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제일인의 마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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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임참깨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8.19 12:55
최근연재일 :
2024.09.1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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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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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2,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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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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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단정곡의 전설

DUMMY

"이런 바보 같은 녀석.."


의원실에 있던 단양이 침통해 한다.


"그냥 쓰러져 있을 것이지 뭣 하러.."


악착같이 일어나며 포기를 모르던 호연.


그 결과가 침상에 누워 사경을 헤매는 중이었다.


도원은 호연을 살려내라며 의원의 멱을 쥐어 잡는다.


하지만 그가 신의가 아닌 이상 장담을 할 수 없는 법. 자신이 알고 있던 모든 의학적 지식을 쏟아부었으니 당장은 결과만을 기다려야 했다.


소령은 말없이 호연을 보았다.


붕대 사이로 보이는 그의 몸은 피멍이 잔뜩 든 채 사지의 뼈가 죄다 부서져 있었다. 오히려 성치 않은 곳을 찾는 게 더 보기 어려울 정도.


얼마나 아팠을까?


그리고 얼마나 두려웠을까.


감당할 수 없는 적을 눈앞에 두고 끊임없이 맞서 싸운 호연이 대견스럽기보다는 안쓰러울 정도로 화가 났다.


그때, 단여리의 앞을 가로막으며 면상에 주먹이라도 박아 넣으려 했었다.


허나, 우연일지 모르지만 정신을 잃었던 호연의 손이 소령의 소매를 끌어당기고 있었다. 분명 의식을 잃은 상태였을 텐데 본능적으로 자신의 안위가 걱정 되었던걸까?


호연은 그런 인간이었다. 그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자신만을 위해 싸우는 사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 생각하니 더욱 울컥해진다. 소령은 말없이 주먹을 강하게 말아 쥐었다.


어찌나 세게 쥐던지, 손톱이 빠지지나 않을까 걱정되던 양춘이 오히려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거나 말거나 호연의 옆에 엎드려 눈물을 훔치던 혜영이 순간 무언가를 감지했는지 고개를 들었다.


"설마.."


"으..으으으.."


정신이 돌아왔는지, 호연의 입에서 앓는 소리가 나오자 의원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휴..다행히 의식이 돌아온 모양입니다. 아마도 목숨에는 지장이 없는 듯하니 다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제야 다들 안심하며 힘이 풀렸는지 바닥에 누웠다. 하지만 호연은 신음만 낼 뿐 여전히 대답도 눈도 뜨지 않은 상태다.


의원은 얼른 탕약을 준비해오겠다며 의원실을 빠져나갔고, 때마침 맹주와 제갈 귀명이 도착해 있었다.


양춘과 혜영이 급히 일어나 허리를 숙였지만, 무용백은 손을 들어 올리며 신경 쓰지 말라 말한다.


차마 눈 뜨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다친 호연을 보며 무용백이 말한다.


"대회의 책임자로서 내 독단대로 규정을 어길 수 없었네..결국 창창한 후배의 앞날을 망칠 뻔했군. 참으로 미안하게 됐네."


규정이라 말했지만, 비무를 중지시키지 못한 죄책감이 내내 신경 쓰였던 모양인지 머리를 숙이며 사죄했다.


까마득한 후배들에게서 자신을 낮추는 맹주를 보니 양춘은 그가 결코 권위적인 인물이 아님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고개를 들던 맹주가 소령을 보며 말했다.


"소령이라고 했지?"


맹주의 물음에도 소령이 거들떠보지도 않자, 되려 양춘이 당황한다.


"소령. 맹주께서 부르시잖소?"

"아니, 괜찮네."


겉으로 티를 내지 않지만, 그녀는 상당히 화가 난 상태였다. 맹주의 말뜻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굳이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자네가 아니었다면, 호연승은 평생을 걷지 못했을지도 모르네. 정말 고맙네."


분위기상 오래 있으면 안 되겠다는 것을 눈치챘던지, 무용백은 호연의 회복을 위해 책임지겠다고 약조하며 귀명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어느새 탕약을 끓여 들어온 의원이 헛기침을 쏘며 환자가 안정을 취해야 하니 다들 자리를 비켜달라 말했다.


단양과 도원이 먼저 숙소로 돌아갔고, 혜영과 양 호위 또한 떠날 채비를 하였다.


"령 언니? 안 돌아가세요?"


말없이 호연을 응시하던 소령이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가야죠..먼저들 가세요."


혜영과 양춘은 고개를 끄덕이며 먼저 자리를 벗어났다.


"하아.."


소령은 쉽게 자리를 벗어날 수 없었다.


끝까지 자신의 소매를 놓지 않고 있는 호연의 투박한 손 때문이었다.


마치 단여리와 대적하지 말라는 호연의 충고 같았다.


소령은 그의 손을 조심스럽게 풀어낸 뒤 말했다.


"걱정마요. 땡중의 복수는 내가 해줄 테니까."


호연에게 다짐하며 소령은 마지막으로 의원실을 빠져나왔다.


건물 밖으로 나가기 위해 복도를 거닐 즈음, 어느새 진정되었는지 이제 막 퇴실하던 진향린과 마주쳤다.


"아 저기..!"


마침 그녀를 먼저 발견한 소령이 급히 불러세우자 진향린이 놀라 엉덩방아를 찧었다.


"오..오지마!"


잔뜩 겁에 질린 채 벽 뒤로 기어가는 그녀를 보니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아니 대체..왜.."


대체 왜 그러는지 이유나 묻고 싶었지만 가까이 다가가려고만 하면 그녀는 발작하듯 더 난리를 쳤다.


"꺄아아악!"


심지어 비명까지 지르니 주변으로 있던 의원과 무사들이 튀어나왔다.


"무슨 일이오?!"


의원이 황급히 묻자 소령은 자기도 영문을 모르겠다며 억울해한다.


"하..빨리 여기를 나가시오. 당신 때문에 또 발작이 도졌잖소!"


아니 대체 왜 나 때문이냐고!


무슨 괴물이라도 보는 것처럼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으니 세상 억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소령은 제 발로 나온 게 아닌 쫓겨나듯 의원실을 빠져나왔다.


"하..미치고 환장 하겠네."


관자놀이를 지긋이 누르며 미간을 찌푸리던 소령이 눈을 떳다.


어느새 밖은 해가 저물어 가는 중이었다.


산꼭대기로 노을빛이 일렁이니 착잡한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 그 때문인지 이전보다 얼굴이 더 콕콕 쑤시는 게 내내 불안하기만 하다.


이대로 숙소에 돌아가기 매우 걱정된다. 게다가 일찍 돌아가도 하루 종일 꿍한 상태로 있을 것만 같았기에 소령은 결심한 듯, 숙소가 아닌 섬서성 동문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며칠 전, 도원이 자신에게 말했던 단정곡이란 계곡을 기억하고 있었다. 이렇게 심란할 때는 그저 혼자서 마음을 달래며 몸을 청결하게 하고 싶을 뿐이었다.


그녀는 기억을 되새기며, 동쪽 성문을 빠져나와 언덕을 두 번을 넘기니 도원이 말했던 큼지막한 산이 보였다. 이미 해가 져 어두컴컴한 야산이었지만 평생을 산골짜기에 살았던 그녀였기에 길을 찾는 데에 전혀 무리가 없었다.


소령은 코를 킁킁대며 귀신같이 물가를 찾아 길을 밟아갔다.


그렇게 한 식경(30분-1시간) 정도 걸으니, 그녀의 귓가로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수풀을 해치고 나오니 눈앞에 단정곡으로 추정되는 계곡이 보였다.


큼지막한 웅덩이에는 야생 동물들이 모여들어 목을 축이고 있었고, 소박한 폭포수 하나가 산 아래로 떨어지니 절경 그 자체였다. 그녀는 가까이 다가가 물가를 살피니 달빛에 비친 자기 얼굴이 보였다.


그런데..


뭐야?! 역용술이 풀렸잖아!


어느새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소령은 어찌해야 하나 한숨만이 나왔다. 다행히 깊은 산속이라 홀로 있으니 당장은 문제 될 것이 없었지만..


일단 차차 생각해보자며 그녀는 옷을 벗어 던지고 알몸인 채로 계곡물에 발을 담갔다. 소령의 우윳빛 피부가 달빛에 더하니 더욱 뽀얗고 선명해 보였다.


"으앗! 차가워."


이미 가을이었기에 야심한 밤의 계곡물은 매우 차가웠다.


소령이 놀라 소리를 쳤음에도 목을 축이던 노루와 다람쥐는 어쩐지 도망칠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야생 동물이 사람을 봐도 도망가지 않는 게 신기할 수 있지만, 오래전부터 마주쳤던 동물들은 하나 같이 자신을 경계하지 않았기에 소령은 개의치 않아 했다.


그렇게 온몸을 계곡물에 푹 담그니 한결 기분이 나아진다.


"으아..정말 살 것 같다."


왠지 모르게 고향에 돌아온 기분마저 느껴지니 당분간은 도원에게 잘 해줘야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예상대로 찹찹했던 마음이 싹 가셨는지 머리를 푹 담가보기도 하고 드넓은 웅덩이로 혼자 헤엄도 쳐보았다.


물가를 이리저리 누비며 어린 아이 마냥 신나 있던 그때 우거진 나무 사이로 비치는 보름달이 보였다.


소령은 문득 생각했다.


도룡신공.


영기를 기반하는 내공심법이기에 오늘같이 달빛이 비친 날 더없이 수련하기에 최상이었다.


소령은 물가에서 좌장 한 채 단전으로 양손을 모으며 눈을 감았다.


달빛에 비춰지는 기운이 산속의 기운과 만나서인지 축적되던 영기는 어느 때보다 정결함이 느껴졌다.


순수하고 깨끗한 기운을 만나서 마음이 안정된 것일까? 그녀의 표정은 어느때보다 포근해 보였는데 놀랍게도 몸 전신에서 은은한 빛이 일렁였다.


스스로 발광하던 소령이 신기했던지 노루와 다람쥐는 목을 축일 생각도 않고 한참을 구경하던 이때..


귀를 쫑긋거리더니 어디론가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계곡 근처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저벅-


심법에 심취해 누가 다가오는지도 모르던 소령이 때마침 눈이 떠진다.


"후..."


한결 몸과 마음이 가벼워져 날아갈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던 소령은 시간이 한참 지났음을 확인하고 돌아가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첨벙~


상체를 일으킨 순간.


소령은 순간 몸이 얼어붙었다.


드러난 자신의 알몸을 생각 없이 쳐다보는 한 사내가 보였다.


"어..어어..어어어엇!"


뇌가 정지한 듯 정신을 못 차리며 헛소리를 내뱉다 이내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아아아악!"


얼굴이 화끈해지며 양 볼을 감싸던 소령이 급히 계곡에 몸을 담그며 말했다.


"뭐뭐머머머머머 뭐에요?!"


소령이 황당해 소리치자 사내는 대답 없이 웃옷을 벗어 던진다.


"다다 당신, 미쳤어? 저리 안 가?!"


"시끄럽군."


익숙한 목소리다.


사내는 귀찮다는 듯 말을 무시한 채 곧바로 계곡에 몸을 담갔다.


그의 다부진 근육이 상의 그대로 드러나자 놀란 소령이 급히 몸을 돌렸다.


어둠에 가려져 처음에는 몰랐지만 이제야 누구인지 알 것 같다.


그는 첫 만남부터 개싸가지 없던 진하준이었다.


"아니, 이봐요? 사람 면전에 그렇게 홀라당 벗고 들어오는 게 맞아요?"


"애초에 홀라당 벗은 건 그쪽 아니오?"


"아니, 애초에 내가 먼저 여기 찜하고 있었잖아요. 당신은 불청객이란 사실 몰라요?"


"나야말로 이 시간이면 매일 찾던 곳이오. 애초에 불청객은 당신이란 말이오."


"아니 무슨 그딴 논리가..!"


순간 소령은 말을 멈췄다.


이 인간 설마 내가 누군지 아는 거 아냐?


혹 자신의 정체가 탄로 난 게 아닐까 걱정됐다. 다행히 계곡물이 깊었기에 아래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상의 노출은 무방비 상태였다. 긴 생머리는 물기에 젖어 얼굴의 반은 덮고 있었으니 얼굴까지 확인했을지는 아직 긴가민가하다.


그러나 상의는 확실히 노출되었다는 생각이 드니 순간 수치심이 들며 발개졌다. 어쩐지 차갑던 계곡물이 온천에 담근 듯 몸이 더워진 기분이다.


소령은 계곡물에 얼굴을 반쯤 파묻은 채 그에게 물었다.


"저기.."

"뭐요?"

"혹시..봤어요?"

"뭘 말이오?"

"내 몸 봤냐고요."

"보든 말든 뭔 상관이오?"

"안봤다는 말이죠?"

"봤어도 볼 것도 없더만.."


이런 미x놈. 봤다는 거야 안 봤다는 거야?


생각할수록 나사가 제대로 빠진 놈 같았다.


여자 알몸을 보고도 개의치 않고 옷을 벗어 던지지를 않나. 막무가내처럼 계곡에 뛰어들지를 않나.


대체 무슨 생각으로 사는지, 제정신이 아닌 놈이라 판단되니 내심 불안해졌다.


일단 하루빨리 이곳을 벗어나는 게 상책이다.


"저기.."


"하, 또 뭐요?"


진하준은 귀찮은 듯 눈을 감았다.


"나 이만 가봐야 하는데 몸 좀 돌려주시겠어요?"


"그냥 나가면 될 것을 귀찮게 내가 왜 그래야 하오?"


"아니, 내가 당신 때문에 못 나가니깐 그러는 거 아냐?"


"이미 볼 거 다 본 사이인데, 한 번 더 보인다고 뭐가 달라지오?"


"아니 썅! 그럼, 다 봤다는 거네?"


소령의 욕설에 진하준이 처음으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에게 욕설을 날린 여자는 아마도 처음이었나 보다.


"또 보면 창피하니깐 당신이 양보 좀 해요."


"뭘 어떻게 말이오?"


"눈이라도 좀 감고 있어요."


평생 여자랑 담쌓고 살았다더니 진짜 눈치 하나 없는 녀석이다.


진하준은 내내 구시렁대면서도 할 수 없이 눈을 감았다.


"됬소?"


"절대 눈 뜨지 마요."


소령은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 물가에서 벗어났다.


눈을 감고 부동자세로 있던 진하준이 나긋이 입을 뗐다.


"다음 상대가 단여리라 들었소. 혹여 그녀와 싸울 생각이라면.."


어느새 옷을 다 갈아입은 소령이 머리의 물기를 짜내고 있었다.


"접으시오. 당신은 결코 그녀 상대가 되지 못하오."


여전히 대답 없자 하준은 이어 말했다.


"호연 승 꼴 나고 싶지 않으면 조용히 기권하고 떠나시오. 아무도 당신을 탓하지 않을게요. 복수는 내가 대신 해주도록 하지."


철면 수심 같던 진하준이 남 걱정을 해주는 것일까? 누가 보기라도 한다면 깜짝 놀라 경기를 일으킬 것이다.


그렇게 진하준을 무시한채 자리를 떠나려던 순간 그녀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진하준은 자신의 정체를 이미 알고 있었다.


큰일났네..


이제는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생각하며 소령은 단정곡을 벗어났다.




✻✻✻



이틀이 지났다.


단정곡을 벗어난 이후 소령은 하루종일 숙소에 틀어박힌 채, 함께 식사하자던 혜영의 말을 계속해서 무시해왔다.


이유라고 한다면 시도 때도 없이 바뀌는 얼굴 때문이었다.


"이익! 이것도 아닌데."


거울을 보며 최대한 혈 자리를 다시 찍어나갔다. 당최 만귀자처럼 비슷하게 용모를 꾸미지는 못했지만 수십번의 시도 끝에 겨우 비슷하게 얼굴을 바꿀 수 있었다.


물론 만귀자 만큼 밋밋했던 얼굴은 만들지 못했지만 최대한 비슷해 보였다. 하지만 결국 혼자 용을 쓰다 보니 어느새 아침이 되었고 용봉지회의 두 번째 날이 시작되었다.


비무장을 향해 복도를 걸어가던 소령의 앞으로 양춘이 서 있었다.


"어제는 하루종일 뭘 했던 게요?"


"그냥 좀 쉬고 있었어요."


"혹, 몸이 불편하거나...응?"


양춘은 소령의 얼굴을 자세히 보더니 눈을 치켜떴다.


"소저..어째 얼굴이.."


이런. 설마 눈치챈 것일까?


"흐음..아무것도 아니오."


다행인지 모르지만 크게 의심하는 눈초리는 아니었다. 다만 말하는 와중에도 양춘의 눈이 소령의 얼굴을 한 번씩 의식하는듯 싶었다.


"흠흠! 아무튼..할말이 있어서 하루종일 찾았소."


"말해요."


"이번 비무대회.."


양춘이 말할까 말까 고민하듯 계속해서 소령의 눈치를 살폈다.


"아 답답하네. 이제 곧 비무가 시작이란 말이에요. 똑바로 말해요."


소령의 짜증에 양춘은 할 수 없이 말했다.


"오해하지 말고 들으시오. 당신을 무시해서가 아니오.."


이를 악물던 양춘이 말을 또박 이어갔다.


"이번 대회 기권해주시면 안 되겠소?"


그의 말에 소령은 기가 찼다.


어제나 오늘이나 만나는 인간마다 자신에게 기권을 권하는것일까? 하긴 곰곰히 생각해보면 걱정도 들만했다. 누가 봐도 자신이 단여린보다 약해 보였으니 말이다. 아니 반대로 단여린이 매우 강해 보였던 걸지도?


"제가 걱정되요?"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순간 홍당무처럼 빨개진 양춘이 급히 시선을 회피한다.


"걱정마요. 오히려 걱정해야 할 건 내가 아니라 단여리 고 계집이니깐."


"소령.."


어느때보다 걱정 어린 표정으로 자신을 보는 양춘을 무시하며 지나쳤다.


그리고 한참을 걷고 나서야 복도를 벗어나 비무장이 눈앞에 훤하게 드러났다.


눈 부신 햇살이 소령의 눈을 찌푸리게 하기도 잠시..


관중들의 함성과 함께 제갈 위지의 우렁찬 목소리가 회장 안으로 뿜어져 나왔다.


"드디어 용봉지회의 두번째 날! 중원에서 가장 강한 신예 중 살아남은 최종 7명을 소개합니다!"


가장 마지막에 도착한 소령이 비무장 위로 올라섰다.


순간 진하준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가볍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였다.


아마도 어제 자신의 충고를 무시한 소령이 이해가 안된 모양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소령은 벽보로 걸린 대진표를 보았다.


【 1회전 개 방 단여리 對 곤 륜 파 소 령.】

【 2회전 남궁세가 남궁 호천 對 은양문 임사홍.】

【 3회전 모용세가 모용 지혜 對 종남파 진하준.】

【 부전승 고산문 구양문.】


공정한 투표를 통해 구양문은 손쉽게 4강전에 진출했다.


하지만, 가장 운이 좋은 건 소령. 바로 자신이라고 생각했다. 첫회전 부터 단여리와의 경기였으니깐.


"개방의 단여리와 곤륜의 소령 앞으로 나오시오!"


존재감을 드러내던 나머지 후지기수들이 비무대를 벗어나자 어느새 소령과 단여리만이 마주 선 채 있었다.


그녀는 뭐가 그리 싱글벙글한지 소령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아마도 호연을 막아섰던 날부터 아주 날을 벼르며 기다렸던 모양이다.


"크큭, 도망치지 않고 잘도 기어 나왔네?"


도발을 걸어왔지만, 소령은 묵묵히 응수하지 않았다.


이를 멀리서 지켜보던 관중들은 어찌해야하나 갈피를 못 잡았다.


"이거..대체 누구를 응원해야 하는 거야?"

"하아..아주 골때리는 시합이네."


한 명은 개방의 문제아라 불리며 잔혹하기로 소문난 희대의 악녀.


또 한명은 관중들을 향해 욕설을 날린 미치광이 악녀.


정말 웅장해지지 않을 수 없는 경기였다.


이를 지켜보던 백목은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이전과 같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그의 뒤로 청호대에서도 가장 날쌔고 실력이 뛰어난 대원 5명을 대기시켰다.


그날, 어찌 된 영문인지 기척도 없이 자신보다 먼저 등장해 단여리를 막아섰던 소령이다.


따라서 그녀의 실력을 나름 인정하는 바이다. 허나, 눈앞에서 단여리의 힘을 제대로 목격했던 그였기에, 결코 소령이 상대가 되지 못함을 확신했다.


"한치의 실수라도 있어서는 안 된다. 낌새가 보일시 단여린를 바로 제압해야 한다."

"충!"


다들 긴장 일색으로 비무대를 지켜보던 이때.


제갈 위지의 신호와 함께 1차전이 시작되었다.


여느 때처럼 주먹을 우두둑- 소리 내며 몸을 푸는 단여리.


그녀는 이리 같은 눈빛으로 먹잇감을 훑어보았다.


"어이 촌년. 넌 내가 언제 한번 손 봐주려.."


"야! 너.."


채 다 말하기도 전 끼어드는 소령의 한마디에 고개를 갸웃한다.


"아앙?"


"내가 경고했지?"


표정 변화 없던 소령이 순간 싸늘한 눈빛으로 쏘아보았다.


저번에도 그렇고 대체 뭘 자꾸 말을 했다는 거지?


이해가 안 되던 단여리는 그냥 몇 번 패고 물어나 보지 하며 애써 무시했다.


그렇게 첫 발걸음을 내딛던 순간이다.


스슷-


소령이 사라짐과 동시에 순식간에 코앞에서 등장했다.


"어..엉?!"


당황하기도 채 잠시 면상 앞에 주먹을 들어 올린 소령이 얼굴을 구긴다.



"내 눈앞에 띄면 뒈진다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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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75 오설레임
    작성일
    24.09.05 13:13
    No. 1

    굿


    아주 그냥 막 그냥 후해 없이 죽이지만 말고 ㅎㅎㅎ

    두번째 경기도 기대 됩니다........ 과연 살수 있을까요~~

    우리 소령이 환골탈퇴 한거 맞을뜻 100년 전에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66 신고산
    작성일
    24.09.08 22:55
    No. 2

    대책없이 알몸목욕?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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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비무 대회 24.08.27 194 1 12쪽
25 비무 대회 24.08.26 178 1 16쪽
24 비무 대회 24.08.26 192 1 15쪽
23 비무 대회 +1 24.08.25 186 1 14쪽
22 속에 거지가 들었나? 24.08.25 184 1 13쪽
21 하나도 모르는데? 24.08.24 184 1 15쪽
20 모여드는 신인 강자들 24.08.24 20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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