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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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S
작품등록일 :
2024.08.2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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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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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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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이렇게 쉬운 걸...

DUMMY

“이거···. 어쩐지 쉽다 했다.”


지하 주차장에 상수도 밸브를 잠그는 것까진 수월하게 진행됐다.


문제는 옥상에서 발생했는데 문이 잠겨 있었다.


“이걸 왜 생각 못 했지.”


나는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쓸어 올렸다.


일반적으로 아파트 옥상은 안전상 이유로 폐쇄하는 경우가 많다.


“어쩌죠?”


나보다 한 살 어린 김우진이 흔들리는 눈빛으로 우리를 쳐다보며 물었다.


“별다른 도구도 없어서 강제로 열긴 힘들 것 같은데요.”


내 말에 근육질 아저씨, 김진국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여느 과정에서 소음이 발생할 테니 그것도 문제라면 문제입니다.”


30대 초반의 아저씨 두 명 중 작은 물총을 들고 있는 김성우는 힐끗 계단 아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계단을 타고 좀비들이 우르르 올라오면 완전히 고립되겠네요.”

“층이 그래도 꽤 높으니까 1층까진 안 들리지 않을까요? 1층 문을 닫아 놓으면 어느 정도 소음이 차단되긴 할 것 같은데.”


본인을 장교 출신이라고 소개한 30대 중반의 김정웅은 문을 쳐다보며 말했다.


“쇠사슬이 감겨 있는 것도 아니고 이중 잠금장치도 아니라서 문고리만 내려치면 쉽게 열 수 있습니다.”


나는 팔짱을 끼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모든 결정은 내가 내리고 있었기에 모두의 시선이 나를 향하고 있었다.


내 선택에 따라서 자칫하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에 결정을 내리는 게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내려야겠지.’


지금 상황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문을 여는 거다.


그렇게 하면 일단 성수의 공급이 쉬워진다.


일일이 집집마다 들러서 성수를 만들어 줄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또한, 물탱크의 물은 상수도 관이 따로 설치돼 있기 소모한 뒤 채우기도 쉽다.


‘아파트 관리실까지 가긴 너무 멀어.’


정석적인 방법은 아파트 관리실에서 옥상 키를 가지고 오는 거지만, 사방에 좀비가 깔린 상태라 오히려 그게 더 위험할 수 있었다.


최대한 소음이 나지 않도록 이 문을 여는 것 말곤 사실 더 좋은 방법은 떠오르지 않는다.


“아니, 잠깐···. 하!”


나는 문득 드는 생각이 실소를 흘릴 수밖에 없었다.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다가 별안간 내가 어이없는 듯 웃자 모두가 의아한 얼굴로 날 쳐다봤다.


“생각해 보니까 문을 열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 있네요.”


나는 문고리를 잡아 돌렸다.


중간에 걸리는 느낌이 들었지만, 무시하고 그대로 계속 힘을 줬다.


까드득!


순간 소음이 발생하긴 했지만, 그렇게 큰 소리는 아니었다.


“여···. 열렸네?”

“그냥 힘으로?”


문 앞에서 고민했던 시간이 민망할 정도로 너무나 쉽게 열리는 문에 나도 어이가 없었다.


‘이렇게 쉬운 걸···.’


* * *


“그럼, 해보겠습니다.”


물탱크의 크기는 아파트 한 동의 사람들이 며칠 정도는 충분히 쓸 수 있는 양이었다.


당연히 물의 양이 엄청날 수밖에 없었다.


반신반의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일행들 앞에서 나는 물탱크에 손을 뻗었다.


푸르스름한 빛이 손에서 뿜어져 나오더니 순백의 빛으로 변한다.


“와···.”

“오오···!”


그 광경이 제법 그럴싸해 보였는지 감탄을 터뜨렸다.


욕조 물에 마력을 집어넣었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마력이 빠져나갔다.


“큭!”


나는 결국 빠져나가는 마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


“된 거예요?”


조심스럽게 물어오는 막내 김우진의 모습에 난 고개를 저었다.


“아니, 마력이 생각보다 많이 들어가네.”


이 아파트 단지에 그래도 꽤 나를 믿는 사람이 많은데도 물의 양이 워낙 많아서 그런지 쉽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나는 아껴뒀던 포인트를 지금 사용할 때란 생각이 들었다.


들어간 마력도 아까웠으니 여기서 물러나면 손해만 보는 거다.


[김수현]

레벨 : 10

나이 : 25세

신장 : 183.7cm, 78.3kg

직업 : 아포칼립스의 성자


[근력 4] [민첩 3] [내구 3] [체력 5] [마력 19] [행운 7]


잔여 포인트 : 0


[능력]

신성력 Lv.1

- 마력을 치환해 신성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신앙 Lv.1

- 타인의 믿음에 비례해 신성력이 증가합니다.


나는 그간 레벨을 올려서 얻었던 모든 포인트를 마력에 투자했다.


“오···. 확실히 느낌이 다르네.”


마력에 투자하자 확실히 온몸에 힘에 활력이 도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다시 손을 뻗어 물탱크에 가져다 대고 마력을 일으켰다.


화아아아아악!


아까와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내 손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고, 순식간에 물탱크 안에 들어있는 물이 빛을 뿜기 시작한다.


그 모습에 모두가 놀란 얼굴로 나와 물탱크를 쳐다봤다.


“이제 됐습니다.”


내 말에 김우진은 환하게 웃으며 좋아했고, 김진국은 흡족한 듯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김성우는 자기가 들고 있는 작은 물총을 흔들어 보이더니 웃으며 말했다.


“그럼 이제 일일이 돌아다니시지 않아도 되겠네요.”

“그렇네요.”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는데, 솔직히 말해서 다른 것보다 그게 가장 좋았다.


* * *


“각 층 돌아다니시면서 가능한 크게 소리를 내달라고 좀 해주세요. 어느 정도 보이면 뿌리겠습니다.”


내 말에 김성우, 김정웅 두 사람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바로 내려가서 전달하겠습니다.”


옥상에도 물탱크와 직접 연결된 소화전이 있었기에 이걸 뿌릴 생각이었다.


분무기에서 뿜는 물은 지상에 닿기도 전에 증발될 가능성도 있었지만, 소화전을 통해 대량으로 뿌리면 지상까지 충분히 닿았다.


소화전은 나와 김진국 둘이 뿌리기로 했다.


“이러려고 키운 근육은 아니지만 요긴하게 써먹겠군.”


나는 그 말에 작게 웃음을 터뜨리며 높은 곳에 올라온 김에 주변을 둘러봤다.


훨씬 더 높은 곳에 올라와서 더 멀리 내다볼 수 있었는데 상황이 썩 좋아 보이진 않았다.


‘비명이 많이 줄었어.’


비명이 줄었다는 건 애석하게도 당할 사람은 거의 다 당했다는 얘기다.


청각과 후각에 예민하다는 걸 파악한 사람만이 숨을 죽이고 살아남았을 거다.


“군이 제압할 수 있으리라 보나?”


김진국도 참혹한 주변의 상황을 훑어보면서 내게 물어오기에 난 어깨를 으쓱였다.


“힘들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단호한 내 대답에 김진국은 재미있다는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군에서 사용하는 무기 대부분은 소음이 크지 않습니다. 머리를 정확히 노려서 쏠 수 있는 무기도 사실 소총을 제외하면 많지 않고요.”

“자승자박이 될 수도 있단 얘기군.”

“예.”


소음은 더 많은 좀비를 부를 뿐이다.


어떻게 보면 그런 면에서 내가 가진 능력은 굉장히 안전하고 효율적인 무기라고 볼 수 있다.


깡깡깡!

땡땡땡!


“시작한 모양이군.”


갑작스럽게 나는 소음에 화들짝 놀랐지만, 그게 곧 아파트 주민들이 내는 소리라는 걸 깨닫고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최대한 좀비를 끌어모으기 위해선 소리를 내는 게 가장 빨랐다.


“저건 또 어디서 난 거야?”


나는 슬쩍 아래를 내려다봤는데 참 방법도 가지각색이다.


확성기에 대고 음악을 크게 트는 집도 있었고, 무슨 피인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피를 바닥에 뚝뚝 떨구는 집도 있었다.


“그워어!”

“으어어!”


그런 주민들의 노력 덕분에 확실히 격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청각 못지 않고 후각도 예민한 모양이네.’


코를 벌름거리는 걸 보니 일반적인 좀비처럼 피에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처럼 보였다.


“엄청나군.”


김진국은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좀비는 물론이고 외부에 있는 좀비까지 밀려들자 감탄을 토했다.


소리 때문인지 아니면 피 냄새 때문이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멀리 퍼져나가는 듯 보였다.


마치 파도가 몰아치듯 좀비들이 일제히 우리가 있는 아파트로 향하는 모습이 징그럽기 짝이 없었다.


‘경험치라고 생각하자, 경험치.’


아파트 주민들이 몹몰이를 해주고 있는 거고 나는 그냥 받아 먹으면 되는 거다.


‘쉽게 생각하자.’


내가 계획하고 벌인 일이지만,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슬슬 시작해도 되겠군.”


김진국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시작하시죠.”


나는 소화전의 물을 최대치로 틀고 재빨리 달려와 호스 머리 부분을 붙잡았다.


각성 덕분인지 수압이 제법 강할 텐데도 그리 큰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이거 수압이 장난 아닌데?”


나처럼 소화전을 최대로 틀고 호스를 붙잡고 있는 김진국은 만만치 않다는 얼굴을 했다.


안 그래도 터질 것 같은 팔 근육이 정말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올랐다.


“내가 이쪽을 뿌리지.”


김진국은 물이 뿜어져 나오는 소화전 호스를 단단히 붙잡고 반대편으로 이동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이쪽을 뿌리겠습니다. 바람 방향이 이쪽에서 부니까 가운데는 뿌리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알겠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 김진국은 호스를 끌고 이동했고 나도 그와 반대편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아파트 전체가 떠들썩했다.


“다 죽어라, 이 개자식들아!”

“살았어! 우린 살았다고! 여보! 얘들아!”

“흑흑! 이 나쁜 놈들! 다 죽어라! 다 죽어!”

“와아! 죽는다! 엄청 죽어! 다 죽는다!”


재미있는 건 이를 본 다른 동 아파트 주민들도 역시 함께 환호를 질렀다는 거다.


자기 아파트 주변에 있던 좀비가 우리 아파트로 몰려가 죄다 죽으니 좋을 수밖에 없다.


“헉···. 헉···. 도와주러 왔습니다.”


별안간 문이 벌컥 열리며 처음 본 남자 하나가 서 있었다.


“소화전이 몇 개 더 남는다고 들었습니다.”

“아, 예. 그럼 저기 있는 거로 반대쪽에 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내 말에 그 남자는 뭐가 벅차 오른다는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알겠습니다.”


그 뒤로도 몇 명이 더 올라와서 노는 소화전 없이 계속 물을 뿌려댈 수 있었다.


물을 뿌리는 게 은근히 힘이 많이 들어가서 교대를 해가며 쉼 없이 뿌렸는데 조금씩 그 성과가 나타나고 있었다.


‘확실히 많이 줄었어.’


발 디딜 틈도 없이 몰려오던 좀비가 이젠 드문드문 보였다.


주변을 살피니 확실히 이 근방에 있던 좀비들은 대다수 죽은 것 같았다.


‘이왕이면 확실히 정리하는 게 좋겠지?’


나는 아파트 단지 안을 우선 안정시킬 필요가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중대장님.”


내 말에 내게 장교 출신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던 김정웅이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본다.


한창 물을 뿌리다가 쉬고 있었기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아래를 내려다보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예, 부르셨습니까?”


마치 상관을 대하는 듯한 태도로 깍듯하게 존대를 하는 그의 모습에 당황스러웠다.


“실례가 안 되면 부대 편성을 좀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부대 편성이요?”


갑작스러운 내 요구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예. 물총이나 분무기처럼 멀리서 물을 분사할 수 있는 걸 가지고 계신 분들을 우선해서 뽑아 주세요.”

“혹시, 그렇지 않은 분들 중에서 원하시는 분들은 어떻게 합니까?”


그런 사람이 있을까 싶었지만, 굳이 돕겠다는 사람을 말리고 싶은 마음은 없다.


“포함해 주세요. 이유는 모두 모이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그럼 소대 규모 정도로 부대 편성해 보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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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쉬운 걸... 24.08.27 356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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