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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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S
작품등록일 :
2024.08.2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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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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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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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위기에 강한 민족

DUMMY

나에게 달려드는 좀비의 목을 날리며 멍한 얼굴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저···. 저게 뭐야?”

“이런 미친!”

“어, 엄청 크잖아?”


3m? 아니, 저 정도면 4m가 넘을까?


“그워어!”

“젠장! 중앙 뚫렸어요! 뒤로 뒤로 후퇴!”


좀비 시체로 벽을 쌓았던 중앙이 결국 넘어갔다.


댐에 균열이 간 것처럼 터지니 순식간에 좀비가 밀려든다.


“소화전 쏴요! 지금 쏴!”


나는 옥상을 쳐다보며 소리를 질렀다.


내 외침을 들었는지 황급히 소화전 호스를 놀이터 방향으로 겨눈다.


‘시간을 벌어야 해.’


높이가 있기 때문에 저 위에서 물줄기가 지상까지 떨어질 때까지 그리고 선발대 인원이 소화전 사거리 안에 들어갈 때까지.


“뒤로 물러나요! 내가 막고 있을 테니까 바로 뛰어요!”

“전투 준비 하세요!”


내 외침에 즉각 반응한다.


“전투 준비!”

“전투 준비하세요!”


자이언트 좀비라고 해야 하나?


하여간 더럽게 큰 좀비를 보고 겁에 질리진 않을까 싶었는데 비장한 얼굴이다.


아니, 믿는 구석이 있는 얼굴이라고 해야 하나?


하나같이 나를 보며 잔뜩 기대 어린 얼굴을 하고 있는데 내가 저 놈을 막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아, 자신 없는데.’


내부를 정리한다고 아직 내 능력에 적응하지 못한 상황이다.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훨씬 많은 상황에서 저 무식하게 큰놈과 싸워서 이길 수 있을까?


‘이겨야지, 지면 뒈지는 건데.’


나는 이를 꽉 물고 검에 마력을 끌어모았다.


웅웅웅!


그 어떤 때보다 강하게 마력을 밀어 넣어서 그런지 몰라도 더욱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화아아아악!


뒤에서 봤을 땐 영락없는 성자, 그러니까 구원자 같을 거다.


나는 전신에 마력을 휘감았다.


검뿐만이 아니라 전신에 마력을 휘감자 가히 성자가 따로 없는 모습일 거다.


이러면 위력도 증가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바라는 것은.


“오오!”


그래, 이거지!


기대했던 대로 입구를 지키고 서 있는 전투 부대 인원들에게서 탄성이 나왔다.


그 탄성은 나의 힘.


신앙 스킬 덕분에 한층 더 강화된 신성력이 느껴졌다.


화아아아아악!


엄청난 빛이 다시금 재차 터져 나왔고 나는 이게 이 검과 나의 신체에 한계라고 생각했다.


‘더는 안 돼.’


직감적으로 마력을 더 끌어올려 신성력을 강화할 순 있었지만, 몸에 상당한 무리가 올 것 같았다.


‘레벨이 오른다는 확신이 있으면 몰라도···. 모험할 순 없지.’


나오는 게 끝이 아닐 수 있기도 하고, 저놈이 대략 어느 정도인지 확인도 해봐야 한다.


만약, 이 일격을 맞고도 죽지 않는다면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쳐 본대와 합류해야 한다.


“이거나 먹어라!”


뭐가 됐든 익숙한 게 최고다.


나는 아까처럼 검을 횡으로 베었다.


검 끝에서 휘몰아치는 빛의 파도, 이건 초승달처럼 가녀린 힘이 아니었다.


마치 성스러운 해일처럼 모든 어둠을 쓸어버릴 듯한 힘이 깃든 것처럼 보였다.


서걱! 서걱! 서걱! 서걱!


모든 것이 갈라진다.


놀이터에 있는 놀이기구도 좀비도 앞에 서 있는 모든 것들이 반으로 갈라진다.


“그워어어어어!”


자이언트 좀비가 소리를 질러봤지만,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순식간에 하체를 관통했고, 곧장 몸통이 두 동강이 나며 공중으로 튕겨져 나갔다.


다리를 잘리고 서 있을 수 있는 생명체는 없다.


쿠우우웅!


3분의 2가 넘는 상체가 허무하게 땅에 떨어져 빛으로 화해 사라지기 시작한다.


“우와!”


뒤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경악과 탄성으로 가득 찬 목소리를 내뱉었다.


내가 그들에게 성자로, 확연한 구원자로 각인이 되는 순간이 아닐까 싶었다.


검을 휘두른 뒤 눈앞에 보이는 건 빛뿐이었다.


“사···. 사라진다!”

“검은색 구체가 사라집니다!”


누군가 외치자 모두의 시선이 검은색 구체로 향했다.


자이언트 좀비가 마지막이었는지 확실히 점차 검은색 구체가 줄어드는 게 보였다.


“막았어! 우리가 막았다고!”

“살았다! 살았어!”

“으하하하! 이겼다! 우리가 이겼다고!”


살아남다는 안도와 이겼다는 기쁨에 기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몇몇은 민망했는지 핀잔을 던졌다.


“우리가 한 게 뭐가 있다고.”

“그, 그건 그렇지. 하하···.”

“에이! 도망치지 않고 끝까지 자리 지키고 있었으면 제 몫은 다 한 거지. 기뻐해. 나는 기뻐해도 된다고 봐.”

“그래, 맞아! 나도 같은 생각이야. 아까는 어찌나 다리가 후들거리는지.”

“자네, 오줌 지린 거 아니야? 살짝 젖은 것 같은데?”

“무슨 소리야, 이거 물이야, 물! 사람 참 생각하는 것 하곤.”


잔뜩 긴장했던 게 순식간에 풀어져서 그럴까 다소 감정 변화가 크지 않았던 사람도 희미하게나마 입가에 미소를 걸고 있었다.


아무도 죽지 않았다는 게 그 무엇보다 좋았다.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런데 전···. 좀 피곤하네요.”


나는 마른 침을 삼키며 숨을 내뱉었다.


검과 전신에 둘렀던 마력을 회수하자 엄청난 피로감이 몰려왔다.


휘청!


“어어!”

“성자님!”

“서, 성자님! 괜찮으십니까?”


입구를 지키고 서 있던 인원과 전방에서 목숨 걸고 싸워 준 인원들이 놀라서 내게 다가왔다.


“괜찮습니다. 힘을 좀 과도하게 쓴 모양입니다.”


아직 내 레벨로는 사용할 수 없는 힘을 쓴 대가인 듯 보였다.


나는 온몸이 후들거렸지만, 이를 악물며 점차 사라지는 검은색 구체를 쳐다봤다.


자꾸 굽어지는 허리를 굳게 펴려고 노력하며 감기는 눈을 부릅떴다.


‘얼른 사라져라.’


혹시, 다시 검은색 구체가 커지거나 마지막 발악을 할 지도 몰랐다.


‘적당히 힘을 남겼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네.’


레벨이 오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금 더 무리를 한 느낌도 없지 않아 있었다.


다른 무엇보다 내가 가진 힘을 가늠하는 게 우선인 것 같았다.


자이언트 쓰러지지 않을 걸 예상하고 그 이후 계속 쏟아져 나올 걸 예상해 어느 정도 조절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후···. 다행히 사라지네.’


힘을 완전히 잃은 듯 계란 크기 정도로 작아지는 모습에 나는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아, 신앙 이걸 계산에 못 넣었네.’


나는 감기는 눈과 풀리는 다리를 어쩌지 못했다.


“성자님!”


김정웅의 큰 목소리와 함께 나는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 * *


희끗희끗한 백발에 햇볕에 그을린 구릿빛 피부의 중년 남성이 고풍스러운 소파에 앉아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수도방위사령관인 윤대진은 의아한 얼굴로 묻자 정보참모는 간결하게 보고했다.


“서울 강서구 쪽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강력한 빛이 터져 나왔다는 보고입니다.”

“빛이라···.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고해봐. 어떤 종류의 빛이었지? 폭발인가? 아니면, 조명탄이나 섬광탄을 말하는 건가?”

“빛이 너무 강해서 정확하게 촬영되진 않았습니다만 폭발로 보이는 장면은 없었습니다. 조명, 섬광탄이라고 하기엔 강도가 너무 강했습니다.”

“빛이 발생한 위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 근처로 보입니다.”


그 말에 윤대진은 턱을 쓰다듬으며 정보 참모에게 말했다.


“이런 시기에 단순한 발광 현상은 아닐 테고···. 아직도 통신 회복이 안 됐나?”

“예, 그렇습니다.”


윤대진은 실소를 흘리며 양손으로 미간을 꾹꾹 눌렀다.


“참, 신기한 일이군. 여전히 원인은 파악하지 못한 건가?”

“예, 그렇습니다.”

“마치 누군가 의도적으로 통신만 막아둔 것 같군.”

“통신 쪽도 사령관님과 같은 말을 했습니다. 알 수 없는 힘이 통신 장치 전부를 먹통으로 만들고 있는 것 같다고 합니다.”

“세상이 이렇게 만든 놈들의 힘이겠지.”


좀비는 차라리 명확해서 좋다.


‘알 수 없는 미지의 힘이라···.’


윤대진은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어쩌면 그곳에 각성자가 있을 수 있겠군.”

“이하나 대위 같은 존재가 또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없다고 볼 순 없지.”


지금까지 수도방위사령부에서 파악한 각성자는 서울에만 13명이었다.


그 인원은 전투 도중에 사망한 인원과 새롭게 발견된 인원을 모두 포함한 숫자였다.


“최대한 빨리 파악해 보게.”

“알겠습니다. 만약 각성자가 있다면 어떻게 할까요?”

“접촉해 봐야겠지. 가능하다면 수도방위사령부로 모두 데리고 오는 게 좋겠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했다.


인류는 언제나 힘들 때 모였고, 뭉치면 그 어떤 종족보다 강한 힘을 내는 집단이다.


특히, 한민족은 그런 특성이 그 어떤 나라보다 도드라지는 민족이다.


역사를 거듭해 증명한 나라.


‘위기에 강한 민족.’


윤대진은 인류가. 아니, 대한민국이 이대로 사라질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설령 지금보다 더한 고난이 와도 이 악물고 이겨냈으면 이겨냈지 무릎 꿇진 않으리라 생각했다.


“내부 상황은 어떤가?”

“솔직히 좋지 않습니다.”


그 말에 윤대진은 쓰게 웃으며 말했다.


“초반에 소음이 큰 화기를 썼던 게 우리 발목을 잡는군. 통신 쪽 병력들도 끌어다 써.”

“알겠습니다.”

“이하나 대위 상태는 어때?”

“어느 정도 회복하긴 했지만, 솔직히 자이언트 좀비가 또 다시 나타난다면 막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경우라면 다시 화기를 쓸 수밖에 없었다.


“후···. 그래, 알았다. 나가봐.”

“예, 알겠습니다. 충성!”

“충성!”


각 잡힌 자세로 경례를 받은 정보참모는 사령관실을 나왔다.


홀로 남겨진, 윤대진은 어지럽게 얽혀 있는 작전 상황판을 쳐다보다 건빵 주머니를 더듬어 담배를 꺼냈다.


“쳇!”


돛대였다.


* * *


“으음···.”


정신이 돌아오자 나도 모르게 신음부터 뱉었다.


“수현아! 괜찮아? 정신이 들어?”


눈을 살짝 뜨자 형광등 불빛이 보이고 그 불빛을 가리는 얼굴이 하나 보였다.


“연우 누나?”

“그래, 누나야. 괜찮아?”


훌쩍이며 묻는 모습을 보아하니 내가 쓰러진 모습에 많이 놀란 모양이었다.


“아니, 예전에 누나가 발목 다쳐서 내가 업고 산에서 내려온 적 있었잖아. 그때보다 더 힘들어.”


내 말에 누나는 입술을 꽉 깨물며 주먹을 쥐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진짜 아파서 참는다. 아파서. 하···. 너 스스로는 치료 못하는 거냐?”

“오, 그 생각은 못 해봤는데?”


나는 가능할까 싶어서 시도해 보려다 곧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다. 지금은 안 될것 같아.”

“왜?”

“내가 지금 힘이 없는 이유가 어디 다쳐서 아픈 게 아니라 마력을 많이 써서 힘든 거거든.”


무더운 여름 일사병에라도 걸린 것처럼 온몸에 힘이 안 들어갔는데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말을 하면서도 입이 마르고 목이 탔다.


“크흠, 흠! 목소리도 갈라져서 나오네. 와···.”


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혹시 내 핸드폰 못 봤어?”

“여기.”

“아, 땡큐.”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떻게 보면 식량이나 성수보다 더 귀한 게 이 스마트폰이었다.


어쨌든 이게 없으면 나는 내 상태도 정확히 파악할 수 없고, 기껏 레벨을 올려도 능력치를 찍을 수 없다.


‘생각해 보니까 이거 되게 중요한 거였네.’


새삼 간수를 잘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어디 보자···.’


검은색 구체가 아파트 단지 내부에 열린 건 환영할만한 일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이득을 봤다.


다친 사람은 아무도 없고, 나는 직접 꽤 많은 좀비를 사냥했다.


‘거기다 그 농구 잘하게 생긴 좀비도 잡았지.’


레벨도 레벨이지만, 새로운 스킬이 생기지 않았을까 내심 기대가 됐다.


'어? 이건 뭐지?'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내일은 오늘보다 빨리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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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내가 아픈 만큼 불안했겠지 24.09.05 245 8 12쪽
» 위기에 강한 민족 +2 24.09.04 251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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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언제나 사람이지 +2 24.08.26 397 11 11쪽
4 오히려 경험치 이벤트지 24.08.25 427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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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포칼립스 세상 : 각성의 시대 24.08.21 705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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