생각이 있는지 천하인의 안배에 갈 의지는 확고해 보였다.



✻✻✻



그렇게 황발과 약속했던 이틀이 흘렀다.


귀주로 떠날 채비를 한 소령의 앞으로 일행들과 모용가 사람들 그리고 아이들이 마중 나와 있었다. 멀리서는 현진과 채경의 모습도 보였다.


"자네와 한잔 걸치고 싶었네만 아쉽게 됐군."


이어 지백은 선배로서 여러모로 조언해주었고 아이들은 꽃 장신구를 소령의 옷에 걸어주며 꼭 살아서 돌아오라는 말을 남겼다. 몇몇 애들은 정이 들었는지 숨어서 울기까지 했다.


이어 호연이 나섰다. 아직 부상이 다 낫지 않았는지 보조기구를 짊어지며 어색하게 걸어나 왔다.


"하하 땡중. 생긴 거랑 다르게 몸이 영 부실하네요."


"역시 한결같으시구려. 소저. 고맙습니다."


의식을 잃던 중 단여리와의 일전에 관한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도 호연은 거추장스러운 말은 하지 않았다. 그저 진심을 담은 눈빛과 부처께 공양드려 무운을 빌겠다는 말만 남겼다.


다음 순번이 돌아오자 지혜가 급히 혜영을 찾았다.


허나 잠시동안 뜸을 들이던 혜영이 눈물을 훔치며 소령에게 미안하다 말했다.


"괜찮아요 혜영. 서로 각자에게 다 사정이 있는 거니깐요."


사실 마음 같아선 소령과 끝까지 여정을 함께 하고 싶었으나 그럴 수가 없었다. 지혜의 간곡한 부탁으로 모용가로 돌아가야만 했다.


현재 모용가는 둘째 부인에게서 태어난 이복동생과 지혜가 소가주 경쟁을 치러야만 하는 상황. 장로파와 대립한 만큼 분가를 규합해야만 했고 이를 위해선 혜영의 조력이 절실했다.


물론 소령 또한 혜영을 그 위험천만한 사지로 끌고 가고 싶지 않았기에, 그녀의 요청이 없었더라도 함께할 생각이 없었지만. 이렇게 헤어지게 되니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이어 양춘이 나섰다.


그는 한동안 말없이 그녀를 보기만 했을 뿐 어떠한 조언도 해주지 않았다.


"섭섭하네요. 제게 할 말 없어요?"


심술 난 듯 장난 어린 말투로 대했지만, 여전히 침울해 보였던 양춘은 그녀의 손을 잡을 듯 말 듯 하다 이내 포기한다.


"조심해서 다녀오시오. 다음에 볼때는 당신도 놀랄 만큼 난 강해져 있을 거요."


"역시 양 호위. 평소보다 듬직해서 보기 좋네요. 제가 돌아올 때까지 혜영을 잘 보살펴야 해요."


그렇게 모두 인사를 마치고 소령이 말 위에 올라탔다.


지백은 두리번거리다 단양과 도원은 어디 갔는지 묻자, 혜영이 답했다.


"둘은 하오문으로 출발했어요."


도원은 소령의 부탁으로 그가 하오문을 직접 찾아가기로 했다. 그의 임무는 어찌 됐든 송백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 그전까지 돌아오지 말라던 대운도의 엄명이 있지 않은가?


소령과 헤어지는 게 여러모로 싫었지만, 책임감을 느끼며 전날에 일찍 출발했다. 물론 단양은 굳이 따라갈 필요가 없었음에도 무식한 녹림 녀석은 믿지 못한다며 그의 뒤를 밟았다.


여러모로 잘 어울리는 게 전생에 부부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손을 흔들며 소령은 말을 몰고 섬서 성문을 벗어났다. 멀찍이 사라지는 소령의 등 뒤를 보며 하나둘 자리를 벗어났지만, 끝까지 자리를 지키던 혜영과 양춘.


"소령 언니 무사하겠죠?"


걱정 어린 혜영의 물음에도 양춘은 대답이 없었다.


그저 하염없이 소령을 지켜만 보는가 싶었다.


근데..


"양 오라버니?"


고개를 푹 숙이며 난생처음 울고 있는 양춘을 보았다.


한 번도 쉽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그가 아이처럼 빨개진 볼때기로 눈물이 타고 흐르는 것을 보자 혜영이 급히 소리쳤다.


"뭐해요? 얼른 따라가라구요!"


양춘의 마음은 짐작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남겠다고 했을 때는 그의 감정이 생각보다 깊지 않았다고 착각했다.


그의 눈물을 보면 그동안 얼마나 참아오고 애썼는지 짐작된다.


"정말 후회할지도 모른다고요."


하지만 부추기는 혜영의 말을 따를 수 없었다.


그는 호위다. 자신의 고모가 어떤 인간인 줄 알기에, 사지 속에서 혜영을 지켜야만 했다.


언젠가는 다시 만날 일이 있겠지.


마음을 다잡았다.


다만 아쉬운 게 있다면. 속내를 그녀에게 털어내지 못한 스스로가 바보스럽다는 생각뿐이 안 들었다.


누군가를 위해 묵묵히 지켜만 봐주는 것.


그것이 양 호위로서의 최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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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중원은 생각보다 좁다. 24.09.14 174 3 13쪽
46 당신은 검제 이십니까? +1 24.09.13 147 4 12쪽
45 양자택일 +1 24.09.12 173 3 15쪽
44 습격 +1 24.09.10 171 2 15쪽
43 습격 +1 24.09.09 164 4 11쪽
42 습격 +3 24.09.08 177 4 16쪽
41 이놈은 가짜다 24.09.07 168 2 12쪽
40 사랑의 회초리 +2 24.09.06 189 2 15쪽
39 내가 죽는다고 했지? +1 24.09.05 173 2 15쪽
38 단정곡의 전설 +2 24.09.04 171 2 19쪽
37 야차와 짐승 +1 24.09.03 189 1 11쪽
36 용봉지회 龍鳳之懷 24.09.02 187 1 14쪽
35 용봉지회 龍鳳之懷 24.09.01 186 1 13쪽
34 용봉지회 龍鳳之懷 24.09.01 185 2 14쪽
33 용봉지회 龍鳳之懷 24.08.31 194 1 11쪽
32 너에게 닿기를 +1 24.08.30 181 1 14쪽
31 혀는 칼보다 강하다 24.08.29 178 1 15쪽
30 와, 이게 되네? 24.08.29 199 2 17쪽
29 반검무쌍 半劍無雙 24.08.28 214 2 12쪽
28 내눈에 뛰면 죽는다 24.08.28 199 1 19쪽
27 곤륜의 무공이란 24.08.27 202 2 15쪽
26 비무 대회 24.08.27 211 1 12쪽
25 비무 대회 24.08.26 193 1 16쪽
24 비무 대회 24.08.26 208 1 15쪽
23 비무 대회 +1 24.08.25 204 1 14쪽
22 속에 거지가 들었나? 24.08.25 20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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