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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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S
작품등록일 :
2024.08.2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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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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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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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괜히 물만 낭비했네

DUMMY

‘이거 이래도 되나···.’


나는 볼을 긁적이며 호스를 분사로 바꿔 공중을 향하게 했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광범위하게 물이 뿌려졌다.


“소방차에 아예 접근도 못 하네요.”


소방차를 호위하듯 옆에 붙어서 움직이던 김진국이 선루프로 고개를 내밀곤 실소를 흘렸다.


“그러게요.”


나는 어색하게 웃어 보이곤 몰살을 넘어 거의 학살에 가까운 상황에 당황스러웠다.


“아파트는 물론이고 서울 전체를 안정화 시키는 것도 크게 어렵지 않겠는데요.”

“예.”


서울 전체가 뭐야···.


이 정도면 대한민국 전체를 안정화 시킬 수도 있어 보였다.


“마트가 보입니다.”


아파트 근처에 있는 꽤 큰 규모의 대형 마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트에 도착하면 생존자가 있는지 먼저 확인해 주세요. 있다면 최대한 데리고 이동하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마트에 진입함과 동시에 차에서 내린 사람들이 빠르게 마트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바깥에서 혼자 소방차의 호스를 붙잡고 심드렁한 얼굴로 물을 뿌려댔다.


‘진짜 사기네···.’


나는 허무할 정도로 쓸려 나가는 좀비를 보며 헛웃음을 터뜨렸다.


처리되는 속도가 훨씬 빨라서 좀비가 점차 줄어드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사이렌 켤까요?”


소방차의 운전대를 잡고 있던 사람이 내게 묻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러는 게 좋겠습니다.”


생존자가 나오면 잠재적인 위험 요소가 된다.


처리할 수 있을 때 최대한 많이 처리하는 게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웨애애애애앵!


갑작스럽게 울려 퍼지는 사이렌 소리가 너무 커서 얼굴을 찌푸렸지만, 효과는 확실해 보였다.


“그워어어!”

“그어어어어!”


소리에 민감한 좀비가 아까와는 비교도 안 되는 속도로 빠르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소리가 흥분을 하게 만드는 건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제대로 소방차가 있는 방향으로 달려들었다.


물론, 달려들기도 전에 비처럼 쏟아지는 물을 맞고 빛을 뿜어대며 사라졌지만.


‘은근히 멋있네.’


수많은 좀비가 순백의 빛을 터뜨리며 사라지는 모습은 그 자체로 장관이었다.


‘빛 자체는 힘이 없나 보네.’


뿜어져 나오는 빛이 워낙 강해서 그 빛을 통해서도 좀비를 죽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런 효과는 없어 보였다.


사실 이 정도만 해도 사기적인 능력이라 더 바라면 안될 것 같기도 했다.


‘과유불급이라 했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피식 웃음을 터뜨리곤 이리저리 호스의 방향을 바꿔가며 허공에 물을 뿌렸다.


그 물에 진작 내 몸도 흠씬 젖은 상태였지만, 기분은 그 어떤 때보다 좋았다.


* * *


마트 안으로 들어갔던 인원들이 생존자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몇몇은 카트에 식량까지 가득 담아서 나왔는데 순조롭게 수색과 식량까지 챙겨 나온 것처럼 보였다.


내부에도 좀비가 많았는지 꽤 힘겨운 듯한 얼굴로 김진국이 내게 다가와 말했다.


“주말이라 마트에 꽤 사람이 많았을 텐데 이 잡듯이 뒤져서 나온 생존자는 이게 전부입니다.”

“그게 오히려 독이 됐을 겁니다.”


나는 쓰게 웃으며 서른 명 남짓한 생존자를 쳐다봤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생존자는 소방차 위에 올라가서 홀로 물을 뿌리고 있는 나를 보다가 그 물을 맞고 빛에 휩싸여 사라지는 좀비를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자신들을 극도의 공포로 몰아넣었던 존재가 허무할 정도로 쉽게 죽어버리는 모습이 가히 충격적이었던 모양이다.


“이, 이럴수가···.”

“저 물이 도대체 뭐길래 저렇게 쉽게 죽는 겁니까?”

“정말 저 물에 맞고 죽잖아?”

“진짜였잖아? 진짜였어!”

“살았어. 우린 살았다고!”


우리가 안으로 진입했을 때만 해도 반신반의했겠지.


이런 상황에서 누굴 믿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긴 했다.


“물총이 없었으면 아마 안 나왔을 겁니다.”


김진국은 기뻐하는 생존자를 보며 진이 빠진듯한 얼굴이었다.


“설득하느라 고생하셨겠네요.”

“말도 마십시오. 절대로 안 가겠다고 얼마나 악을 쓰는지. 몇몇은 물린 걸 감추고 있던 사람도 있었습니다. 아마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났다면···.”


김진국은 더 말하지 않고 미간을 찌푸렸다.


생각하기도 싫다는 듯한 얼굴이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물렸다는 걸 밝힐 사람이 몇이나 될까.


“조용히 저한테 데리고 오세요.”

“예, 알겠습니다. 부상자도 몇 있는데 그 사람도 같이 데리고 오겠습니다.”

“섞어서 데리고 오면 더 좋죠.”


물렸다는 걸 숨겼다는 것만으로 낙인 찍히기 좋은 상황이다.


일어났으면 몰라도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선 감추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굳이 분란을 만들 필요는 없지.’


나는 생존자 무리를 살피며 재차 말했다.


“아, 그리고 저들이 타고 갈 차량을 좀 구해야 할 것 같은데요.”

“마트 주변 수색 중입니다. 주민 중 한 명이 버스가 있는 곳을 안다고 하더라고요.”

“버스요?”

“예, 이 마트에서 노인이나 차가 없는 신혼 부부를 위한 버스를 주말에만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게 있다네요.”

“아, 그래요? 잘 됐네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치료를 위해 호스를 넘겨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어, 상처가···. 낫고 있어!”

“그게 무슨 소리야? 어? 진짜네?”

“어? 내 상처도 낫고 있어! 뭐, 뭐야?”

“말도 안 돼···. 설마 이 물 때문인가?”

“도대체 이 물이 뭐길래···.”


믿기 힘든 일이 연달아 터지자 생존자들은 멍한 얼굴로 물을 뿌려대고 있는 나를 쳐다봤다.


갑작스럽게 모두의 시선이 내게 쏠렸다.


나도 궁금하던 차에 잘 됐다 싶어서 물었다.


“상처가 낫고 있나요?”


태연한 내 물음에 생존자들은 멍하니 날 바라보다 퍼뜩 정신을 차리고 대답한다.


“아, 예. 상처가 낫고 있습니다.”


나는 그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곤 소방 호스에서 힘차게 뿜어져 나가는 물을 봤다.


‘이거 진짜 사기네.’


소방 호스를 분사로 바꿔 최대 수압으로 허공에 뿌렸을 때 생각보다 상당히 넓은 범위로 물이 떨어졌다.


‘물과는 상극인 불을 끄기 위함이니 어떻게 보면 당연하지.’


나는 소방차 주변을 둘러보며 물이 퍼진 범위를 바라봤다.


바람의 영향에 따라 유동적이긴 하겠지만, 소방차를 중심으로 25~30m 정도는 퍼지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이것도 최소로 잡은 거다.


소방차에 달려 있는 호스는 한 가지가 아니었다.


내가 사용하고 있는 호스는 일반 호스로 분사 거리가 가장 짧은 축에 속한다.


포탑 노즐이나 다목적 분사 노즐은 60~90m 이상 분사가 가능했다.


‘땅이 젖는 부분까지는 안전지대라고 봐야겠네.’


나는 입맛을 다시며 여전히 사방에서 몰려드는 좀비를 쳐다봤다.


숫자가 많이 줄어 위협적이지 않으니 어떻게 보면 실험해 볼 좋은 기회란 생각이 들었다.


“호스 좀 잠가주세요.”


내 갑작스러운 요청에 운전석에 앉아 있던 아저씨가 당황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예?”

“소방 호스요. 물 안 나오게 좀 잠가 달라고요. 뭐 좀 확인해 볼게 있어서요.”


내 말에 아저씨는 잠시 고민하는 얼굴이었지만, 내가 있으니 뭐 큰일이 나겠다 싶던 모양이다.


“잠갔습니다!”

“감사합니다.”


내가 갑자기 물을 꺼버리자 생존자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런 내 행동에 전투 요원 중 한 명도 당황한 얼굴로 내게 다가오더니 말했다.


“성자님! 물이 다 떨어진 겁니까?”

“아니요. 뭐 좀 확인해 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바닥이 젖어 있는 곳까지 올 수 있게 그냥 두세요.”

“아···.”


내가 뭘 확인해 보려고 하는 건지 알아차렸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요원은 씩 웃더니 의아해 하는 얼굴을 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향해 상황을 설명했다.


불안해 하는 생존자들도 그의 말을 전해 들었는지 흥미가 동한 얼굴로 다가오는 좀비를 쳐다봤다.


몰려드는 숫자가 많으면 두려운 상황이 틀림없지만, 지금은 딱히 그렇지 않았다.


‘숫자도 적고 여차하면 다시 물을 켜면 되니까.’


나는 유심히 다가오는 좀비를 살폈는데 선두에 있던 놈들이 조금씩 물이 젖어 있는 곳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화아아악!


“와···. 이거 진짜 사기네.”


좀비의 발바닥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는 모습에 나는 헛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 * *


물에 젖은 바닥을 밟고 빛에 휩싸여 사라지는 좀비를 보며 나는 입맛을 다셨다.


“에이, 괜히 물만 낭비했네.”


그 광경을 함께 지켜보던 사람들도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그 모습을 쳐다봤다.


물에 젖은 바닥을 밟자마자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좀비를 보며 새삼 내 능력을 대단하게 느낀 모양이다.


“진짜···. 말도 안 되는 능력이네요.”


김진국은 입을 떡 벌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더니 실실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이러면 천혜의 요새도 만들 수 있는 거 아니에요?”

“가능할 것 같은데. 그 왜 옛날 중세 시대 성 중에 그런 거 있잖아. 해자라고 하나?

“아, 그 성 주변으로 땅을 파서 물을 채워 넣는 걸 말씀하시는 거죠?”

“어, 그거 맞아. 그런 거 하나 만들면 허공에서 날아오지 않는 이상은 무적 아니야?”

“확실히 그렇긴 하겠네요.”

“물이 마르지 않는 이상은 무적 맞지. 저것들이 뭐 점프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이거 고생하지 않고 자동 사냥 같은 게 가능하겠는데?


나는 머리를 빙빙 맴도는 수많은 아이디어를 떠올렸지만, 당장 실행에 옮기긴 어려웠다.


일단 가장 현실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건 소방차란 소방차는 최대한 확보해서 서울 전역에 물을 뿌리고 다니는 거다.


‘그 정도만 해도 순식간에 회복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물론, 검은색 구체가 계속 생긴다면 끝이 없겠지만, 어느 정도 이 상황을 통제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나오는 속도보다 잡는 속도가 더 빠르면 그게 통제지 뭐.’


나는 소방차 위에서 뛰어내린 후에 운전석에 있는 무전기를 잡았다.


“버스는 아직 멀었습니까?”

[지금 확보해서 이동 중입니다.]

“알겠습니다. 지원 필요하면 말씀하세요.”

[딱히 지원은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사이렌 소리 때문에 이 근방에 좀비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럼 편하게 오실 수 있겠네요. 출발 준비 하고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5분이면 도착할 것 같습니다.]


크, 역시 군필 최고.


도착 시간까지 묻지 않아도 알아서 보고하고 이 얼마나 좋아.


나는 흡족한 얼굴로 소방차 사이렌 소리에 이끌려 다가오는 좀비들을 쳐다봤다.


‘불나방이 따로 없구나, 불나방이.’


나는 씩 웃으며 두 배는 더 흡족한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김진국에게 말했다.


“죄송하지만, 마트 안에서 로프 좀 넉넉히 구해주실 수 있습니까?”

“로프요?”


갑작스러운 내 요구에 의아한 얼굴로 김진국이 나를 쳐다봤다.


“예. 소방차 전부 물을 뿌리면서 이동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안전 때문에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러면 얘기가 달라지죠.”


우리가 지나가고 나서도 젖은 바닥을 밟으면 좀비가 사라진다.


그럼 뿌리지 않고 갈 이유가 없다.


“어, 정말입니까? 정말 저희도 뿌려볼 수 있는 겁니까?”


아까부터 대형 물총이니 뭐니 하면서 엄청 뿌리고 싶어 하더니 김진국이 잔뜩 들뜬 목소리로 물었다.


“예. 뿌리면서 이동할 건데···.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서 몸을 단단히 고정한 뒤에 올라가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저야 완력으로 버틸 수 있지만, 다른 분들은 그럴 수 없잖아요.”

“그렇죠, 그렇죠! 지금 바로 가져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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