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의 군주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새글

글가물치
작품등록일 :
2024.08.19 20:37
최근연재일 :
2024.09.17 15:20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2,851
추천수 :
61
글자수 :
173,137

작성
24.08.21 18:20
조회
164
추천
3
글자
12쪽

첫 의뢰

DUMMY



“어엇! 저건?”


“뭐야? 독침이닷!”


“조심!”


손에 땀을 쥐며 대결을 지켜보던 용병들이 로빈의 자세를 보고 소리쳤다.


미세한 침들이 로빈의 왼손을 떠나 루를 향해 날아갔다.


까강! 깡! 까강!


투둑! 치이익!


얇은 침이 루의 검에 막혀 땅에 떨어졌다.


얼마나 강한 독이 묻어 있던지 땅에 닿자마자 매캐한 향이 올라 올 정도였다.


검면으로 정면을 가려 독침을 막은 루가 로빈에게 말했다.


“그렇게 태나게 독침을 던지면 어떡해! 그런 건 비밀스럽게 해야지!”


로빈은 비장의 한 수가 막히자 전의를 잃었다.


그 역시 검을 내리며 말했다.


“졌다.”


루는 땅에서 올라오는 매캐한 향을 조금 맡아본 후 물었다.


“스콜피온의 독인가?”


로빈은 루의 박식함과 담담함에 놀라 물었다.


“이걸 아는가? 아니 그걸 떠나 결투에서 독침을 쓴 것을 비겁하다 비난하지 않는 것인가?”


루는 별 얘기를 다 한다는 투로 말했다.


“비난? 이걸 왜 비난해? 이것도 당신 전투의 한 부분이 아닌가? 아무튼 내가 이겼군! 칼스?”


루는 의외라는 눈빛의 로빈을 뒤로하고 심사관인 칼스를 불렀다.


둘의 대결을 지켜보던 칼스가 급히 뛰어왔다.


“칼스! 상대가 패배를 시인했다. 심사는 종료된 건가?”


칼스는 로빈을 한번 쳐다보았다.


로빈은 별다른 말이 없었다. 칼스는 용병들을 향해 크게 외쳤다.


“은패 심사를 종료한다. 루는 지금부터 대륙중앙용병 길드가 인정한 은패 용병이다!”


“우와아아! 은패 용병 루!”


“새로운 은패 용병이다!”


“제일 젊은 은패 아닌가? 대단해! 루!”


용병은 승자에게 환호했다.


루는 가볍게 손을 들어 용병들의 환호에 답한 후 로빈을 쳐다보며 말했다.


“로빈 단장! 이름을 걸고 대결에 임해줘서 고마웠다. 덕분에 은패 심사를 통과했군!”


당당한 루의 말에 로빈이 뭐라 말하려다 피식 웃고는 돌아서며 말했다.


“축하하네! 은패 용병 루!”


로빈은 단원들과 함께 길드를 나섰다.


***


칼스의 안내로 길드 사무실로 돌아 온 루는 이틀을 헤이로스 영지에 더 머물러야만 했다.


용병패 제작에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었다.


“루 님! 기다리시던 은패 용병패입니다. 이제 루 님은 용병단을 만들 수도, 개인으로 활동하실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용병단도 등록을 해 드릴까요?”


칼스는 은패를 전해주며 물었다.


“...”


은패를 만지작거리는 루는 대답이 없었다.


“루님?”


혹시 감동이라도 했나 싶어 조심스럽게 칼스는 루를 불렀다.


돌아온 루의 목소리는 조금 뚱했다.


“칼스! 이거 은패라고 하지 않았나?”


“네?”


루의 물음에 칼스가 영문을 몰라 되물었다.


“이거 그냥 철패잖아. 난 은패라고 하기에 은으로 만든 줄 알았다고!”


칼스는 이 젊은 청년의 어이없는 순수함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하하! 루님! 은패까지는 철패를 사용합니다. 대신 문양과 써진 글이 은패를 증명하지요. 대신 금패는 진짜 금으로 만든다고 들었습니다.”


루는 철패를 요리조리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멋이 없잖아. 멋이... 금패를 따야하나?”


칼스는 루의 중얼거림에 웃으며 답해 주었다.


“금패는 왕국단위의 전쟁 혹은 그에 준하는 의뢰에서 실적이 증명되면 받으실 수 있습니다. 대전란의 시기이니 루님이라면 가능하실 겁니다.”


“그거 칭찬이지?”


“그럼요. 제가 본 그 어떤 은패 용병보다 빠르게 금패를 받으실 거라 믿습니다.”


“사람 잘 보는데? 나중에 이 일이 지겹거든 내게 와! 소중하게 쓸게!”


루는 호감을 담아 말했다.


찌든 용병 생활을 했을 텐데도 칼스는 마음을 열게 하는 무엇인가가 있는 사람이었다.


“하하하! 이 일도 지겨워 뭘 해야 하나 걱정했는데 이렇게 또 다른 일을 찾았네요? 감사합니다. 얼른 자리 잡고 불러주십시오. 바로 가겠습니다.”


“그러자고! 참 용병단 말인데...”


“네! 이름만 말씀하시면 제가 등록해 놓겠습니다.”


“루 용병단으로 등록해줘!”


“루 용병단이라... 알겠습니다. 루 단장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렇게 대륙에 새로운 용병단이 창설되었다.


아직은 단장 한명 뿐인 루 용병단이!


***


“이 길이 맞는 거야?”


루는 말위에 앉아 머리를 긁으며 방향을 가늠했다.


루는 칼스와 상의해서 첫 번째 의뢰를 결정하고 길을 떠났다.


이틀거리에 있는 콜메드라는 도시였는데, 산에서 몬스터가 나와 채집과 벌목을 못하며 생겨난 의뢰였다.


루는 동쪽 바다로 가는 길에 있는 의뢰라 하고 싶어 했고, 칼스는 위험하다며 말렸다.


“두번의 의뢰 실패가 있는 건입니다. 무슨 몬스터인지, 아니 몬스터인지 아닌지도 확인이 안 된 건입니다. 전쟁 용병보다 의뢰비가 적어 실력 있는 용병들이 간 건 아닙니다만, 살아 돌아온 이가 아직 없습니다. 다른 건으로 하시지요?”


“그래? 봐서 아니다 싶으면 도망치지 뭐!”


“네?”


칼스는 루의 생각을 알 수가 없었다.


어떨 때는 정의로운 기사 같으면서도 어떨 때 보면 동네 뒷골목 잡배 같은 생각을 한다.


좋은 말로 하면 생각이 열려 있고, 다르게 보면 종잡기 힘든 성격으로 보였다.


자신의 기준을 어긋나지 않는다면 가장 현실적인 결정을 하며, 그 기준을 어긋난다면 가장 비현실적인 결정도 행동으로 옮길 사람으로 보였다.


“아무튼 이쪽으로 가는 의뢰는 이거 하나이니 이걸로 할게.”


루는 고집스러운 입매를 다물며 더 이상 말이 없었다.


칼스가 살펴보니 이 이상 얘기해봐야 소용없음을 알았기에 의뢰서를 작성해 루에게 넘겼다.


“잔소리해봐야 소용없겠군요. 아니다 싶으면 바로 도망치십시오. 여기 의뢰서입니다.”


“고마워 칼스! 그럼 다음에 보자고!”



그렇게 떠나 온 길인데...


길을 잘 못 들었는지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분명 반나절만 가면 평야가 나온다는 했는데... 여긴 숲이 더 울창하기만 한 걸? 다시 돌아가야 하나? 음?”


그때 위쪽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두 사람이 말싸움을 하며 나타났다.


“이쪽 길이 아니잖아. 이 바보 같은 동생아!”


“형이 이쪽으로 오자고 했잖아. 왜 나한테 그래?”


“말렸어야지. 그게 동생이 할 일 아니야? 너 때문에 그분과 길이 엇갈리면 어떻게 책임질 거야? 아니 이미 엇갈렸겠지. 그 분은... 어?”


“왜? 어?”


둘은 투덜거리며 걸어오다, 멈춰있는 루를 보고 놀라 걸음을 멈췄다.


“어?”


루는 멈춰선 둘을 보며 놀라 감탄사를 내 뱉었다.


‘쌍둥이? 와! 완전 똑같네? 근데 뭐 저리 덩치가 커?’


대륙에서 쌍둥이는 희귀하다.


대전란의 시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의술 자체가 쌍둥이로 태어난 갓난아이를 제대로 보살피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쉽게 볼 수 없는 쌍둥이를 바라 본 루는 무의식중에 말을 내뱉었다.


“정말 똑같네.”


두 사람의 눈빛이 변하자 루는 자신의 실수를 알아챘다.


“아! 미안합니다. 쌍둥이를 보는 건 처음이라 그만...”


루는 손을 들며 사과를 했다.


커다란 덩치의 둘은 사과를 받지도 않고 빠른 속도로 루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아니 그렇다고 무작정 그렇게 공격을 하면...”


살의나 투기가 없기에 루는 가볍게 말에서 뛰어 내리며 둘의 공격을 대비하려는 순간이었다.


털석! 털석!


쌍둥이는 루의 발치에 엎드렸다.


“...”


‘뭐지? 이건?’


황당함에 멈칫한 루는 말을 잊었고, 엎드린 둘은 동시에 외쳤다.


“루님! 저희를 입단시켜주십시오.”

“루님! 저희를 받아주십시오!”


***


슈가 자유롭게 풀을 뜯고 있을 때, 셋은 길가에 앉아 대화를 시작했다.


물론 쌍둥이는 무릎을 꿇은 상태였다!


“그러니깐, 그쪽이 라딘이고...”


“아니요, 제가 레딘, 이쪽이 라딘입니다. 제가 동생이죠!”


“...”


“그게 편하시면 이름을 바꿀까요? 저희는 상관없습니다만...”


“아니, 아니... 그럴 건 아니고...아무튼 은패 심사 하는 날 나를 보고 용병단에 가입하려 왔다 이말 인가?”


“네! 단장님!”


“네! 단장님!”


“뭘 보고 이렇게 온거야?”


라딘이 그걸 질문이라고 하는 냥 거침없이 답을 쏟아냈다.


“로빈에게 ‘이름을 걸어라!’...크 얼마나 멋집니까? 그리고 그 뛰어난 검술 역시 소름이 돋았지 뭡니까...”


레딘도 뒤를 이었다.


“저는 루 님의 그 침착한 눈빛이 너무 강렬했습니다. 밀리지 않는 투지와 기백. 따라가고 싶다고 마음먹게 되더라고요...”


라딘과 레딘은 덩치가 엄청 컸다. 루 역시 호리호리한 체형이지만 키는 컸다.


그런데 둘은 그런 루보다 머리 하나는 더 있었다.


몸 역시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어 루가 뒤에 서있으면 사람이 있는지도 모를 정도의 덩치였다.


그런 덩치를 가진 둘이 내가 더 칭찬 할 거야라며 경쟁하듯 루의 모습을 칭송하고 있었다.


“내가 콜메드로 가는 건 어찌 알았지?”


루는 궁금한 점을 물었다.


“칼스가 알려주었습니다.”


“칼스가? 그래 보이진 않았는데 입이 좀 가벼운 사람이군...”


루는 칼스에게 살짝 실망했다.


자고로 말 많고 입 가벼운 이는 곁에 두지 말아야 한다고 배웠기 때문이었다.


“칼스는 좋은 사람입니다.”


“응?”


무릎을 꿇은 채 입단 시켜 달라며 저자세를 유지하던 라딘이 격하게 반응했다.


“칼스는 고아였던 저희를 이렇게 멋지게 크도록 도와준 분입니다. 저희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을 분입니다.”


레딘 역시 이 부분은 양보 할 수 없다는 듯 말을 이었다.


“저희가 졸랐습니다. 루님과 함께 용병 생활을 하고 싶다고... 칼스는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


“그렇군...”


둘의 박력은 입단하겠다던 순간보다 강했다.


이 부분이 마음에 든 루는 둘을 보며 말했다.


“그런데 왜 저기서 내려왔지?”


“...”


둘은 잠시 주저하더니 라딘이 창피하다는 듯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희가 힘도 좋고, 싸움도 잘 하고, 요리도 잘 합니다...”


“그런데?”


“길치라... 길을 잘 못 들어서...”


“아! 그렇군! 역시 길을 잘 못 든 거였어!”


“네?


“응?”


루도 길치였다.


***


다그닥! 다그닥!


“그러니깐, 라딘은 도끼를 잘 쓰고, 레딘은 활을 잘 쏜다는 말이지?”


루는 말 위에 앉아 옆에서 걷고 있는 쌍둥이에게 물었다.


“네. 레딘은 눈이 매우 좋습니다. 남들이 보기 힘들 거리도 아주 잘 봅니다.”


“라딘은 힘이 정말 좋습니다. 등에 맨 도끼가 가벼워 보여도 남들은 양 손으로 들기도 힘든 무게인데 한 손으로 휘두를 수 있지요.”


쌍둥이는 앞다투어 자신들의 장기를 피력하기 시작했다.


칼스라는 공통분모가 있어 콜메드로 함께 이동은 하고 있지만, 아직 루의 입에서 입단을 허락하는 말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이 말... 대단하더군요!”


“슈? 왜?”


“아까 고블린이 길가로 뛰쳐나왔을 때에는 저도 깜짝 놀랐는데, 울음 한번 안 울고 단장님이 뒤로 가라 할 때까지 마치 고블린을 잡아먹을 눈으로 쳐다보더군요. 이런 말은 처음 봅니다.”


길을 다시 잡고 움직이던 셋의 앞에 부락에서 낙오된 듯한 고블린 한 마리가 튀어 나왔었다.


루는 미리 알고 있었다.


다만, 배가 고파 튀어 나올 거라 생각하지 못해 미리 말은 안 했던 것이었는데, 둘은 꽤나 놀란 모양이었다.


도끼를 잘 쓴다던 라딘이 한 번에 고블린의 목을 날려 버렸지만 말이다.


“스승님이 타시던 말인데, 이번에 내려오며 데리고 왔지. 전마 인데 고블린 정도에 놀라서야 쓰나... 그치 슈!”


루는 사랑스럽다는 손길로 슈의 목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 저기 콜메드 성이 보입니다.”


루의 귀에 쌍둥이 중 한명의 외침이 들려왔다.


루는 안력을 돋웠다.


저 멀리 희미한 형체로 성의 관문이 보였다.


“눈이 좋군. 레딘!”


루는 오른쪽에 걷던 쌍둥이를 보며 말했다.


“저는 라딘입니다. 레딘은 저쪽입니다.”


“아!... 그래. 동생이 뛰어나다고 말한 거야.”


루는 둘의 구별이 쉽지 않았다.


옆모습만 보고 말을 걸었는데, 말을 하고 나서 보니 등 뒤로 도끼가 보였다.


아무래도 당분간은 등에 맨 무기를 보고 구별해야겠다.


“제가 미리 가서 숙소랑 확인해 보겠습니다.”


라딘이 빠르게 할 일을 찾아 움직였다.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여명의 군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 변경 안내 24.09.12 30 0 -
31 새로운 시작 (2) NEW 13시간 전 19 0 12쪽
30 새로운 시작 24.09.16 27 0 13쪽
29 새로운 땅으로 ! (3) 24.09.15 31 0 14쪽
28 새로운 땅으로 ! (2) 24.09.14 36 1 13쪽
27 새로운 땅으로! 24.09.13 44 1 12쪽
26 전면전의 끝과 또 다른 시작 24.09.12 51 1 12쪽
25 전면전 (3) 24.09.11 45 1 12쪽
24 전면전 (2) 24.09.10 47 1 13쪽
23 전면전 24.09.09 55 1 14쪽
22 운명의 수레바퀴! (3) 24.09.08 61 1 14쪽
21 운명의 수레바퀴! (2) 24.09.07 67 1 12쪽
20 운명의 수레바퀴! +2 24.09.06 67 0 14쪽
19 비적들! (3) 24.09.05 69 0 13쪽
18 비적들! (2) 24.09.04 70 1 11쪽
17 비적들! 24.09.03 70 2 12쪽
16 인연을 이어가다. 24.09.02 78 3 12쪽
15 영지전 (3) 24.09.01 78 3 12쪽
14 영지전 (2) 24.08.31 89 3 12쪽
13 영지전 24.08.30 91 3 13쪽
12 새로운 동료 24.08.29 97 3 12쪽
11 두번째 의뢰 (4) 24.08.28 104 3 12쪽
10 두번째 의뢰 (3) 24.08.27 101 3 12쪽
9 두번째 의뢰 (2) 24.08.26 105 3 12쪽
8 두번째 의뢰 24.08.25 120 4 12쪽
7 마법사 24.08.24 126 4 12쪽
6 첫 의뢰 (3) 24.08.23 122 3 12쪽
5 첫 의뢰 (2) 24.08.22 139 4 12쪽
» 첫 의뢰 24.08.21 165 3 12쪽
3 세상으로!(3) 24.08.20 175 3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