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제일인의 마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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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임참깨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8.19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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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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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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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중원은 생각보다 좁다.

DUMMY

느닷없이 검제의 첫째 제자라니..


믿을 수 없는 얘기지만, 지금껏 구양문이 보여왔던 행보를 보자면 헛소리는 아닌듯 싶었다. 그의 무위를 보자면 이미 현경의 수준에 오른 지는 오래인 듯 했다. 허나 결코 오왕과 같은 수준은 아니다. 이 사내는 분명 생사경에 이르는 관문에 막힌 지 상당히 오랜 세월이 지난 듯 보였다.


'반로환동의 고수가 제자라..'


대체 검제는 어떤 인물이란 말인가? 단 한번의 소원이 있다면, 그를 만나보고 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소박한 마음뿐이었다.


아직도 못 믿겠냐는 구양문의 말에 귀명은 고개를 절랬다.


"충분히 믿습니다. 당신 같은 분께서 신분을 속이고 비무대회에 참가하신 이유가 뭡니까?"


"말씀드렸잖습니까, 못난 사제 버릇 좀 고치려고 왔다고."


"현진이 어때서 말입니까?"


귀명은 이해되지 않았다. 누구보다 무예가 출중하고 인품도 뛰어난 아이였다. 또래에서는 현진을 뛰어넘을 자가 없어 보였는데 아직도 부족한 게 있다는 말이던가?


귀명의 의중을 눈치챈 양문이 대답했다.


"그래서 문제입니다. 너무 뛰어난 재능은 정작 중요한 걸 잊게 하죠."


"가르침을 주십시오."


양문이 자신보다 더 윗배라는 것을 눈치챈 이상 귀명은 깍듯하게 존칭을 사용해야만 했다.


"간절함이죠. 자만심에 발목 잡혀 수행을 게을리하지나 않을까 했던 스승님의 우려가 컸죠. 보아라, 세상에는 너보다 강한 자들이 수두룩 하단다. 뭐, 저야 사제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으니 조용히 사라지려고 했지만.."


양문이 말끝을 흐리자, 귀명이 의아해 물었다.


"그러셨군요. 결국 목적을 달성하셨는데, 어째서 계속 남으셨던 겁니까?"


양문은 허공을 보며 넌지시 웃었다.


"싸워보고 싶은 아이가 생겼습니다."


구양문의 말은 참으로 놀라웠다. 백현진을 제외하고 그의 관심을 끈 아이가 또 있었단 말인가?


"대체 누구입니까?"


"그건.."


꼴깍-


침을 삼키며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비밀입니다. 하핫."


"........."


귀명은 순간 허탈해졌다. 역시나 아직 숨기는 게 많아 보이는 자였다. 양문은 나중에 천천히 알게 될 것이라 말하며 그만 본맹으로 돌아가자고 말했다. 둘이 몸을 일으키며 하산하려던 때 양문이 다시 말했다.


"참고로 제 정체에 대해 비밀인 건 아시죠?"


"물론입니다, 어차피 얘기해도 아무도 믿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혼란만 가중되겠지요."


"그럼, 앞으로도 평소처럼 대해주십시오. 귀명 총사님."


"원하신다면."


"그리고 곤륜 아이의 비밀도 꼭 지켜주십시오."


"네에?"


양문은 의미 모를 웃음만 남기고 다시 발길을 밟았다.


귀명은 생각했다.


그 또한 소령이 가짜 행세를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단 말인가?


놀랍구나. 헌데 왜 저자가 왜 곤륜의 아이를 신경 쓰는 것이지?


혹시?


멀리 사라지는 양문의 뒤를 보며, 어수선한 마음을 정리한 뒤 그를 뒤쫓았다.


그렇게 둘이 맹주의 집무실에 당도했을 때는 이미 소령과 임사홍이 먼저 도착한 뒤였다. 양문은 소령과 사홍에게 오랜만이라며 간단히 인사를 나눈 뒤 맹주의 앞에 나란히 정렬했다.


"그래, 본관에서는 지낼만 하던가?"


"네, 편의를 봐주셔서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


싱글벙글 웃는 양문의 대답에 비해 소령과 사홍의 표정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구면을 처치한 후 이전보다 더욱 의기소침해 보이던 사홍과 달리 소령은 발을 거니는 곳마다 광란잠봉 이야기에 신경이 곤두선 상태다. 그런 둘의 눈치를 살피던 맹주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자네들에겐 여러모로 미안함이 많네. 다들 어렵게 사강에 진출했지만, 지금 분위기로서는 대회를 중지해야 하는 게 옳다고 판단했네."


다소 착각을 했던 맹주였지만, 그는 진심으로 미안해했다. 어찌 됐든, 방비를 하지못한 자신의 책임이 가장 컸다. 때문에 이를 핑계 삼아 남궁 세가와 점창파의 압력이 나날이 심해져 갔다. 남궁 가주의 첫째 아들인 남궁 호천이 구면악인에 의해 죽어버렸고, 점창파의 강리황이 그에게 오른팔이 베이며 무인의 생명마저 끊어져 버렸다. 지금 기세로는 당장 악인궁과 전쟁이라도 치를 작정이었다.


물론, 전쟁이 일어나서는 결코 아니 되었다. 악인궁과는 별개의 일이라며 계속해서 설득해보려 했지만, 분노에 눈이 뒤집힌 그들을 진정시키기에는 다소 역부족이었다.


현재 맹은 지속적으로 회의를 거치며 전쟁 찬반 대립에 골머리를 섞는 중이었다. 이렇게 바쁜 상황에서 자투리 시간을 내 셋을 부른 것 또한 맹주의 결단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내가 자네들을 보자고 한 건 다름 아닌 이것 때문이네."


무용백의 시선에 귀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새 집무실로 들어선 맹원들이 셋에게 전낭 한 꾸러미씩 건네주었다.


"이게 뭐에요?"


묵직한 것이 살짝 흔들어보니 짤랑거렸는데 은자가 한가득 들어 있었다.


"구면악인의 현상금을 셋에게 골고루 나누었네. 한 자루당 은자 삼천 삼백 냥은 될 걸세."


"삼..삼천 삼백 냥?!"


소령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하하. 부족하던가?"


"아, 아뇨.."


평생 살면서 이토록 많은 거금을 만져 본 적 없었기에 놀랍기도 한편 떨떠름하기도 했다. 사천성부터 섬서에 이르기까지 워낙 돈에 시달려 그 소중함을 잘 알았던 그녀였지만..딱히 물질적 보상을 원했던 건 아니었다.


"저...이거 다시 드릴게요."


소령이 현상금을 책상에 다시 올려놓았다. 그러자 모두가 의아해하며 소령을 보았다.


"왜 그러는가?"


"전 돈보다 정보가 필요해요."


그녀가 애초에 비무 대회를 참가한것은 이송백에 관한 정보가 필요해서였다. 대회 결승도 치를 수 없는 상황이기에 차라리 이 돈으로 협상을 제안했다.


"어떤 정보를 말하는 건가?"


"천하제일인 이송백이란 자를 찾고 있어요."


"천하제일인?"


천하제일인이란 단어에 모두가 집중했다. 그야 소령도 잘 알고 있다. 현 중원은 삼제 오왕 칠마로 삼각 대립으로 나누어진 상태로 천하제일인이 없다는 것을. 그런데도 그녀가 굳이 이 얘기를 꺼낸 것은 송백을 찾을 유일한 단서였기 때문이다.


"총사. 혹시 아는 게 있는가?"


귀명은 고개를 절레였다.


"아무래도 잘못된 단서인듯 싶군. 결국은 사람을 찾는다는 말이지?"


"네에.."


"찾는 이유는?"


"비밀이에요."


"그렇군.."


어떤 이유 관계인지 모르고 덜컥 찾아주는 건 비상식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소령을 비켜본바, 나쁜 짓을 저지를 아이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그녀의 강함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앞으로도 우호적인 관계를 쌓는 것이 맹을 위해서도 현명한 일이라 판단했다. 맹주는 적극적으로 그녀를 돕기로 결심했다.


"그 외에 다른 단서는 혹 없던가?"


맹주의 물음에 소령은 잠시 멍해졌다.


송백에 관한 거?


그러고 보니 송백에 대해 아는게 뭐가 있었지?


생각해보니 아는것이 많지 않았다. 그와의 첫 만남은 만뢰 봉우리에 쓰러져 있던 송백을 데려와 치료한 이후였다. 꺼져가던 심지를 되살린 건 선외자였지만, 그 불씨가 꺼지지 않게 지극 정성으로 돌봤던 건 소령이었다. 이후 둘의 인연은 시작되었고, 어느 날 송백의 갑작스러운 고백에 혼인까지 덜컥 해버렸다.


이후부터 특별한 건 없었다. 남들처럼 평범한 신혼을 즐겼을 뿐. 딱히 그의 과거에 관해 묻지도 않았고, 그 또한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없어 보였다. 결국 자신은 남편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물론 한 가지를 제외한다면..


"잘생겼어요."


"그리고?"


"그게 끝이에요."


"........."


어처구니없는 대답에 맹주는 입을 다물었고, 귀명은 처음으로 실소를 터트렸다.


"그렇게만 말하면 도움을 줄 수가 없네.."


"하지만 진짜 그것뿐이 몰라요."


"일단 용모파기라도 해서 각 지부에 돌려보도록 하지. 총사는 비총관에 연락해 용모파기를 토대로 외사원들을 꾸려보게."


용백의 명령에 귀명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됐든 자네는 중원을 구한 영웅 중 하나이니, 책임지고 우리가 돕도록 하겠네. 그리고.."


맹주는 책상에 놓인 현상금을 들어 다시 소령에게 쥐여주었다.


"이건 현상금이니 정보와는 별개 일이네. 받도록 하게."


"하지만.."


"받아주게. 날 위해서라도.."


전낭을 한참 바라보던 소령이 눈물을 글썽였다.


"흑, 아저씨.."


"아저씨가 아닐세."


무슨 입버릇처럼 자꾸 아저씨를 입에 담아 올리니, 혹여 누가 볼까 겁이 덜컥 났다. 하지만 자신을 권위 높은 맹주가 아닌 한낱 동네 아저씨처럼 대해주니 옛 생각도 나는 것이 어쩐지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앞으로 어찌들 할 생각인가? 자네들이 괜찮다면 본맹에 거주하는 것을 추천하겠네. 자네들은 악인궁의 표적이 되었을 수도 있어."


셋은 서로를 번갈아 보다 양문이 먼저 대답했다.


"전 묶이는 게 싫은 성격이라, 제 발길 닿는 대로 살겠습니다."


이어 사홍이 답했다.


"저는 소저가 결정하는데로 따르겠습니다."


앵?


느닷없이 자신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사홍을 이상하게 보던 소령.


대체 뭔 생각인지 모르나, 소령 또한 자신의 결정을 말했다.


"전 섬서성 인근 객잔에서 머물겠어요. 여기 시설도 편하고 좋긴한데..좀 갑갑해서요. 보고 싶은 사람들도 있구.."


사람을 통해 송백을 찾아본다고 했으니 당분간은 이곳에 머물러야만 했다. 그리 말하니 사홍 또한 당분간 섬서성에 머물겠다 답했다.


"그런가, 자네들의 결정을 존중하겠네. 아무쪼록 몸조심들 하시게."


그렇게 용무가 끝나고 셋은 집무실을 빠져나왔다. 건물 복도를 지나 계단을 내려가던 도중 사홍이 둘을 불러세웠다.


"왜 그러십니까?"


"이 돈..소저가 가지시오."


사홍은 자신의 현상금을 소령에게 건네주었다.


"어째서요?"


소령이 놀라 묻자 사홍이 답했다.


"전 이 현상금을 받을 자격이 없습니다. 이 돈은 당신이 가지시는 게 맞습니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당신은 충분히 받을 자격이 있어요. 구면의 힘을 빼지 않았더라면 우리도 손쉽게 그를 처치하지 못했을 거예요. 당신 손으로 구면악인을 해치운 거나 다를 바 없다고요."


침울해 있던 사홍의 입가에 처음으로 미소가 번졌다. 어쩌면 이 말을 듣고 싶었던 이유인지도 모른다.


"그렇게라도 말씀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오. 하지만 은혜를 두 번씩이나 입었는데, 이 정도 보답도 못 하면 인간으로서 도리가 아니오."


사홍의 말에 둘은 고개를 갸웃했다.


"언제, 두 분이 만난 적이 있었소?"


"아뇨, 난 기억이 없는데? 우리가 언제 따로 만났었나요?"


사홍은 허탈하듯 웃었다.


"사천성. 남화루. 합석. 기억하십니까?


드디어 기억났든지 검지로 그를 가리키며 놀라 했다.


"아! 그때 그 싸가지?"


"싸..가지요?"


잠깐의 만남이었던지라 잊고 있었지만, 당시 어항육슬을 내밀며 한입 해보라던 자신의 선의를 무시했던 사내가 떠올랐다. 그가 임사홍이었다니? 그때는 사람 물음에도 대답도 하지 않아 싸가지로 인식했는데, 지금 보니 그저 내성적이고 조용했던 사람이었을 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구절마객에 인질로 잡혀 있던 사람도 임사홍이었구나.


"아, 아니에요. 그나저나 중원 바닥이 정말 좁긴 좁군요."


"정말 그런가 보오. 어찌 됐든 은혜에 보답하기는 많이 부족하지만 이 돈 받아주십시오."


"그래도 안돼요. 당신이 덜컥 내게 돈을 줘버리면 남들이 의심할 게 아니에요."


소령의 말에 그동안 의문을 가졌던 양문이 이유를 물었다.


"혹, 공적을 숨기는 이유가 찾는 사람과 관련이 있는 겁니까?"


양문의 물음에 소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는 답해주지 않았지만, 괜스레 이목이 쏠리면 송백이 눈치채고 어디로 튈지 모를 일이었다. 그 때문에 귀찮게도 얼굴까지 바꾸지 않았던가? 하지만 소령이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이미 중원에 희대의 미친 인간으로 전락해 있던 상황.


물론,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 않았다.


단여린에게 억하심정이 많았던 이들이 제법 상당했다. 비무대회에서 단여린을 두들겨 팼던 소령은 그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고, 때로는 그녀의 강함을 동경하며 따르는 이들도 제법 적지 않았으니깐.


양육강식. 강자논리.


그것만이 오랜 세월 동안 강호를 지탱해온 불변의 원칙이었다.


작가의말

다들 풍성한 한가위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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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새로운 여정 NEW 6분 전 1 0 13쪽
49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법 24.09.18 87 4 17쪽
48 뜻밖의 희소식 24.09.17 130 1 18쪽
» 중원은 생각보다 좁다. 24.09.14 167 2 13쪽
46 당신은 검제 이십니까? +1 24.09.13 144 4 12쪽
45 양자택일 +1 24.09.12 170 3 15쪽
44 습격 +1 24.09.10 169 2 15쪽
43 습격 +1 24.09.09 161 4 11쪽
42 습격 +3 24.09.08 175 4 16쪽
41 이놈은 가짜다 24.09.07 164 2 12쪽
40 사랑의 회초리 +2 24.09.06 185 2 15쪽
39 내가 죽는다고 했지? +1 24.09.05 170 2 15쪽
38 단정곡의 전설 +2 24.09.04 168 2 19쪽
37 야차와 짐승 +1 24.09.03 186 1 11쪽
36 용봉지회 龍鳳之懷 24.09.02 182 1 14쪽
35 용봉지회 龍鳳之懷 24.09.01 181 1 13쪽
34 용봉지회 龍鳳之懷 24.09.01 181 2 14쪽
33 용봉지회 龍鳳之懷 24.08.31 192 1 11쪽
32 너에게 닿기를 +1 24.08.30 178 1 14쪽
31 혀는 칼보다 강하다 24.08.29 176 1 15쪽
30 와, 이게 되네? 24.08.29 196 2 17쪽
29 반검무쌍 半劍無雙 24.08.28 212 2 12쪽
28 내눈에 뛰면 죽는다 24.08.28 197 1 19쪽
27 곤륜의 무공이란 24.08.27 200 2 15쪽
26 비무 대회 24.08.27 208 1 12쪽
25 비무 대회 24.08.26 191 1 16쪽
24 비무 대회 24.08.26 206 1 15쪽
23 비무 대회 +1 24.08.25 202 1 14쪽
22 속에 거지가 들었나? 24.08.25 199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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