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제일인의 마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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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임참깨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8.19 12:55
최근연재일 :
2024.09.1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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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2,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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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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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용봉지회 龍鳳之懷

DUMMY

단여리가 오랜만에 신선한 바깥 공기를 쐬며 숨을 크게 한번 들이 마쉰다.


"후~아!"


그동안 칙칙한 창살 안에만 갇혀 지냈던지라 따뜻한 햇살이 기분이 좋았던지 눈을 감고 고개를 들어 올렸다. 잠시동안 일광욕을 즐기던 단여리에게로 진소유가 말을 걸었다.


"개방의 단여리 소저 이시오?"

"엉?"


꿀맛 같던 순간을 방해한 상대가 거슬렸던지 눈꼬리를 치켜들었다. 영웅끈을 단정히 맨 모습이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샌님 행색이다.


"넌 뭐야?"


다짜고짜 반말에 진소유가 불쾌감을 느꼈지만, 금세 표정 관리를 하며 내색하지 않았다.


"소인은 해남문의 문주이신 진도윤의 첫째 아들 진소유라고 하오. 어제 다른 구파분들께는 다 인사를 드렸는데 개방의 제자분께는 그러지 못해 매우 아쉬웠었소 하하. "


누가 봐도 눈도장 찍을 속셈이었다. 거칠고 사납기로 소문난 단여리였지만 눈치도 못 살필 만큼 바보는 아니었다.


"아아 해남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지. 속가 제자란 놈들이 구양문이라는 애송이에게 죄다 쥐어 터졌었다는 걸 하하하!"


역린을 건드렸던 걸까?


진소유의 미간이 처음으로 찡그려진다.


구파에게 잘 보여야 한다던 위장로의 말에 따라 어린 녀석들에게 머리를 숙였건만, 그 대우가 겨우 이정도인가? 진자운이란 녀석도 그렇고 구파녀석들의 오만이 하늘을 찌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만있음 덤비던가."

"아, 아니오..이만 가보겠소."


얼굴을 곱씹으며 떠나는 진소유를 보며 단여리는 통쾌함을 느꼈는지 더욱 크게 웃음을 날렸다.


소문대로 성격이 개차반이라더니 쯧쯧.


처음으로 얼굴을 알게 된 소령이 단여리를 노려보며 혀를 찼다.


저년을 어떻게 밟아 줄까 고민하던 사이.


양춘의 상태가 다시 좋아 보이지 않아 걱정된다.


발작이 다시 도졌다.


극복했다고 생각했는데. 원흉을 막상 대면하고 나니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크윽.."


심하게 떠는 손을 간신히 쥐어 잡으며 버텨보려 애를 썼다.


"아앙? 네가 왜 여기에 있어?"


뒤늦게 양춘을 발견한 단여리가 눈을 치켜뜨며 다가왔다.


"나한테 처발렸던 놈이잖아? 설마 네놈 예선전을 통과한 것이야?"


의외라는 모습에 양춘이 고개를 떨군다. 차마 두 눈으로 마주 볼 용기가 나서지 않았다.


"뭐야? 너..설마 쫄은거야? 크크큭."


"야.."


"어엉?"


그 순간 왠 계집이 나서며 반말로 찝쩍거리니 단여리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뭐야 이 계집 종은?"

"너가 단여리지?"

"아앙 근데 어쩌라고 이 촌년아."


하, 촌년?


생긴 건 지가 더 촌스럽게 생겨놓곤.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한대 줘 패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실격패를 당할 게 뻔하니 애써 참아본다.


"너네 두목한테 내 얘기 못 들었나 보네?"

"두..목?"


섬서 지부 분타주 황발을 두목이라 칭하는 소령. 덕분에 누굴 말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래, 남이 열심히 번 돈으로 계집질하니 좋았어?"

"아..!"


그제야 단여리가 눈치챈 모양이다.


"아. 그러고보니 네년이 곤륜의 여제자이군."


기억 났다는듯 단여리가 처음으로 관심을 보인다.


"삼초에게 얘기 들었다. 네년이 분타 건물을 작살냈다고 하던데.. 대체 어떤 년인지 얼굴이 궁금하더군."


"그래서 막상 보니 어때?"


"크큭 쥐새끼 만한게, 팰 맛도 안 나겠군."


아아..우승이고 나발이고 모르겠다.


솔직히 사과라도 했으면 그냥 점잖게 넘어가려고 했건만..이런 것들은 당장 매가 필요하다. 시건방진 저 면상에 얼굴이라도 갈기지 않으면 오늘 잠에 들지 못할듯싶던 그때, 아쉽게도 임호연이 나타나 둘의 사이를 가로막았다.


"두분 다 그만하시오. 맹주님이 보고 계시오."


그제야 단여리가 단상 위를 본다. 맹주 무용백이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쳇, 땡중 잇다가 보자."


단여리가 급히 자리를 벗어나자 호연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휴, 큰일 나는 줄 알았소."

"뭐요? 제가요?"


지금 이 땡중이 누굴 걱정하는 거야?


호연은 소령에게 당분간 단여리의 눈에 뛰지 말라고 충고하고는, 허옇게 질려 있던 양춘의 어깨를 잡으며 안심시켰다.


"걱정마시오. 그대의 복수는 소승이 해드리겠소."


"땡..아니 호연 스님. 그게 무슨 말이죠? 벌써 대진표가 나왔어요?"


호연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곳을 보라 한다. 벽으로 대자보처럼 걸려 있는 큼지막한 대진표가 붙어 있었다.


【 1회전 청 성 파 강리황 對 남궁세가 남궁 호천.】

【 2회전 모용세가 모용 지혜 對 모용세가 모용 혜영.】

【 3회전 무 당 파 진향린 對 곤 륜 파 소 령.】

【 4회전 해 남 문 진소유 對 은 영 문 임사홍.】

【 5회전 화 산 파 백현진 對 고 산 문 구양문.】

【 6회전 종 남 파 진자운 對 모용세가 모용 양춘.】

【 7회전 소 림 파 임호연 對 개 방 단여리.】


총 7회차까지가 오늘의 대련 순서였다.


자신의 첫 상대가 단여린이 아닌 게 못내 아쉬웠지만, 크게 불만은 없었다. 누구보다 단여린을 단죄하고 싶던게 임호연이었을 테니깐.


어느새 14명의 후보자들이 모두 비무장에 모여들었고, 단상 위로 선 맹주를 향해 일렬로 줄을 섰다. 모두의 관심이 쏠려있던 맹주가 축하 연설을 마무리하며, 용봉지회의 시작을 알렸다.


첫번째 대련은 청성파의 강리황 대 남궁세가의 남궁 호천이었다.


제갈 위지는 비총관 외사원들이 수집한 정보를 통해 참가자의 약력에 관해 설명해갈 동안 둘은 어색하게 마주 보며 서 있었기만 할 뿐이었다.


'남 공자가 남 공자가 아니라?'


강리황은 맞은편에 있던 호천을 발끝부터 훑어가며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의 대도가 화령이 말했던 것과 달리 왼손에 들려 있었다.


'역시, 그녀가 착각한 모양이군.'


강리황이 포권을 취하며, 먼저 인사를 건넸다.


"호천 형의 일품 명도를 대적할 생각을 하니 영광이오. 잘 부탁하오."


"잘 부탁드리오."


고작 인사한다는 게 그게 다야?


평소 세 치 혀가 길던 그였는데, 오늘따라 필요 없는 말들은 함구하고 있었다. 어쩐지 이상하다 싶었지만, 직접 검을 겨뤄보면 알 듯싶다.


강리황이 먼저 검을 뽑아 들고 기수식을 취했다.


호천 또한 도를 들어 올려 응수 자세를 취한다.


첫 초식은 서로 가볍게 검을 맞대었는데 강리황이 차츰 반 박자 빠르게 올려 나갔다. 검과 도가 부딪치며 불꽃이 튀어 올랐고,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일반인들이 보기에 눈으로 따라갈 수 없을 정도다.


검로가 계속해서 막히니 강리황은 송풍검(松風劍)의 첫 초식을 사용하였다. 그의 주변으로 작은 바람이 소용돌이처럼 휘몰아치니 남호천의 앞 이마가 쓸려나간다.


휘오오오-!


내기를 가득 담은 강리황의 검이 호천의 도를 일방적으로 두들겼다.


"오옷! 청성의 강리황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음공을 잔뜩 담은 위지의 목소리가 회장 안으로 울려 퍼졌다. 누가 봐도 강리황이 우세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당혹스럽다. 내기를 잔뜩 담아 후려쳤음에도, 어찌 상대의 눈은 단 한 번도 깜빡이지 않았다.


어째 동년배와 싸우는 것 같지 않은 기분이다. 까마득히 높은 곳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호천이 이 정도로 강했던가?'


물론, 그 또한 여러 후지기수들 중 유력한 우승 후보였다. 하지만 차이란 거도 어느 정도 상식선이어야지. 이건 마치..


"하체가 비었군."

"뭣?"

"아래를 조심하게."

"크윽!"


친절하게 어디를 공략할지 일러주는 호천. 만약 그가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분명 오른쪽 무릎이 베어나갔을 것이다.


"다음은 왼쪽 죽머리 3치 끝부분일세."


강리황은 순간 급히 검을 움직여 어깨를 막아냈다.


"이게 뭐 하는 짓이오?!"


자신을 농락하는 것인가? 공격하는 곳마다 미리 입으로 알려주는 것이 아랫사람을 가르치려 드는 듯한 착각마저 주었다.


다시 어디를 공략할지 호천의 입은 대련 내내 쉴 틈이 없었다. 결코 그의 말을 따르고 싶지 않았지만, 무의식적으로 그의 입이 향한 곳으로 검이 움직였다.


결국 악에 받친 강리황이 잠시 거리를 두며, 호흡을 가다듬고는 곧장 청운적하검(靑雲赤霞劍)을 시전했다. 푸른 기운이 안개처럼 퍼져 오르며 호천을 향해 날아들었다.


휘리리릭-!


순간 그의 대도가 풍차처럼 여러 번을 회전하더니 그의 절기가 간단히 막혀버렸다.


6성의 공력이 담긴 청운적하가 그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하고 소멸하니 무의식적으로 욕지거리가 튀어나오기도 잠시.


그의 눈앞에 호천이 사라졌다.


"대체 이게 무슨?"


다급히 사방을 경계하며 그의 흔적을 쫓았다. 그러나 들려온 곳은 그의 등 뒤였다.


"슬슬 마무리하도록 하지."


호천이 대도를 일직선으로 들어올렸다.


"살초다!"


이를 지켜보던 맹주의 입에서 급히 경기를 중지시키란 소리가 울려 퍼진다.


"당장 중지시켜!"


그러나 때는 이미 늦은 상황.


강리황이 반응하기도 전. 남호천의 도가 그의 팔을 두부 썰듯 내려쳤다.


스걱-!


촤악!!


"끄아아아아악-!"


오른팔이 대도에 잘려 나가고 강리황의 어깨로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목이 터지라 비명을 쏟아내는 그를 보며 관중들이 기겁하며 소리를 질렀고. 뒤늦게 경기에 개입한 맹원들이 둘을 갈라놓았다.


"어서! 의원을 불러오라!!"


맹의 청호대 부단주이던 백목이 호천의 멱살을 쥐어 잡았다.


"이게 무슨 짓인가?!"


"송구합니다. 워낙 일촉즉발이라 검을 회수하지 못했습니다."


허리를 숙이며 사죄하니 더 이상 할말이 없었다.


진검 대련인 만큼 어떠한 돌발 상황이 벌어질지 모를 일이다. 그렇다고 하여 의도적으로 상대를 벤 것이 아니라고 하니 더 이상 뭐라고 할 수도 없는 법.


오히려 위험을 간파하지 못하고 일찍이 개입하지 못한 자신의 실책이 더 컸었다.


청성파에 대체 뭐라고 해명해야 할지 모르나, 이 일을 계기로 남궁세가와 청성파는 척을 지게 될게 불 보듯 뻔한 일이 되어버렸다.


엄연히 비무 대회의 본질에 어긋나게 되어버린 일. 이를 지켜보던 제갈 귀명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경기가 급히 종료되고 1회전은 남궁세가의 남궁 호천이 승리를 거머쥐었지만 어느 누구도 그를 칭찬하거나 응원하는 이가 없었다. 오히려 분위기는 심각할 정도로 침울했다.


이를 멀리서 지켜보던 소령이 호천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저새끼.. '


혼절한 강리황을 맹원과 함께 부축하며 비무장을 벗어나는 그를 보며 소령은 확신이 들었다.


'일부러 베었는데?'


그 짧은 순간 살초를 느낀 것은


오직 맹주와 소령만이 눈치채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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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습격 +1 24.09.09 145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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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이놈은 가짜다 24.09.07 148 2 12쪽
40 사랑의 회초리 +2 24.09.06 163 2 15쪽
39 내가 죽는다고 했지? +1 24.09.05 153 2 15쪽
38 단정곡의 전설 +2 24.09.04 154 2 19쪽
37 야차와 짐승 +1 24.09.03 170 1 11쪽
36 용봉지회 龍鳳之懷 24.09.02 166 1 14쪽
35 용봉지회 龍鳳之懷 24.09.01 166 1 13쪽
34 용봉지회 龍鳳之懷 24.09.01 163 2 14쪽
» 용봉지회 龍鳳之懷 24.08.31 177 1 11쪽
32 너에게 닿기를 +1 24.08.30 161 1 14쪽
31 혀는 칼보다 강하다 24.08.29 160 1 15쪽
30 와, 이게 되네? 24.08.29 181 2 17쪽
29 반검무쌍 半劍無雙 24.08.28 199 2 12쪽
28 내눈에 뛰면 죽는다 24.08.28 181 1 19쪽
27 곤륜의 무공이란 24.08.27 187 2 15쪽
26 비무 대회 24.08.27 194 1 12쪽
25 비무 대회 24.08.26 178 1 16쪽
24 비무 대회 24.08.26 193 1 15쪽
23 비무 대회 +1 24.08.25 186 1 14쪽
22 속에 거지가 들었나? 24.08.25 185 1 13쪽
21 하나도 모르는데? 24.08.24 184 1 15쪽
20 모여드는 신인 강자들 24.08.24 20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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