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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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S
작품등록일 :
2024.08.2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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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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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막고 있는 게 아니라 갇혀 있는 겁니다

DUMMY

“어느 정도 의도하신 겁니까?”


재미있다는 얼굴로 내게 묻는 김정웅을 보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뭐, 안 봐도 CCTV인데. 자기들끼리 싸우고 있겠죠.”


처음 직면하는 문제는 어느 아파트에 상수도 밸브를 여는가.


이것 가지고 싸울 거다.


서로 자기 아파트가 더 많이 산다고 주장할 게 뻔했다.


두 번째로 직면하는 건 발생한 이탈자에 대한 문제일 거다.


‘머리만 조금 굴려봐도 알겠지.’


식량을 아무리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한들 아파트 단지 전체의 식량과 비교하면 새 발의 피다.


여러모로 생각해 봐도 자기가 가진 식량을 내고 분배를 받는 게 훨씬 더 이득이다.


거기다 굳이 위험을 감수하며 상수도를 사용해야 할 이유가 뭐가 있을까?


‘마시는 물만 있으면 됐지. 이 와중에 샤워나 목욕을 바라는 건가?’


나는 상수도 밸브를 풀어달라는 이유를 사실 잘 모르겠다.


영원히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아니고 안전하단 판단이 서면 쓰게 해주겠다는 건데.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정말 잊지 않겠습니다.”

“별말씀을요.”


연로하신 할머니가 치료를 받으신 후 내 손을 꼭 붙잡고 연신 고개를 숙이셨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보내드리곤 많이 줄어든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이 전부인가요?”

“예, 그렇습니다. 내부 정리도 마무리 단계에 있습니다. 아파트 단지 안은···. 이제 안전합니다.”


나는 그 말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안전하다고 확신할 수 없습니다. 며칠 동안은 아파트 단지 내부를 철저하게 수색해 주세요. 지하 주차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말에 김정웅은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알겠습니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깍듯하게 나를 대하는 그의 모습에 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나저나···. 서른 여덟이라고 들었습니다. 저와는 띠 동갑 넘게 차이가 나는데 그냥 편하게 말씀하시면 안 될까요?”

“저는 이게 편합니다.”


나는 그가 의도를 가지고 나를 깍듯하게 대한다는 걸 알고 있다.


마흔 가까이 된 김정웅이 시종일관 나를 상급자 대하듯 존대를 하니 자연스레 주변에선 나를 어려워 한다.


“어떤 마음으로 저를 그렇게 대하시는지 알 것 같기는 한데 과하단 생각이 듭니다.”


내가 자신의 의도를 안다고 말하자 김정웅이 씩 웃으며 말했다.


“때론 과한 게 좋을 때도 있는 법입니다. 좋으나 싫으나 어쨌든 이 아파트 단지에 지도자가 되셨으니까요.”

“지도자요?”

“다른 표현이 더 마음에 드시면 바꿔드리겠습니다. 대장이나···. 아파트에 어울리게 통장이라고 해드릴까요?”

“지도자가 낫겠네요.”


나는 한숨을 내뱉으며 우리 대화를 듣고 키득거리는 다음 사람을 불렀다.


“그만 웃으시고 얼른 오세요.”

“아, 예.”


내 말에 웃다가 황급히 표정 관리를 하며 앉았는데 팔뚝을 물어 뜯긴 상태였다.


신앙이 발동해서 그런지 몰라도 마력이 그리 많이 소모되지도 않았고 증폭이 되는 느낌도 있었다.


“와···.”


삽시간에 아무는 상처를 보며 감탄하던 남자가 슬쩍 내 눈치를 살핀다.


“뭐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

“아, 예···. 지도자, 대장 저는 다 좋긴 한데. 저흰 성자님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성자요?”

“네.”


생각해 보니 몇몇 사람이 나를 성자라 부르는 걸 듣기는 했었다.


내 직업 자체가 성자기도 했지만, 사실 가진 능력들을 보면 확실히 영락없이 그쪽이긴 했다.


‘뼛속까지 무교인 내가 성자라는 말을 들을 줄 누가 알았겠어.’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뭐 좋을 대로 부르세요. 성자, 나쁘지 않네요.”


나는 쓰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 * *


아파트 단지 내에 감염된 인원 전원을 치료하니 밤이 가까웠다.


그 동안에 내부 정리가 어느 정도 됐는데 끝내 상수도를 쓰겠다는 사람이 있어서 결국 아파트 한 동을 내줬다.


“상수도 밸브 열어서 쓰게 해주세요. 뭐, 저희도 나쁠 거 없죠. 직접 실험을 해주겠다고 하는데.”

“예. 며칠 지켜보겠습니다. 통신은 마비됐지만, 전기나 수도는 끊기지 않는 걸 보면 괜찮을 수도 있습니다.”


나는 그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물이야 정화만 잘 되면 좀비가 식수원에 빠져 죽었어도 감염될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러길 바라야죠.”


김정웅도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며칠 기다려달라는 건데 굳이 자기 집 놔두고 아파트까지 옮겨 들어간 인원들이 꽤 됩니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뭐, 사람 사는 거야 어려 가지니까요. 씻지 않으면 죽는 병에 걸렸을지도 모르는 거죠. 아니면 식수 자체가 하나도 없는 경우 거나요.”


사실 나는 후자에 더 가깝다고 생각했다.


물은 사서 먹는 경우도 있었지만, 집에 정수기를 배치해서 먹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이 정수기는 상수도 밸브를 잠그면 나오지 않으니 사실 지금 상황에서 무용지물이다.


‘정수기가 있으니까 먹어도 괜찮을까?’


그런 생각도 해보긴 했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정수기로 정화가 될 것 같지는 않았다.


‘명색에 좀비바이러슨데···. 그거로 정화가 되겠어?’


신성력을 퍼부으면 몰라도 내 생각엔 어림도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당분간은 상수도에 물을 물탱크에 채워 성수를 만든 뒤에 사용하는 게 여러모로 안전한 방법이었다.


보너스 포인트를 모두 마력에 투자하기도 했고, 신앙이란 스킬 덕분에 감당할 수 있었다.


“외부에서 몰려드는 좀비는 어떤가요?”

“여전히 몰려오고 있습니다.”

“계속 끌어들여서 처리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아파트 단지 내부를 정리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소화전을 최대한 활용했다.


근처에 있는 좀비를 피와 소리로 유인해 최대한 많이 끌어모을 생각이었다.


‘죽이는 족족 경험치도 올리고 밖으로 나갈 걸 대비해 안전도 확보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지.’


각성을 한 뒤 인간을 초월하는 힘을 가지긴 했지만, 정신적 피로한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좀 피곤하네.’


그 기색을 느꼈는지 김정웅이 나를 보며 넌지시 말했다.


“좀 쉬시는 게 어떻습니까? 저는 각성하지 못해서 잘은 모르겠지만, 오늘 하루 종일 능력을 사용하셨으니 피곤하실 것 같은데요.”

“그렇긴 한데···. 정리할 건 정리하고 쉬어야 할 것 같네요. 김우진, 김진국, 김성우 이 세 분 모두 좀 불러 주시겠어요?”


내 말에 김정웅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3김 모두 불러오죠.”

“3김이요?”


내가 의아한 얼굴로 묻자 김정웅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3김. 저까지 하면 4김이죠.”


생각해 보니까 처음 우리 아파트를 나선 인원들 전부가 김 씨였다.


“아, 그러고 보니···. 성자님도 김 씨 아니십니까? 그럼 5···.”

“저는 빼주시죠.”

“예, 알겠습니다.”


내 말에 시원하게 대답하더니 김정웅은 미련 없이 뒤로 돌았다.


* * *


어쩌다 보니 관리실이 아파트 단지를 총괄하는 지휘소가 됐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일단 관리실 안에 아파트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CCTV가 있다.


회의를 할 수 있는 회의실도 있었고, 당직 근무자가 교대로 쉴 수 있는 휴게실도 있었다.


“관리자요? 제, 제가요?”


내 말을 들은 김우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놀란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응.”


나는 깔끔하게 대답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왜 부른 거야? 설마 나도?”


자신이 여기에 왜 왔는지 영문을 모르겠단 얼굴로 앉아있던 연우 누나의 물음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응, 누나도.”

“아니, 내가 무슨···. 아니, 내가 무슨 관리를 한다는 거야?”

“누나는 간단해 사람이 모이면 반드시 분쟁이 생기고 불만이 쌓이기 마련이야. 그걸 사전에 감지하고 해소하는 역할을 해줬으면 해. 누나 눈치 빠르잖아.”


그 말에 연우 누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눈치 하나는 기가 막히긴 하지. 아니, 잠깐만. 그게 아니라. 내가 이 아파트 단지 전체의 분쟁이나 불만을 관리하라는 거야? 그걸 나 혼자 어떻게 해? 여기 안에 있는 사람들이 너 몇 가구나 되는 지 알아?”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한 3,000가구 되지 않나? 다른 단지에 비해 우리 단지는 적은 편이라고 들었는데. 임대 주택이라.”

“그래. 한 가구에 네 명만 잡아도 벌써 몇 명인데. 내가 어떻게 다 관리해.”

“물론, 누나 혼자만 관리하라는 거 아니야. 따로 인원을 편성할 거야. 그리고 충분히 가능할 거야. 절반은 죽었으니까.”


내 말에 찬물을 끼얹은 듯 회의실 안이 조용해졌다.


“그렇네···.”


연우 누나는 씁쓸하게 웃으며 생각지도 못한 사실을 알게 된 사람처럼 고개를 숙였다.


지금 당장 일어나는 일 앞에 휩쓸려서 그렇지 정말 많은 사람이 죽었다.


다행이라면 내 능력 덕분에 그 많은 시체를 정리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물만 뿌리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니까.’


그게 다행이란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좀비가 돼서 머리가 잘리고 박살이 나도 그 시신을 수습해 주고 싶어하는 가족들이 있을지 몰랐다.


‘나중에 사망자 집계는 어떻게 해야 하나···. 내가 죽인 건 실종 처리가 될까?’


쓸데 없이 현실적인 걸 고민하게 되다 보니 기분이 착 가라앉는 느낌이다.


“부대를 나눌까 합니다.”


내 말에 모두의 시선이 내게 쏠렸다.


“일단 김진국 아저씨는 그 근육을 전투에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가라앉은 분위기를 해소하고자 가볍게 농담을 던졌더니 확실히 돌아온다.


“어떤 전투 말입니까?”


양손을 들어 웬만한 사람 얼굴만 한 알통을 보여주며 미소를 지으신다.


그 모습이 웃겨서 다들 옅은 미소를 입가에 걸었다.


“외부로 나갈 생각입니다.”


내 말에 김우진이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외부에서 몰려오고 있는 좀비들이 아직 많은데요.”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나갈 생각이야. 물론, 그게 가능하다면.”


내 말에 김우진은 이해가 가지 않는지 다른 사람들을 쳐다봤다가 다시 나를 보며 묻는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말 그대로야. 가장 좋은 방법은 좀비를 최대한 끌어들여서 처리하고 안전을 어느 정도 보장 받는 상태에서 나가는 거야. 그런데 그게 안 될 수도 있지.”


내 말에 김정웅이 김우진을 보며 말했다.


“식량이 떨어지면···. 무리를 해서 나갈 수밖에 없어.”

“굶어 죽을 순 없으니까.”


김진국이 전투 부대를 편성한다는 게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상황을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막고 있는 게 아니라 갇혀 있는 겁니다.”


내 말이 확 와닿았는지 모두가 딱딱하게 얼굴을 굳혔다.


“저희 단지 세대는 4000 가구로 상당히 적은 숫자지만, 다른 아파트 단지들은 10,000 가구가 넘습니다. 최소 4인 가구로 계산해도 40,000명이죠.”


나는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거기다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색 구체. 제가 목격한 것 중 하나는 그 인원보다 훨씬 더 많은 좀비를 쏟아냈습니다.”


내 말에 모두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다행인 건 생각했던 것보다 좀비가 멍청하다는 겁니다. 숫자가 아무리 많아도 물리지 않으면 됩니다.”

“하긴, 원거리에서 쏴 대면 지들이 어쩔 거야.”


김성우가 씩 웃으며 별거 아니라는 투로 얘기하자 김정웅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성자님 능력이라면 살아남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겁니다. 어쩌면 다른 아파트 단지도 저희가 구해줄 수 있을지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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