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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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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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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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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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는 아무리 빨리해도 늦는 것

DUMMY

방범창은 이미 제 기능을 소멸한 지 오래됐고, 창문도 언제 깨져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가장 먼저 싸우면서 연신 알림이 울렸던 스마트폰의 화면을 들여다봤다.


[김수현]

레벨 : 6

나이 : 25세

신장 : 183.7cm, 78.3kg

직업 : 아포칼립스의 성자


[근력 4] [민첩 3] [내구 3] [체력 5] [마력 8] [행운 7]


잔여 포인트 : 5


[능력]

신성력 Lv.1

- 마력을 치환해 신성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레벨이 올라가면서 회복되는 느낌은 다행스럽게도 착각한 게 아니었다.


믿는 구석이 있어서 모험을 하긴 했지만, 까닥했으면 정말 죽었을 수도 있었다.


‘뭐, 덕분에 주변은 어느 정도 안전해졌겠지.’


무턱대고 나가서 좀비와 마주쳐 싸우는 것보다 차라리 몸을 보호할 수 있는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 처리는 게 낫다.


탁 트인 공간에서 좀비에게 둘러 싸인다면 나도 연우 누나도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다.


‘내가 가진 능력은 무한이 아니야.’


인간을 훨씬 상회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죽지 않는 건 아니다.


모든 건 명확하게 수치로 설정돼 있고 그 이상 발휘할 수 없다.


‘특히, 다른 건 몰라도 마력이 바닥나면 위험해.’


신성력을 사용할 수 있으면 좀비를 상대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어느 부위를 베도 죽일 수 있다.


그러나, 신성력을 사용하지 않으면 목을 날리지 않으면 안 된다.


“저, 정말 나갈 거야?”


연우 누나는 밖으로 나간다는 게 아무래도 불안했는지 내 옷깃을 붙잡고 물었다.


“응, 일단은 누나는 누나 집에 있어. 여긴 창문이 저래서 더 있는 건 위험하니까. 누나 집에도 먹을 거 있지?”

“있어.”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연우 누나의 어깨를 붙잡고 말했다.


“그럼 먹을 거 더 챙겨. 부피는 적게 차지하지만 열량이 높은 것들 위주로 혹시 무기로 쓸만한 거 있으면 그것도 챙기고.”

“너는 어쩌려고?”

“일단 주변이 안전한지 알아봐야지. 그래야 움직일지 말지 결정할 수 있으니까. 누나는 문단속 잘 하고 혹시 모르니까 TV 좀 켜 둬.”

“알았어.”


나는 현관문에 달린 외시경을 통해 밖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창문을 통해서 한 번 확인하긴 했지만, 이런 상황에서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나는 고개를 뒤로 돌려 연우 누나를 보며 말했다.


“없어. 문 연다?”

“응.”


나는 다시 몸을 돌려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게 현관문을 열었다.


이 근방에 있는 좀비는 다 처리했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장담할 순 없다.


나는 문틈 사이로 고개만 살짝 내밀어 양옆으로 쳐다봤다.


‘없다.’


복도에 좀비가 한 마리도 없는 걸 확인한 나는 문을 완전히 열고 밖으로 나왔다.


나는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고 연우 누나를 쳐다봤다.


누나 역시 좀비가 소리에 반응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문 밖으로 나왔다.


‘가자.’


나는 누나의 집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조심스레 키를 꺼내 문을 돌린 연우 누나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 있어.”

“응, 조심해.”


나는 연우 누나의 걱정 어린 얼굴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아까 못 봤어?”

“그래서 걱정이야. 더 무모해질까 봐.”


그 말에 나는 과하게 뜨끔한 얼굴을 하면서 말했다.


“나를 너무 잘 안단 말이야.”


내 말에 연우 누나는 주먹을 들어 나를 위협했다.


“진짜 이걸 그냥 콱 한 대 때릴 수도 없고.”


나는 얼굴을 잔뜩 구기며 양쪽 손을 들어 주먹을 막아내는 시늉을 했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나는 그 모습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아까 보니까 그렇게 빠른 속도로 달리진 못했어. 내가 더 빠르니까 위험하면 충분히 도망칠 수 있을 거야.”

“진짜 조심해.”

“알았어.”


나는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이곤 걸음을 옮겼다.


엘리베이터가 비교적 가까운 층에 있었지만, 이런 상황에선 계단을 이용하는 게 낫다.


혹여 내린 층에 좀비가 몰려 있다면, 스스로 막다른 골목에 들어간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청각에 예민하다면 올 수 있는 놈은 거의 다 오지 않았을까 싶긴 한데···.’


말도 안 되게 많은 숫자의 좀비가 몰렸다.


정말 죽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여차하면 민첩을 찍거나 체력을 찍으면 많은 숫자의 좀비와 만나도 도망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둘러 싸이거나 의외의 기습만 안 당하면 돼.’


나는 조심스럽게 계단을 타고 이동하면서 각 층은 복도는 물론이고 창문을 통해 외부를 쳐다봤다.


다른 아파트 단지를 배회하고 있는 좀비가 간간이 보이긴 했지만,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집에 틀어 박혀 있거나 아니면 이미 좀비로 변해 저렇게 돌아다니거나 둘 중 하나일 거다.


‘젠장, 대체 이게 다 무슨 일이야.’


살기 위해서 정신없이 검을 휘둘렀지만 너무나 비현실적인 광경에 말문이 턱 막혔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사람으로 살아있었을 동네 이웃을 수없이 찔러 죽였다.


“으웁! 우웨에에엑!”


나는 갑자기 밀려드는 구토감에 벽을 붙잡고 토를 했다.


아침도 제대로 먹지 못해서 제대로 나오는 건 없었지만, 속이 메스껍고 쓰렸다.


‘죽은 게 맞겠지? 다시 사람이 될 수 없는 게 맞겠지?’


몇몇 좀비는 움직이는 게 신기할 정도로 치명상을 입은 것도 있었지만, 외관으로 봤을 땐 경상 정도로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사람들은 사람으로 되돌릴 수 있는데 내가 죽인 거라면···.


만약 그런 거라면 나는 살인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일말의 가능성이 있지 않았을까?’


너무 무턱대고 검을 박아 넣은 건 아닌지 후회가 밀물처럼 밀려 들었다.


검을 찔러 넣은 몇몇 사람들은 심지어 안면이 있던 이웃이었다.


‘젠장···.’


나는 토사물로 더러워진 입가를 손등으로 닦아냈다.


후회는 아무리 빨리해도 늦는 것.


돌이킬 수 없는 일에 매달리는 것보다 살아남는 것에만 신경 써야 한다.


‘그래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니까.’


그래, 일단 살아남자.


나는 이를 악물고 움켜쥔 검에 힘을 잔뜩 쥐었다.


천천히 계단을 타고 1층까지 내려가는 동안에는 좀비와 마주치지 않았다.


‘바깥에 돌아다니는 놈들은 좀 있네.’


나는 호흡을 가다듬고 몸을 숨긴 채 바깥을 살필 때였다.


‘저, 저게 뭐지?’


아파트 관리실 앞에 사람 키를 훌쩍 넘기는 검은색 구체가 공중에 떠 있었다.


길쭉한 타원형 형태였는데 마치 게임이나 소설 속에 등장하는 게이트처럼 보이기도 했다.


‘설마···. 저게 정말 게이트고 지금과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게 저거 때문이라면?’


나는 그 게이트를 유심히 관찰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게이트가 소리도 없이 진동하더니 좀비들이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나는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저기서 저게 왜 나오는 거야?’


나는 어이가 없어서 눈을 부릅뜨고 쳐다봤는데 나오는 좀비의 숫자가 어마어마했다.


‘저 게이트···. 저 게이트 때문이었어.’


정확히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이 사건의 발단이 저 게이트를 통해 이루어졌다는 거다.


그걸 안 거로 이미 충분한 수확이었지만, 사람의 욕심이라는 게 본디 끝이 없는 거다.


나는 뭐 하나라도 더 알아낼 수 있는 정보가 없을까 싶어 조심스럽게 게이트를 쳐다봤다.


그 사이 좀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는데 게이트를 통해서 나온 놈들은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저건 이미 변한 개체가 들어온 것 같고···. 눈이 잠시 멀쩡한 건 변한 지 얼마 안 된 좀비가 맞나 보네.’


내가 죽인 게 확실히 사람이라는 게 밝혀지는 순간이라 씁쓸했지만, 생각에서 지우려고 노력했다.


내가 살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내가 좀비가 됐고 반대로 내가 당하는 입장이었어도 나는 상대방을 이해했을 거다.


‘일단 돌아가자.’


나는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조심스레 아파트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 * *


나는 연우 누나에게 내가 본 것에 대해 전달했다.


베란다에 나와 창문을 살짝 열고 게이트를 확인한 누나는 생소한 물체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저, 저게 뭐야?”

“나도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어. 확실한 건 저기서 좀비가 나오고 있다는 거야. 지금, 지금처럼.”


내 말에 연우 누나가 다시 게이트를 주시했다.


아까처럼 게이트가 소리 없이 일렁이더니 좀비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그 모습을 목격한 연우 누나는 입을 틀어막았다.


나는 누나 방에 걸려 있는 시계를 쳐다봤다.


‘10분 정도인가?’


정확하진 않지만, 체감상 10분 정도가 흐른 느낌이었다.


‘정확히 시간을 재볼 필요가 있겠어.’


나는 시계와 게이트를 번갈아 쳐다보며 시간을 재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10분 뒤 정확히 게이트가 일렁거렸고 좀비가 쏟아져 나왔다.


머릿수를 정확하게 세지 않았지만, 10분 전에 나온 좀비보다 20분 전에 나온 좀비보다 더 많았다.


“아까보다 많아 보이지 않아?”


연우 누나 역시 느꼈는지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많아. 확실히 더 많이 나왔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많이 나오는 구조인가 봐.”


내 말에 연우 누나는 절망 어린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코앞에 저런 게 있다면 아무리 죽여도 죽여도 아파트 주변에 좀비가 쌓일 수밖에 없다.


지금은 주변에 아직 소음이 많아서 그곳으로 좀비들이 몰려 가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줄어들 거다.


‘다른 사람들도 좀비의 특성을 파악할 테니까.’


물린 지 얼마 안 된 좀비가 아닌 이상에야 시력이 없다.


오로지 청력, 후각에 의존하는데 후각의 경우엔 아무래도 사람의 피 냄새를 맡는 것 같았다.


“저거···. 언제까지 나오는 걸까? 설마 계속 나오는 건 아니겠지?”

“글쎄···.”

“여기만 나오는 걸까?”

“모르지, 전 세계가 똑같은 상황일지도···.”


지금으로선 알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알아봐야지.”


* * *


시간이 지나자 결국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죽기를 각오하고 소리를 내서 좀비를 정리했던 게 무색하게 아파트 주변에는 좀비들이 가득했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건 게이트가 사라졌다는 거다.


10분 간격으로 엄청난 숫자의 좀비를 계속 쏟아내던 게 20분, 30분으로 늘었다.


마지막에는 1시간까지 늘어나더니 결국, 그 힘을 다했는지 그대로 사라졌다.


“사, 사라졌다···.”


영원히 끊이지 않고 나오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일단 그게 아니라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좀비가 쏟아져 나오긴 했지만, 어쨌든 끝이 있다는 얘기다.


‘물론, 저걸 다 죽였을 때 얘기지만···.’


우리 단지는 물론이고 다른 단지까지 징그러울 정도로 수많은 좀비가 몰려 있는 모습은 끔찍하기 짝이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사람들이 좀비의 속성을 알아차리고 서로 정보를 교환하기 시작했다는 거다.


나는 조심스럽게 베란다 문을 열고 다른 집을 살폈다.


몇몇은 겁에 질렸는지 아니면 좀비로 변한 건지 나오지 않는 집도 있었다.


베란다 밖으로 나온 사람들은 A4 용지에 수기로 쓰고 스마트폰의 카메라 확대 기능을 사용해 소통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대다수가 좀비에 대한 정보의 교류였고, 방금까지 우리 단지 경비실 앞에 있던 검은색 구체에 관한 얘기였다.


‘나 이외에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나 혼자는 무리겠지만, 나와 비슷한 능력자가 몇 명만 더 있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내일은 제가 작가 모임이 있어서 늦거나

연재를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한 경우엔 일요일 9시에 올리거나

다른 연재일에 연참해서 채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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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지키려는 자가 있다면... +2 24.09.14 174 5 12쪽
21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24.09.13 174 5 12쪽
20 공포는 이성을 마비시킨다 24.09.12 177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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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이렇게 쉬운 걸... 24.08.27 360 9 11쪽
5 언제나 사람이지 +2 24.08.26 402 11 11쪽
4 오히려 경험치 이벤트지 24.08.25 433 12 11쪽
» 후회는 아무리 빨리해도 늦는 것 +2 24.08.23 478 13 12쪽
2 게임적으로 접근하자고 +6 24.08.22 559 16 11쪽
1 아포칼립스 세상 : 각성의 시대 24.08.21 712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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