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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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S
작품등록일 :
2024.08.2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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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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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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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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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사람이라는 게 원래 그렇다

DUMMY

내 말에 김정웅이 뒤를 돌아 상황을 살폈다.


여자는 겁에 질린 채 포대기로 감싼 아이를 품에 꼭 끌어안고 눈치를 살폈다.


호위보다는 연행에 가까운 그 모습에 나는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요?”


내가 의아한 얼굴로 묻자 여자와 아이를 데리고 온 인원 중 한 명이 말했다.


“아파트 내부를 정리하고 있었는데 바깥으로 내보내 달라고 하셔서 일단 데리고 왔습니다.”


그 말에 나는 이해가 가지 않아 그녀를 쳐다봤다.


“저걸 보시면 아시겠지만, 지금 바깥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내 말에 그녀는 차량으로 막아 둔 아파트 입구를 쳐다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나가시려는 이유가 따로 있습니까?”


내 물음에 그녀는 흠칫 몸을 떠는 게 느껴졌다.


사람 몸은 정직하다가 은근히 아이를 끌어안고 눈치를 살피는 게 짐작이 갔다.


“아이가 물렸습니까?”


내 질문에 여자의 눈이 살짝 커졌다.


그 반응에 그 여자를 데리고 왔던 사람들이 황급히 거리를 벌리며 떨어진다.


“아, 아니에요. 안 물렸어요! 정말 안 물렸어요!”


격한 그녀의 반응에 나도 그렇지만, 주변에서도 확실히 물렸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더는 속이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여자가 무릎을 꿇더니 말했다.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밖으로 나갈게요. 아이 데리고 밖으로 나갈게요.”


애원하는 그녀를 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밖으로 나가는 건 둘 다 죽겠다는 말 밖에 되지 않습니다.”


나는 천천히 그녀와 아이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감염된 사람들은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말씀하신 대로 이동이 가능한 인원은 이곳으로 전부 데리고 오고 있습니다.”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곤 그녀를 일으켜 세워줬다.


나보다 고작 4~5살 정도 많아 보이는데 아이를 지키기 위해 제 발로 밖으로 나가겠다고 말하는 그녀가 참 대단해 보였다.


“물린 곳을 보여 주세요. 어쩌면 제가 치료해 드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내 말에 입술을 깨물며 나를 쳐다봤지만, 딱히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만약 치료가 안 되면 원치 않으셔도 밖으로 내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죽이려고 보여달라는 게 아니라 정말 치료 목적으로 보여달라고 하는 겁니다.”


내 말에 그녀는 그제야 의심을 거두고 조심스럽게 열어 아이를 보여줬다.


너무 어린 아이가 잔뜩 고통스럽단 얼굴로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는데 땀을 많이 흘리고 있었다.


나는 생각보다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는 아이를 보며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등을···. 물렸어요. 제가 등에 메고 있었는데···. 흑···. 저 때문에. 흐윽···.”


아이의 그러한 모습에 그녀는 눈물을 터뜨렸고, 나는 조심스럽게 아이의 몸을 돌렸다.


등을 보니 확실히 물린 자국이 있었는데 직접 물린 건 아닌 것 같았다.


‘포대기가 어느 정도 막아 준 모양이네.’


나는 상처 부위 위에 손을 가져다 대고 마력을 주입했다.


화아아아악!


내 손에서 순백의 빛이 뿜어져 나오자 그녀는 놀란 눈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물렸던 상처에도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사, 상처가···. 아물고 있어.”


여자를 데리고 온 남자 한 명이 놀랍다는 얼굴로 작게 중얼거렸다.


“다행히 되네요.”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아물어 가는 상처를 쳐다봤다.


물렸던 자국이 점차 희미해지자 아이의 얼굴도 차츰 평온하게 바뀌는 게 보였다.


* * *


“괜찮아?”


일렬로 길게 늘어서 있는 줄을 보며 연우 누나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의외로 괜찮은데?”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에 이른 사람들을 우선 치료했다.


안타깝게 그 와중에 몇몇은 변해 버려서 죽일 수밖에 없었지만···.


하여간, 그런 일이 있었음에도 아파트 단지 내부의 분위기는 무척 좋았다.


물려도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여러모로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아직도 많이 남았는데 괜찮겠어?”

“응, 괜찮아. 레벨도 가끔 오르고 있고 신앙이란 스킬 덕분에 생각보다 마력이 적게 들어가네.”


눈앞에서 말 그대로 기적을 행하고 있었으니 없던 믿음도 생길 거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성자님, 정말 감사해요.”

“치료되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나는 연신 감사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과 일일이 눈을 마주치며 미소를 보여줬다.


그런 일련의 행동이 나에 대한 믿음으로 이어졌고, 그 믿음은 내 힘이 된다.


단순히 무력이 강해진다는 의미도 있지만, 정치적인 면에서도 도움이 된다.


“식량 관련된 건 정말 죄송합니다.”

“아이고, 아니에요. 저도 그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개개인이 관리하게 되면 분명 먹을 거 가지고 싸울 거예요.”

“이해해 주신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요 근방에 있는 마트와 편의점을 최대한 빨리 확보해 보겠습니다.”


치료를 받으러 오는 사람은 그 어떤 사람보다 나에 대한 신뢰가 깊은 사람이다.


내게 오기 전까진 그렇지 않다고 해도 치료를 받게 되면 그렇게 된다.


사람이라는 게 원래 그렇다.


자기 눈으로 보기 전까진 믿지 않는다.


그러나 반대로 직접 보여주면 비현실적인 일이라도 쉽게 믿어 버린다.


‘뭐, 지금 이 상황보다 더 비현실적인 일이 어디 있겠어.’


사실 이 지경이 되면 그 어떤 일이 일어나도 다들 믿어 의심치 않을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신으로 가득한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그것도 사람이니까.


“아, 그러니까 나는 못 믿겠다고! 그게 말이 되냐고! 말은 그렇게 하고 뒤에선 호박씨 깔지 누가 아냐고!”

“아니, 자기가 뭔데 음식을 다 가져 가냐고!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좀비 좀 처리했다고 뭐 벼슬이라도 한 줄 아는 거 아니야?”

“무슨 권한으로 우리한테 먹을 것 내놓느니 마느니 하는 거야? 그리고 상수도 관을 왜 잠가! 이렇게 더운 여름에 물 없이 어떻게 사냐고!”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우르르 몰려오는 인파를 보며 연우 누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뭐야, 저 사람들?”

“나한테 불만을 가지고 찾아온 사람이지.”


나는 한숨을 내쉬며 대답하곤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죄송한데 잠시만 기다려주실 수 있을까요? 보시다시피 제가 해결해야 할 일이 생겨서요.”


내 말에 2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여자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긴 줄을 한참이나 기다려서 치료를 받을 차례가 왔는데 방해꾼이 등장해 치료가 중단됐으니 기분이 좋을 수가 없을 거다.


“저 사람들 때문이죠?”


다소 서늘한 그녀의 목소리에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해결하고 올 테니까 여기서 계속 치료해 주세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다음 순번인 사람을 보며 말했다.


“신경 쓰지 마시고 계속 치료 받으세요.”


치료를 못 받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불안해 하고 있던 사람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나도 가볼게. 그러니까 너는 사람들 계속 치료해줘.”

“어, 알았어.”


나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멀어져 가는 두 여자를 바라봤다.


‘괜찮을까?’


뭔가 일을 떠넘기는 것 같아서 걱정이 되긴 했지만, 치료를 계속 진행했다.


그러면서도 그쪽으로 시선을 계속 보냈다.


“뭐, 뭐야!”

“가, 감염된 사람 아니야?”

“정말 치료가 되는 건 확실한 거야? 갑자기 변하면 어쩌려고 그러는지 원.”

“그러게 말이야. 정작 내쫓을 사람은 따로 있는데 왜 우리한테 난리야.”

“아, 그러니까! 우리가 뭐 틀린 말 했나?”


치료를 받기 위해 쭉 늘어서 있던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날카롭게 그들을 째려봤다.


그 시선이 제법 매서웠는지 삽시간에 조용해졌는데 나는 그 모습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저런 부류의 특징이라면 특징인데 강한 사람한테 약하고 약한 사람한텐 한없이 강하다는 거다.


“저기요. 그냥 길 열어 주세요.”

“엥?”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이상한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대열을 막아서고 있던 사람들이 당황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봤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뒤 따라 갔던 연우 누나가 그녀를 붙잡고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못 무는 개가 요란하게 짖는 법이거든요. 그냥 막지 말고 그냥 둬보세요. 사람도 찢어버릴 수 있는 힘을 가진 능력자한테 몰려가서 뭐 어떻게 하는지 보자고요.”


그 말에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막말로 지금 당장이라도 아파트 밖으로 쉽게 내보낼 수 있잖아요. 저 같으면 저런 사람은 진작 밖에 좀비들한테 던져줬을 텐데.”

“뭐? 저 년이 지금 뭐라는 거야?”

“아가씨, 말이 좀 그렇다?”

“저거 미친년 아니야. 물려서 돌았나?”


자신을 물어뜯는 말에도 그녀는 심드렁한 얼굴을 하더니 말했다.


“미친 건 그쪽이죠. 지금 당신들이 살아있는 게 누구 덕분인데. 머리가 없어요? 마음만 먹으면 저 사람이 당신들 죄다 이곳에서 내보낼 수 있다는 거 몰라요?”


그런 말이 통하는 사람이었으면 이곳까지 오지도 않지.


“내, 내가 사는 집인데 왜 나가?”

“맞아. 우리가 왜!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우린 부당한 지시에 어. 그러니까. 그 뭐냐. 잘못된 지시에 따를 수 없다. 뭐, 이런 말을 하려고 온 거야, 아가씨. 뭘 모르면 좀 빠져.”

“그래, 우리가 가진 식량도 뺏고 물도 끊어버리고 진짜 이건 아니잖아.”

“우리는 가만히 있을 줄 알고? 우리를 내보내? 아니, 무슨 권리로! 무슨 권한으로?”


듣다 보니까 나도 참기가 힘들어져 결국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잠시, 정말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금방 오겠습니다.”


일 분, 일 초가 지옥 같은 사람들.


언제 좀비로 변할지 모른다는 공포감을 가진 사람들을 앞에 두고서 참 못할 짓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결국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럼 이렇게 하시죠. 충분한 설명을 드렸는데도 정 따르지 못 하시겠다면 다른 방법이 없네요.”


내 말에 침을 꿀꺽 삼키며 나를 쳐다보는 사람들을 보며 옆에 있는 김정웅에게 말했다.


“여기 계신 분들의 식량은 걷지 않겠습니다. 상수도 역시 밸브를 열어드릴 테니까 사용하세요. 다만, 아파트 한 개의 동에 몰려 사시는 게 그 조건입니다.”

“한 개의 동에 몰아서 살라고요?”

“아니, 우리가 우리 집 나두고 왜 그래야 합니까?”


바로 따지고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나는 친절하게 설명했다.


“그래야 관리하기가 수월하니까요.”

“관리?”

“무슨 관리를 말하는 겁니까?”

“상수도 물을 통해서 감염되면 즉각 처리하기 위한 관리를 말하는 겁니다.”


내 말에 모두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말이 처리지, 그러니까 변하면 바로 죽이겠다는 말과 다를 바 없었다.


“말씀드렸잖아요. 상수도를 통해서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고요. 그래도 정 그렇게 쓰시고 싶다면 열어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소수의 인원 때문에 다수가 위험을 감수할 생각은 없습니다. 여기 사시는 분들 모두 동이 다 다른데 그러면 모든 상수도를 열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상수도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아파트 각지에 퍼져 있게 되는데 그러면 좀비가 될 수도 있는 사람을 각 아파트에 퍼뜨리는 꼴이 됩니다.”

“아니, 그 물을 쓴다고 꼭 좀비가 되는 건 아니잖소!”

“안 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내 말에 사람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논리로 따지면 내 말이 틀린 게 하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중에 가장 많은 인원이 사는 아파트의 상수도 밸브를 개방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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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라는 게 원래 그렇다 24.08.29 327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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