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의 시대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새글

최진영S
작품등록일 :
2024.08.21 11:19
최근연재일 :
2024.09.20 18:22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7,255
추천수 :
197
글자수 :
137,099

작성
24.09.20 18:22
조회
33
추천
0
글자
12쪽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DUMMY

상황실에 온 나는 현재 상황에 대해 브리핑을 받은 뒤 입을 열었다.


“가장 시급한 건 이곳으로 몰려드는 좀비의 처리겠군요. 살아서 달려드는 놈도 문제지만, 죽여서 쌓이는 놈들도 문제일 테니까요.”

“예, 그렇습니다.”

“그럼 가장 먼저 그것부터 해결하는 게 좋겠네요. 그날 이후 계속 전투하고 있다면 아무리 교대로 전투를 치른다고 해도 병사들의 피로도가 높을 테니까요.”

“맞습니다.”


정보를 조합해 내가 해야 할 게 뭔지 머릿속으로 빠르게 정리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이 주변, 그리고 더 나아가서 서울과 대한민국 전체의 좀비를 해치워야 결국 안정이 될 거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라고 했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윤대진 대장을 쳐다봤다.


“탄약고부터 가시죠.”


내 말에 윤대진 대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감사합니다.”

“받은 만큼 돌려드리는 게 세상 이치 아니겠습니까.”


내 말에 윤대진은 씩 웃으며 말했다.


“제가 직접 안내하겠습니다. 가시죠.”


나는 대장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탄약고로 이동했는데 은하수가 따로 없었다.


사령부니 당연히 별을 달고 있는 장성들이 많은 게 당연했지만, 군 생활을 하며 이렇게 많은 장성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규모가 어마어마하긴 하네.’


나는 탄약고를 돌면서 활용도가 높은 탄과 무기 위주로 신성력을 쏟아 부었다.


대게 병사들이 직접 사용하는 K2 소총과 M16 소총, K3 기관총에 들어가는 5.56mm 탄약과 M60 기관총에 들어가는 7.62mm 탄약이었다.


그밖에 수류탄과 M18A1이라 불리는 클레이모어까지 신성력을 쏟아 붇고 나자 마력이 거의 바닥이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작전 수행하는 데 있어서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럴 겁니다. 어쨌든 스치기만 해도 죽을 테니까. 특히, 기관총 같은 화기의 효율도 상당히 올라갈 거고···. 지금보다 보병의 가치가 훨씬 올라갈 겁니다.”


별을 달고 전역한 건 아니었지만, 단순히 군대 생활을 했던 남자라도 그 정도는 충분히 알 수 있다.


생존자와 사람이 섞여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전투기니 탱크니 뭐, 미사일이니 하는 것들은 사실상 썩 효율적인 무기는 아니었다.


보병이 사용하는 총기나 수류탄, 조금 더 화력을 높이자면 박격포 정도가 지금 상황에선 딱 맞는 화기다.


‘차후엔 포탄이나 미사일 같은 것도 사용하게 될 지도 모르지.’


서울 안은 화력이 다소 강한 무기들을 사용하는 데 있어 제약이 좀 있겠지만, 외곽만 나가도 전투기나 탱크, 자주포 등을 활용할 수 있을 거다.


거기다 내 능력까지 더한다면 장비는 몰라도 병사의 피해는 확실히 줄어들 거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내가 가진 능력이 수도를 방위하는 사령관이 눈치를 볼 정도로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먼 미래를 생각해 보면···.’


나는 나도 모르게 뛰는 가슴을 주체하기가 어려웠다.


‘어쩌면 세상은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불합리 하고 모순적이고 부조리한 세상을 합리적이고 정당하고 정의롭게 만들 수 있다면 지금 이 시련은 담금질일 수도 있었다.


어느 누구도 이 상황을 예견하지 못했지만, 미래는 원래 그런 것이다.


과거에 묶여 미래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할 수 없다.


* * *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한 가지만 빼고···.


하여간.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한 일은 가장 먼저 처리했다.


지친 나를 대신해 대량의 물을 성수로 바꾸는 작업은 연우 누나가 해줬다.


77대의 소방차를 비롯해 역전의 용사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아파트 전투 부대를 투입했다.


“정말 대단한 능력이긴 하네요···. 단순히 바닥에 뿌려 놓는 거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니. 거기다 골치였던 좀비 시체도 한방에 해결됐고···.”


이하나는 새삼 대단하단 눈빛으로 나를 봤는데 나도 내가 가진 능력에 새삼 감탄하고 있었다.


나 말고 다른 각성자를 볼 수 없었기에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기 어려웠는데 한 명이긴 했지만, 이하나를 보니 확실히 내 능력의 활용 가치가 뛰어났다.


“저는 단순히 불만 지를 수 있다는 거 말곤 아무것도 없는데···.”


이하나는 시무룩한 얼굴로 한결 편안하게 좀비를 바라보고 있는 병사들을 볼 수 있었다.


신성력이 깃든 물을 뿌려두는 거로 방어가 되니 딱히 많은 인원이 비치될 필요가 없다.


지금 이 모습을 다른 각성자가 본다면 어처구니 없을 거다.


“저는 왜 안 되는지 짐작이 가십니까?”

“글쎄요···. 능력의 속성이 달라서 그런 게 아닐까요? 불이고 저는 신성력이니까요.”


솔직히 말은 그렇게 해도 나도 왜 안 되는지 정확한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기본적인 개념이 같다면 내가 물에 신성력을 부여하는 것처럼 내 검이나 병사들의 대검에 불을 부여하는 것도 가능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됐다.


“아니면 애초에 정해져 있는 걸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럴 수 있는 능력과 그렇지 못한 능력이?”

“그럴 가능성도 있죠. 만약 제가 가진 힘이 신성력이 아니라 빛이었으면 아마 이하나 대위님과 비슷한 방식으로만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능력의 차이가 너무 심한 것 같은데···. 활용할 수 있는 방식 자체가 너무 폭도 넓고 위력도 저보다 훨씬 강한 것 같고. 레벨 차이가 좀 있겠지만 제가 상상력이 빈곤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그것도 한몫한다고 봅니다 불의 검을 만들거나 지면에 때려 그 검에 담긴 화염을 폭발시키거나 아니면 화염을 압축해서 사용하는 방식이나···. 뭐, 이런 건 전혀 생각을 못 해보신 거죠?”


내 물음에 이하나는 시무룩한 얼굴로 답했다.


“네···.”


그 모습이 어쩐지 힘 빠진 고양이 같아 웃음이 나왔지만, 꾹 참고 말을 이었다.


“지금부터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나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이하나를 보며 걸음을 옮겼는데 금세 얼굴이 환하게 바뀐다.


“병사들 얼굴이 덕분에 한결 밝아졌습니다. 매일 전투를 치르다가 작업을 하는 건데도 군소리 없이 하고 있습니다.”

“충분한 휴식을 보장해 준다고 했으니 병사들 입장에서 훨씬 더 낫겠죠. 게다가 좀비를 직접 상대하는 것보다야 작업하는 게 훨씬 낫기도 하고요.”

“하긴, 그건 그렇습니다. 저렇게 보여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다들 고등학생들인데.”


이하나는 뭔가 씁쓸한 얼굴로 병사들을 바라봤는데 그런 그녀도 따지고 보면 병사들과 나이 차이가 그리 많지 나지 않았다.


‘나도 마찬가지고.’


상황이 사람을 어른스럽게 만드는 걸까?


“전체적으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시하신 방향대로 최대한 팔 수 있는 땅을 활용하고 있고 아스팔트 같은 경우에는 물을 가둬둘 수 있게 시멘트로 둔덕을 만들고 있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가 말한 것처럼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현장을 바라봤다.


소방차를 활용해 바닥에 물을 뿌려 접근을 막고 병사들이 작업하고 있었는데 안전해 보였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하면 어느 정도 걸리나요? 여기가 완전히 안전해지는 데까지.”

“이 주일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중장비도 있고 충분히 휴식을 취한 병사들의 작업 능률도 오를 거고 무엇보다 소방차가 계속 늘고 있으니 시간이 갈수록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안전한 상태입니다. 신성력을 부여해 주신 화기는 전혀 사용하고 있지 않은데도 이 정도니까요.”


이 주일이라···.


하여간 그 정도 시간은 지나야 소방차를 외부로 돌릴 수 있다는 얘기였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있는데 이하나가 내 앞으로 슬쩍 다가오더니 말했다.


“어지간한 일은 거의 다 해결됐습니다. 그러니 이젠 가족 분들에게 가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확실히 이 한 가지 빼곤 모든 게 순조로웠다.


“하아···. 그래야죠. 뭐, 계속 피해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것저것 해야할 일이 많다는 핑계로 밖으로 돌았지만, 부모님이 보시기에도 내부가 많이 안정됐다는 게 느끼고 계실 거다.


내가 합류하면서 일단 이곳 자체가 안전해져서 각성자가 굳이 이곳에 체류할 필요가 없어졌다.


자연스럽게 외부로 돌며 필요한 식량이나 생필품 같은 것들이 풍족하게 지급됐고 총기 소리나 폭탄 터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됐다.


‘폭풍 잔소리가 시작되겠지?’


어느 부모가 자기 자식의 각성을 반길까 싶었다.


힘을 가진 이상 누구보다 위험을 감수해야 할 거고 자연스레 죽게 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게다가 나는 연우 누나까지 신성 임명으로 각성자 비슷하게 만들어 버렸다.


‘연우 누나 부모님까지 1+1으로 욕을 먹겠지?’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앞으로 다가올 험난한 운명에 순응하기로 했다.


자고로 사람이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 게 세상 이치라고 하지 않던가.


* * *


“근데 나는 왜 무릎을 꿇고 있는 건데? 요?”


연우 누나는 뚱한 얼굴로 우리 부모님과 자기 부모님을 쳐다봤다.


나는 제발 좀 가만히 있으라는 눈빛을 보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따지고 보면 얘가 잘못한 거잖아. 요!”


이 누나가, 진짜···. 혼자만 살겠다 이거지?


자기도 원했으면서 이제 와서 모든 잘못은 내가 저지른 것처럼 말하네?


“뭐?”


연우 누나는 끝까지 뻔뻔스럽게 입을 쭉 내밀며 말하더니 고개를 휙 돌려버렸다.


그 모습에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하아···.”


깊은 엄마의 한숨에 나는 슬쩍 눈치를 살폈다.


“엄마, 성자님 뭐 잘못했어?”

“쉿! 이리와!”

“평범해 보이는데···. 정말 저 청년이 성자님이라고?”

“아, 그렇다니까!”


나는 어색하게 볼을 긁적이며 주변을 살폈다.


대피소라고 마련된 곳이 수방사 내부에 있는 체육관이었는데 사람은 많고 공간은 협소해서 환경이 썩 좋진 않았다.


“좋은 곳으로 옮겨 드린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뭔가 일이 제대로 안 된 모양이네요. 하하···.”


나는 어색하게 웃어 보이며 주변을 둘러봤다.


나를 보겠다고 몰린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는데 넓은 공간에 대충 가림막 같은 걸 쳐놔서 프라이버시 확보에 힘을 쓴 것 같긴 한데 영 쓸모가 있어 보이진 않았다.


“내가 거절했다.”


대뜸 입을 연 엄마의 입에선 생각했던 것보다 부드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각성한 것에 대해서 좋지 않게 생각하실 줄 알았는데 다소 의외란 생각이 들었지만, 좋은 게 좋은 거 아닐까?


“왜요?”

“아들 목숨을 대가로 지불하고 편한 곳에서 지낼 부모가 어디 있겠어.”


그 말에 아버지가 옆에서 조심스레 손을 들어 올리다가 싸늘한 엄마의 눈초리에 황급히 내렸다.


‘아니, 이 아버지가. 이 순간에도 개그 욕심을 부리시네.’


나는 그 모습에 입술을 꽉 깨물며 웃음을 참기 위해 노력했다.


연우 누나는 이미 고개가 180도 뒤로 돌아간 상태였고, 개그 코드가 잘 맞으시는 연우 누나의 어머니도 입술을 씰룩이셨다.


“크흠, 흠!”


점잖으신 연우 아버지가 눈치를 주긴 했지만, 쉽사리 진정이 안 되시는 모양이다.


덕분에 분위기 자체는 많이 풀렸다.


“각성했다고.”

“예.”


나는 담담히 대답하며 엄마의 눈을 봤는데 참 많은 게 담겨 있는 눈빛이었다.


아들이 각성했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 그러나 그 힘 덕분에 이곳까지 살아올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한 아이러니함.


무엇보다 그 능력 덕분에 아파트 단지 주민들을 구했고 이곳의 삶도 안전하게 만들었다는 것에 대한···.


‘서글픔일까?’


어떤 감정인지 모르겠지만···. 슬픔이 가장 큰 건 분명했다.


작가의말

어제 늦어서 빠르게 올렸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각성의 시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NEW 4시간 전 34 0 12쪽
25 신의 계획이거나, 신의 장난이거나. NEW +2 23시간 전 96 2 12쪽
24 사람이 사람을 귀하게 여긴다면 24.09.18 144 4 12쪽
23 그래, 그것도 예상했다 24.09.17 166 3 12쪽
22 지키려는 자가 있다면... +2 24.09.14 173 5 12쪽
21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24.09.13 172 5 12쪽
20 공포는 이성을 마비시킨다 24.09.12 175 5 12쪽
19 괜히 물만 낭비했네 24.09.11 186 5 12쪽
18 안 되면 되게 하라 24.09.10 200 5 11쪽
17 필수불가결 24.09.09 205 3 12쪽
16 쏴 보면 알아 24.09.07 218 5 12쪽
15 신도 욕하는 게 사람인데. 24.09.06 238 9 12쪽
14 내가 아픈 만큼 불안했겠지 24.09.05 245 8 12쪽
13 위기에 강한 민족 +2 24.09.04 251 9 12쪽
12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다 24.09.03 262 7 12쪽
11 언제나 최악을 생각했어야 했다. 24.09.02 279 7 12쪽
10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 24.08.31 298 9 12쪽
9 막고 있는 게 아니라 갇혀 있는 겁니다 24.08.30 316 8 12쪽
8 사람이라는 게 원래 그렇다 24.08.29 327 8 12쪽
7 저건 또 무슨 상황이냐 24.08.28 348 10 11쪽
6 이렇게 쉬운 걸... 24.08.27 357 9 11쪽
5 언제나 사람이지 +2 24.08.26 399 11 11쪽
4 오히려 경험치 이벤트지 24.08.25 430 12 11쪽
3 후회는 아무리 빨리해도 늦는 것 +2 24.08.23 475 13 12쪽
2 게임적으로 접근하자고 +6 24.08.22 555 16 11쪽
1 아포칼립스 세상 : 각성의 시대 24.08.21 707 19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