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제일인의 마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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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임참깨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8.19 12:55
최근연재일 :
2024.09.1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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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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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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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내눈에 뛰면 죽는다

DUMMY

늦은 시각, 기루 안.


일찍이 문을 닫을 시간이었음에도 음악과 웃음소리가 끝이질 않았다.


"당주님 제 잔 받으시지요."


"당..주?"


"하핫, 요즘 기세가 하늘을 찌르시는데, 당주 따위야 따놓은 당상 아니겠습니까?"


"크하하하핫! 당주라. 그거 나쁘지 않는구만."


덕분에 꽁돈도 생겼겠다, 삼초의 아부에 한껏 신이 난 단여리가 독주를 들이킨다.


"젠장. 연주를 하는것이야 마는것이야? 좀 더 힘껏 연주하거라!"


취기에 달아오른 그녀가 으름장을 놓으니 곡예단의 몸이 움찔거린다. 표정 하나 하나가 겁에 질려있지만, 결코 실수를 하는 법이 없었다.


아니 해서는 안된다.


특히나 취기가 잔뜩 오른 광녀 앞에서 말이다.


결국 영혼 없던 무미건조한 연주에 단여리가 짜증을 냈다. 정말 지독하게도 재미가 없다. 이럴 줄 알았다면 낮에 두들겨 팼던 기예단 녀석들의 공연이 훨 재밌었을듯 하다.


결국 연주를 집어 치우라고 말하며 술잔을 들어올린다.


"뭐하느냐? 술 한잔 거하게 따르거라."

"흐흑, 살려주시와요.."


단여리의 두꺼운 팔이 어깨에 걸처져 있던 기녀는 잔뜩 겁에 질려 눈물을 글썽였다.


꼴깍-


살결이 비추는 기녀의 어깨를 보며 삼초를 비롯해 몇몇 개방놈들이 침을 삼켰다.


양쪽으로 고운 기녀들을 품은 단여리는 마치 이곳의 황태자 같았다.


살다보니 계집이 부러워 보이기도 처음이던 그때.


문 밖으로 대기하던 점주의 다급한 소리가 들려왔다.


"머, 멈추시오."


저벅 저벅-


그럼에도 점점 가까워지는 발자국 소리.


"뭐, 뭐하시는게요?!"


벌컥-!


다급한 점주의 발악에도 불구하고, 기루의 문이 새차게 열리고 만다.


"누, 누구냐?!"


삼초를 비롯해 개방인들이 몸을 일으키며 불청객을 막아섰다.


"네년이 단여리냐?"


흑의를 입은 젊은 중년인의 모습.


그는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단여리를 보며 자신이 찾는임을 확신했다.


"앙? 넌 뭐하는 사내 새끼냐?"


단여리의 한쪽 눈썹이 일그러진던 순간 중년인의 뒤로 수십명의 사람들이 들이닥친다. 그 중 한 사내가 나서며 중년인에게 고했다.


"저년입니다! 저년이 단여리가 맞습니다!"


얼굴이 시퍼렇게 멍이든 한 사내가 손으로 가리키며 욕설을 날렸다.


"넌 누군데 초면에 욕짓거리냐?"


"이년 나를 기억 못하느냐?"


"아앙? 미안하구나. 난 못생긴 사내 녀석들은 기억을 하지 못해서 말이야 하하!"


"이..이년이!"


남자는 수치심과 모멸감을 느꼇는지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내가 화룡장 사람인걸 잊은 것이냐? 망할년이 어깨를 좀 부딪쳤다고 사람을 이지경으로 만들어놔?"


화룡장.


중원을 주무르는 거대 상단 중 하나이다. 최근에는 주목도가 오르고 있는 해남문의 장문인과 사돈지간이 되며 그 기세가 날이 갈수록 대단하다.


하필 단여리가 두들겨 팬 녀석이 섬서 지부의 지부장 아들이었다니.. 삼초는 잘못 걸려도 단단히 잘못 걸렸다 생각했다.


그는 단여리에게 급히 다가가 귓속말로 속삭였다.


"화룡장 애송이가 데리고 온 남자를 조심하십시오."


"앙? 쟤가 누군데?"


대놓고 '쟤' 라는 말에 흑의 중년인이 미간을 찌푸렸다.


"강호 선배에게 대하는 태도가 무례하군. 개방은 예의를 밥말아 먹은것인가?"


따끔하게 호통을 쳤음에도 반성은 커녕, 간지럽다며 귀를 후벼파는 단여리의 모습에 점점 인내심이 바닥을 긁는다.


기겁한 삼초는 그녀가 더 실수하기전에 황급히 그의 정체를 알렸다.


"그를 자극하지 마십시오. 저자는 이전 비무대회에서 예선전을 걸쳐 본선까지 올랐던 채문광이란 유명한 현상금 사냥꾼입니다."


그러자 단여리가 처음으로 반응한다.


"본선에 올랐다고 한들 결국 예선전을 치루고 온 허접 아니야? 그런 녀석이 감히 내게 선배 운운을 해?"


슬쩍 자극이 됬는지, 단여리가 목을 좌우로 끄덕이며 몸을 일으켰다.


저벅- 저벅-


몇 발작 움직여 그의 코앞까지 다가오자, 채문광이 고개를 들어올렸다.


'생각보다..크군.'


앉아 있을때는 몰랐는데, 가까이서 보니 고개 한 뼘 크기의 차이가 났다. 계집 치곤 덩치도 다부져 보이는 것이 왜 범새끼라는 말이 나오는지 살짝 이해가 갔다.


그러나 채문광은 전혀 주눅들지 않으며 소매에 종이를 한장 꺼내었다.


"앙? 그게 뭐냐?"

"각서다."

"뭐라고?"

"네년이 화룡장에 입힌 손해 청구액도 적혀있다. 읽어보거라."


종이를 건네 받으며 천천히 읽어가던 단여리의 표정이 살짝 구겨진다.


"무슨 금액이 이리 커? 고작 물건 몇개 부쉈을 뿐인데."


그러자 채문광을 고용했던 사내가 말했다.


"그게 보통 물건인줄 아느냐? 네년이 나와 수하들에게 입힌 치료비도 포함이다. 거기다 추후 보복을 하지 않겠다는 조항도 있으니 문제 일으키고 싶지 않다면 얼른 지장을 찍거라!"


"아 그래? 많이 아팠겠네. 미안하다 잠시만 기다리거라."


생각외로 일이 잘 풀리려는 모양이다.


사내도 차라리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억울하긴 하지만 그녀가 개방의 단여리라는 것을 여기 있는 모두가 모를리 없다. 괜히 큰 문제를 일으켜봤자 본인이나 그녀나 서로에게 좋을 건 없으니. 이정도면 피해도 무마하고 체면 치례 정돈 될 것이다.


역시 그녀가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는 용봉지회의 후보자라고 한들, 이만한 쪽수에 그 유명한 현상금 사냥꾼을 상대로 혼자 별수가 있겠는가?


하지만 곧 그 생각을 접어야만 했다.



화르르륵-


"!!!!!!!"


채문광을 비롯해 모두가 놀라 눈을 크게 떳다. 단여리의 손에 들려 있던 용지가 불길에 타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삼매진화?'


채문광은 일이 복잡해짐을 느꼈다.


저 어린 나이에 내력이 어떻기에 삼매진화로 용지를 태운단 말인가?


결국 심상치 않음을 느끼며 주변 사람들을 모두 뒤로 물렸다.


"네년들은 당장 꺼지거라!"


그제야 기다렸다는듯 기녀들과 곡예단 모두가 기루 밖으로 도망쳤다.


"아앙 멀리 가지들 말고 기다려. 금방 해치우고 다시 부를테니 하하핫!"

"미친년."

"뭐라고?"


호탕하게 웃던 단여리의 표정이 굳어진다.


그는 몰랐을 것이다.


단여리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광' 자가 들어가거나 '미친' 이란 것을.


두둑-! 두둑-!


"어이, 너 방금 실수한거야."


주먹을 우둑 거리며 몸을 풀던 단여리.

준비가 끝나기도 전 채문광이 먼저 선수를 쳤다.


선수 필승이란 말이 있지 않던가? 후배에게 쓰는것이 자존심 상했지만 그런걸 따질 상대가 결코 아니다.


등에 꼽혀있던 검집으로 날이 뽑혀지고.


획-!


순식간에 단여리의 목을 베었다 생각하니 채문광의 입에 미소가 걸렸다.


확실히 감촉이 있었다. 분명 단여리의 목을 베었을거라 확신했지만..


"뭐하는짓입니까? 선.배.님?"


"뭐 뭣?"


놀람에 입이 떡- 하니 벌어졌다. 그의 검날이 단여리의 검지와 엄지 사이에 잡혀 있었다. 급히 검을 회수하려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무슨 힘이?


결국 안되겠는지 왼손으로 장법을 날려 단여리의 복부를 쳐내었다.


"결국 방심하더..헉!"


내공을 잔뜩 담아 날렸음에도 멀쩡해보이는 그녀. 되려 팔이 낚아채지며 뜨거운 열기에 손목이 타들어가는 기분이다.


고통에 얼굴을 구기던 그가 발악을 한다.


"끄아악-! 놓아라 이 미친년아!"


입이 방정이랬던가?


오히려 그녀의 화만 더 돋구었는지 이마로 힘줄이 들어난다.


"우선 그 주둥이부터 좀 닫고 시작하자."


단여리가 한손으로 뺨을 후려치자 문광의 고개가 옆으로 힘없이 꺽여버렸다.


"커억!"


순간 검을 놔버리곤, 뒷걸음질 치던 그의 어금니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어느새 핏물이 가득 떨어지고, 황급히 입을 틀어막던 그는 쌔한 느낌에 조용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짜악-!


다시 반대쪽으로 뺨이 쳐올려지며 그의 몸이 공처럼 날려진다.


콰당-!


맥아리 없이 바닥으로 엎어진 채문광의 몸이 더이상 움직이지를 않는다. 이를 지켜보던 지부장의 아들 녀석이 소리치자 대기라던 수십명의 건장한 사내들이 몸을 날렸다.


"뒈져라 이년!"


저마다 섬서에서 날고 긴다는 왈패들로 모조리 끌고왔다. 결국 채문광 선에서 처리하지 못했지만 삼십이 넘는 숫자를 혼자서 감당 하지는 못할 터.


'다 네년이 자초한 일이다.'


속으로 쾌재를 불렀지만, 상황은 예상과 달리 순식간에 급변한다.


"으아아악!"

"내, 내 다리!!"


저마다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들고 있던 무기들은 걸레짝 처럼 찌그러지며, 단여리의 손이 닿는곳마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쿠당탕!


어느새 반쯤이나 바닥으로 쓰러졌고, 기세에 눌린 왈패들이 겁을 지레 먹고 기루 밖으로 도망치기 시작한다.


"뭐하는짓이야?! 당장 돌아와!!"


목청껏 불러봤지만 소용 없는 일. 단여리가 천천히 그를 향해 걸어왔다. 잔뜩 피를 뒤집어쓴 모습이 흡사 사신 같았다.


"하핫, 기다리라고 했잖느냐. 배상 해주겠다니깐?"

"자, 잠시 진정하시오.."


일이 잘못되도 크게 잘못됬음을 인지한 그는 손사례를 치며 뒷걸음질 쳤다. 허나 어느새 등이 벽에 닿자 더이상 벗어날 곳도 없어 보였다.


"흐흑 살려주시오. 내가 잘못했소."


결국 상황을 인정하고 무릎을 꿇고 싹싹 빌어보았다. 하지만 이 미친년에게 그런게 통할리가?


못생긴 얼굴을 좀 뜯어 고쳐주겠다며, 손바닥을 들어올리던 그때였다.


푸욱!


단여리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뒤를 보니 자신의 등으로 검이 반쯤 꽂혀 있었다.


"죽어, 이 괴물 같은 년!"


피범벅이가 된 채문광이 이를 갈며 단여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하! 일이 재미있게 돌아가네?"


검에 찔렸음에도 단여리가 멀쩡해보이니 채문광이 움찔한다.그리고 잠시 힘을 주는가 싶더니 반쯤 꽂혀 있던 검이 절로 빠져나왔다.


"무, 무슨?"


믿기지 않는 현실을 인정 할 수 없던 문광에게로 그녀가 다가왔다.


"개방에는 타구 봉법이 유명한데 말이야.."


단여리가 그의 어깨를 잡으며 나머지 손으로 주먹을 말아쥐었다.


"타구 권법이라고 들어봤어 선배?"

"자, 잠시만..'


문광은 생각했다.


제발로 호랑이 굴에 들어와버렸구나.


어깨까지 닿는 그녀의 긴 산발 머리가 산군을 연상케 했다.


마치 범 앞에 토끼 새끼가 웅크리고 있는 격.


단여리의 주먹이 어깨를 내려치자 끔찍한 비명을 질렸다.


"끄아아아악!!"


탈골이라도 되었는지 한쪽 팔이 헐렁인다. 그 새 못참고 곧장 무릎을 발로 찍어버리니 각목 마냥 쉽게 접혀버린다.


기루안으로 고막을 찢는듯한 끔찍한 비명소리가 사방으로 울려퍼졌다.


"거참 시끄럽네."


그는 더이상 비명을 지르지 못했다. 강제로 손을 입에 틀어막으며, 단여리가 그의 얼굴에 가까이 들이밀었다.


"선배..새벽인데 조용히 좀 합시다."


광기 어린 목소리에 살기가 짙어 있다.


이 끔찍한 짓을 벌이고도 웃을 수 있는 이가 과연 몇이나 있을까?


뒷일은 전혀 개의치 않는지, 계속해서 그의 뼈마디를 부수며 광기 어린 웃음을 쏘아냈다.


빠직! 빠지직!


이를 지켜보던 삼초는 두 다리를 떨었다. 이게 정도를 걷는 자의 행동이 맞는 것일까? 지금이라도 뜯어 말려야 했지만, 도저히 그럴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공포가 온 몸을 지배당한 순간, 더이상 싸울 의지마저 잃은 모양인지 문광은 어떠한 반항도 하지 못했다.


결국 혼절한채 바닥으로 쓰러졌고, 이를 끝까지 지켜봤던 지부장 아들 녀석은 눈물 범벅이 된 채 사타구니까지 젖어 바닥을 기었다.



단여리는 그 모습을 보며 실성한 듯 미친듯이 웃고 있었다.




✻✻✻




기루 안으로 점소이들이 들어와 부상자들을 나르고 피를 닦았다.


그런 상황속에서도 여전히 술부터 찾는 단여리는 누가봐도 제정신이 아니어 보인다.


잔도 아닌 술단지 채로 들이부으며, 계집들을 다시 불러들이라는 그녀의 난동에, 점주가 급히 도망친 기녀들을 찾아 나섰다.



"그, 그럼 저흰 이만 가보겠습니다."


"하핫, 어딜 가시오? 모처럼 비싼 기루에서 더 놀다 가지 않고."


"하, 할일이 있어서요. 그럼 편히 놀다 가십시오."


삼초를 비롯해 몇 몇 개방인들이 황급히 기루를 빠져나왔다. 그렇게 한참을 도망치듯 벗어난 뒤에야 다들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끔찍했습니다. 저게 인간이 맞습니까?"

"나도 모르겠네. 자네들도 앞으로 조심하게. 그녀의 성질을 건드리지 말란 말이야."


삼초는 단단히 경고를 주었다.


"그나저나 괜찮겠습니까?"

"뭐가 말인가?"

"분타주님이 이 사실을 알게라도 되면.."

"그녀가 분타주보다 걸개가 높은데 뭘 어쩌겠는가?"

"그렇지만.."

"걱정들 말게, 결국 죽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 작은 분란 정도로 조용히 넘어갈 것이야."


삼초의 말대로 맹은 그녀에게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이다. 어차피 강호란 무력 충돌이 빈번히 벌어지는 곳이다. 특히나 이번 비무대회가 어떤 대회인데, 용봉지회의 후보자를 함부로 대하겠는가.


대충 가벼운 경고로 끝날 일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것은 다른것에 있다.


"겁먹지들 말어. 앞으로 그녀가 섬서에 머무는 동안 최대한 잘 보여야만 하네. 그럼 네놈들도 그렇고 우리 팔자도 피는 것이야."


삼초가 단 당주라고 아부를 하던것은 결코 빈말이 아니었다. 정보에 능한것이 바로 개방이다. 그런 자신이 판단했을때 이번 대회의 유력한 우승 후보는 단언컨데 단여린이 맞다.


실력으로 보나, 능력으로 보나 어느 기재들도 그녀보다 위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단여린이 대우를 받지 못하는것은 바로 그녀의 품성.


예의나 법도를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벌이는 행동에다, 남녀 가리지 않는 성 도착증에 빠진 인간을 어느 누구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기루안에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소문으로 듣던 실력 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만약 대회에서 우승이라도 차지한다면..


그동안 지독하게 엄격하던 분타주의 그늘에 벗어나 총타로 발령 날 절호의 기회였다.


생각만 하니 기분이 다시 좋아진다.


그들은 낮에 있었던 일을 되세기며 껄껄 거렸다. 그렇게 한참을 길을 걷고 나니, 어느새 분타 건물에 당도했다.


"낄낄 그래서 낮에 그 대머리놈 말인데.."


삼초가 뭣 모르고 문을 열어 젖혔다.


그런데..


"이, 이게 뭐야?"


섬서 지부의 분타 건물 내부가 아주 작살이 나 있었다.


그리고 그 안으로..


살기를 뛰며 노려보는 분타주가 서 있었다.


"삼초.."

"부..분타주 어르신? 이게 대체.."

"네놈!! 대체 무슨 짓을 벌이고 다니는 게야?!"


깨진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휘날리던 종이가 삼초의 얼굴을 덮어버린다.




한 식경(食頃) 전,


다른 걸인들이 모두 잠든 시각, 어두컴컴한 구석 한켠으로 촛농을 키고 늦은 새벽까지 업무 처리를 하던 분타주 황발이 보인다.


꽈당!!


"뭐, 뭣이냐?!"


소음에 붓을 놓치며 황발이 놀라 소리쳤다. 예고도 없이 문짝을 걷어차고 등장한 소녀가 눈앞에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단여리!! 단여리란 계집 어디있어?!"


순간 놀란 걸인들이 일제히 깨어나고..


"너야? 너가 단여리지 새끼야!"

"저, 전 남잔데요.."


머리가 좀 만 길었다 싶음 아무 걸인의 멱살을 쥐어잡고 흔들었다.

막무가내로 소리를 지르며 모포며 탁상이며 눈에 보이는것 죄다 엎어버린다.


"내 돈 가져왓!!"


콰직! 콰지직!


심지어 벽을 맨손으로 뚫어버리고 발차기로 창문틀 마저 박살을 내버린다.


와장창!


'뭐뭐뭐 뭐얏 저 미친년은?'


느닷없는 기습 분탕질에 얼어붙어버린 황발.


단단히 미친겐가?


대체 여기가 어디라고.


그제야 정신을 차린 황발이 그녀를 재지하며 이유를 물었다.


"아저씨가 여기 책임자에요?"

"그렇소만, 대체 소저는 뉘신데 남의 집구석에 행패를 부리는게요?"

"행패는 당신들이 먼저 벌였잖아요!"

"그게 무슨?"


소령은 낮에 있었던 일에 대해 설명했다. 그 얘기를 듣던 황발은 믿을 수 없다며 삼초를 찾았다.


"삼초 형님은 단 호법을 모시고 기루에 갔습니다요."

"뭐라?"


입문한지 얼마 안된 백의개의 말이 맞다면 의문의 소저 말이 사실일지도 모른다.


그토록 단여리와 가까이 하지 말라 신신당부 했건만.


이놈이 무슨 꿍꿍이가 있어 함께 기루를 갔단 말인가?


응? 그것도 거지 새끼가 무슨 돈이 생겨서!


"그 빌어먹을 년이 기루에 있단 말이지?"


씩씩 거리며 소령이 분타를 벗어나려 하자 황발이 급히 막아섰다.


"잠시 진정하시오. 대체 뭘 어쩌겠단거요?"


"어떻게 하긴요? 그 망할년 다리 몽둥이 부수고 난 뒤, 뺏긴 돈을 찾아야죠."


하! 제정신이 아니군.


저 어린것이 단여리가 누구인지 몰라서 하는 말인가?


사람 하나 살리는셈 치고 뜯어 말려야만 했다.


"진정하고 이만 돌아가시오. 내 차후에 상황을 파악하고 사실이라면 모두 변상해드리리다."


"변상은 무슨?! 지금 저 화난거 안보여요?"


"그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오. 만약 그녀와 사소한 분쟁이라도 일어났다간 비무 대회 출전권이 박탈날수도 있는걸 모르시오?"


개방의 정보력 답게 벌써 그녀의 정체를 파악했다.


그녀는..


이번 비무대회의 화제 인물이 아니던가?


잊혀졌던 곤륜파의 문도.


최근, 요행으로 또는 운이 좋아서 2차전까지 이겼다는 말들이 많다. 그만큼 곤륜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그러하다.


하지만 황발은 달랐다.


나름 곤륜에 대한 좋은 기억이 가득했던 그는, 언제나 구파의 일원으로 지지하는 목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런 그가 개방의 문제로 곤륜이 출전을 박탈 당하는 일은 결코 원하지 않는다.


"어째서죠? 잘못은 그쪽들이 먼저 했는데 왜 나만 책임을 져야하냐구요!"

"그게 현재 곤륜의 입지요.."


잔옥하지만 사실이다. 철저히 강자 논리만이 설득되는 세상. 그것이 강호이고 무림이다.


"게다가 그쪽이 난리를 치는 바람에 이 꼬라지를 보시오."

".........."

"대체 얼마를 뺏겼는지 모르지만, 이거 죄다 배상이라도 해줄 참이오?"


멀쩡하게 굴러다니는 물건이 없어 보인다. 벽마다 구멍들이 쑹쑹 뚫려 찬 새벽 바람이 그대로 불어왔다.


소령은 급히 후회했다.


아 성질 좀 만 참을걸.


"일단 돌아가시오. 내 거지의 명예를 걸고 이번 사건에 대해 책임을 지리다."

"하..."


결국 황발의 끈질긴 설득에 넘어가보기로 한다.


분타 건물을 벗어나려던 순간 소령이 한마디를 남긴다.


"단여리에게 전해주세요."

"말하시오.."

"본선까지 내 눈에 뛰면 죽여버린다고."


".....알겠소."


물론 전하지 않을 생각이다.


결국 본전도 못찾고 쓸쓸하게 퇴장한 소령의 뒷 모습을 보며


황발은 참았던 한숨을 내쉬었다.


휘웅-


새벽 바람은.. 상당히 매서웠다.


덕분에 오들 오들 떠는 개방의 걸인들.


"분타주님..추워요."


그 짧은 순간에 한 분타를 개박살내고 튀어버린 곤륜의 여제자.


어쩌다 그곳도 저런 개망나니를 키워 낸 것일까.


어쩌면



진정 곤륜이 망할때가 된 건 아닐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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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사랑의 회초리 +2 24.09.06 163 2 15쪽
39 내가 죽는다고 했지? +1 24.09.05 153 2 15쪽
38 단정곡의 전설 +2 24.09.04 154 2 19쪽
37 야차와 짐승 +1 24.09.03 170 1 11쪽
36 용봉지회 龍鳳之懷 24.09.02 166 1 14쪽
35 용봉지회 龍鳳之懷 24.09.01 166 1 13쪽
34 용봉지회 龍鳳之懷 24.09.01 163 2 14쪽
33 용봉지회 龍鳳之懷 24.08.31 177 1 11쪽
32 너에게 닿기를 +1 24.08.30 161 1 14쪽
31 혀는 칼보다 강하다 24.08.29 160 1 15쪽
30 와, 이게 되네? 24.08.29 181 2 17쪽
29 반검무쌍 半劍無雙 24.08.28 199 2 12쪽
» 내눈에 뛰면 죽는다 24.08.28 182 1 19쪽
27 곤륜의 무공이란 24.08.27 187 2 15쪽
26 비무 대회 24.08.27 194 1 12쪽
25 비무 대회 24.08.26 178 1 16쪽
24 비무 대회 24.08.26 193 1 15쪽
23 비무 대회 +1 24.08.25 187 1 14쪽
22 속에 거지가 들었나? 24.08.25 185 1 13쪽
21 하나도 모르는데? 24.08.24 184 1 15쪽
20 모여드는 신인 강자들 24.08.24 20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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