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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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S
작품등록일 :
2024.08.2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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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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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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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언제나 사람이지

DUMMY

아파트 전체를 돌며 물을 뿌릴 수 있는 집엔 아낌없이 신성력을 퍼부어 성수를 만들었다.


그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적은 마력으로도 많은 성수를 만들 수 있었다.


‘상당히 좋은 직업 같은데.’


아직 나 말고 다른 능력자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내가 가진 능력은 상위에 속할 것 같았다.


더구나 이렇게 성 속성에 취약한 몬스터가 사방에 깔려 있는 상황이라면 무서울 게 없다.


‘물론, 그렇다고 입구에서 정면으로 싸울 수 있을 정도는 아니지.’


물에는 한계가 있고 그 물이 떨어지면 생살을 물어뜯기는 고통을 느껴야 한다.


그거면 다행이다.


물리면, 저들과 똑같이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존재가 되고 만다.


어떻게 보면 생살을 뜯기는 고통보다도 더 무서운 건 사람으로 죽을 수 없다는 게 아닐까?


“후···.”


나는 옅은 한숨을 내쉬며 계단을 내려오다가 시선을 끄는 게 있어 잠시 멈췄다.


‘그래, 이게 있었지?’


* * *


똑똑!


나는 벨을 누를까 하다가 최대한 소리를 죽여 문을 두드렸다.


한층 민감해져 있는 상황이니 작게 두드려도 알아차리겠지.


“수현이야?”

“어, 누나. 나야.”


말하기 무섭게 문이 열렸고, 내게 안겨드는 연우 누나의 모습에 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갑작스러운 포옹에 나는 뒷머리를 긁적이다가 누나의 등을 조심스레 토닥였다.


그렇게 한동안 토닥여주자 안정이 됐는지 조심스레 내게서 떨어진다.


“어디 안 다쳤고, 어디 안 물렸어.”

“좀비 없었어?”

“고층 복도에 몇 마리 있긴 했는데 처리했어.”


나는 분무기를 들어 보이며 씩 웃어 보였다.


사실 사방이 탁 트인 공간이 아닌 이런 복도 형태의 아파트는 훨씬 더 안전하다.


정면 아니면 후방에서 나오는데 분부기를 통해 충분히 상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이거 진짜 좋은 무기네.’


소음도 없지, 머리를 정확히 맞출 필요도 없으며 아주 소량만 묻히면 된다.


거기다 총으로 치면 탄은 거의 무한에 가까운 수준이고 남녀노소 누구나 다루기 쉽다.


‘단점이 있다면 사정거리가 좀 짧다는 거긴 한데···.’


그걸 단점이라고 하기엔 장점이 너무 많다.


게다가 내 생각이 만약 통한다면, 그 단점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


“그나저나 어때? 웬만한 집은 다 돌고 왔는데 뿌리고 있나?”


내 물음에 연우 누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엄청 열심히 뿌리고 있어. 처리되는 속도가 빨라서 일부러 소리까지 내서 좀비들을 끌어모으고 있어.”

“좋은 소식이네.”


내가 직접 죽이는 것보다 효율이 좋지 않긴 하지만, 어쨌든 자동 사냥을 돌리고 있는 거나 다름없으니 만족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대량 학살하는 거였는데 그게 불가능한 것도 아닐 것 같다.


“나 뭐 하나 확인 좀 할게.”

“뭐를?”

“내 스킬.”


욕실 문을 열자마자 샤워기를 틀었다.


그리고 그 샤워기에 마력을 주입했는데 내가 원하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 이건 안 되는구나.”

“뭐 하려는 건데?”

“소화전을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안 되네.”


고정된 물체는 가능하고 유동적인 물체는 불가능한 건가?


‘그렇다면 직접 상수도 밸브를 잠그는 수밖에 없는데.’


일반적으로 아파트의 경우 소화전의 물을 상수도 관에서 끌어온다.


현실적으로 그 관을 따라서 물에 고정돼 있는 장소를 찾기란 어려운 일이니 방법은 하나다.


상수도 밸브를 잠그는 것.


일반적으로 아파트의 경우 상수도가 파괴되는 경우는 대비해 옥상에 물탱크를 설치한다.


평소엔 물을 가둬놓고 있지만, 앞서 말한 경우나 단수가 필요한 경우엔 물탱크에 들어있는 물을 사용한다.


“일단 지하 주차장으로 가야겠어.”

“지하 주차장은 또 왜?”

“보통 지하 주차장에 상수도 밸브가 있으니까 일단 그걸 잠가야지.”

“그 다음엔?”

“옥상에 올라가서 물탱크에 들어 있는 물을 성수로 만들고 소화전으로 물을 뿌리는 거지.”


간단하면서도 이상적인 내 방법을 듣더니 꽤 그럴듯하게 들렸던 모양이다.


“가능해?”

“무조건 가능하게 만들어야지. 솔직히 어려울 것도 없어. 소리만 내지 않으면 아파트 안에서 움직이는 건 쉬우니까.”


문제는 조금이라도 소음이 생기면 지상에 있는 좀비가 지하 주차장으로 몰릴 수 있다는 거였다.


“너무 위험해. 나도 갈게.”

“누나가 가면 나까지 위험해져. 나 혼자 가야 몸 빼기도 쉬워.”


내 말에도 누나는 혼자 나를 보내는 게 영 불안했던 모양이다.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모르는데 옥상은 몰라도 지하 주차장에 가는 건 너무 위험해. 차라리 사람들을 모아서 가.”

“사람들?”

“그래.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도움을 받자. 너 혼자 감당할 필요가 없잖아.”

“나는 어쨌든 힘을 얻었잖아.”

“그 힘이 있으면 너는 안 죽냐? 네가 가진 힘이 만능이 아니라고 했던 건 너 같은데?”


할 말이 없게 만드는 거 이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생각해 보면···. 그래, 나 혼자 가는 것보다 여럿이 몰려 가는 게 나을 수 있겠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너무 많진 않더라도 10명 정도만 가면 충분하지 않을까?


주말이라 집에서 쉬고 있던 사람들이 많아서 마음만 먹으면 소대 규모의 병력을 꾸릴 수도 있었다.


어차피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면 필요한 일이긴 했다.


“알았어.”


내 대답에 그제야 연우 누나는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 모양이다.


“잘 생각했어.”


* * *


다시 한번 아파트 단지를 돌며 나를 포함해 5명 정도의 인원만 선별했다.


선별한 인원의 조건은 간단했다.


군필이며 몸이 좋을 것, 딱 이 두 가지였다.


사실, 물총을 쏘는데 군필일 필요까진 없긴 했지만, 어쨌든 나쁠 건 없었다.


전략이 전술 같은 걸 모르는 것보다 나았고 체력은 계단을 타고 다녀야 했으니 필수였다.


“선뜻 도움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모두 살자고 하는 짓인데 당연히 도와야죠.”


4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건장한 체구의 아저씨가 하얀색 티셔츠에 검은색 반바지를 입고 미소를 지었다.


물총을 들고 제법 진중한 표정을 짓긴 하셨는데 솔직히 웃음을 참느라 무척 힘들었다.


그건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크흠, 흠! 물, 물론 도와야죠.”


나랑 비슷한 나이 또래의 남자 하나가 필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거 일직선으로 뿌리는 게 가능합니까?”

“일직선은 안 되고 분사만 됩니다.”


분무기를 든 사람은 나와 내 나이 또래의 남자 하나였고, 셋은 물총을 들고 있었다.


두 분은 다소 큰 크기의 물총이었고, 다른 한 분은 절반 정도의 크기였다.


“그건 얼마나 나가나요?”

“이건 한 6m정도 나갈 겁니다.”


다소 작은 물총을 들고 있는 남자의 대답에 의외란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꽤 멀리 나가네요. 그건 그럼 두 배 정도 더 날아가요?”

“예, 맞습니다. 10m? 11m? 그 정도는 날아갈 겁니다.”

“좋네요.”


문방구나 마트 같은 곳을 한 번 털어야 하나?


다른 건 몰라도 물총만 충분히 있으면 소대나 중대 규모의 물총 부대를 꾸미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을 거다.


‘워터밤 같은 거 보니까 다채로운 무기들이 많던데.’


나는 진지하게 팔짱을 끼고 잠시 고민하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곤 말했다.


“간단하게 계획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결론만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소화전을 이용할 생각입니다.”


내 말에 모두가 눈을 빛내며 나를 쳐다봤다.


모든 계획은 다 듣고 나자 상당히 가능성이 있다고 여겼는지 40대 초반의 근육질 아저씨가 말했다.


“충분히 가능할 것 같긴 한데. 물탱크에 든 물 전체를 성수로 바꾸는 게 가능합니까? 아까 보니까 무척 힘들어 보이던데.”


그 말에 작은 물총을 들고 있던 3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아저씨가 말했다.


“일단은 힘들더라도 시도해 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어쨌든 해봐야 아는 거니까요.”


그 말에 나도 같은 생각이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제 생각도 같습니다. 그리고 불가능할 것 같진 않습니다.”


여차하면 찍지 않고 모아둔 포인트도 있고 지금도 좀비를 계속 사냥하고 있으니, 레벨이 오를 거다.


다 쏟아부으면 체력과 마력이 전부 회복되는 이점을 활용한다면 승산이 있다.


“불가능할 것 같진 않다는 건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죠?”


나와 비슷한 나이 또래 남자의 물음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렇습니다.”

“그러면···. 너무 위험한 거 아닐까요? 확실하지도 않은 일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얘기인데. 변수가 너무 많잖아요.”

“그렇긴 합니다. 지하로 내려갈 때든 옥상으로 올라갈 때든 소음이 발생할 수 있고 그 소음에 순식간에 좀비에게 포위될 수 있는 건 사실이니까요.”


어느 정도 숫자가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어쨌든 주변에는 여전히 좀비가 많았다.


“최소한 그럼 좀비를 끌어들이는 건 멈추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문득 주변의 좀비를 끌어들이고 있다는 말이 생각나 말했는데 모두가 같은 생각이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러는 게 좋겠네요.”

“그럼 일단 그것부터 전달하고 오는 게 좋겠습니다. 자세한 자초지종은 나중에 설명하고 일단은 뿌리는 건 계속하고 끌어들이는 건 잠시 멈춰달라고요.”


근육질 아저씨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죠.”

“그리고 지원자를 더 모아보는 건 어떨까요?”


다소 겁을 집어먹은 듯한 내 나이 또래의 말에 답했다.


“사람이 많아서 좋을 건 없을 것 같아요. 어쨌든 소음을 낼 수 있는 사람이 하나 더 늘어나는 거니까요.”


정작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는 것 같아 나는 내 나이 또래의 남자에게 말했다.


“혹시 다른 지원자를 구하신다면 가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개죽음당할 수도 있습니다.”

“형이 함께 가는데도요?”


내가 형인가?


지금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


“제가 특별한 힘이 있다고 하지만 무적은 아닙니다. 저도 물리면 좀비가 될 가능성도 있고 어쩌면 더 강한 좀비가 될지도 모르죠.”


거꾸로 말하면 면역이 될 수도 있지만, 그건 너무 희망사항이고···.


지금은 어쨌든 솔직하게 말하는 게 좋았다.


“저는 그래도 가겠습니다. 언제고 여기 계속 있을 순 없는 노릇이고···. 솔직히 말해서 당신이 죽으면 여기 있는 사람들은 어차피 죽을 확률이 올라가는 거니까요.”

“그렇게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죠.”

“그럼···. 이 분을 말려야 하는 거 아닌가요? 무모한 일인데.”


잠자코 듣고 있던 연우 누나가 불쑥 근육질 아저씨에게 볼멘 소리를 내놨다.


“무모한 일이지만 필요한 일이기도 하고 나아가지 않으면 결국 죽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세상이 그렇게 변했으니까요.”


근육질 아저씨의 말에 모두가 그 말을 곱씹어 보는 듯 말들이 없어졌다.


나도 내가 무모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죽으면 이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사람의 생존율도 떨어질 거다.


그렇다고 베란다에서 분무기만 뿌리고 있으면 과연 살아남을 수 있는 확률이 올라갈까?


그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걸으면 나중엔 거품 물고 뛰어야 할 수도 있는 거고 아예 뛸 수도 없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 진짜 무서운 건 좀비가 아니다.


언제나 사람이지.


작가의말

오늘은 조금 일찍 올립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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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나 사람이지 +2 24.08.26 397 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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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게임적으로 접근하자고 +6 24.08.22 553 1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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