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제일인의 마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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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임참깨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8.19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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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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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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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반검무쌍 半劍無雙

DUMMY

3회차 예선전 날.


이른 아침부터 시작인지, 관중의 수는 제법 많지 않았다.


보는 이가 많지 않음에도 예선자들의 긴장감을 덜어주지는 못한 모양이다. 붕대도 감아보고, 명상도 하며 각자만의 방법으로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너희들이 노고가 많다.'


매일마다 예선전을 치뤄야함에도 불평 없이 최선을 다하는 후배들을 보며 흐뭇해 하던 왕당.


자신도 이런 시절이 있었지 하며 가끔 과거를 회상하기도 한다.


그런데


어째 얘는..


시간이 지날 수록 왜 이러는걸까?


방금 관짝에서 튀어 나온 사람 마냥, 퀭하다 못해 온몸에 정기가 빠진 것처럼 축 늘어진게 힘 없어 보인다.


게다가 평소보다 신경질적인 그녀.


"아저씨..빨리 시작 안해요?"


으르렁-!


흡사 살쾡이? 아니 맹수를 마주하기라도 한 듯한 착각마저 일으키던 그녀는 바로 곤륜파의 문도 소령이었다.


"그럼 다들 준...비...?"


빨리 시작해요..빨리 시작해요..빨리 시작해요..빨리 시작해요..빨리 시작해요..빨리 시작해요..


"되..셨.."


빨리 시작하라고..빨리 시작하라고..빨리 시작하라고..빨리 시작하라고..


이 압박감은 뭐지?


게다가 환청마저 들려오는듯 하다.


잠을 못자서인지 살기인지 모를 충혈된 안구가 자신을 노려보니 결국 앞뒤 다 생략하고 시작을 알렸다.


"끄응 시작하시오!"


외침과 동시에 하북팽가의 개망나니라 불리던 팽마호가 대도를 풍차처럼 돌리며 그녀를 위협했다.


"크하하하! 운좋게도 여기까지 올라왔다만. 3차전에 이 몸을 만나게 되다니 안타깝소. 어디 나의 선풍도참을 한번 맛 보..끄악!!"


말할 틈도 주지 않았다. 그대로 천장 위로 솟구쳐 천장에 박힌 팽마호 하반신만 덜렁이고 있었다.


이, 이게 뭐야?!


왕당은 순간 턱이 빠지는 줄 알았다.


시작한지 5초도 안되어 끝나버린 시합.


오늘만큼은 기필코 움직임을 놓치지 않으려 했건만..


"스, 승자는..소.."


기뻐함도 없이 축 늘어진채 비무장을 벗어나는 소령을 보며 왕당을 말꼬리를 흐렸다.


"..령이오."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현실임에도 관중석은 놀라기 보다 되려 조롱과 웃음이 남발했다.


"또 이겼네?"

"뭐야, 하북팽가 녀석.. 본인 스스로 날아간 꼴이잖아?"

"이거 완전 웃기네 푸하하하!"


관중들은 오히려 팽마호가 머리 위로 회전시킨 도의 풍력으로 스스로 솟구쳐 오른 줄 알았다. 그게 아니라면 현실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으니 말이다. 어떻게 간단한 발길질에 사람이 저 높은 천장위로 솟구칠수 있단 말인가?


'정말 보는 눈들이 없구나.'


예선 대기자 석에서 이를 지켜보던 구양문은 생각했다.


무려 3회차까지 올라온 신예이다. 그런 말도 안되는 이유로 졌겠는가?


그는 턱을 괴며 사라져가는 소령을 쳐다봤다.


일초식이라..


재미있네?


매우 흥미롭게 지켜보던 이때. 비무장으로 자신의 이름이 호명된다.


"고산문(孤山門)의 구양문 나오시오!"


"네네, 갑니다요."


그는 팔푼이처럼 웃으며 심판관에게 인사한다.


"하하 수고가 많으십니다."


"웃기는 녀석이군."


그의 상태를 확인한 상대가 비웃음을 지었다.


15세 정도 되어보이는 앳 된 모습. 계집처럼 곱게 생긴 녀석은 어울리지 않게 행색이 누추했다.


기어입은 흔적이 심한 마의 차림. 누가봐도 없이 살았을것 같던 그가 어깨에 있던 검을 뽑아들었다.


그러자 방금까지 비웃던 상대와 관중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반검이잖아?"


뭉특하게 끝 부분이 잘리며 이까지 나가 있던 초라한 검.


"설마 저자가..?"

"그래 맞아! 반검무쌍 구양문이군!"


고산문(孤山門)의 일인 제자. 반검무쌍(半劍無雙) 구양문.


듣도 보도 못한 일인 전승의 문파. 스승이 누군지 조차 밝혀지지 않은 유일 제자다.


행색이 초라하고 문파조차 알려지지 않아 모르는 이들이 많지만, 유일하게 다들 아는 것이 있다면 바로 저 반검.


그렇게 비무가 시작되고.


상대는 그 유명하다던 반검과 맞댈 생각하니 흥분에 몸을 가누지 못했다.


그러나


스컹-!


일초식과 함께 빛이 번쩍이더니, 들고 있던 검이 무처럼 양단되어버렸다.


"뭐...뭐?"


차마 눈으로 쫒지도 못했다. 한줄기 빛처럼 사라졌다 나타난 그의 모습.


어떻게 된 일인지 반쪽이 되어버린 자신의 검을 허무하게 바라봤다.


결국 싸울 무기도 없어져 버린채, 기권승으로 예선전을 통과하게 된 구양문이 비무장을 떠났다.


관중석으로 함성이 터져올랐다.


전설이 돌아왔다.


독보적인 비무행만으로 소문이 자자했던 신예 강자!


저 반검에는 간판을 손수 내린 소문주들의 통곡이 깃든 검이다.


지금껏 그가 예선전에서 알려지지 않았던건, 검을 뽑지 않고 오로지 검집으로만 상대를 제압해왔기 때문.


그 실체가 처음으로 모습을 들어냈다.



✻✻✻



다들 숙소로 돌아오며 분위기는 침울해 있었다.


다행히 부상을 크게 입지 않았지만, 어쩐지 평소보다 기량이 떨어졌던 양춘은 아슬하게 예선전을 통과했고. 반대로 하루가 달리 성장해가는 혜영은 손쉽게 3차전을 통과 했다.


그럼에도 무엇 때문인지 다들 눈치를 살피느라 입을 열지 못했다.


식어버린 흰쌀밥에 절임무 접시만이 놓인 조촐한 식탁.


소령이 젓가락을 들어 힘없이 절임무를 짚다가도 다시 화가 났는지 바닥으로 내리쳤다.


"이익-! 알려줄거면 제대로나 알려줄 것이지!"


양춘을 비롯해 단양과 도원이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한다.


덕분에 단여리는 찾지도 못하고 개방의 건물만 아작 냈으니, 그들이 거액의 배상 청구라도 했다간 곧장 야반 도주 해야할지도 모를 판국이다.


"누님. 일단 진정하고 식사부터.."


도원이 조심스레 말하자 소령의 눈이 부릅떠진다.


"지금 입구녕에 음식이 들어가?"

"끄응.."


괜히 말이나 붙이지 말것이지.

끝까지 눈치 없는 녀석.


단양은 힘 없이 한숨을 내쉰다. 다들 부상까지 당한 마당에 전날처럼 곡예도 할 수 없는 상황.


어떻게 급전을 마련할까 고민하던 사이에 객잔의 입구쪽으로 한줄기의 빛이 쏟아진다.


"소령 낭자~!"

"이익 짜증나는데 누가...아저씨?"


한껏 소리라도 지르려 했는데, 눈앞에 상대를 보며 그러지 못했다. 그는 다름 아닌 남문표국의 장표두였다.


"하하! 지금껏 찾느라 애먹었소. 그동안 여기에 다들 지내셨던거요?"


"표두 아저씨가 여긴 어쩐 일이세요?"


장표두는 간드러진 콧수염을 쓰다듬으며 자연스럽게 합석을 했다. 방금 막 도착했는지 오랜 여정길을 밟은 초라한 행색이 그대로다.


"국주님의 명을 받아 잠시 이곳에 오게 되었소. 마지막에 비무 대회에 참여한다고 했으니 혹시나 몰라 인근 객잔까지 싹 뒤진 상태요 하하."


눈치없이 웃던 장표두는 도원과 단양의 부러터진 얼굴을 보며 말했다.


"그나저나..단양께서는 어째 얼굴이.."

"묻지 마시오."

"미, 미안하오리다."


장표두는 급히 시선을 돌려 조촐한 식탁을 보았다. 그리곤 점소이를 급히 불러 간드러지게 음식상을 차리게 했다.


순간 눈물을 글썽이는 소령.


"다행히 양 호위의 수하분께서 가주님께 잘 얘기 해준덕인지 모용가에서는 남문표국에 어떠한 일언반구도 없으셨소. 정말 감사드리오."


"감사는요. 오히려 민폐만 끼쳐 송구합니다."


"어허! 결코 그렇지않소. 그나저나 어르신이 안보이시오?"


만귀자를 찾던 장표두가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자, 혜영이 대신 대답했다.


"어르신은 잠시 일이 생기셔 한동안 자리를 비운다고 하셨어요."


"이런, 안타깝소. 계셨다면 거하게 한잔 나눌까 했건만.."


"저랑 같이 한잔해요! 저기요~..여기욧!!"


혹 술상을 물릴까 싶어 애타게 점소이를 찾는 소령의 다급함이 느껴진다. 한참을 불러서야 귀먹어리 점소이가 다가왔다.


간드러진 식사와 두강주 한병이 식탁에 놓이니 분위기가 어느때보다 밝다.


한참 식사가 끝나고 자리에 일어난 장표두는 조용히 점주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식사 외에도 추가로 선불을 지급하며 앞으로 식사까지 모두 책임져 주었다.


사필귀정이라 했던가?


그 날 남문표국을 위해 몸 바쳐 녹림과 싸웠던 소령은

자신의 희생이 헛되지 않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



"끄응.. 여긴 또 어디야?"


지끈거리는 이마를 부여잡고 단여리가 몸을 일으켰다.


철창으로 가로막힌 밀실 안.


분명 어제 한껏 취한채 기루에서 잠들었는데?


대체 여기가 어딘지도 모른채, 본능적으로 물을 달라며 소리만 칠뿐이다.


"깨어나셨소?"

"아앙? 당신은..?"


철창 사이로 얼굴을 들어낸 자는 다름 아님 명총사. 제갈 귀명이다.


"총사 양반. 대체 여긴 어디요?"


쯧쯧 정말 품위 없기로는. 그럼에도 귀명은 티 내지 않고 부드럽게 웃음만 지어보였다.


"여긴 맹의 본관 지하요."

"끄응..내가 왜 여기 있는거요?"

"한바탕 제대로 일을 벌리셨더구려."


순간 단여리의 표정이 구겨진다.


"빌어먹을. 그 점주 새끼 가만 두지 않겠다."


이를 갈던 단여리는 단단히 착각하고 있었다.


"하하 고발 같은게 아니오. 설마 비총관의 눈이 어디 한 둘이겠소? 애먼 사람 잡지나 마시구려."


"아앙? 대체 날 왜 여기에 가둔 겁니까? 당장 풀어줘요!"

"허허 가두긴요. 감금했다고 칩시다."


가둔거나 감금이나 그말이 그말 아니던가?


"아니 됬고 풀어달라고! 개방에서 이를 묵인할 줄 아시오?"

"미안하지만 왕륜 어르신의 명이오."

"서, 설마 그 노친네가 여기 온것이오?"


왕륜이란 소리에 평소 마귀같던 그녀의 표정이 처음으로 온순해진다. 세상에 오왕 중 하나인 걸왕 왕륜 어르신을 노친네라 표현하다니.


양녀로 들였던 그녀를 얼마나 잡아 족쳤으면 저런 반응이 나오는지 실로 예상이 간다.


"다행히 그분은 오시지 않았소만. 이 일은 맹주 어르신께서도 모르는 일이니 괜한 난동은 피우지 마시오. 본선 때 풀어드리리다."


"빌어먹을 본선까지 사흘이나 남지 않았소? 그때가지 이 답답한곳에 처박혀만 있으라고?!"


"쯧쯧, 잘못 아셨소. 본선까지 고작 이틀이오."


"앵 뭐라고?"


"모르셨소? 낭자는 이틀 동안 여기에 잠들어 계셨던 거요."


"말도 안돼..그럼!!"


당황하는 모습에 그만 웃음보가 터져버린 귀명은 급히 쥘부채로 입을 가렸다.


"그렇소. 오늘이..으흠! 예선전 마지막 날이오."





대회장 안.


평소보다 가득한 관중들이 함성을 질렀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예선의 마지막 5회차가 진행되는 날.


드넓은 비무장의 가운데로, 홀로 서 있는 젊은 남자가 보였다. 그는 바로 제갈 위지. 비총관의 막내 서기였지만, 입담이 좋아 이번 비무 대회의 해설자로 특채 되었다.


"자자~!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예선전의 마지막 날! 오늘까지 수많은 강자들을 쓰러트리고 살아남은 신예 12명을 소개합니다!"


"우와아아앗!"


양주먹을 쥐고 격분하는 관중들의 아래로 비무장에 12명이 걸어나왔다.


오늘 이곳에서 최종 6명을 뽑는 역사적인 날이 될 것이라 생각하니 흥분이 가시지를 않는다.


그리고 그 중에는 양춘과 혜영, 소령까지 4회차 예선을 통과하고 5회차 예선전에 당당히 모습을 들어낸 순간이다.


"이야, 결국 저 곤륜의 제자가 끝까지 살아남았을 줄이야."


관중들은 소령을 보며, 기가 찬 듯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어쩜 운이 저리도 좋을수가?


차라리 호각에 가까운 싸움을 보였다면 인정이라도 할테다. 하지만 매번 간단하게 승리하며 이곳까지 올라온 그녀는 누가봐도 순전히 운이었다.


덕분에 그녀에 대해 곱게 보지 않는 이들이 상당했으나, 운도 실력이라 평가하는 이들 또한 적지 않았다.


"신경쓰지 마요 소령."

"네...뭐.."


그럼에도 회장안은, 나가라며 잔뜩 조롱하는 철없는 관중들도 보였다.


"꺼져라!"

"빌어먹을 곤륜은 이곳에 남을 자격이 없다!"

"우우~!"


그녀를 향해 떡이며, 먹닥 남은 음식물을 투척하는 사람들. 기분이 상할 수 있음에도 소령은 전혀 개의치 않아 하는 모습이다.


그때였다.


"하핫, 결국 여기서 만나게 되었구만."


으응?


뭐지 이 건방진 말투는?

어딘가 익숙한 목소리다.


그녀의 옆으로 걸어온 한 남자.


"날 기억하는가? 곤륜 소녀."


씰룩거리는 재수없는 입술.

게다가 저 건방진 말투.


기억난다.


사천성에서 만났던 당가의 망나니.


당오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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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뜻밖의 희소식 NEW 11시간 전 66 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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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당신은 검제 이십니까? +1 24.09.13 119 4 12쪽
45 양자택일 +1 24.09.12 150 3 15쪽
44 습격 +1 24.09.10 153 2 15쪽
43 습격 +1 24.09.09 145 4 11쪽
42 습격 +3 24.09.08 158 4 16쪽
41 이놈은 가짜다 24.09.07 148 2 12쪽
40 사랑의 회초리 +2 24.09.06 163 2 15쪽
39 내가 죽는다고 했지? +1 24.09.05 153 2 15쪽
38 단정곡의 전설 +2 24.09.04 154 2 19쪽
37 야차와 짐승 +1 24.09.03 170 1 11쪽
36 용봉지회 龍鳳之懷 24.09.02 166 1 14쪽
35 용봉지회 龍鳳之懷 24.09.01 166 1 13쪽
34 용봉지회 龍鳳之懷 24.09.01 163 2 14쪽
33 용봉지회 龍鳳之懷 24.08.31 176 1 11쪽
32 너에게 닿기를 +1 24.08.30 161 1 14쪽
31 혀는 칼보다 강하다 24.08.29 160 1 15쪽
30 와, 이게 되네? 24.08.29 181 2 17쪽
» 반검무쌍 半劍無雙 24.08.28 199 2 12쪽
28 내눈에 뛰면 죽는다 24.08.28 181 1 19쪽
27 곤륜의 무공이란 24.08.27 187 2 15쪽
26 비무 대회 24.08.27 194 1 12쪽
25 비무 대회 24.08.26 178 1 16쪽
24 비무 대회 24.08.26 193 1 15쪽
23 비무 대회 +1 24.08.25 186 1 14쪽
22 속에 거지가 들었나? 24.08.25 185 1 13쪽
21 하나도 모르는데? 24.08.24 184 1 15쪽
20 모여드는 신인 강자들 24.08.24 20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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