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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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S
작품등록일 :
2024.08.2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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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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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DUMMY

금의환향(錦衣還鄕)이라는 말이 있다.


비단옷을 입고 고향에 돌아가듯이 성공하여 돌아온다는 말인데 그 말이 딱 어울리는 상황이다.


생존에 필수인 식량에 생존자까지 데리고 들어왔으니 주민들 전체가 들뜨는 건 당연했다.


“생존자를 곱게 바라보지 않는 시선도 있어.”


어느 정도 예상했던 부분이긴 했지만, 연우 누나의 입을 통해 직접 듣자 씁쓸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먹어야 할 입이 늘어났다는 얘기니까 당연히 그렇겠지. 좋은 방향으로 인식을 좀 바꿔줘. 일손이 덜어진다는 장점도 있으니까.”


나는 고개를 돌려 단지 전체를 총괄하고 있는 김정웅을 보며 말했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좋은 말이 있잖아요. 새로 들어온 생존자들에게 적당한 일거리를 주세요.”

“알겠습니다.”


당장에 불만은 있겠지만, 생존자를 통해 일손이 덜어지고 자기 몸이 편해지면 쉽게 받아들일 거다.


식량을 가지러 가는 것도 처음이 어렵지 두 번은 쉽다.


‘물도 잔뜩 뿌려놨고···.’


한여름이라 금방 마르긴 하겠지만, 그 찰나의 순간에도 수많은 놈들이 비명횡사하고 있을 거다.


생각난 김에 미리 말하는 게 좋겠단 생각이 들어 김진국을 보며 말했다.


“해가 지고 난 뒤에 소방차를 운용하려고 하는데 어떠세요? ”

“좋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낮보다 밤에 운용하는 게 효율이 훨씬 높겠죠.”

“예, 그렇죠. 아무래도 마르는 게 좀 덜할 테니까요.”

“그럼 오늘 밤부터 바로 운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아파트 단지가 나와 있는 지도를 봤다.


지금은 우리 아파트 단지만 겨우 봉쇄해 막아 놓은 상태였지만, 이걸 조금 더 확장할 필요가 있다.


소방차를 활용한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물론, 사람이 늘면 그만큼 문제도 더 많이 생기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구하지 않을 순 없다.


“아파트 단지 전체에 있는 좀비를 모두 처리할 생각입니다. 소방차가 네 대나 있으니 제 생각엔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도 같습니다. 소방차만 제대로 활용하고 지금보다 숫자만 조금 더 늘려도 서울을, 아니 대한민국 전체를 정상화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김진국이 다소 강하게 얘기하긴 했지만, 내 생각도 크게 다르진 않았다.


“오늘 밤부터 가까운 단지부터 차근차근 정리하겠습니다. 아마 정신 없을 겁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우리가 정신없다고 그 속도를 늦추거나 조절하면 그만큼 생존자는 줄어들 겁니다.”


내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다들 이해했는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밤부터 시작합니다.”


내 말에 다들 비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파트 단지 전체를 안정화 시킬 수 있다면 그 이상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 * *


모두를 돌려보낸 뒤 나는 착륙한 헬기에서 내린 사람들과 관리실로 불렀다.


김정웅이 먼저 안으로 들어오더니 간략하게 문 바깥에 서 있는 사람들의 정보를 전해줬다.


“수방사에서 왔다고 합니다.”

“수방사라면···.”

“예. 수도방위사령부입니다. 정보과장이라고 하는데. 자세한 건 직접 얼굴 보고 얘기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김정웅의 얼굴이 살짝 굳어있는 걸 보니 그도 지금 이 상황이 얼마나 중요한 상황인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럼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그 말에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20대 중, 후반 정도로 보이는 여자가 들어왔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따지고 보면 저흰 불청객이나 다름 없을 테니까요.”


상당히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 말에 나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급은 대위였고, 군인이라고 보기엔 지나칠 정도로 미모가 뛰어나 배우가 군복을 입고 연기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전투 지원 중대장 이하나 대위라고 합니다.”


미소를 머금고 악수를 청하기에 나는 가볍게 손을 붙잡곤 흔들었다.


부드럽진 않고 다소 투박한 느낌이 들어 군인은 군인이구나 싶었다.


“앉으시죠.”


나는 손으로 의자를 가리켰다.


“감사합니다.”


내 말에 이하나는 의자에 차렷 자세로 앉더니 맞은편에 앉는 나를 유심히 살피는 시선이 느껴졌다.


나는 그 시선을 태연하게 받아넘기며 본론으로 곧장 들어갔다.


“여기까지 찾아오신 이유가 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강서구 방향에서 알 수 없는 순백의 빛이 터져 나왔다는 보고를 받고 정찰 임무 수행 중이었습니다.”

“그럼 그 원인을 확인하셨으니 보고하러 돌아가셔야 되겠네요.”

“예, 그렇습니다만···. 추가 임무가 하나 더 있어서 만나 뵙고자 실례인 줄 알면서도 찾아왔습니다. 착륙 간에 발생한 피해는 저희가 보상하겠습니다.”


착륙 간에 기물이 조금 파손된 게 있다고 듣긴 했지만, 그걸 보상하겠다고 나설 줄은 몰랐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추가 임무라면 정확히 어떤 걸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 전에 몇 가지 확인할 게 있는데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예, 하시죠.”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물었다.


“각성하신 거 맞으십니까?”


그녀의 물음에 나는 답변 대신 그녀가 나를 쳐다보는 것처럼 똑같이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헬기에서 봤습니다. 그 수많은 좀비가 물에 닿자마자 흔적도 없이 사라지더군요. 순백의 빛에 휩싸여서요. 아마 정찰 부대에선 아마 그 빛을 본 거겠죠.”


그녀는 손가락을 하나 더 펴 보이더니 말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수현 씨를 성자님이라고 부르더군요.”


그녀는 내가 각성한 사람일 수밖에 없다는 듯한 얼굴로 확신에 차 말하기에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렇습니다.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어야겠죠? 대위님께서도 아포칼립스 세상, 각성의 시대라는 게임을 설치하셨습니까?”

“예. 저 뿐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확인한 모든 각성자가 같은 시간에 그 게임을 설치했고 각성했습니다.”


그 말에 나는 눈을 빛내며 말했다.


“한 명이 아니군요! 각성한 사람이 더 있다는 말씀이신 거죠?”

“예. 가까운 곳에도 한 명 더 있습니다.”


그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하곤 그녀를 쳐다봤다가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서 말했다.


“아, 연우 누나를 말씀하시는 거군요. 그건 각성이 아니라 제 스킬 중 하나입니다. 각성한 것처럼 만들어 주는 능력이죠.”


내 말에 그녀가 놀란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말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각성한 것처럼 만들어 주는 능력이라니요? 수현 씨께서 누군가를 각성시킬 수 있다는 말인가요?”


그 말에 나는 얼떨떨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 예. 그렇습니다.”

“그게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을 각성시킬 수도 있는 겁니까?”

“정확하게 파악해 보지 않아서 그건 모르겠습니다. 그냥 어디까지 제 추측이긴 하지만 12명, 아니면 13명까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 말도 안 돼···.”


그 말에 나는 의아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


“뭐가 말이 안 된다는 말씀이시죠?”


내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쳐다보자 그녀는 헛웃음을 터뜨리더니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지금까지 저희가 서울에서 파악한 각성자가 총 몇 명인지 아십니까?”

“몇 명이죠?”

“13명입니다.”


생각보다 적은 숫자에 나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13명이요? 서울 인구가 천 만은 될 텐데 그 중에 고작 13명이라고요? 아직 파악하지 못한 사람이 더 많을 테니까···. 그것보단 더 많지 않을까요?”


내 말에 그녀는 쓰게 웃더니 말했다.


“물론, 그러길 바라고 그럴 거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서울 전체를 다 세밀하게 수색할 순 없으니까요. 다만, 지금까지 발견된 각성자를 인구 비율로 따졌을 때 예상되는 각성자의 숫자가 100명 조금 부족하게 나옵니다. 그런데···. 13명을 각성시킬 수 있으시다고요?”


나는 양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어디까지 추측일 뿐입니다.”

“추측이라고 하더라도 어쨌든 각성한 인원이 1명 더 있다는 얘기네요?”

“예. 그렇습니다···.”


나는 대답을 하면서 한 편으론 너무 적은 숫자에 얼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발견된 각성자의 숫자가 13명, 나를 포함해 14명이라는 얘기인데 서울 인구가 970만 명이라고 따졌을 때 100명이라고 쳐도 0.001% 밖에 안 된다.


‘이건 너무 적은 거 아니야?’


아니지, 나는 고개를 휘휘 저었다.


나와 유사한 능력이나 나보다 더 강력한 각성자가 있다면 솔직히 말해서 과한 걸 수도 있다.


내 힘만 잘 활용해도 대한민국 안에 있는 좀비란 좀비는 싹 처리할 수 있는 힘이니까.


‘그렇게 보면 그렇게 적은 숫자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나는 팔짱을 끼고 잠깐 생각에 잠겨 있다가 문득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어 물었다.


“대위님. 아까 가까운 곳에도 각성자가 한 명 있다고 하셨는데···. 연우 누나를 가리키신 게 아니라면 누구를 말하는 겁니까? 이 근처에 저 말고도 다른 각성자가 있습니까?”

“저를 말한 겁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더니 손가락 하나를 펴 보이더니 나를 쳐다봤다.


‘뭘 하려는 거지?’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쳐다보자 작게 웃음을 터뜨리더니 손끝에 마력이 집중되는 게 느껴졌다.


“어?”


내가 눈을 크게 뜨고 손가락을 집중해서 쳐다보자 그녀는 조금 놀란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느끼시는 모양이네요?”


그 말과 동시에 그녀의 손끝에서 불꽃이 일렁이는 게 보였다.


“불을 다루실 수 있는 겁니까?”


내 물음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라이터를 끄기라도 하는 것처럼 손끝에 바람을 불어 일렁이는 불꽃을 꺼버린다.


“훅! 예, 맞아요. 수현 씨는 신성력을 사용할 수 있는 거죠?”

“예.”


내 대답에 그녀의 눈에선 아까보다 훨씬 더 강력한 빛이 터져 나왔다.


내 능력에 대한 가치가 어렴풋이 낮지 않겠단 생각을 하긴 했지만, 반응을 보아하니 내가 생각한 것 이상인 듯 보였다.


“수현 씨. 수도방위사령부로 합류하실 생각 없으십니까?”

“합류요? 저 보고 군인이 되라는 건 아니죠?”


내 물음에 그녀는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


“따지고 보면 수현 씨는 지금 군인 신분이라고 할 수 있죠. 지금 상황 자체가 전시에 준하는 상황이니 통신만 제대로 됐다면 동원령이 선포됐을 테니까요.”

“아···.”


맞네, 나 예비군이지. 전쟁이 나면 소집돼서 전장에 끌려 나가는···.


“물론, 지금 같은 상황에선 동원령을 선포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만, 와도 문제에요. 집결지가 좀비에게 죄다 점령당한 상태니까요.”

“생각해 보니 그렇겠네요. 그런데 군도 통신망이 아예 마비된 겁니까?”

“예. 신이 아닌 이상 불가능한 일이죠. 아마, 우리를 각성시킨 힘과 어떤 관계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막연히 추측하고 있을 뿐이죠.”


그 말에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오히려 반대되는 힘일 수도 있죠.”


내 말에 그녀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말 그대로에요. 통신망을 막는 힘은 예를 들자면 우리와 반대되는 진영의 힘일 수 있다는 얘기죠. 반대로 이건 아군 진영의 힘일 수도 있고요.”


나는 스마트폰을 들어 보이며 그녀를 쳐다봤다.


“아···.”


그녀는 내 말에 머리를 한 대 크게 얻어 맞은 사람처럼 멍한 얼굴로 입을 벌렸다.


“가능성···. 충분히 있는 얘기네요.”


생각을 그렇게 밀고 가다가 보면 결국 어느 한 벽에 부딪히게 된다.


그녀 역시 그 벽에 생각이 다다른 모양이다.


“그렇다는 말은···.”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예. 신이 하는 주사위 놀이. 그 놀이판 위에 얹혀져 있는 말일 수도 있죠. 근데 문제는···.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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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지키려는 자가 있다면... +2 24.09.14 173 5 12쪽
»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24.09.13 172 5 12쪽
20 공포는 이성을 마비시킨다 24.09.12 175 5 12쪽
19 괜히 물만 낭비했네 24.09.11 186 5 12쪽
18 안 되면 되게 하라 24.09.10 200 5 11쪽
17 필수불가결 24.09.09 205 3 12쪽
16 쏴 보면 알아 24.09.07 218 5 12쪽
15 신도 욕하는 게 사람인데. 24.09.06 238 9 12쪽
14 내가 아픈 만큼 불안했겠지 24.09.05 245 8 12쪽
13 위기에 강한 민족 +2 24.09.04 251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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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이렇게 쉬운 걸... 24.08.27 354 9 11쪽
5 언제나 사람이지 +2 24.08.26 398 11 11쪽
4 오히려 경험치 이벤트지 24.08.25 429 12 11쪽
3 후회는 아무리 빨리해도 늦는 것 +2 24.08.23 474 13 12쪽
2 게임적으로 접근하자고 +6 24.08.22 554 1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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