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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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S
작품등록일 :
2024.08.21 11:19
최근연재일 :
2024.09.20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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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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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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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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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다

DUMMY

세계적인 권투 선수 마이크 타이슨이 한 말이 있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쳐맞기 전까지는.


나는 그의 말에 깊이 공감하며 외쳤다.


“뒤로 물러나세요!”


내 예상과는 달리 엄청난 숫자의 좀비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설마···. 우리가 죽여서 그런 건가?’


저 검은색 구체에 자아 같은 게 있는 게 아니라면 일종의 규칙이 있을 거다.


내가 본 아파트 관리실 앞의 검은색 구체와 크기가 동일한데 나오는 속도와 숫자가 다르다.


그렇다는 건 뭔가 변화를 주었기 때문인데 그 변화는 우리밖에 없다.


“뒤로 천천히 물러나! 물러나면서 계속 쏴!”

“막 쏘지 마! 물 아껴! 물 아끼라고!”

“막을 수 있어! 충분히 막을 수 있어!”


전투 부대는 서로를 독려하면서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침착한 대응이지만, 몇몇은 겁에 질린 듯한 얼굴을 보이긴 했다.


“아니, 구체는 작은 데 어떻게 저렇게 한 번에 많이 나올 수 있는 거야? 저거 사기 아니야?”


확실히 물리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저 작은 문에서 여러 마리의 좀비가 한 방에 나오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


“그러니까요. 아니, 문에서 자기들끼리 껴야 정상 아니야?”


솔직한 심경을 담아 볼멘소리를 던졌는데 그 말에 또 의외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마음 놓고 웃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 시원하게 웃지 못했지만.


“걱정하지 마시고 천천히 대열 갖춰서 물러나세요.”

“알겠습니다, 성자님!”

“천천히! 천천히 뒤로 물러나! 놀이기구에 걸려 넘어지지 않게 조심하고!”


지금 상황에서 가장 걱정이 되는 건 대열에서 이탈하는 사람이 생기는 거다.


처음이 어렵지, 한 명이 대열을 이탈해 도망가면 두 명, 세 명은 쉽다.


“우리가 여기서 못 막아내면 아파트 안에 있는 사람들 다 죽습니다. 좀비가 둘러싸고 있어서 도망칠 수도 없는 거 다들 아시죠?”


나는 돌려 말하긴 했지만, 머리가 있는 사람은 무슨 의미인지 알 거다.


“못 막으면 전부 죽는다. 도망가도 결국엔 죽는다. 간단해서 좋네요.”


내 의도를 알아차린 김정웅이 전투 부대 전원이 듣게 소리쳤고 난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곳에서 최대한 숫자를 줄여줘야 뒤로 물러나도 승산이 있습니다.”


나는 놀이터 입구에 결연한 얼굴로 우리를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을 쳐다봤다.


최초에 저곳에서 막으려고 했다가 일부 좀비를 상대해 본 인원만 뽑아 게이트 코앞에 진을 쳤다.


적절한 긴장감과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서였다.


‘고생한 보람이 있는 것 같네.’


혹시나 도망간 사람이 있지는 않을까 싶었는데 직접 자원한 만큼 한 명의 이탈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하나 같이 결연하고 비장한 얼굴이라 마음이 조금 놓였다.


‘좋아, 할 수 있다.’


나는 점점 거리를 좁혀 오는 좀비를 보며 외쳤다.


“제가 신호하면 빠르게 뒤로 세 걸음 정도 물러나세요.”

“알겠습니다!”

“성자님이 신호하면 세 걸음 뒤로!”

“세 걸음 뒤!”

“신호하면 세 걸음 뒤로!”


확실히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몰라도 지휘하기가 편하다.


손에 들고 있는 물총이나 분무기 같은 것만 아니었어도 제법 그럴싸했을 텐데.


‘이럴 때일수록 퍼포먼스가 중요하지.’


나는 검에 마력을 주입했다.


순백의 빛이 검을 휘감으며 빛을 뿜기 시작한다.


그 모습에 뒤에 있던 대열에서 탄성이 터진다.


“오오···.”


나는 코앞에서 좀비가 달려오고 있음에도 고개를 굳이 뒤로 돌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내 말에 몇 초 멍하게 나를 쳐다보던 사람들이 내가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리자 외쳤다.


“지금! 뒤로 세 걸음!”

“세 걸음!”

“세 걸음 뒤로 빠져! 장애물 걸리지 말라고!”


신성력을 잔뜩 머금은 검을 횡으로 그었다.


초승달 형태의 검기가 뿜어져 나가며 밀려드는 좀비를 관통한다.


1초···. 2초···.


공격을 당했음에도 몇 걸음 더 뛰어오던 놈들이 덜컥 멈춘다.


약속이나 한 것처럼 상체가 스르륵 앞으로 밀려나 하체와 어긋나기 시작한다.


화아아악!


그 어긋난 부위에서 순백의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그대로 화한다.


‘보았느냐, 이게 바로 비기 보여주기 일도양단이다.’


나는 사라진 좀비 덕분에 텅 빈 공간 앞으로 몇 걸음 이동했다.


“어어?”


내가 뒤로 물러나는 게 아니라 앞으로 걸어가자 대열에서 당황한 듯한 목소리를 냈다.


‘이쯤이면 되겠다.’


오른쪽엔 정글짐, 왼쪽에는 미끄럼틀이 있어서 길목이 확 좁혀지는 곳.


검은색 구체 앞에서 막는 것보다 어쩌면 이게 더 효율적일지도 모르겠다.


“몇 명은 위로 올라가세요.”


나는 검으로 정글짐과 미끄럼틀을 가리키며 말했다.


높은 곳에 발판이 없으면 올라가지 못하는 특성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포위되지 않게 제가 도울 테니까 겁먹지 마시고요.”


내 말에 일부 인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양옆으로 나눠 올라간다.


“최대한 뒤로 못 빠져나가게 할 건데 혹여 빠져나가면 뒤에서 처리해 주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거리는 충분하니 몇 명 빠져나가는 건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어 보였다.


“후우···.”


나는 호흡을 가다듬고 검은색 구체를 쳐다봤다.


확실히 방금의 한 방으로 사기가 올라간 게 느껴졌다.


그 어떤 스포츠든 흐름이 중요했다.


아무리 강한 팀이라고 해도 흐름이 한 번 넘어가면 패배할 소지가 생긴다.


‘거꾸로 얘기하자면 흐름만 잘 타면 아무리 열세인 팀이라도 승리할 수 있다는 얘기지.’


나는 검을 고쳐 쥐고 다시 검은색 구체를 통해 나오는 좀비를 쳐다봤다.


‘아, 확실히 나오는 숫자나 속도가 올라갔네.’


아파트 앞 관리실에선 일정한 간격이 있었지만, 지금은 확실히 아니었다.


‘우리가 죽이는 속도에 비례해 숫자도 나오는 시간도 조정되는 거야.’


이건 생각했던 것보다 꽤 고급 정보에 속하지 않을까 싶었다.


무식하게 나오자마자 모조리 잡아 죽이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얘기였으니까.


나는 정글짐과 미끄럼틀 위에 올라간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다시 옵니다!”


내 말에 물을 쏠 자세를 취하고 있었는데 나는 그 모습에 순간 생각이 난 게 있어 말했다.


“아! 제가 있는 방향으로 오는 건 가능한 쏘지 마세요.”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생각이 있어서 그래요. 저한테 오는 좀비는 그냥 두세요.”

“아, 알겠습니다.”


내 말에 당황스러운 얼굴을 하긴 했지만, 내가 생각이 있다는 말에 순순히 대답한다.


‘내가 생각한 대로 된다면 생각보다 막는 게 더 수월할 지도 모른다.’


* * *


목이 아니면 머리를 노린다.


나는 마력을 사용하지 않고 검을 순수 완력으로 머리를 날리고 있었다.


마력을 제외한 모든 능력치가 한 자리 숫자지만 좀비를 상대하기엔 충분하다.


“그워어어!”


내게 달려드는 좀비의 머리를 연달아 날린다.


푸욱! 푹! 푹푹!


연달아 이마 중앙에 검을 꽂아 넣었다 빼기를 수십 번 반복했다.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는 좀비를 보며 뒤로 물러나 이번엔 우측으로 이동한다.


서걱, 서걱!


좀비의 머리를 날리며 재차 머리를 찌른다.


‘된다.’


신성력을 사용하면 좀비의 시신 자체가 사라진다는 장점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단점이 되기도 한다.


“그워어어?”

“으어어어!”


죽은 좀비 시체는 훌륭한 장애물이 된다.


나는 허우적거리는 좀비의 머리를 빠르게 날렸다.


내 뒤로 넘어간 좀비는 단 한 마리도 없다.


“싸··· 쌓인다! 좀비가 쌓이고 있어!”


뒤에서 이를 구경하던 사람 한 명이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 이걸 노리고···.”

“나는 또···. 십년감수했네.”


아까처럼 신성력을 사용하지 않고 손수 머리를 잘라 싸우니 불안했던 모양이다.


“하아···. 하···.”


확실히 체력이 약하긴 한 모양이다.


정글짐과 미끄럼틀로 상당히 폭이 좁은 곳에서 좀비를 상대하긴 했지만, 어쨌든 횡으로 꽤 많이 움직여야 했다.


‘아니, 잠깐만···. 검도 되는데 내 몸은 안 되나?’


내가 생각한 대로 마력을 사용할 수 있다면, 이 마력을 통해 신체를 강화할 순 없을까?


안될 거 없지.


나는 마력을 끌어올려 전신을 휘감기 시작했다.


‘옳거니!’


꽤 많은 마력이 소모되긴 했지만, 호흡이 차츰 안정이 됐다.


힘이 빠져 차츰 들어가지 않던 손에 활력이 생긴다.


‘느리다.’


안 그래도 느리게 보였던 좀비가 훨씬 느리게 느껴졌다.


청각 역시 마찬가지다.


수많은 소리가 들려 나는 귀를 제외했다.


‘굳이 전신에 휘감을 필요는 없지.’


나는 손, 다리, 심장, 폐 등 실질적으로 필요한 부위에만 마력을 쏟아 부었다.


마력의 소모가 확연히 줄어드는 게 느껴졌다.


‘이 정도면 충분해.’


나는 입가에 미소를 걸고 빠르게 좀비를 정리했다.


순식간에 내 허리 높이만큼 좀비의 시체가 쌓이기 시작했다.


“벽이 생겼어!”

“이놈들 돌아갑니다! 돌아가요!”


가장 최단 경로가 좀비의 시체로 막히자 우회하기 시작한다.


“오른쪽 막으세요.”


나는 정글짐 우측 공간으로 쏟아져 나오는 좀비를 가리키며 뒤에 대기하고 있던 인원들에게 소리쳤다.


내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그쪽으로 향했고, 나는 완전히 막힌 걸 확인한 뒤 좌측을 쳐다봤다.


좌측에서 쏟아져 나온 놈들이 미끄럼틀을 포위하고 일부는 입구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온다!”

“아직 안 보냅니다!”


나는 그렇게 외치며 마력을 끌어올려 검기를 날렸다.


입구로 향하던 좀비가 모두 빛에 휩싸여 사라졌다.


“한 놈도 못 지나간다.”


나는 다시 한 번 검기를 날리며 좌측 공간을 틀어막았다.


“지원 부탁해요.”

“네, 성자님!”


정글짐 위에 있던 사람들이 힘차게 외치며 내가 벽을 만들 수 있게 지원했다.


“됐어! 충분히 막을 수 있어!”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정글짐 아래 공간이 있어도 기어서 오지 않는다.


‘기는 방법을 모르는 건가?’


하체를 다치지 않는 이상은 기지 않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리에겐 좋은 일이다.


“젠장! 더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끄럼틀 위에서 누군가 소리쳐 검은색 구체 방향을 봤다.


확실히 아까보다 훨씬 더 많은 숫자의 좀비가 구체를 통해 나오고 있었다.


“이런 썩을.”


나는 중앙에 만들어 둔 벽이 들썩이는 모습을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양옆으로 우회하지 못한 좀비가 구체를 통해 나온 좀비에게 밀려 벽을 본의 아니게 밀치고 있다.


‘겹겹이 쌓을 걸 그랬나?’


두, 세 겹 쌓은 게 아니라 얄팍하게 쌓아 올려서 그런지 들썩이기 시작한다.


저러다 한 순간에 와르르 무너지면 멍청한 좀비라도 충분히 밝고 올라갈 정도의 계단이 된다.


“내려오세요!”


내 외침에 정글짐 위에 있던 사람들이 황급히 아래로 내려온다.


“천천히, 다치면 안 되니까 침착하게 천천히 내려오세요! 제가 충분히 막을 수 있어요.”


내 말에 급하게 내려오던 사람들이 천천히 정글짐 아래로 내려온다.


“우측 붙어서 도와주세요!”


차츰 뒤로 밀리는 인원들을 보며 나는 다급히 말했다.


정글짐에서 내려온 사람들도 그걸 봤는지 황급히 우측 방향으로 뛰어간다.


“뒤로 물러날 겁니다! 미끄럼틀 타고 내려오세요!”


나는 지시를 하면서도 빠르게 좀비를 베어 벽을 쌓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중간에 있는 벽이 불안해 계속 확인했다.


“그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그때 들려오는 엄청난 괴성에 나는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저, 저건 뭐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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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그래, 그것도 예상했다 24.09.17 166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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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24.09.13 172 5 12쪽
20 공포는 이성을 마비시킨다 24.09.12 175 5 12쪽
19 괜히 물만 낭비했네 24.09.11 186 5 12쪽
18 안 되면 되게 하라 24.09.10 200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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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쏴 보면 알아 24.09.07 218 5 12쪽
15 신도 욕하는 게 사람인데. 24.09.06 238 9 12쪽
14 내가 아픈 만큼 불안했겠지 24.09.05 245 8 12쪽
13 위기에 강한 민족 +2 24.09.04 251 9 12쪽
»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다 24.09.03 261 7 12쪽
11 언제나 최악을 생각했어야 했다. 24.09.02 279 7 12쪽
10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 24.08.31 298 9 12쪽
9 막고 있는 게 아니라 갇혀 있는 겁니다 24.08.30 316 8 12쪽
8 사람이라는 게 원래 그렇다 24.08.29 327 8 12쪽
7 저건 또 무슨 상황이냐 24.08.28 347 10 11쪽
6 이렇게 쉬운 걸... 24.08.27 355 9 11쪽
5 언제나 사람이지 +2 24.08.26 398 11 11쪽
4 오히려 경험치 이벤트지 24.08.25 429 12 11쪽
3 후회는 아무리 빨리해도 늦는 것 +2 24.08.23 474 13 12쪽
2 게임적으로 접근하자고 +6 24.08.22 554 16 11쪽
1 아포칼립스 세상 : 각성의 시대 24.08.21 706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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