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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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S
작품등록일 :
2024.08.2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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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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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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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언제나 최악을 생각했어야 했다.

DUMMY

언제나 최악을 생각했어야 했다.


아파트 단지 내부에 검은색 구체가 충분히 생길 수도 있었다.


다만, 그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서 그랬는지, 아니면 내부를 어느 정도 안정시켰다는 마음 때문인지 미쳐 거기까지 생각을 못 했다.


“다 피하라고요! 죽기 싫으면 다 들어가라고!”


내가 재차 외치자 그제야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모양이다.


나는 영문을 모르겠단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느낌이 안 좋습니다. 추측이긴 하지만, 검은색 구체가 놀이터에 생길 것 같습니다.”


단순한 느낌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나 익숙한 감각이었다.


“놀이터요?”


내 말에 사색이 된 얼굴로 김정웅이 물었다.


“예.”


우리가 있는 곳과 놀이터와 거리가 멀어서 그런지 제대로 들리지 않은 모양이다.


놀이터에 있는 사람들이 의아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고, 아이들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성자님이다!”

“성자니임! 안녕하세요오!”


해맑은 얼굴로 손을 흔들어 보이며 합창하는 아이들을 보며 나는 이를 꽉 물었다.


우우웅!


익숙한 소리와 함께 꺼리짐한 기운이 한 곳에 집중되는 게 느꼈다.


“이젠 확실합니다. 이럴 시간 없어요. 외부를 막을 인원을 제외하고 최대한 빨리 불러 모으세요.”


난 더는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그대로 옥상 난간으로 가볍게 뛰어 올라갔다.


“성자님!”


놀란 얼굴로 나를 불렀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계단으로 가면 너무 늦어.’


각성했으니 떨어져도 죽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고 나무가 많으니, 충격을 줄일 수 있을 거다.


나는 그대로 옥상 난간을 박차고 뛰어내렸다.


바람이 나를 스쳐 지나간다.


바닥이 빠르게 가까워져 오는 것을 보고 나는 반사적으로 나무에 닿기 전 아파트 벽을 찼다.


타앗!


생각보다 힘을 강하게 줬는지 내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쏘아져 나갔다.


머리가 무거워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머리가 아래로 떨어진다.


난 그 힘을 이용해 그대로 몇 바퀴 구르며 지면에 닿기 직전 바닥에 다리를 붙였다.


타타탓!


“와, 씨. 이게 되네.”


살짝 휘청이긴 했지만, 나는 그 힘을 그대로 이용해 지면을 박찼다.


엄청난 속도와 함께 주변의 풍경들이 빠르게 뒤로 지나간다.


후우웅!


맞바람이 엄청나게 불어왔지만, 나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다리에 힘을 줬다.


내가 뛰어내렸던 옥상을 힐끗 보니 입을 쩍 벌리고 나를 보고 있는 김정웅이 보였다.


“그러고 있을 시간 없습니다! 빨리 불러요! 대비 방송도요!”


내 외침에 김정웅이 그제야 퍼뜩 정신을 차리고 몸을 뒤로 돌리는 게 보였다.


‘젠장, 어떻게 된 아파트가 무전기 하나가 없어.’


밖으로 나가면 식량보다 무전기를 먼저 구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물론, 살아남는다면.


* * *


하늘이 도왔을까?


정확히 들리진 않았겠지만, 옥상에서 내가 외친 소리와 주변의 소란스러움.


그 어떤 것보다 위험에 민감한 엄마라는 존재라서 그랬을까?


검은색 구체가 생기기 전에 놀이터에 있던 여자와 아이들은 자리를 피한 상태였다.


우우웅···.


‘확실해.’


가까이 오니 확실하게 느껴졌는데 상당히 거슬리는 느낌? 아니, 기운이라고 할까?


하여간, 신경을 곤두서게 만드는 느낌이 짙게 느껴졌다.


“후···.”


이곳까지 상당히 빠른 속도로 달려와서 그런지 호흡이 불안정했다.


[관리실에서 알려드립니다. 현재 외부에 계신 분들은 모두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 주세요. 다시 한 번 알려드립니다. 현재 외부에 계신 분들은 모두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 주세요. 또한, 입구에 배치된 인원을 제외한 전투 부대 전원은 놀이터로 모여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반복합니다.]


그 사이 다급한 목소리가 아파트 곳곳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젠장, 맞았구나.”


공간이 일그러지는 듯한 모습이 보이더니 허공에 검은색 구체가 생겨나기 시작한다.


관건은 저 구체의 크기다.


최악의 경우 구체의 크기가 상상 이상으로 크면 힘겹게 안정시킨 이곳을 떠나야 할 수도 있다.


“성자님! 허억···. 헉···. 도대체 무슨 일입니···. 이, 이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내게 묻던 김정웅이 검은색 구체를 보곤 눈이 커진다.


“예, 맞습니다. 검은색 구체에요. 곧 좀비가 쏟아져 나올 겁니다.”


내 말에 김정웅이 침을 꿀꺽 삼키더니 놀란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이곳에 검은색 구체가 생길지 어떻게 아셨습니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느껴졌습니다.”


내 말에 김정웅은 의외로 쉽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그렇군요···. 어쩌면 각성한 분들의 특수한 능력이거나 성자님의 특별한 능력일 수도 있겠네요. 어쨌든 성자님과는 상극의 힘인 것 같으니까요.”

“듣고 보니까 일리가 있네요.”


나는 빛이고 검은색 구체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겉으로 보기엔 어둠이다.


나와는 상극이고 저 안에선 나와 상극인 좀비가 나온다.


뭔가 거슬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도 어쩌면 그와 같은 이유일 수 있겠다.


“상황이 좋지 않으면 이곳을 떠나야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내 말에 어두운 얼굴로 김정웅이 물었다.


“그 정도로 심각한 상황입니까?”

“아직은 모릅니다. 크기에 따라 나오는 좀비의 숫자가 다르니까요. 어쩌면 더 강한 개체가 나올지도 모르죠.”


정말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다면 여기서 우리가 모두 죽는 그림이다.


머릿수에 장사 없다고 물보다 더 많은 좀비가 쏟아져 나온다면 답이 없다.


“만일의 경우 여자와 아이, 노인들을 밖으로 내보낼 수 있습니까?”

“불가능하진 않지만···.”

“어차피···. 얼마 가지도 못하고 죽겠죠.”


내 말에 김정웅이 얼굴을 딱딱하게 굳히고 고개를 끄덕였다.


“예.”


사실상 배수의 진을 치고 무조건 막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였다.


‘젠장, 왜 이 생각을 못 했을까.’


내부에서 적이 나타날 것을 생각하고 대비했어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최근 물탱크에 물을 채워 성수로 만들었다는 것 정도였다.


문제는 그 물탱크에 물로 감당되지 않는 숫자가 나온다면 무용지물이라는 거다.


“보급 쪽에 전해 주세요. 놀이터에 닿는 소화전 물탱크에 물이 떨어지면 바로 보충할 수 있게 준비해 달라고요.”

“알겠습니다.”


내 말과 동시에 김정웅은 곧장 뒤로 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게이트가 점차 제대로 형상을 갖추고 커지기 시작했다.


그걸 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성자처럼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신이 정말 있다면 제발 좀 작은 거로 부탁합니다. 젠장.’


* * *


내 기도가 하늘에 닿았는지 모르겠지만, 구체의 크기는 아파트 관리실 앞에 있던 것과 유사했다.


나는 뒤를 힐끗 쳐다봤다.


잔뜩 긴장한 얼굴로 대열을 갖추고 있는 전투 부대 인원들을 보며 말했다.


“충분히 막을 수 있습니다. 옥상에서 이곳에 닿는 소화전도 있고 무엇보다 이 검은색 구체 제가 본 적이 있습니다.”

“우리 동 아파트 관리실 앞에 있던 검은색 구체 크기랑 비슷한 것 같은데?”


같은 동에 사는 아저씨 한 분의 말에 나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맞아요.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지켜봤는데 저희가 충분히 막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아요.”


나는 긴장을 최대한 풀며 별거 아닌 것처럼 심드렁하게 말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 내 태도가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긴장된 얼굴이 조금씩 풀어지기 시작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저 혼자 처리할 걸 그랬네요.”


내 말에 농담인지 진담인지 구분이 가지 않아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그리 많은 숫자가 아닌 건 확실했지만, 솔직히 아무런 피해도 없이 막을 수 있을진 모르겠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검은색 구체가 생긴 위치다.


‘놀이기구가 훌륭한 장애물이 되겠는데?’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땐 검은색 구체를 포위하는 방향으로 하려다 선회한 것도 그 때문이다.


좀비가 우리에게 달려들기 가장 어려운 위치에 일렬 횡대로 길게 늘어서 있었다.


놀이터 바깥으로 나가는 입구가 좁아서 그 앞쪽에 자리를 잡았고, 그곳이 밀릴 경우 차츰 후방으로 빠지기로 했다.


양옆에 나무가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좁은 길목에서 좀비를 상대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곳에서 더 밀리는 상황인데···.’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그런 상황이 오면 더 후방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


나무가 끝나는 지점이 오면 공간이 몇 배로 넓어진다.


다시 말하자면 좀비가 달려들 수 있는 공간이 훨씬 넓어진다는 의미였다.


‘대비를 하긴 했는데···. 잘 먹힐지 모르겠네.’


나는 긴장을 풀기 위해서 몰래 호흡을 심호흡했다.


내가 흔들리면 모두가 흔들린다는 걸 알기 때문에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하고 있었지만, 솔직히 두려웠다.


내가 죽을 수 있다는 것도 두렵지만, 내가 내린 지시에 누군가 죽을 수 있다는 게 더 두려웠다.


“긴장할 것 없습니다.”


김정웅이 그런 내 표정을 읽었는지 내 옆에 슬쩍 다가와 말했다.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했습니다. 성자님 말씀처럼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 겁니다. 그게 잘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거죠."


나는 그 말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내와 자식이 있는 분이 그렇게 말하는데 계속 불안에 떨고 있을 순 없었다.


* * *


“나옵니다!”


내 외침에 모두의 시선이 검은색 구체로 향했다.


처음 나오는 숫자가 가장 적다는 걸 알고 있기에 초반에는 검은색 구체와 근접해서 막는 방법을 택했다.


“많이 쏘지 않아도 되니까 차분하게 조준해서 소량만 발사하세요.”


내 지시에 김정웅을 비롯해 가장 선두에 서길 자원한 몇몇 인원들이 눈빛을 교환한다.


소량만 물이 닿아도 죽기 때문에 굳이 많이 쏠 필요가 없다.


“저부터 쏠게요.”

“제가 커버하겠습니다.”


한 명이 차분하게 나오는 좀비에게 물을 발사했다.


“그워어어!”


나오자마자 빛으로 화해 사라진다.


“나오는 숫자는 점점 늘어날 겁니다. 겹치지 않게 소량 발사, 꼭 준수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예.”


내 지시에 우렁차게 대답하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씩 웃어 보였다.


“한 번에 너무 많이 나와도 걱정하지 마세요. 물려도 치료해 드릴 수 있고, 제가 후방으로 합류할 수 있는 시간 정도는 충분히 벌어드릴 수 있으니까요.”


내 말에 확실히 마음이 놓이는지 어색하게나마 웃어 보인다.


“좋습니다.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도 있잖아요. 다들 웃으며 쏩시다. 긴장해서 좋을 거 하나 없어요. 좀 바보 같으면 어떻습니까.”

“왜 저를 보고 얘기하십니까, 성자님? 제 얼굴이 그렇게 바보 같습니까?”

“아니라고 하기 힘든 얼굴이긴 합니다.”


내 농담에 다들 피식 웃음을 터뜨렸는데 다행히 긴장이 어느 정도 풀린 듯한 느낌이다.


‘긴장을 풀기 위해 농담보다 좋은 게 없긴 하지.’


나는 씩 웃으며 허리춤에 차고 있는 검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후방으로 후퇴할 때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차고 왔는데 확실히 제대로 된 무기를 지니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마음이 놓인다.


“그워어어!”

“으어어어어!”

“나옵니다!”


내 말에 최대한 근거리에서 소량의 물을 발사해 처리한다.


확실히 움직임이나 행동이 굼뜬 부분이 있어서 포위되는 상황만 피한다면 충분히 처리할 수 있으리라 생각됐다.


“쉽네, 쉬워! 충분히 상대할 수 있겠어.”

“그러게, 조금 더 많이 나와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또 나옵니다!”

“죽어라, 이 자식아!”

“이거나 먹어라!”


좀비가 늘어나는 숫자가 점차 늘기 시작했지만, 어렵지 않게 막아내고 있었다.


‘걱정했던 게 무색할 정도네.’


나는 생각보다 쉽게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아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그래, 이순신 장군님께서 그러셨지. 한 사람이 길목을 지키면 천 명도 두렵게 할 수 있다고.’


그 말이 딱 어울리는 상황이다.


좀비가 검은색 구체 안에서 나온다면 그 구체만 잘 지키고 서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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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나 최악을 생각했어야 했다. 24.09.02 279 7 12쪽
10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 24.08.31 298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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