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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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S
작품등록일 :
2024.08.2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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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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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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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신도 욕하는 게 사람인데.

DUMMY

지금 상황에서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건 식량의 분배다.


말이 나오지 않도록 누구나 언제든 확인할 수 있게 식량을 보관하고 있었고, 최대한 공평하게 분배했다.


“문제는 그러한 보관 방식 때문에 사람들이 불안해 할 거란 거죠.”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건 맞아.”


연우 누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모두를 둘러보며 말했다.


“점점 떨어져 가는 식량을 어느 누구나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확실히···. 그것 때문에 불안해 하는 주민들이 많아요.”

“당장 생존과 관련이 있는 부분이니 당연하다고 볼 수 있지.”


내 말에 연우 누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성자님이 이곳을 벗어난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가진 사람들도 있습니다.”


김정웅의 말에 충분히 걱정할 수 있는 부분이란 생각이 들어 답했다.


“제가 다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고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겠죠.”


솔직히 말해서 각성한 능력을 가지고 나 혼자 살아남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골치 아프게 여기 아파트 주민을 위해 동분서주할 필요도 없고, 머리 싸매고 여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전자의 경우라면 누가 나가더라도 돌아오지 못할 테니까 어쩔 수 없죠. 문제는 후자인 경우인데. 그건 연우 누나를 남겨 놓고 가면 해결될 겁니다.”


실험을 해봐야 알겠지만, 신성 임명을 통해 연우 누나를 신도로 만든다면 최악의 상황에서 시간을 벌 순 있을 거다.


“나가야 삽니다.”


* * *


내가 강하게 밀어붙여서 결국 밖으로 나가는 것이 기정사실로 됐다.


나가는 인원의 편성, 차량, 무기, 장비 등등 나야 각성했으니 검 한 자루 달랑 들고 나가면 됐지만, 다른 사람은 아니었다.


하여간, 모든 준비를 김정웅에게 맡기고 나는 쉬기 위해 다시 연우 누나와 집으로 향했다.


“그나저나 어떻게 된 거야? 금방 죽기라도 할 것처럼 골골거리더니?”

“레벨이 꽤 많이 올랐더라도 거기서 얻은 포인트로 마력을 찍었지.”

“아···.”


내 말에 그제야 내 몸이 회복된 게 이해가 갔는지 탄성을 내질렀다.


애초에 마력이 부족해서 빠진 힘이었으니 마력을 찍어주면 그만이다.


“편하네, 그거?”

“글쎄···. 앓지 않아도 될 병을 하나 더 얻은 것 같은데.”


내 말이 딱히 틀린 말은 아니라 연우 누나는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그런가?”


나는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이고 말았다.


솔직히 말해서 이런 힘을 가진 게 좋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부담스럽기도 했다.


‘어쨌든 이 힘이 없었으면···. 죽었겠지.’


그냥 얌전히 방 안에 있으면 버틸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결국 죽었을 거다.


강한 힘에는 그에 대한 책임이 따른다고 했던가?


나는 그걸 여실히 느끼고 있다.


“많이 부담스럽지?”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걸 느끼고 있었는지 넌지시 연우 누나가 물었다.


“그렇지, 뭐···. 내가 이 사람들을 모두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면 좋겠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게 가능할지도 모르겠고···. 자신도 없고. 지금까진 운이 따라줬지만, 그게 계속될지도 의문이고.”

“생각이 많네, 생각이. 우리 성자님.”

“윽, 누나까지 그렇게 좀 부르지 마. 말은 안 했지만, 성자라고 부를 때마다 얼마나 닭살이 돋는지 알아?”

“에이, 그래도 사람들은 좋아하니까 네가 참아. 너도 알지?”

“알지.”


사람들이 나를 성자라고 부르는 이유는 자신을 지켜줄 거라는 믿음이 담겨 있는 말이다.


자신을 버리지 않을 거라는 믿음.


어떻게 보면 내겐 그리 나쁜 일은 아니다.


어쨌든 나를 믿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나는 더 강해질 테니까.


밖으로 나가려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최대한 많은 사람을 구하면 나도 강해지니까.’


물론, 강해지기 위해 사람을 구하려는 건 아니다.


사람의 목숨이 수단이 될 순 없으니까, 하지만 이유는 된다.


“아, 집에 가서 뭐 하나만 확인 좀 해보자.”

“뭘?”

“새로운 스킬 하나를 얻었는데 누나한테 한 번 써보려고.”


그 말에 연우 누나가 눈을 가늘게 뜨더니 말했다.


“무슨 스킬인데? 이상한 거 아니지?”

“내가 누나한테 이상한 걸 왜 써. 신성 임명이라는 건데 사도로 임명할 수 있다라고 돼 있어. 보니까 내 힘을 어느 정도 사용할 수 있는 것 같은데 확인해 봐야 확실히 알 것 같아.”


내 말에 연우 누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말했다.


“그게 정말이야?”

“100%는 아니고 확인해봐야 알아. 전혀 다른 스킬일 수도 있어. 누나도 봤잖아. 이거 엄청 불친절한 거.”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 흔들었다.


“지금 좀 볼 수 있어?”

“자.”


나는 스마트폰을 연우 누나에게 넘겨줬다.


“그런데 이거 진짜 신기하다···. 너 스마트폰 충전 한 번도 안 하지 않았어?”

“어? 생각해 보니까 그렇네?”


이미 몇 번이나 방전이 됐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시간이 지났다.


그런데 여전히 내 스마트폰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심지어···. 처음 봤을 때 % 그대로인 것 같은데? 86%···. 맞지?”

“맞는 것 같은데···.”


정확하진 않지만, 침대에서 눈을 떴을 때 내 핸드폰의 베터리 잔량이 80% 때였다는 건 기억한다.


“숫자 하나 안 바뀌고 베터리가 그대로일 수가 있나? 그것도 며칠 동안이나?”

“불가능하지.”


나는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확실히 뭔가 알 수 없는 힘이 내 스마트폰에 작용하고 있다는 거다.


“정말 새로 생겼네. 21이면 높은 건가?”

“글쎄, 나야 모르지. 다른 각성자를 만난 적이 없으니까. 다만, 내가 낮은 편은 아닐 거라고 짐작하고 있지.”

“아, 하긴···. 네 능력으로 지금 이 순간에도 좀비를 잡고 있으니까 경험치가 계속 차겠구나.”

“어, 맞아.”


내가 직접 좀비를 죽여서 얻는 것보다 적은 경험치가 들어오긴 했지만, 확실히 들어오는 건 확인했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에도 적지만 계속 경험치가 오르고 있을 거다.


몰려드는 좀비를 소화전으로 수없이 잡고 있으니까.


‘신성 임명을 통해서 사도가 된 누나가 좀비를 죽이면 나한테도 경험치가 들어오는 건가?’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어떤 시스템일지 고민해 봤지만, 고민한다고 해서 해결될 게 아니었다.


‘써 보면 알겠지.’


연우 누나는 스마트폰을 확인했는지 말했다.


“신성 임명이라···. 확실히 뭔가 네가 가진 힘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긴 하다. 근데 너 스킬 레벨은 하나도 안 올랐네? 이건 못 올려?”

“레벨이 올라도 스킬을 올릴 수 있는 포인트는 따로 안 주던데. 별도의 방식이 있는 것 같아.”


내 말에 연우 누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차근차근 스마트폰을 보며 말했다.


“나도 너처럼 각성했으면 좋겠다.”

“그럼 당장 좀비랑 싸워야 하는데?”

“싸우면 되지.”


연우 누나는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네가 싸우는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는 것보다 옆에 서서 함께 싸우는 게 마음 편해.”


갑작스럽게 진심을 담아 말하자 나는 살짝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뭐야, 갑자기···. 어울리지 않게. 내가 뭐 진짜 죽을 줄 알았어?”

“아니, 그냥 단순히 쓰러진 거라는 거 알았어. 그런데도···. 무서웠어. 네가 만에 하나 죽는 건 아닐까 해서.”


연우 누나는 잘 됐다는 얼굴로 스마트폰을 내게 건네더니 말했다.


“잘 됐다. 집에 가서 얼른 써 보자. 근데 그 정도 마력은 있는 거야?”

“글쎄. 써 봐야 알 것 같은데. 충분하지 않을까?”


마력에 10 포인트나 줬고 회의하면서 자연적으로 회복된 마력도 있으니까.


무엇보다 마력을 찍어서 그런지 몰라도 마력의 회복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회복되는 양이 확연히 늘었어.’


연우 누나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잘 됐네. 얼른 써 보자. 만약 내가 네 힘을 어느 정도 쓸 수 있는 스킬이라면 불안해 하는 사람이 확실히 줄 거야.”

“그렇겠지.”

“그럼 앞으로 뒤에만 서 있지 않아도 되고.”


해맑게 웃으며 말하는 연우 누나의 모습에 나는 고민이 됐다.


나는 걸음을 멈췄고 연우 누나는 몇 발자국 더 가서 옆에 내가 없는 걸 보곤 고개를 뒤로 돌렸다.


“뭐야? 왜 안 와?”


의아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연우 누나를 보며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뭐야? 왜 그래?”


내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몸을 완전히 뒤로 돌린다.


“그냥···. 누나한테 이 스킬을 사용하는 게 맞는 건가 싶어서.”

“그게 무슨 소리야?”


연우 누나가 미간을 찌푸리며 날 쳐다봤다.


“아까는 써 준다면서?”

“그래, 솔직히 말해서 지금 상황에서 누나 말고는 다른 대책이 없긴 해. 이 아파트 안에서 내가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니까.”


내 말에 연우 누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천천히 내게 다가온다.


“누나.”


내 부름에 누나가 그 자리에 멈춰 선다.


“나는 이 능력이 누나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수현아, 나는.”

“알아. 누나는 그런 걸 알고도 감수하겠지. 나를 돕고 싶을 테니까. 나도 그걸 알기 때문에 누나한테 쓰려는 거야. 다른 대안이 없거든.”

“다른 대안?”

“그래. 만약에 이 힘이 그런 힘이라고 가정해 보자고. 나와 준하는 힘을 사용할 수 있는 힘이라고.”

“응.”

“그 힘으로 나를 죽일 수도 있겠지.”


그 말에 연우 누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쳐다봤다.


“그게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야. 내가 준 힘을 가지고 나를 죽이는데 사용할 수도 있겠지. 만약에 내가 가진 힘을 사용할 수 있는 거라면 못할 것도 없을 거야.”


내 말에 누나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 없는데···.”

“그래, 누나니까 그렇지. 그럼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보자.”

“어떻게?”

“이 신성 임명이라는 스킬을 내가 가지고 있다는 게 알려진다면 사람들은 좋아할까?”

“그야 당연하지.”

“몇몇은 그러겠지만, 안 좋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야.”

“왜?”


연우 누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날 쳐다봤다.


“왜 누나에게만 그 스킬을 사용하는가. 그것에 대한 반발은 없을까?”


그 말에 연우 누나는 입을 살짝 벌리고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생각은 안 해봤겠지.’


사람이라는 건 생각보다 이기적인 존재다.


신성 임명이라는 스킬을 통해서 인간을 넘어서는 힘을 가지게 될 수 있다면 그걸 마다할 인간이 몇이나 될까?


그것도 힘이 곧 생존이 된 세상에서.


“몇몇은 알 거야. 지금 이 세상에서 힘이 법이고 권력이라는 사실을. 솔직히 지금 여기 돌아가고 있는 상황을 보면 크게 다르지 않지. 내가 하는 말이 다 법이고, 불만이 있어도 별 수 없이 참고 있는 사람도 있으니까.”


대표적으로 상수도 밸브를 가지고 싸웠던 사람들이 있겠지.


그 사람들 중에 만약 각성한 사람이 나온다면 나와 좋게 지낼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나는 피식 웃으며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는 연우 누나를 쳐다봤다.


“너무 그렇게 걱정하지 마. 아직 닥치지도 않은 일이고 어떻게 보면 일어나지도 않은 일인데 내가 너무 과하게 얘기한 것도 있으니까.”

“그런데···. 네 말을 듣고 보니까 과한 것 같지는 않아.”


연우 누나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지금도 고마워 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에 불만을 가진 사람도 있거든. 너한테 얘기는 안 했지만.”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어떻게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신도 욕하는 게 사람인데.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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